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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 마음 - 반려(伴侶), 너의 자리
작가 : 지연(금난비)
작품등록일 : 2016.10.7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 이벤트에 당첨된 지연. 일생일대의 행운에 부푼 기대를 안고 찾아간 매장에서 이제 막 상위 0.1%의 고급 대접을 받으려던 그 때, 정말 생뚱맞게도 공간 이동을 한다. 그래. 좋다, 이거야. 공간 이동, 차원 이동 이런 거 전부 내가 원하던 일이란 말이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순간! 내가 속옷을 갈아입는 이 순간이냔 말이야! 그리고 처음 마주친 사람은 칼을 들고 설쳐대는 미친놈이라니! 나 그냥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래! 앙큼 내숭 변태녀와 냉혹 까칠 우울남의 마을 재건 프로젝트 시작!

 
1화. 10분 전만 해도 평범했어.
작성일 : 16-10-07 21:12     조회 : 629     추천 : 0     분량 : 7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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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우와."

 

 밤 10시, 고급 주택가의 어느 곳.

 

 작은 소음조차 없는 적막한 공간 한가운데.

 

 그 고요함 속으로 미세한 소리가 번져 나갔다.

 

 평상시에는 들을 수 없는 순수한 감탄이었다.

 

 번져나간 소리가 닿은 것인지,

 

 갑자기 나타난 낯선 이의 방문에 놀란 것인지…

 

 주변의 건물들보다 우뚝 솟아 온몸으로 강한 빛을 뿜어대던 빌딩이

 

 별안간 반짝반짝 빛을 내며 요란을 떨어대기 시작했다.

 

 가라앉은 시야가 한껏 소란스러워졌다.

 

 

 "우와, 진짜 예쁘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아름다움에 연신 감탄사만을 내뱉고 있었다. 말로만 듣던 동네여서 그런지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고급스럽고 당당해 보였다.

 

 지금 그녀가 밟고 서 있는 차가운 시멘트 바닥조차도.

 

 

 "아, 이러면 안 되지. 오늘은 안 그러기로 했잖아. 오늘만 제발, 지연아. 오늘만... 당당해지자, 지연아."

 

 

 입술을 비집고 나온 소리와는 달리 시선은 여전히 바닥을 향해 있었다. 오늘을 위해 큰마음 먹고 산 신발이 눈에 들어왔다. 며칠 동안 고민고민하다 산 최신 신상품이었다.

 

 새 신발답게 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어여쁨을 뽐내고 있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은 점점 일그러지고 있었다.

 

 

 '분명히 신상품이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까 왜 이렇게 촌스러워.'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도 어여뻐 연신 바라보던 신발이었다. 자신의 안목이 형편없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이곳과 어울리지 않는 것인지, 갑작스러운 짜증이 확 밀려왔다.

 

 

 "하아."

 

 

 깊은 한숨과 함께 빌딩을 올려 봤다. 힘겹게 보인 얼굴은 방금까지의 짜증이 아닌 비장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

 

 

 '오늘은 평상시의 소심한 내가 아니다.'

 

 

 손님으로, 그것도 특별한 손님으로 대접 받으러 왔으니 당당하게 들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붙박은 듯 오랫동안 멈춰있던 발이 주인의 명령을 받고 드디어 건물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와, 진짜 예쁘다."

 

 '아! 깜짝이야!'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그녀는 하마터면 큰소리로 비명을 지를 뻔 했다. 깊은 생각에 빠져 사람이 다가온 것도 몰랐던 것이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대변해주듯 그녀의 몸이 휘청 심하게 흔들렸다.

 

 

 "아,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넘어질 뻔한 지연의 손을 꼭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을 걸어오는 그녀는 정말

 

 작았고,

 

 

 "아! 혹시 이번 이벤트에 당첨되신 분이세요?"

 

 

 ... 컸다.

 

 자신보다 10cm는 작아 보이는 키였지만 밝고 당찬 모습이 그녀를 훨씬 크게 만들었다.

 

 대답을 종용하듯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귀여운 눈망울에 지연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긍정의 표현에 기쁜 것인지 그녀의 미소가 더욱 예쁜 모양을 지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저도 이번 이벤트 당첨자인데 지금 굉장히 긴장했거든요. 말로만 듣던 동네라 괜히 주눅도 들고. 촌스럽게 행동하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막상 와보니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같은 당첨자를 만나다니 긴장이 확 풀리네요. 아, 제 이름은 이연지예요. 반가워요."

 

 

 "아, 이지연입니다. 반갑습니다."

