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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6 추락한 신의 도시 : 검은 거신.
작성일 : 19-10-19 14:48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7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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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저곳에 모래가 남아있는 낙양에서 신아는 붉어진 하늘을 올려다보고 눈앞의 도시를 한 번 보고 시선을 돌려 낙양 시내에 죽어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아, 죽은 건 아니구나.’

 

  정확히 말해 사람들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도시 곳곳에서 도시와 어울리지 않는 나무뿌리가 땅에서 올라와 사람들을 뒤덮고 있었다. 가는 가지들이 사람들의 몸을 덮고 파고들어 피를 뽑아 나무의 물관을 통해 어디론가 보내고 있었다.

 

  복장은 다양했다. 상인도 있고, 병사도 있고, 기사도 있고, 동물도 있었다. 일부는 이미 온몸에 피가 모두 빨려 말라비틀어진 미라가 되었다.

 

  누가 봐도 카인의 짓이었다.

 

  “후우, 후우······.”

 

  아소는 끓어오르는 힘과 거기서 오는 열을 참으며 색색 거렸다. 아소는 신아를 한 번 보고 나무뿌리로 뒤덮인 구역으로 먼저 발을 내딛었다.

 

  파삭.

 

  나무뿌리가 아소의 발아래에서 썩은 가지처럼 쉽게 부서졌다. 아소가 가진 강력한 혼돈이 식물의 자생력을 완전히 없앤 것이다.

 

  ‘이거 너무 순순히 보내주는데······.’

 

  아소의 뒤를 따라가며 신아가 생각했다. 처음에 낙양이 나타났을 때만 해도 습격을 염려했는데, 의외로 아무 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나무뿌리로 뒤덮인 구역으로 향할 때도, 그곳으로 들어갈 때도 아무런 장해도 없었다.

 

  괜스레 뒤가 좀 찝찝한, 불쾌한 기분이었다.

 

  부스럭.

 

  나무뿌리의 구역을 중간쯤 주파할 때, 주위에서 무언가 동시에 여럿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아소와 신아는 동시에 걸음을 멈추고 검을 들었다.

 

  “······으어어.”

 

  피가 빨려 말라비틀어진 시체들이 일어났다. 온몸에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신아와 아소에게 달려들었다.

 

  “뭐야, 이것들은?”

 

  아소가 검을 휘두르기 전에 한 손으로 목을 잡아 쥐었다. 그녀의 몸에 닿은 미라들은 모두 남아있는 생기마저 잃고 말라 비틀려 뼈 밖에 남지 않았다.

 

  퍽!

 

  아소의 팔이 미라의 가슴을 꿰뚫었다. 아소의 날카로운 발차기는 정확하게 인간의 급소를 꿰뚫었다. 하얗고 부드러운 아소의 다리에는 인간이었던 자들의 살점이 붙어있었으나 그것들은 검은 연기에 의해 사라졌다.

 

  “대체 무슨 목적이지? 단순한 시간 끌긴가?”

 

  미라 하나를 베어 넘기며 신아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신아는 앞서 가는 아소를 한 번 흘긋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음모를 꾸미는 전형적인 악당의 사악한 미소였다.

 

  그 사이, 위험한 검은 기운을 제어하지 못하는 아소의 주위로 더 많은 미라들이 몰려들었다. 한순감 신아보다 아소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소는 온몸에 이제껏 없던 힘이 폭발적으로 차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힘을 주체할 수가 없다. 힘을 사방에 발산하고 싶다. 주변의 모든 것을 부수고 싶다. 미친 듯이 파괴하고 싶다. 아니, 그냥 미치면 모든 것이 편할 것 같다.

 

  “하아, ······하아, ······뜨거워, 너무 뜨거워······.”

 

  온몸에 불덩이 같았다. 이런 지독한 열병은 아린과 함께 검은 돌과 마주했을 때 이후 처음이었다. 그때 그 감각, 주변에 있던 아이들을 죽이고 또 죽였을 때, 죽을 뻔 했을 때, 형제마저 죽이려 했을 정도로 이성을 잃고 힘에 취했던 그때. 아소는 지옥의 왕(Lucifer)과 마주했다.

 

  몸은 타오르는 검은 불꽃이며 이마에는 두 개의 검은 뿔이 있으며 두 눈은 피처럼 붉었다. 등 뒤로는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날개가 열세 장이나 있었다.

 

  검은 돌을 가슴에 품은 지옥의 왕의 날카로운 손이 심장을 관통한 그날, 아소와 아린은 지옥의 왕의 힘을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강제로 맞춘 파장, 검은 돌을 매개로 한 힘의 전달. 최강의 암중호위 천위가 탄생한 것이다.

