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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22
작성일 : 19-10-18 10:42     조회 : 254     추천 : 0     분량 : 18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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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무는 너무 짙어서 이질적 무채색으로 짙음이 눈에 확연했다. 밤을 덮을 만큼의 짙은 무채색. 저 멀리에서 미지의 힘을 가진 존재가 습한 해무를 대동해서 인간들을 거부하고 자신의 공간에서 쫓아 버리려했다. 마동은 등대 밑의 바위에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다를 바라본다고 하지만 바다가 보일 리가 없었다. 고요했다. 풍덩하고 들어가서 헤엄을 쳐도 괜찮을 만큼 고요하고 조용했다. 그렇지만 바다에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바다는 강과 호수와 다르다. 언제 파도가 몰아칠지 바다 속의 해류가 어떠한 모습으로 바뀔지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바다는 지구를 변이시키는 하나의 생명체였다. 목줄이 마동의 손에 쥐어져 있고 목줄의 끝은 장군이의 목에 걸려 있었다. 장군이는 사원지붕에 힘 있게 서 있는 오래된 가고일처럼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장군이도 마동이 쳐다봤던 바다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동은 장군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보았다. 습기 때문에 축축했지만 장군이는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마동은 장군이에게 머물렀던 시선을 다시 바다로 돌렸다.

  -누구라고 정확하게 이야기 할 수는 업다 나는 너다-

  어제 마동에게 전달되어온 의식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와 같았다. 말투가 어딘지 인간의 말투 같지 않았고 기계음처럼 들렸지만 또렷한 의식으로 전해져왔다. 인간의 언어였지만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어린아이 말투 같았다. 분홍 간호사가 말하는 텔레파시나 무의식을 텔레포트 방식으로 장군이는 마동에게 의사를 전달하고 있었다. 장군이는 바닥에 배를 깔았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존재다 해무와 마른번개처럼 그러다-

  장군이는 좀 더 편한 자세로 앉았다. 마동은 손에 쥐고 있던 목줄을 장군이 가까이에 놓아 두었다. 장군이는 한참 생각했다. 마동의 눈에 장군이는 긴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마른번개와 축축하고 짙은 해무 때문에 더 그래 보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마동 때문일지도 모른다.

  -유적지에서 발견한 토기의 시대보다 더 오래다‘마에나드’라는 그리스에는 광적인 여성 추종자다 제우스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신적인 바커스의 여성추종자들이라 불려다-

  -그들은 오래전에‘디오니스 제전’이라는 축제에서 포도주 마시고 선정적인 파티 즐겨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검게 만들어 같이 파티를 즐겨다-

  장군이는 길게 말하지는 못했다. 조금 의식을 전달하고 전파가 끊어진 무전기처럼 틈이 있었다.

  -나는‘shapeshiter’라고 불리는 형성 변이자-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동물의 모습으로 변할 수 이다 우리들이 개의 형상으로 변이한 이유는 개로 변하는 것이 다른 동물에 비해서 변이가 편하기도 하다-

  -개는 사람과 어울리기 좋다 우리는 유전적이다 세대를 거쳐 외형이 사라지거나 소멸해도 우리들은 다른 외형 속으로 들어가서 인간들과 함께 죽 생활하다-

  -시라소니나 표범처럼 고양이 과로 변하는 것도 어렵지 않으나 그런 동물로는 인간들로 친숙하게 지낼 수 업다-

  장군이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며 잠시 틈을 두었다. 힘든 모양이었다. 마치 늘 하던 방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고양이, 고양이는 아주 까다로운 습성을 지니고 있고 인간에게 버려진 고양이들이나 길고양이들과 영역다툼도 벌여야 하다 그들은 우리 같은 형성변이자를 알아차리며 두려워하지 안다-

  -성가신 일들이다 고양이로 변이하면 고양이의 강한 에너지에 우리가 흡수되어 다른 형성변이자를 알아채지 못하다 너도 우리 같은 변이체를 눈치 챌 수 이다-

  장군이는 미동도 시선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고정된 못처럼 의식을 마동에게 전달 했다.