 

 

 거리낌 없이 다가오는 목소리가 너무도 청아해 지연은 저도 모르게 바보 같은 미소를 보이며 그녀와 마주했다.

 

 그녀의 말에는 거짓이 없었다. 잡힌 손으로 그녀의 긴장이 전해졌다. 나의 떨림과 그녀의 떨림이 강한 진동을 만들었다.

 

 손의 감각과 그녀가 한 모든 말이 지금의 나와 꼭 같다고 생각한 지연은 그녀에 대한 경계도, 지금까지의 긴장도 눈 녹듯 풀리고 있었다.

 

 

 '사람의 온기, 참 오랜만이다.'

 

 

 사람에 대한 순수한 감정을 느낀 것이 얼마 만인지, 처음 만났지만 지연은 이상하게도 그녀에게 눈이 갔고, 마음이 갔다.

 

 

 "우리 빨리 가요. 가서 오늘 하루 정말 최고의 대우를 받아 보자고요."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며 자신을 끄는 그녀의 작은 등이 참으로 옹골져 보여 지연은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그녀의 뒤가 아닌 옆에서 같이 걷고 싶다.

 

 지금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엉뚱한 생각을 하며 앞선 그녀의 옆으로 성큼 다가가 보폭을 맞추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거리에 있던 빌딩이 순식간에 커다란 문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커다란 덩치에 맞는 커다란 문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을 입고 위용 있게 서 있었다.

 

 

 "문도 굉장히 크네요. 두 사람이 세로로 들어가도 그냥 쑥 지나가겠어요. 저게 다 공간 낭비예요, 낭비. 돈이 많아서 그런가."

 

 "하하, 그러게요. 돈이 너무 많아서 펑펑 쓰고 싶나 봐요. 이런 이벤트를 하는 걸 보면."

 

 "그러게 말이에요. '28살, 경기도에서 1일에 태어난 여성'이 당첨자라니. 그런 무식한 조건이 어디 있어요.

 

 제가 인터넷에서 찾아봤는데 하루에 태어나는 신생아의 수가 무려 2,000명이래요. 근데 그 사람들한테 자신의 제품 중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다 퍼준다니,

 

 사장이 미친 게 분명해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머, 우리 당첨자분께서는 운은 굉장히 좋으신데 머리는 그에 미치지 않는 것 같네요. 오호호호호."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에 지연과 연지의 고개가 동시에 돌아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의 모습 모든 것에 정성을 들인 것이 분명해 보이는 화려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크고 위용 있어 보이던 문도 그녀가 등장하자 순한 빛만을 비치며 얌전히 존재를 감추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은 분명하게 알리고 있었다. 자신이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을.

 

 

 "네? 그게 무슨..."

 

 

 연지, 그녀도 많이 놀란 것인지 당당하던 목소리가 힘없이 사그라들었다.

 

 자신도 분명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아무리 봐도 그녀는 자신과 많이 닮았다. 지연의 얼굴에 또다시 작은 미소가 번졌다.

 

 

 "분명히 조건은 그렇지만 하루에 태어나는 아기가 전부 여성이 아니잖아요. 거기다가 경기도라는 제한 된 조건도 있고, 무엇보다도..."

 

 

 큰 비밀을 말하려는 듯 갑자기 말소리를 줄이며 심각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덩달아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꿀꺽.

 

 옆에서 들리는 침 넘어가는 소리에 하마터면 큰 소리로 웃을 뻔했다. 보지 않아도 지금 그녀도 긴장된 상태인 것이 분명했다.

 

 

 "무엇보다도! 그 말도 안되는 초대장을 믿고 이곳에 찾아온 사람은 두 사람이 처음이에요. 오호호호."

 

 "네?"

 

 "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초대장이라니. 초. 대. 장. 이라니!!!

 

 지연과 연지는 사장으로 추정되는 여자의 말에 뒤통수를 크게 맞은 듯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도 지연은 작은 안심이 됐다. 역시 그녀도 나와 같은 상황인 것이다.

 

 

 "저, 그건 당첨자 전원에게 주는 거 아니었어요?

 

 (응?)

 

 근데 그 초대장 받고 온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하긴 저도 몇 번을 확인했다니까요. 진짜인지, 아닌지.

 

 (으응?)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그렇게 많은 사람이 당첨된 건데 이상하게 사람들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는 내내 정말 불안했다니까요.

 

 (자, 잠깐)

 

 착각한 거면 어쩌나 하고요. 초대장에 저녁 10시라고 쓰여 있는데 혹시나 아침 10시를 잘못 썼나 몇 번을 확인했는지.

