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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숨바꼭질 -5-
작성일 : 19-10-18 15:34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3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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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되겠군. 우선 얘기부터 먼저 듣는 건 어떨까?”

 

  새치름히 눈을 가늘게 뜨고는 옹은성을 향해 앵앵거리며 칭얼대는 백포도. 하나 보통의 남자들이었다면 나중에 듣겠다며 다시 달려들었을 모습이었을 뿐 눈앞의 옹은성에겐 수가 뻔히 보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걸로 쉬이 넘어갈 이가 아니라 묵묵히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결국 무안해져버린 백포도가 그 무안함을 표정에 드러내지 않고 적당한 선의 칭얼댐을 담아 말했다.

 

  “너무하시는군요. 소녀는 죽을 것 같사온데. 이리도 매몰차게 하시다니. 수장님께선 소녀를 믿지 못하시는 것이옵니까?”

 

  “……내 어찌 너와 같은 여인을 두고 이리 대화를 나누고 싶겠느냐. 대화는 몸으로 하면서도 충분히 하고도 남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내 도저히 그냥 하기엔 네가 갖고 있는 것이 너무 신경이 쓰여서 그런다. 허니 이젠 얘기를 좀 했으면 하는데.”

 

  더 이상은 안 된다는 것을 안 것일까, 칭얼댐을 담아 말하던 백포도는 침대 한편에 있던 고급스러워 보이는 천을 잡아 몸에 휘감아 앉았다. 그와 함께 유혹적이며 촉촉하던 눈빛은 날카롭고 조심스럽게 변하여 옹은성의 눈을 마주봤다.

 

  “그리 말씀하신다면, 저도 수장님께 말씀을 드려야겠지요. 흠흠-현재 수장님께서 애타게 아니, 황국 전체가 애가 타도록 찾고 있는 이는 깊고 깊은 숲에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 숲이 보통의 숲이 아니란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요. 워낙 바깥과 연을 끊은 지가 오래된 곳이라 쉬이 열려 고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자신들이 속해있는 나라에 반하지는 않겠지만 아마 정확한 명분과 구분을 지어서 들어가셔야 할 겁니다. 아니면 살며시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게 어찌 보면 쉽기는 하겠지만 안에서 밖으로 나오는 것은 좀 어려울 것으로 추정되는 바입니다. 살며시 들어간 것처럼 살며시 나온다면 문제가 없겠지만요. 뭐, 큰 문제가 있겠습니까. 다만, 오랫동안 고인 물은 썩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유념하시고요. 하여 꽁꽁 숨었지만 쉬이 잡을 수 없는 술래를 잡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이 필요할 것입니다. 게다가 그 술래가 워낙에 유명하여 찾는 이들이 많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요.”

 

  생긋 웃으며 백포도는 마무리했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그런가.

  깊은 곳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버젓이 자신을 찾을 줄 알면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에 왠지 모를 서운함과 배신감이 느껴졌다. 하다못해 ‘천’에 연락은 취하려고 노력은 할 줄 알았는데. 아니 ‘천’이 꼭 아니더라도 제 형에게 만큼이라도.

  이리도 녀석에겐 ‘천’이라는 것이 속박이었던가.

  옹은성은 허탈하면서도 이리도 쉽게 ‘정보’를 얻은 것에 놀랐다.

  ‘그’도 찾지 못한 것을 옹은성은 단 몇 분의 말과 몇 시간의 즐김의 끝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었다. 어찌 보면 싼값일 수도 있다.

  다만 이 ‘정보’란 것이 옹은성에게 있어서 쉬웠을 뿐이지 다른 이들의 기준에선 결코 쉽게 얻을 수 없음을 그는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알게 되지만 지금의 그에겐 평소에 괄시하고 필요할 때만 찾는 곳에서 알게 되어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결코 가진바 능력이 부족하지 않음에도 아마 그 부족함 없는 것이 알게 모르게 자만심이 되었던 것 같았다. 왜 아니 그렇겠는가. 직위가 사람을 만든다 했다. 옹은성은 어떻게 본다면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하였으니 그런 생각이 은근히 들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됐다.