  “알아챈다기보다는 그저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아 조금 다르구나, 하는 정도입니다.”

  마동은 얼굴에 가득 묻은 해무를 닦아 내었다. 축축함에 얼굴에서 떨어졌다.

  -나를 알아봤다는 건 내가 보낸 텔레파시를 일것다는(읽었다는) 말이다 넌 타인의 의식을 들여다 볼 수 이다-

  -나 역시 타인에게 내 의식을 전달 할 수 이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이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다 준비라는 것은 변이를 말하다-

  -무의식의 변화와 의식의 변이다 그것이 가능한 사람만이 내가 보내는 전달체계를 바다드릴 수 이다 너는 어떤 식의 외형적인 변이를 하는지 모르게다-

  -인간들 중에서 이미 변이한 변이체가 네가 살고 있는 여기에 기생하고 이다 이미 그렇다 그들 중 많은 사람들이 정부기관 사람들이다-

  -그들은 바보들이 아니다 정부는 벌써 오래전에 우리들의 존재를 알아다 우리와 타협점을 찾을 수 있게 그쪽 변이체의 사람들을 보내다-

  -우리들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지내기를 원하다 정부에서도 우리들의 요구를 받아 들여다 그런데 그런 정부와의 타협을 거부하는 존재가 이다-

  “타협을 거부하는 존재?”마동은 회사에서 자신을 찾아온 정부의 사람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변이를 거친 사람들일까.

  마동은 장군이를 바라보았다. 장군이는 입을 움직이지도 않았고 시선의 떨림도 더 이상 없었다. 하지만 긴장하고 있었다. 여전히 두려움도 보였다.

  -그러다 꽤 많은 존재들이 정부와 타협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고이다 그들 중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잇다-

  -오래전부터 존재해오다 우리와 마찬가지다 우리들이 인간과 타협의 선을 정해놓고 서로 간에 피해 없이 지내고자 협정을 한 반면 그들은 타협을 배제하고 지내왓다-

  -그들은 오직 어두운 면을 앞뒤로 지니고 있는 존재들이다-

  장군이는 틈을 두었다. 얼굴이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다.

  -그들이 무서운 것은 인간의 악한 면을 골라서 그것을 부풀린다는 것이다 점점 크게 풍선처럼 부풀리다-

 -그들은 인간의 양면성을 잘 이용해 오고이다 히틀러를 부추겼고 세계대전을 치르게 해다-

  -그들은 그들 자신의 힘을 들이지 않고 많은 인간을 집어 삼켯다 이념을 앞세워 총을 서로에게 겨누게 햇다-

  -학살이라는 만행을 저지르게 햇고 우발적으로 서로를 잔인하게 죽여다 국가권력을 대동할 줄 알았고 이성이 감성을 검열하는 작업을 충실히 수행하게 해다-

  -어제까지 옆집의 사람, 친구처럼 인사를 하던 사람들이 무질서가 오고 표정은 사라진 채 기계가 되어 칼을 휘둘럿다-

  -어둠의 그들은 인간사회를 저급한 노예처럼 여기며 의식을 잠식해다 미래를 전혀 알지 못하고 지나간 과거에 급급하며 처음부터 알고 있던 지식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그들의 포식대상이다-

  -결국 그들은 인간들을 선동 질하여 참사를 일으켯고 그들의 입맛대로 인간들을 먹어치워다 그런 존재가 데리고 잇는 괴물이 뇌수독룡이다-

  “뇌수독룡?”마동의 얼굴이 약간 사선이 되었다. 이름에서 풍기는 냄새가 썩 좋지 않았다.