 

  촤르르, 착!

 

  잠시 상념에 빠져 있는 사이 다리 밑으로 기습적인 공격이 들어왔다.

 

  “아차!”

 

  나무뿌리가 아소의 다리를 휘감아 올라오며 아소의 몸 전체를 감쌌다. 이전과 다르게 나무뿌리는 두꺼웠으며 그 무게로 아소를 강제로 무릎 꿇렸다.

 

  “크윽!”

 

  뿌리가 점차 덧대어 지면서 시야를 가렸다. 아무리 움직이고 싶어도 움직일 수 없었고 혼돈의 힘으로도 전부 없애는 것이 힘들었다. 아소는 눈을 굴려 신아를 찾았으나 신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개 후레자식······!”

 

  미라들이 달려왔다. 무너진 아소의 몸 위로 미라들이 덮치고 덮쳐 아소를 세상과 차단했다.

 

  빛이 번쩍였다. 새하얀 빛이었고, 그것을 끝으로 아소의 시야가 점멸했다.

 

 ***

 

  연 왕국.

 

  초란은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신아와 아소는 갑자기 사라지고 아린은 머리를 잡고 쓰러지고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눈이 돌아가서 공격을 시작했다.

 

  이전부터 따라붙는 시선들을 느꼈으나 그것들은 신아의 검은 옷이나 노이아를 따라오는 시선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시선의 주인들이 신아와 아소가 사라지자마자 무기를 빼들고 공격해왔다.

 

  “크윽!”

 

  시내 전체가 피투성이 싸움판이 됐는데, 경비대는 오지도 않는다.

 

  ‘이 나라 고위층이 관여되어있거나, 그도 아님 이 소란도 속일 정도로 강력한 결계라도 만들어났거나.’

 

  힘은 얻은 뒤, 초란은 세상을 움직이는 법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세상 곳곳에 퍼져있는 기(氣), 세상을 감싸고 있는 자연의 결계, 영물(靈物)이나 신수(神獸)가 가진 영험함 등을 눈으로 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초란의 눈에 하늘을 감싸고 있는 것은 보랏빛 천장(天障)이었다. 알 수 없는 문자가 쓰여 있는 결계였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달려드는 사람들은 모두 맨손이라는 점이었다. 설령 무기를 들었다고 해도 초란과 노이아의 상대는 되지 않을 것이지만.

 

  “아으, ······으으, @#$%······, &$#$······, 으아아······.”

 

  아린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뜻 모를 말만 하고 있었다.

 

  노이아는 감정이 실린 검으로 있는 힘껏 내리쳤고 초란은 이마에 잔뜩 찌푸려지며 목소리가 커졌다.

 

  “아씨! 재는 진짜 갑자기 왜 저래! 천위라더니,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겁쟁이잖아!”

 

  아린이는 더욱 움츠려들었다.

 

  아린이의 세상은 어둠이었다. 주변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오고 어떤 충격이 있건 아린이의 세상에는 하늘도 땅도 없고, 사람도 동물도 없는 오직 어둠뿐인 세상이었다.

 

  “아소야······! 초란 누님! 노이아! 신아 님! ······대체 왜 여기로······!”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아린이의 등 뒤에 검은 불꽃이 나타났다. 검은 불꽃의 기둥. 아니, 기둥이 아니라 거인이었다. 이마에 솟은 검은 뿔 두 개를 가지고 어둠뿐인 세상을 다 덮는 열세 장의 날개를 가진 흑염의 거신이 붉은 눈을 빛내며 아린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아린이는 그것을 보고 바닥도 없는 세상에 주저앉았다. 과거의 공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 저게 ······왜, 왜······!”

 

  아린이는 주위를 둘러보고 뺨을 꼬집어 봐도 거신은 사라지지 않았다.

 

  거신의 붉은 눈이 아린이의 두 눈에 꽂히고 거신의 입은 쩍 갈라져 듣기 싫은 쇠 긁는 소리가 나왔다.

 

  [작고 나약한 필멸자가 또 다시 내 앞에 나타났구나. 그래, 이번에도 나의 힘을 탐하려 왔느냐? 아니면 네 육신을 내게 넘기려 왔느냐?]

 

  “나, 나, 나는······.”

 

  [나의 심계를 다 담지도 못할 정도로 나약하고 또 나약하구나. 그때와 변함이 없다. 여전히 무가치한 존재로다.]

 

  “······.”

 

  아린이는 아무 말도 못했다. 눈앞이 캄캄했다. 검은 돌에게 선택받았을 때, 저 악마는 지금과 같은 소리를 했다.

 

  아소는 선택받았다. 아소는 악마에게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린은 악마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아린은 두려움이 많았다. 천위의 제작 과정에서도 아소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아린은 죽었을 것이다. 아소의 능력은 출중했으나 아린의 능력은 그저 그랬다.