 

 (무... 무어?)

 

 그렇죠?"

 

 '그, 그렇죠는 뭐가 그렇죠야! 그럼 너는 초대장을 받았단 말이야!!'

 

 

 사장을 향해 종알거리며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늘어놓는 연지의 얼굴은 방금까지의 당황이 아닌 안도가 서려 있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던 지연의 얼굴은 그녀와는 반대로 점점 기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초대장이라니! 난 그런 거 받지 못했단 말이야. 뭐야, 그럼. 나 당첨된 것도 아닌데 여기 찾아온 거야?

 

 아니,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분명히 당첨자라면서. 조건만 맞으면 다 당첨자가 아니었던 거야? 초대장 얘기는 없었던 것 같은데 갑자기 초대장 얘기는 뭔데?

 

 잠깐만, 그럼 나는 초대장을 받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고 여기를 찾아 온 거지? 뭐야, 어떻게 된거야? 으악! 어떡해!'

 

 

 당황한 것이 역력해 보이는 지연의 모습에 연지의 눈이 급격하게 가라앉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순수한 의문이었다. 참 예쁜 눈망울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저 큰 눈은 그녀의 감정이었다.

 

 마주 보는 지연의 눈이 당황함을 감추지 못하고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번갈아 보는 사장의 얼굴에는 알 수 없는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순식간에 몰아친 두 시선에 피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지연은 연신 입술만 움찔거리고 있었다.

 

 

 "흐음."

 

 

 당황한 것이 분명한 모습으로 머뭇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지연의 모습에 사장은 이미 눈치를 챈 것인지, 반달로 웃고 있던 눈동자가 지금은 웃지 않고 있었다. 지그시 바라보는 시선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아침부터 안개가 참 많이도 꼈었는데 지금은 전혀없이 맑네요."

 

 "네?"

 

 

 의미를 알 수 없는 사장의 소리에 지연이 되물었지만 그녀는 대답 대신 묘한 미소만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찾아 온 정적. 누군가 자신의 목을 심하게 졸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

 

 '그래, 일단 사실대로 말하자. 들어가서 창피 안 당한 게 어디야. 생각해보니까 천만다행이네. 그런 망신이 어디 있어.'

 

 "후우, 저, 저는..."

 

 

 -띵동!

 

 정적을 깨고 들리는 생뚱맞은 소리에 세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여졌다. 지연의 주머니 속에서 휴대전화가 자랑스럽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내 너와 함께한 세월이 어언 반년, 항상 애지중지 널 아꼈다만 지금은...

 

 널 부숴버리고 싶구나. 하하하.

 

 

 "어머, 문자가 왔나 보네요. 빨리 확인해 보세요. 중요한 문자일지 또 알아요?"

 

 "네, 네? 아, 네."

 

 '중요한 문자는 무슨, 아마 또 스팸 문자겠지.'

 

 

 [아주 특별한 당신에게 보내는 초특급 초대장! 지금 이 초대장을 받으신 당신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행. 운. 아! 매장에 존재하는 상품들은 전부 당신을 위해 존재한다! 이 문자를 받으신 분들은 지체하지 말고 저희 매장으로 찾아 오세요. 최고의 서비스로 당신의 뭉친 마음을 사르르 풀어드릴게요. 그럼 기다릴게요.]

 

 

 '봐, 역시 스팸 문자잖아. 그것보다 빨리 말하고 집으로...'

 

 "어머, 친절한 우리 직원이 아무도 안 온다고 또 초대장을 보냈나 보네요. 하여튼 친절하다니까요. 올 사람은 알아서 찾아 올 텐데요. 그렇죠?"

 

 "아하, 하하하하하. ...네?"

 

 

 어느새 온 것인지 두 사람은 바로 등 뒤에서 지연의 손에 들려있는 휴대전화의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 연지는 까치발을 해가면서까지 휴대전화의 화면을 보려고 애를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굳이 뒤에서 보지 않아도 되는데...'

 

 

 굳었던 입매가 슬쩍 올라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에 이상하게도 자꾸 웃음이 나온다.

 

 

 '그래도 그렇지, 설마 지금 이 스팸 문자 풀풀 풍기는 촌스러운 문구가 초대장이라는 거야? 내가 전에 이런 문자를 받았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이런 거 받은 적 없는데...

 

 그냥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오라고, 오늘 하루는 24시간 활짝 열려 있다고, 그래서 사람들 없을 시간대로 골라서 최대한 늦게 온 건데.

 

 잠깐, 근데 그런 건 내가 어디서 들은 거지? 그리고 이 문자는 왜 지금 온 건데?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나 당첨자가 맞는 거야, 아닌 거야? 으악!'