  -그러하다 뇌수독룡 그들은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타협을 거부하고 지하 깊은 곳으로 내려가다-

  -가끔 차선이 많은 도로에 포트 홀이 크게 뚤려 있거나 직경이 큰 싱크홀 속으로 차들이 빨려 들어가고 건물이 붕괴되거나 사람들이 빠져서 생사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이다-

  -모두 뇌수독룡이 한 짓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뇌수독룡은 무서운 존재들이고 어쩌지 못하는 괴멸론을 지니고 이다-

  -독자적 악마성을 지닌 존재들이다 인간들과 비슷하다 악의 자세다 평소에는 고요하다가 한 번 악마성을 드러내면 걷잡을 수 업다-

  -정부에서도 그 존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위의 소수뿐이다-

  마동은 장군이의 말을 들으며 장군이 옆의 바위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다. 바위는 어느 부위나 해무로 인해 몰에서 건져낸 솜처럼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한 차례 마른번개가 내리쳤다. 마른번개는 길고 가늘게 한줄기 바다의 어느 한 지점으로 떨어졌다.

  -저기 보이는 마른번개가 하나의 신호탄이다 무엇인가가 오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다-

  -이 세계를 점령해버릴 무엇인가가 오다 무서운 것들이-

  -마른번개가 치는 순간부터 정부쪽의 움직임도 달라져다 정부는 우리들이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깊은 곳까지 파악하고 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정부도 마른번개가 매일 내리치는 이유와 서서히 다가오는 그것에 대해서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해다 오리무중이다-

  -그건 그야말로 무척 드문 경우다 우리들 대부분은 평화로운 유보와 타협점에서 합의를 했기에 정부쪽 사람이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나타날 리가 업다 그동안에는 말이다-

  -정부는 혼란에 휩싸여다 나를 찾아와다 정부쪽에서는 너의 이야기를 하지는 안았지만 형성변이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냇다-

  -혹시 다가오는 저것과 관련이 없을까하고 말이다-

  이번에 내리치는 번개는 신음을 지니며 번쩍였다가 바다위에서 고통스럽게 사라졌다.

  -무척 달맛다(닮았다) 정부쪽 그들이 말하는 형성변이자가 너의 모습이라는 걸 말이다-

  -정부는 지금 논리와 타당성과 주관과 객관의 경계선이 무너진 시점에서 정부 나름대로 다가오고 있는 무엇인가에 접근하려고 노력하고 이다-

  “만약 그 무엇이 다가와서는 어떻게 되는 것이죠?”마동은 한 번 더 얼굴에 묻은 축축한 해무를 닦아냈다. 얼굴에 물로 변한 해무는 얼굴을 닦아낼 때마다 기분 나쁠 정도로 뚝뚝 떨어졌다.

  -너는 어떻게 된다고 생각하나-

  -여기 인간 세상에 직접적으로 어둠속의 저것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면 말이다 혼돈이다 카오스지 대혼란이 일어나다-

  -대혼란은 모든 공장의 가동을 멈추게 해 버리다 무서운 일이다 치약이 떨어지고 칫솔이 떨어지다 수건이 떨어지고 휴지가 떨어지기 시작하다 작은 것에서 오는 불편함은 아픔을 수반하게 되다-

  -현재 이 시대에 휴지가 업는 인간의 생활이 가능하리라 보는가-

  -급기야 식수가 떨어지고 식품이 바닥을 보이면 사람들은 점차 변이하게 되다 사람들은 며칠 동안 헤매다가 불안에 또 며칠을 보내고 고통으로 며칠을 다시 보낸다 그리고 서서히 눈빛이 달라지며 바뀐 세상에 적응을 하다-

  -정신은 생존을 위해 아이처럼 변했다가 어느 틈에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때 그 순간마다 그리고 생필품이 완전히 바닥을 보이게 된다 상상이 가나-

  -병원에서 처방을 받아 약을 받아먹어야 하는 사람들은 더 이상 약을 공급받지 못하게 되고 그에 따른 후유증이 나타날 것이며 사람들은 어딘가를 향해 칼을 뿜어낸다-

  -생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본질인 본성에서 비롯되다 무서운 일이 일어나게 되다-

  마른번개를 제외한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그림 속 세상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장군이는 틈을 두었다.