 

  아린은 그때와 같이 그저 무력하게 악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너를 지켜줄 혈육도 없으니, 너의 생 또한 끝이로구나. 이제 그만 네 육신을 포기하고 나를 받아들여라.]

 

  “······나, 나는······.”

 

  그때, 아린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당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이 새끼야! 내 동생한테서 떨어져!”

 

  거침없는 발차기에 거신의 신형이 일순 흔들렸다. 거대한 불꽃을 뚫고 아소가 나타났다.

 

  “······아소야!”

 

  “아린아! 누나보고 싶었냐!”

 

  만면에 미소를 띠운 아소가 아린에게 달려왔다. 아린이의 목을 감고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쾌활한 아소의 모습에 아린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재회는 오래갈 수 없었다. 흩어졌던 불꽃이 모여들어 형태를 이뤄 다시금 거신이 나타났다. 검은 불꽃의 표정을 일그러뜨린 거신, 지옥의 왕이 소리쳤다.

 

  [어리석구나! 나는 불사의 존재이자 불멸의 존재. 하찮은 필멸자들이 감히 나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소가 거신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세우고 당당하게 대꾸했다.

 

  “X까! 병신아!”

 

  [이런 건방진! 귀여워해줬더니, 아주 기어오르는구나! 나는 네게 생명을 주었고 기회를 주었고 힘을 준 너희의 주인이다! 감히 주인을 물어뜯으려 들어?!]

 

  “너 같은 새끼한테 받은 생명도 아니고 기회를 달라고 한 적도 없고 힘을 달라고 한 적도 없어!”

 

  아소가 글라디우스를 들고 거신에게 달려들었다. 형태를 갖춘 거신의 팔은 강철과 같은 강도를 자랑하며 글라디우스를 쳐냈다.

 

  [이런 하등한 인간의 무기로 날 이길 성 싶으냐!]

 

  끝없이 깊은 지옥에서 인간의 원념을 가지고 부정(不淨) 속에서 살아가는 지옥의 왕을 인간의 지혜에서 나온 무기로 죽일 수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은 인간이라는 종족의 한계이자 지옥의 왕이 가지는 불멸성이었다.

 

  몇 번 안 가 아소의 글라디우스는 날이 다 빠지고 금이 가 부러졌다. 반면 거신의 몸에는 상처 하나 없었다. 오히려 타오르는 불꽃 때문에 아소의 몸에 화상의 상처만이 생겨났다.

 

  [이제 그만 죽어라.]

 

  지옥의 왕이 한쪽 팔을 들어 올리고 선고했다. 왕이 말하는 것은 육체의 죽음이 아니라 마음의 죽음이다. 왕과 아소와 아린은 검은 돌을 매개로 해서 서로의 심계(心界)를 공유한다. 누군가의 마음 혹은 영혼을 죽인다면 주인을 잃은 육체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 바꿔 말하면 마왕의 화신(Avatara) 강림.

 

  왕의 날카로운 손톱이 아소의 심장을 노리고 쏘아져갔다. 한 자루의 대검이 나타나 검은 손이 쏘아져나가는 진로를 방해했다.

 

  “큭!”

 

  검은 손은 아소의 심장이 벗어나 왼쪽 옆구리를 흩고 지나갔다. 그래도 위력은 줄어들지 않았다. 살이 뜯겨나가고 피가 철철 흘렀다.

 

  “아소야!”

 

  “넌 저거에 집중해!”

 

  달려오는 아린이를 만류한 아소는 검은 손을 피해 뒤로 물러났다. 앞에서는 아린이 이전과 다른 태도로 적극적으로 공세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린의 대검은 현자의 돌의 힘에 오랜 시간 영향을 받은 특수한 강철로 제련한 검이었다. 글라디우스는 신아가 아공간에 처박아 둔 로마의 평범한 검이었지만, 아린의 대검은 지옥의 왕에게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몇 안 되는 무기였다.

 

  황금손잡이에 파란 보석이 박혀있는 대검의 이름은 발뭉(Balmung). ‘상처’라는 뜻에 걸맞게 천위를 위해 희생된 아이들의 상처의 핏물로 제련한 검이었다. 검은 돌의 힘과 제물들의 고통이 새겨진 검. 그것이 발뭉이었다.

 

  이와 반대로 아소의 검은 길고 폭이 넓은 전형적인 바이킹 소드로 ‘분노’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그람(Gram)이었다. 이 또한 검은 돌의 힘과 제물들의 분노가 밀집된 검이었다.

  다만 평소에는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검 두 개 다 단검의 형태로 남아있지만 전투 시에는 본래 모습으로 변했다.

