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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승려 포청천
작가 : 설매1
작품등록일 : 2019.10.18

저는 자연이 수려한 강릉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강릉을 사랑하며 살 것이기에 이곳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현제의 삶에서 과거의 삶에 도전하는 <승려포청전>은 이어질 것입니다.
이번 제 4회 대한민국 창작소설 공모대전에 출품하기로 한 장편소설은 처음부터 두렵고 두려운 작품었습니다. 모든 것이 선에서 이루어진 신의 세계는 생각지도 못했던 사의 세계를 이야기로 전게되면서 그럴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습니다. 역사적 인물 고려왕건의 일대기는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영웅의 실화입니다. 그럼에도 그 영웅의 사후 세계에 있음직한 죄를 다루게 되었고 그 영웅의 부인 29명에 대한 올곧지 못한 점을 찾아 세상에 이슈가 되었던 미투에 접목 시켰습니다.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왕건시대 전쟁으로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의 반란을 안정시키는데 탁월한 엄변으로 변론하여 왕건죽음 49일 동안 그의 죄가 타당함을 밝혀 하늘세상의 옥황상제 품으로 올려 보내는 과정이 주목 할 만 한 스토리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저는 불가에 입문하여 수 십 년 동안 의심을 풀기위한 목적으로 부처 가까이에 항상 있어야 한다는 이유가 일상속에 합께 하였습니다. 신의 세계를 평정하는 승려 일현은 불현듯 마음에서 일어나는 한 생각에 모든것을 초개 처럼 버리고 슬려의 길을 살면서 망자가 돤 왕건의 죄를 풀어가는데 반전과 반전의 기회를 적절하게 하여 소설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노력 하였슴니다. 감사합니다.

 
12화
작성일 : 19-10-18 21:22     조회 : 263     추천 : 0     분량 : 8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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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안녕히 계세요. 오라버니, 형님도 안녕히 계세요.”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렸다. 가족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쩌다가 서로 왕래할 수 없는 곳으로 갔는지 원망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이별이란 슬픈 것이다. 옆에서 안타까워하는 마젤란을 생각하여 수인은 길을 재촉하였다. 올 때 타고 왔던 말 두필에 각기 올라탔다. 동이 트자 떠날 준비를 하였기에 오르막으로만 되어 있는 대관령 재를 넘을 생각을 하니 지체 할 수 없었다. 언제 다시 올지도 모르는 고향 길 동해바다에서 붉은 해가 떠오른다. 말고삐를 재촉한다. 집을 나서니 그동안 비워두었던 회사의 일이 수인의 슬픔을 잊게 하였다. 몇 구비를 돌아 오르기만 하다 보니 말이 헉헉거렸다.

  “수인씨 쉬었다 갑시다.”

  마젤란은 수인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말고삐를 잡고 세웠다. 그때서야 마음을 추스른 수인은 마젤란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은 말에서 내렸다. 대관령을 내려 올 때나 올라 갈 때나 질러간다는 반정의 길을 택할 수가 없었다. 아흔 아홉 구비를 봇짐을 지고 오르내리는 보부상들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은 대관령구비는 동해바다의 해를 품고 아침을 열고 있다. 수인은 이제 남편이 된 마젤란과 둘이라는데 외롭지 않았다.

  바닷길을 걸었고 경포 호수를 걸었다. 마젤란이야 바다를 왕래하며 사업을 하였지만 수인은 서라벌에서 바다를 오가는 사람들을 상대하였다. 성인이 되에 그리웠던 동해안 바다 가를 걸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보며 추억을 만들었다. 어린소나무 숲에 들어 마음껏 속삭였다. 백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산, 천, 초목이다. 인간의 모습이 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고향에 두고 돌아서야하는 어머니가 수인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한 없이 대관령 고개를 올려다 볼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뜨겁다. 함께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어려서 혼인할 때까지 자식 낳고 살아온 고향을 싶게 떠나는 사람은 적다. 이별이 서러워도 고향을 떠나면 아들 걱정이 앞설 것이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런 저런 생각에 대관령 아흔 아홉 구비는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어서 외롭지 않게 말에 올랐다, 내렸다, 길을 재촉하여 힘들지 않았다.

  강원도는 산과 바다가 어우러져 산세가 수려하다하여 옛 성인들이 한 번씩 다녀가며 흔적을 남긴 곳이 많이 있다.