  -우왕좌왕 속에서 질서를 찾고 서로를 위해주다가 곧이어 지금보다 좀 더 들어내 놓고 인간들을 서로 밟으려고 하다 사재기가 만연하게 될 것이고 많이 비축한 인간의 밑으로 새로운 인간이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다-

  -약탈이 이어진다 질서가 무너지고 무엇인가가 탄생하다 인간들 중에서 어두운 존재에 빌붙는 협력자가 나타날 것이고 사람들은 그를 새로운 지도자로 여기고 그의 지시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어 버리다-

  -여자들은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 놓은 세계에 의해서 몸은 유린당하고 복종이라는 탈냉전 시대의 낡아빠진 유물론적 인간을 대하는 사고방식이 도래하다-

  -어두워진 하늘을 피해 땅 밑으로 들어가 버린 인간들은 여자가 눈에 보이면 드러나지 않게 여자의 다리 사이로 한 뼘의 그것을 집어넣을 것이고 그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죄악이 도래한다-

  -복종은 상납이라는 방법으로 여자들을 그것들에게 바쳐질 것이고 정부는 급기야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최고 통치권자는 나눠 먹기 식의 자본을 회수해서 어디론가 가버리다-

  -결국에는 소수만 남게 되다 남은 인간들은 방어막을 펼치다가 뚫어지기 시작하면서 패닉에 빠지게 되다-

  -인간들은 태어나면서 지니게 되는 윤리적 주체라는 관념을 몽땅 박탈당하게 되다 무서운 일이 일어나게 되다-

  장군이는 고개를 마동에게로 돌렸다. 도자기색 눈동자가 마동의 눈동자와 맞물렸다.

  -누군가는 막아야 하다-

  작은 신음소리가 마동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신음 소리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

  장군이는 들었겠지. 마동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장군이는 마동의 신음소리에 반응하지 않았다. 어두운 세계는 다가오는 저것에 의해서 도래하는 것이다. 환영(illusory)적으로 보이던 어둠에 세상이 먹혀버리는 모습.

  -나도 두렵다 무척 아주 만이-

  -너도 조심하는 게 좋다 너에게는 너의 인지가 막지 못하는 어둠의 도트가 잇다-

  -그 어둠의 도트가 무엇인지 알 수는 업다 우리는 오랜 세월을 지나오면서 타협이라는 것과 정출하는 방법을 잘 터득햇다-

  -타협에 응하면 불편한 점이 만다 대신 마음의 편안함과 조용하고 고향에 온 기분이 들다 그런 기분으로 살아가게 되다-

  -적당히 짖어주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꼬리를 흔들면 되다 그렇게 타협을 하면 오래전처럼 피를 위한 전투는 하지 않아도 되다-

  -그런데 마른번개가 몰고 올 그 무엇의 존재에서 피비린내가 심하게 풍겨오다 그 중심에 왜 인지는 모르나‘너’가 잇다-

  장군이는 입을 벌리지 않았고 마동의 눈을 보며 텔레포트로 마동에게 자신의 의식을 전달했다. 해무는 깊이를 더해가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동은 샤워를 하고 트위터에 접속을 했다. 소피는 오전의 촬영을 끝내고 세 시간 정도의 시간이 비어 있다고 했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의 어린 시절은 어땠어?

  마동은 머리를 말리며 휴대전화로 소피에게 다이렉트메시지를 넣었다, 메시지는 막힘없이 시원하게 통신망을 타고 한국의 한 도시에서 태평양을 건너 미국의 거대 도시의 한 곳으로 빛만큼 빠르게 갔다.

  소피는 트위터에서 자신의 팬들을 위해서 이모티콘으로 소피의 상태를 댓글로 달아주고 있었다. 마동은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물이 마시고 싶어서 꺼낸 건 아니었다. 물을 마셔야겠다는 의지도 생겨나지 않았다. 당장 무엇을 먹어야한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그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물병이 물병으로써 지니고 있는 역할에 대해서 마동은 수행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느꼈을 뿐이었다.