 

  부서진 글라디우스를 내던진 아소가 허벅지에 달린 단검을 꺼내들었다. 빛의 입자들이 검에 모여들어 단검이 바이킹 소드로 변했다.

 

  “넌 뒤졌어!”

 

  아린이 상대하고 있는 거신의 등 뒤로 돌아간 아소가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순식간에 거신의 어깨 높이로 올라간 아소의 그람이 거신의 목덜미를 거칠게 물어뜯었다.

 

  뼈가 들어날 정도로 살이 뜯겨져 나갔으나 거신의 몸은 검은 불꽃이 타오르며 다시 복구되었다.

 

  [너희의 힘은 내가 준 것이다! 너희는 나의 것이고, 너희의 무기는 나의 일부다! 그것으로 날 쓰러뜨릴 수 있을 것 같으냐!]

 

  “크윽!”

 

  거신의 고함 한 번에 아소와 아린이 뒤로 수십 미터는 밀려났다. 그럼에도 거신이 팔을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아소와 아린은 다시 한 번 뒤로 밀려났다.

 

  [음? 이런 벌레 같은 것들이······.]

 

  거신의 팔 위에는 아소와 아린이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달리는 아소와 아린의 머리 위로 거신은 또 다른 팔이 내리쳤다.

 

  “칫!”

 

  “흡!”

 

  아소와 아린은 위로 뛰어 거신의 팔을 피했다. 달리는 그들 앞에 거신의 팔에서 솟아난 가시와 검은 불꽃이 그들을 막았다.

 

  “아소야!”

 

  “그냥 뚫어!”

 

  아소의 한 마디에 그람과 발뭉의 보석이 빛났다. 뜨겁게 달궈진 대검은 가시를 부쉈고 마찬가지로 뜨겁게 달궈진 바이킹 소드가 검은 불꽃을 꿰뚫었다.

 

  타앗! 아소와 아린은 순식간에 거신의 얼굴에 도착했다. 거신은 붉은 눈동자가 움직여 눈 밑에서 움직이는 아소를 노려봤다.

 

  [감히 누구 밑에서······!]

 

  푸욱!

 

  거신이 말을 끝맺기 전에 아린의 대검이 거신의 오른쪽 눈에 박혔다. 눈이 너무나 거대해 보잘 것 없는 상처였으나 눈은 신체에서 가장 연약하고 부드러운 부위였다. 어떠한 상처이든 그것은 극심한 고통을 동반한다.

 

  [끄으으으윽!]

 

  자그마한 상처에도 흐르는 피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거신이 이리저리 팔을 휘두르는 사이, 아소의 그람이 거신의 왼쪽 눈에 꽂혔다. 눈의 정중앙에 깊이 파고 들어갔다.

 

  [끄아아아아악! 이 건방진 개자식들! 감히, 감히······!]

 

  거신의 고개가 크게 젖혀졌다. 흔들리는 거신의 얼굴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아소와 아린이 떨어졌다.

 

  “꽉 잡아!”

 

  떨어지는 아소의 손을 잡은 아린이 굳세지만 밝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두 사람은 끝없이 추락했다. 깊고 깊은 어둠 속으로, 거기서 입을 벌리고 있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계속 떨어졌다.

 

  쩡!

 

  그때, 무언가 균열이 가는 소리가 울렸다. 균열의 근원은 거신도 나락도 아니었다. 무한한 심계의 하늘에게 해당하는 부분, 바로 그곳에서 발생한 균열이었다.

 

  쩌어어억―!

 

  검은 하늘이 무너지고 있었다. 균열의 확장은 온 하늘을 지나 공간 전체로 퍼졌다. 균열의 틈새로 새어나온 따뜻한 온기와 빛이 들어왔다.

 

  빛은 거신의 몸을 태웠고 아소와 아린의 몸을 따뜻하게 감쌌다.

 

  [······설마 하찮은 필멸자들에게 나의 심계가 무너질 줄이야. ······그래, 그 의지 하나만은 인정해 주마. 허나 결코 긴장을 놓쳐서는 아니 될 것이다. 너희의 의지가 미약해진 순간, 너희가 자만하는 순간, 너희 마음속의 검은 뱀의 독이 다시 한 번 너희를 삼킬 것이다.]

 

  아소와 아린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거신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졌다. 거신이 사라진 자리, 가장 큰 구멍이 뚫린 하늘에서 빛이 내리고 있었다.

 

  “아소야!”

 

  “아린아! 날 찾아와! 나는······!”

 

  아린은 아소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했다. 심계가 부서지면서 두 사람의 이어진 의식도 끊어졌다.

 

  하나의 세계가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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