 

 

 두 사람에게서 다시 문자로 시선을 옮긴 그녀의 눈이 불안으로 잔뜩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정말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맞아요. 이 문자! 저도 처음에 받고는 스팸 문자인 줄 알고 삭제하려고 했다니까요? 반신반의하면서 찾아 온 건데 그냥 넘겼으면 아까운 기회 놓칠 뻔 했어요.

 

 문자 보낸 사람은 어쩜 이리도 센스가 없는지 당사자 얼굴 좀 보고 한마디 하고 싶은...?"

 

 "어머, 어머. 그러셨어요? 무슨 말이 하고 싶으셨어요?"

 

 

 우아함과 교양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분명한데 지금은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묘하게 귀를 할퀴고 있었다.

 

 화났다, 저 사장, 화난 게 분명하다.

 

 자신의 명백한 실수에 연지는 입을 합 다물고는 사장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꼬물거리는 모양새가 참 귀여웠다.

 

 

 "하아, 저 아무래도."

 

 "자, 자. 어서 들어가요. 안 온다고 재촉하잖아요. 오늘은 여러분들이 주인공입니다!"

 

 

 -덜컥.

 

 자동문이라도 되는지 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크고 웅장한 문이 부드럽게 열리기 시작했다. 강한 빛이 더욱더 강하게 시야를 두드렸다. 마치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고 있는 기분이었다.

 

 

 '그래, 내가 못 올 곳을 온 것도 아니잖아. 스팸 문자 같지만 이렇게 번듯한 초대장도 왔고 무엇보다 사장이 맞는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어! 그래, 즐기자. 오늘 하루 멋지게 보내자!'

 

 

 "환영합니다, 고객님."

 

 

 뿌옇게 서려 있던 빛이 걷히자 보이는 장면은 참으로 장관이었다.

 

 수 십 명의 직원들이 각이 잡힌 모습으로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우리를 위해, 지연 자신을 위해 길을 만들어 주고 있었다.

 

 그 모습, 그 장면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인지라 왈칵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내가 상상하던 그대로의 모습이야!'

 

 

 *

 

 

 - 철컥!

 

 "... ..."

 

 "... ..."

 

 

 - 달칵, 철컥.

 

 "... ..."

 

 "... ..."

 

 

 - 달칵.

 

 

 '문이다. 분명 탈의실 문이 확실해.'

 

 

 다급하게 문을 더듬거리는 지연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엇에 그리 놀란 것인지 공들여 화장한 얼굴에 식은땀까지 주륵 흐르기 시작했다. 말끔하던 얼굴에 얼룩이 생기고 있었다.

 

 

 '맞잖아, 문. 맞잖아. 근데... 지금... 응? 뭐, 뭐야... 아, 아니야. 아니야. 내가 헛것을 본 거야. 진짜 좋아서 정신이 나갔나.'

 

 "후우."

 

 

 방금 본 눈앞의 광경을 강하게 부정하며 지연은 다시 한 번 탈의실의 문을 슬그머니 열었다. 그 동작이 너무도 조심스러워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짧은 한숨이 길게 느껴졌다.

 

 

 - 철컥.

 

 "... ..."

 

 "... ..."

 

 

 분명히 이 문을 열고 나가면 화려한 배경의 매장이, 우아하지만 나사 풀린 것 같은 사장이 밝은 빛을 비춰주며 웃음으로 반겨줄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부끄러움에 몸을 배배 꼬겠지. 그래야 했다... 분명 그래야 맞는 건데…

 

 

 "끼유우우우우우, 끼유끼유우우."

 

 

 지금 들리는 저 괴상 망측한 울음 소리는 뭐고,

 

 

 "우우, 우아아아아아악."

 

 

 원숭이 소리도, 돼지 소리도 아닌 소리로 울어대며 나에게 다가오고 있는 저 흉측한 생물체는 또 뭐며,

 

 그것과 더불어 나를 바라보고 있는 이 남자는, 이 남자는 심각할 정도로, 정말 심각할 정도로…

 

 잘생겼다.

 

 

 '웬일이야.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어. 어떡해. 몰라, 몰라. 그렇게 쳐다 보면 코피 나올 것 같잖아. 아잉.'

 

 

 스르릉.

 

 

 "하앗!"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이 아니잖아! 다짜고짜 칼을 뽑아들고 돌진하는 저 미친 새끼는 다 뭐냐고!! 왜 저런 미친놈이 여기 있는 거야!!! 아아악!!!!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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