  사명대사가 들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아 두었더니 새잎이 트고 뿌리를 내려 나무가 되었다는 곳에 초여름 소나기가 골짜기 바위를 넘어 아래로 곤두박질하는 날 성지 술래를 떠났다. 길을 되돌릴 수 없는 순례 길에 여름소나기가 우리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성지 순례 버스 한대를 큰길에 세워 두고 정선에 있는 정 멸 보 궁에 들어갔다. 처음 와 보는 길이 비가 가랑비로 변하여 우산을 쓰지 않고 그냥 걸었다. 깊은 곳이라 산안개가 내려와 성지 둘레를 맴돌아 음침하여 기분도 습했다.

  성지 입구에 다다르니 미리 말하였던 대로 사명대사가 꽂아 두었다는 지팡이 나무에 잎이 피어 촉촉한 가랑비에 젖고 있는 곳에 닿았다. 그리 크지도 않는 나무아래 동전이 수북이 쌓여 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곳에다 동전을 허비한 적이 없지만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장난스런 마음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안으로 들어가고 뒤로 처진 나는 그곳에 앉았다. 나무 밑에 수북이 던져져 있는 동전을 한곳으로 끓어 보았다.

  “가져가야지.”

  혼자 말처럼 중얼거렸다. 두 손이 동전에 닿는 순간 전전기 흐르듯 전신의 전율을 느꼈다.

 “윽” 무언의 기가 손놀림을 멈추게 한다. 당연히 미소를 띠며 손놀림을 멈추고 그곳을 떠났다.

  인간은 가끔 자기의 능력을 과시해본다. 보 궁 이라, 곳 기와 장 하나에도 예사롭지 않게 귀하다. 날씨가 청명하지 못한 길을 택하다 보니 둘러볼 마음의 여유도 없이 돌아 나왔다. 살아가는데 양념처럼 별스러운 일들이 입을 통해 전해진다. 그 자리에서 그러한 행동을 하였다 함은 그곳의 산세가 어떠했으며 보 궁이란 무언가 예사로운 터전이 아니라는데 있다. 느낌이 있는 기도처는 신선하고 참 기운이 있다는 것을 공감하며 보궁을 나왔다.

 

 

 

 

  고려 촌에서 이틀 밤을 지났다. 아직 걸어갈 자신이 없다. 이튼 날도 끝없는 길 황야에 보부상들의 발걸음이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가고 지나간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못하고 바라보고 있다. 발바닥 통증이 며칠 더 쉬어 가야 할 것 같다. 여인이 웃으며 한마디 한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길을 서두르지 마세요. 묵어갈 밥값이라면 걱정 하지 마시구요. 아무려면 스님 주머니를 탐 하겠습니까. 손님도 없는 집에 동무라도 해 주시는 스님이 저에게는 위로가 되고 고맙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주막에 손님이 들지 않은 무슨 다른 연유가 있지나 않은지 스님께 여쭙습니다. 부담을 드리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해 보니 이상하여 그럽니다. 일현을 쳐다보며 애원하듯 묻는다.

  지남 밤에 잠을 설쳤다. 꿈인지 생시인지 주막집 둘레가 시끄러웠다. 검은 밤에 검은 그림자가 왕래하고 있었다. 길 다란 그림자 하나가 그 여인이 자고 있는 방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밖에서 웅성거리는 다른 그림자들은 여인의 방에 들어간 검은 그림자를 호위하여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입고 있는 검은 것이 군복차림인 것으로 보여 ‘저 사람은 이 여인과 어떤 관계이기에 여인의 방에 마음대로 들어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밤을 새웠다. 여인의 방으로 들어간 검은 그림자는 밖의 그림자와 무엇인가 달랐다.

  그랬는데 여인의 말을 듣고 보니 무엇인가 잘못 되었다는 걸 알았다. 웃었다. 꿈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지난밤의 일을 알아보기 위해 조용한 가운데 선에 들었다. 그 사내는 여인이 자는 이불속으로 들어가 남편인양 자연스럽게 여인의 속살을 만지고 여인을 애무하였지만 여인은 잠속에서 알지 못하고 있었다.

  “누굴까”

  검은 그림자의 실체를 알아야 한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검은 그림자는 문을 열고 나왔다. 밖에 서 있던 그림자는 방에서 나온 그림자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 여인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자고 있었다.

  또 지켜볼 일이다. 누가 그리 당당하게 여인을 탐하는지 알아볼 일이다. 여인의 얼굴을 살폈다. 몸이 불편한 기색도 없다. 보통 그런 현상을 겪는 사람은 어디든 몸에 병색이 나기도 하는데 그러한 기색이 없는 것을 보니 검은 그림자가 병을 옮기는 그런 귀신은 아닌 것 같았다. 이 사실을 여인이 안다면 어떤 마음일까. 무슨 연유인지 알아 떼어낼 수를 생각해야 한다. 밤의 그림자가 어떤 집 안을 왕래 하고 있다면 그 집의 기운은 자유로울 수 없다.