  배움은 끝이 없다란 늘 자신이 달고 다니는 말이 이처럼 모순이 됨을 느끼게 되자 씁쓸했다.

  그러다 그는 우선적인 정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아직은 무너질 정도는 아니다. 모순이라는 것을 느끼기만 했을 뿐.

  해서 눈을 깊게 감았다가 떴다.

  그의 눈은 무언가 짐을 하나 덜은 듯 가벼워보였다.

  아무리 봐도 서른의 나이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살인적인 동안의 옹은성은 언제 씁쓸했냐는 듯 매력적인 웃음을 보이며 백포도에게 말했다.

 

  “고맙군. 덕에 해결방안이 좀 더 빨리 생기겠어.”

 

  백포도는 화사하게 답했다.

 

  “소녀가 도움이 되었다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아! 그런데 내가 말한 적이 있던가?”

 

  말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왠지 짓궂다.

  어느새 개구진 표정이 한가득 옹은성의 얼굴에 찼다.

  당연히 뭐든 다 알 것처럼 당당히 말하던 백포도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네? 무엇을 말씀이신지….”

 

  점점 자신을 향해 가까워지는 옹은성의 남자스러운 향을 맡으며 백포도는 정말 모른다는 표정을 지었다.

  풀썩-

  백포도의 입가에 조금만 더 고개를 숙이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옹은성이 묘하게 웃었다.

 

  “난, 내 입으로 흑수장이라 말한 적이 없는데. 어찌 알았는지 궁금해서 말이지.”

 

  “네!?”

 

  아차하는 표정을 짓는 자신을 알고는 있는지 백포도는 당혹스러운 표정 그대로 옹은성에게 보이며 침대에 누워버린 자세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말했다.

 

  “무, 무슨 말씀이십니까. 수장님께서 수장님이라 말씀하시지 않으셨다면 제 어찌 수장님이라 부르겠습니까.”

 

  옹은성은 이런 것으로 한방먹이는 것이 기분이 좋은 모양인지 그녀의 입술을 스쳐 귓가에 나직하게 말했다.

 

  “물론, 그랬다면 그리 불러도 되겠지만 난 그렇게 말한 적이 결코 없으니 문제가 아니겠는가. 혹 그 때 ‘그일’로 인하여 날 알게 되었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 되고. 왜냐하면 ‘그일’은 황제폐하의 어명으로 함구령과 동시에 그 자리에서 보고 듣고 있던 모든 이들의….”

 

  ‘기억을 조작했으니까 말이야.’

 

  뒷말은 듣는 이의 애간장 타게 긴 여운을 두면서 생각과는 다른 것으로 말을 끝냈다.

 

  “합당한 포상을 하였으니 그 누가 입 하나 벙긋하겠는가. 안 그런가, 방주?”

 

  더 할 수 없이 커진 눈에서 놀라움이 보였다.

 

  “방주가 아니라면, 알 턱이 있나. 게다가 이리도 당당히 방주의 방에 데리고 온 것이라면 더욱이. 나머지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 오늘은 자네가 알려준 것으로 해결해야할 것이 산더미라.”

 

  그리고 그는 백포도의 앞에서 사라졌다.

  언제 챙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침대로 오기까지 줄줄이 늘어놓았던 자신의 옷가지들과 함께.

 

 *.*.*

 

  높다란 창이 따뜻한 햇살을 받아 값비싼 벽지를 포함하여 가구들로 화려하게 치장이 된 넓은 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웬만한 권력이나 부(富)가 있거나 아니면 눈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 방에 있는 것들을 값으로 따져볼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방에서 마주보고 앉아있는 두 남자들의 상반된 분위기가 너무 강해 그것에 대해 신경을 쓸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며칠에 걸쳐 철야작업을 하면 저렇게 될 수 있는지 잘생긴 얼굴이 무척이나 어두운 오라(aura)를 발하며 햇살이 가득 찬 방을 해질녘을 생각나게 할 만큼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너무 음울하고 어두워서 자는 건지 깨어있는지 조차도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잘생긴 생김새만 알아볼 수 있는 남자가 앉아있는 곳은 블랙홀 마냥 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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