  발의 통증이 덜해 지자 발바닥을 길들이기 위해 고려 촌 여기저기를 탐문해 보기로 지팡이를 짚고 마당을 나섰다. 생살이 문드러진 발바닥이 땅을 밟으니 아리고 아팠다. 무리하였다가 다리에 탈이라도 난다면 안 되기에 양말을 두 개로 겹 처 신고 뒤 끔 치에 힘을 주고 조심조심 마을 둘레를 돌아보았다. 이미 마을은 텅 비어 있었다. 주막을 비롯해 마을 사람들은 들에 나가고 없었다. 할일이 바쁜 그들은 그렇게 고려 촌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자갈 밭과 묵밭을 일구어 곡식을 심고 가축을 기르는 고려인들은 하루 종일 일터에서 보내고 저녁때가 되면 부랴부랴 집으로 온다. 보부상들을 기다려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이 모자랄 지경의 넓은 대지를 둘러보았다. 가물가물 사람의 움직임이 보인다.

  고려 중심지인 옛 신라는 귀족들이 평야의 땅을 다 차지하고 있어서 서민들 명의로 된 땅 한 떼기 가져보기 소원이다. 이들이 고향에 돌아 가 봐야 뻔 한 일이다. 이곳 사람들은 노력 하는 만큼 가질 수 있는 땅을 희망으로 삼고 밤인지 낮인지 땅을 개간하여 일구어 넓혀 나가는 기쁨이이야말로 무엇에도 비길 수 없다. 인간의 힘은 어디에서나 국력이고 자본이고 자신을 지키는 행복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태어나면서 손에 흑 한번 만져 보지 않고 살았지만 고려인들의 모습에서 끈끈한 정을 느꼈다. 희망은 어느 곳에 있어도 빛난다. 고려 촌 사람들의 삶이 더 크게 보였다. 끈질기게 살아왔던 숨소리가 희망으로 가득한 고려촌의 긴 생명인 황야를 한눈에 담을 수는 없지만 그들과 함께 숨 쉬고 있다는 현실이 놀랍다는 생각을 하였다.

  정성으로 발을 치료해 주는 주막의 여인과 스스럼없이 친해졌다. 여인은 매일 해뜨기 전에 흑 맥질을 하고 주위를 쓸었다. 어느 산사 마당보다도 더, 싸리비 지나간 자리는 없어도 마당 안을 신선하게 하였다. 할 일이 적은 여인은 마당을 쓸고 또 쓸었다. 그러한 여인의 마음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밤 꿈을 회상해 본다. 그들을 만나 자초지정을 들어보고 이 집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해가 질 무렵이 되면 검은 그림자들은 마당어귀에 서성인다. 주막에 들려는 보부상들의 발걸음을 막고 사람이 들지 못하도록 속삭인다. ‘이곳은 당신들이 머물 곳이 아니요.’ 하고 돌려보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고려 왕궁에서 억울하게 죽은 영귀들을 천도했던 일들이 새삼 떠오른다. 분명 오랑캐의 무리들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않고 이집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의심을 풀어내야하는 현실을 비켜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 바탕 집 주위를 쓸고 닦고 했던 여인이 땀을 닦으며 마루에 걸터앉는다.

  “더럽지도 않은 마당을 매일 쓸고 닦으십니다.”

  일현이 먼저 말을 걸었다.

  “습관이 되었나 봅니다.”

  옛 말에 물이 맑으면 고기가 살지 못한다고 하더이다. 집안이 너무 깨끗하여 묵어갈 사람들이 마당에 들어 발자국 내기가 어렵지 않을 까요. 마당에 집 푸 라기도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것이 사람 사는 집안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저 같은 사람들은 마당에 검 부지를 쓸어 내는 것이 자신의 마음을 닦는 수행이라고 합니다만 이 집은 사람들이 들라 날라 하여야 하는 주막집이 아닙니까. 수순해 보이는 주막이 하루 쉬어 가는데 편합니다. 하룻밤 쉬어갈 나그네가 선득 발을 들려 놓을 수 없는 환경인 것 갔습니다. 발을 드려 놓아도 강하게 전해지는 느낌이 없는 순수함이 있는 집이 좋을 겁니다. 저 같은 경우는 깨끗함이 마음에 들어 집안에 들어왔지만 지나가다 하룻밤 쉬어가려는 사람은 자신의 행색을 돌아보게 될 것입니다. 내일부터 그러한 마음에서 해방되어 보세요. 겁부지가 마당 한 구석에 모여 있으면 어떻습니까. 상대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인데요. 여인의 허허로움을 쉬게 하고 싶었다.

  “정말 그럴까요. 그나마 먹여 살릴 가족이 없으니 굶어 죽을 일은 없어 다행이지요.”

  여인은 하늘을 처다 보고 웃었다.

  사람이 들어야 하는 곳에 사람이 들지 않는다는 건 무언가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고 집 주위가 불편함이 있다는 증거다. 손님이 없는 주막은 바람도 차갑다. 손님 없는 주막은 무엇이든 의심해 보아야하는 것이다.

  “무슨 방도가 없겠습니까?”

  여인은 답답함을 일현을 처다 보았다.

  “제 생각에는 그리 하신다면 손님이 들어 올 것 갔기도 합니다.”

  그녀의 마음에 병 같은 것이 있었다. 그러한 것이 보였다. 습관에 길 드려진 마음을 무시 할 수 있다면 병은 고친다. 병인 줄 모르고 행했던 일상이 잘못 되었다는 걸 깨닫고 고처보기로 마음먹었다. 들고 있던 싸리비와 매일 들고 맥질하던 흙물이 담긴 구박을 치워야 했다. 눈에 보지지 않은 곳에 숨겨 놓으려는 행동이다. 매일 해왔던 행동에 물건이 보이지 않는다면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시 인식하고 그러다보면 그 하루가 이틀이 되어 자연스럽게 그 올가미에서 벗어날 것이다.

  행동에 대한 충동이 강하게 일어 날 때는 어찌 하느냐고 물었다. “제가 병에 걸린 겁니까?” 한다.

  “위로 받고 싶은 습관이지요. 그런 마음을 세 번만 참아 보세요, 그러면 됩니다.”

  그녀 마음 안에 명령 같은 것이 잠재되어 있었다. 그 검은 그림자의 정체는 오랑캐의 우두머리 니탕게였다. 니탕게는 한때 고려 정벌에 나섰다가 패하여 포로가 되어 고려에 귀하 하였던 자다. 다시 오랑캐의 대장으로 복귀하여 싸우다 고려 북방정책에 함락되어 죽었다. 그의 억울함이 죽어서도 고려 촌을 떠나지 못하고 밤마다 여인 몸을 탐하여 죽어서도 부하들을 부리며 여인 집을 장악하였다. 살아 있는 사람은 여인 집에 얼씬 못하게 하여 죽어서도 대장노릇을 하고 있었다.

  이튼 날도 주막은 손님 한 사람 들지 않고 호롱불만 깜박거렸다. 저녁상을 물리고 선에 들어 그들이 이집을 떠날 수 있는 대책이 무엇일까 탐구하고 있었다. 밤이 이슥해 지자 그들의 세상이 되었다. 일현을 귀신 눈으로 보기 어렵다. 그랬기에 그들이 확실하게 느끼지 못했다. 일현이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기로 마음먹었다.

  “이보게,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는 이 집에 저 중놈은 어떻게 들어 올 수 있었지.

  대장은 모르는 모양인데 어쩌지 알려드려야 하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현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들을 불렀다. 방에서 부르는 소리에 귀신은 혼미 백산이 되어 놀란다.

  “이보시오, 할 말이 있으니 방으로 들어 오시요.”

  인간의 눈에 우리가 보인단 말인가. 그들은 서로 쳐다보며 놀라고 있었다. 그 순간 무엇인가 그들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단번에 일현 앞에다 무릎을 꿇렸다. 항상 일현을 보호하여 따라다니는 법의 수호신인 두 분 신장님이다. 눈알을 부라리며 귀신들 앞에 나타난 신장님은 귀신들 오금을 저리게 하였다. 일현 앞에 무릎 꿇고 엎드린 귀신들을 훈계하였다.

  “당신들은 분명 죽은 귀신인데 무슨 연유로 산자의 집에 들어와 행세를 하고 있소,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분명하거늘 겁도 없이 여인의 주막을 장악하여 생계에 이로움을 주려 들어오는 손님을 마음대로 막고 있는 것이요!”

  뒤에는 두 신장이 눈을 부라리며 금방이라도 쇠망치를 내리칠 기세로 서 있었다. 그들은 사시나무 떨듯 고개를 조아려 떨리는 말로, “저희들은 전쟁에 나왔다가 죽었습니다.”

  “전쟁에 죽은 사람이 당신들 뿐만은 아니요. 수많은 젊은 장병들이 이 나라 저 나라 할 것 없이 죽었소. 그런다고 당신들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이 집에 들어와 산 사람의 피해를 주는 게 얼마나 큰 죄를 짓는지 알고나 있으시오.

  당장 이집에서 나가시오!”

  일현의 호통소리는 그들 귀에 땅이 울리고 집이 흔들렸다. 그들은 신장의 움직임을 보고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들 뒤를 따라 나간 신장 두 분은 마당을 장악하고 있던 귀신들을 철퇴를 휘 들러 다시 얼씬도 못하도록 멀리 쫓아 버렸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다. 수호 신장이 오랑캐 우두머리인 니탕게의 멱살을 쥐고 일현 앞에 무릎을 꿀렸다. 니탕게는 정신이 혼미하여 고개를 땅에 대고 엎드렸다.

  “당신이 이집 여인의 남편이요!”

  니탕게는 이 무슨 날벼락인가, 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잠시 생각 중이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였다가는 몸이 가루가 될 지경에 처해 있음을 직감하고 모기만 한 소리로

  “아닙니다.”

  그러나 신장의 거대한 발이 니탕개 목을 눌렀다.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부들부들 떨며 잘못을 빌었다.

  남편도 아닌 도적놈이 저녁마다 여인을 탐했다니, 뻔뻔하고 가증스러운 짓을 하고도 용서 받기를 바라시오. 일현은 귀신들 습성을 알고 있었다. 귀신은 살살 다루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기선 제압을 하여 니탕게가 벌벌 떨게 하였다. 니탕게 뒤에는 수호신 신장이 철퇴 망치를 들고 내리칠 기세로 서 있다는 걸 니탕게도 알고 있다.

  여인은 오랑캐에게 잡혀와 고향에 돌아기지 못하는 불상한 여인이다. 너와 아무 연관이 없는 저 여인을 업 수이 여겨 지금껏 행한 일은 용서해서는 안 될 것이나, 다행이 저 여인은 당신의 행동을 알지 못하고 있으니 당장 이집에서 나가시오. 보이지 않는 몸을 이용하여 마음대로 여인을 탐하다니 내 입에서 더 험악한 소리가 나오기 전에 이집에서 나가 다시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멀리 떠나시오. 마당에 있던 귀신들은 간곳이 없이 사라졌으니 그들을 찾을 생각은 마시오.

  살려 준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고개를 들지 못하고 엎드려 빌었다. 그러자 수호신장 두 분이 니탕게의 뒤 낚아 채 문을 차고 나갔다. 수호신 도움으로 해결 되었다. 하루 이틀 타일러 보내려고 하였는데, 그들 무리를 항복시키기에 여인에 대한 애착이 깊은 것 같아 도움을 청했던 것이다.

  멀리 개짓는 소리 들린다. 어둠이 깔아놓은 적막의 밤에 허허로운 주막집 호롱불이 암흑의 시간을 덜어준다. 일현은 눈을 감고 앉아 있었다. 세상의 이치에 걸 맞는 삶은 무엇일까. 잘못 된 기준은 죽은 자 만의 것은 아니다. 차가운 기운으로 일관했던 집안의 풍경이 사라난다. 마당 붉은 흙이 스물 스물 부드럽게 숨구멍을 열었다. 길 어귀에 서있던 나무 잎이 새벽이슬을 마시고 반짝 거린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소리 없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귀신이 떠난 자리는 이웃의 따뜻한 마음과 환경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튼 날 여인이 마당 쓰는 것을 보지 못 하였다. 뜰 사이마다 흑 맥질하는 것도 보지 못했다. 아마 오래 동안 잠속에 빠져 손님 맞을 일을 잊었는지도 모르리라.

  새벽까지 눈꺼풀이 합일이 되지 않아 밤이 낮인지 낮이 밤인지 가름하기 어려운 시간에 허공을 타고 내려왔다. 직선의 끝이 보이지 않아도 무섭지 않았다. 신나게 내 달려 내려오다 허공벽면에 붙어 물을 찾다 깨었다. 꿈인가? 창문이 환이 밝았음에도 눈을 감고 있었다.

  보부상 무리에 합심하여 걸었다. 터져 진물이 났던 발이 뽀송하여 걷는데 무리가 없었다.뒤 돌아 볼 사이 없이 멀어지는 고려 촌을 물리며 걸음을 빨리했다. 어린 나이에 보부상 대열에 끼어 걷고 있는 뒤를 바짝 따라 붙었다. 짐이라도 거들어 주려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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