  물병의 뚜껑을 돌리고 입안으로 물을 밀어 넣었다. 물맛이 역시 이상했다. 하지만 물맛이 이상한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그의 입맛이 변한 것이다. 마동의 신체적 변이가 몰고 온 물맛이었다. 물은 세상에 나와있는 액체 중에 가장 맑고 투명한 물질이다. 물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전반적으로 전진 배치되어 늘 사람들과 함께 했다. 물은 사람을 살리기도 했고 죽이기도 한다. 그런 중요한 물이, 몰려오는 악의적인 것들에 의해서 사라지는 상상을 하니 몸이 떨렸다. 손에 든 물병을 보았다. 그렇지만 맑은 물은 마동의 목을 통과하면서 설명 할 수 없는 고통을 주었다. 바늘이 목의 여러 부위를 신나게 찔렀고 이상한 액체의 느낌만 가득했다.

  물맛을 잃은 동시에 마동의 마음 속 일종의 희망에 큰 조각이 났다. 희망 없이는 하루를 견디기 힘이 들었다. 대학시절에 힘든 시기였을 때에도, 군대시절의 전우가 자살을 했을 때에도 마동은 하나의 희망이 있었기에 견뎌내며 지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희망이라는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선택하도록 무의식을 통해서 강요받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선택의 자유의지라는 것은 이미 변이하도록 유전자에 의해서 모든 것이 프로그래밍 되고 확고해져 있었던 것이다. 그럴지도 모른다. 마동은 자신의 변이를 확실하게 인정했다. 확실하게 인정하는 순간 조각난 희망이 퍼즐처럼 더 잘게 부셔졌다.

  ‘저 때문에 변이가 시작되었는데 절 원망하지 않나요?’쓸모없어져 버린 에어컨이 박혀있는 거실의 벽에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회하지 않아요. 인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변이를 가집니다. 그것이 신체의 변화이든 마음의 변화이든 말이죠. 단지 희망이 조각나기 시작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군요.”소리를 내어 환청이 들리는 벽을 보며 마동은 이야기를 했다. 벽은 벽 그 대로의 모습뿐이었다. 그곳에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목소리는 애당초 나오지 않았다. 마동은 그가 만들어 낸 환청을 향해 소리를 내어 말하고 싶었다.

 

  나의 변이는 치누크가 불어왔던 그 날,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만나면서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그녀에게 이끌려 그녀와 교접 후 변이가 일어났다. 그녀의 내부로부터 변이의 이동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나의 지금 변이가 사라 발렌샤 얀시엔 때문이겠지만 그녀를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생수병을 집어 들고 노트북이 있는 테이블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휴대전화를 옆에 두고 노트북의 화면을 열었다. 소피의 메시지가 수두룩하게 들어와 있었다.

  내가 어릴 땐 말이야,라며 소피의 메시지는 첫 운을 떼었다.

  다이렉트메시지: 난 시장에서 파는 작은 거북이를 구입해서 집으로 왔어. 그때 내가 10살 쯤 이었어. 거북이는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였지. 그곳에는 거북이를 잘 팔지 않았고 키우기도 힘들어. 그래도 나는 거북이가 좋았거든. 거북이를 어렵게 구했어. 하지만 아빠는 그런 나와 거북이가 싫었던 거야.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데 이유가 없고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것을 알았어. 어쩌면 가족이라서 더 쉽게 괴롭히는 거 같았어. 너 때문에 내가 이러고 산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말이지. 사람들은 가족에게서 가장 힘을 얻잖아? 하지만 난 제외였지. 배신의 상징인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가족을 포장하고 있었어. 나는 가족이기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 가족으로 묶여 버리는 순간 타인에게서 받은 아픔의 몇 배에 달하는 고통을 받았지. 피로 맺어진 관계라고 하지만 가족은 결국 전혀 모르는 불특정 다수 중에 한 사람을 만나서 가족을 이뤄야 하잖아. 사실 혈연으로 연결되어 사랑으로 뭉쳐 있으려면 가족은 가족과 연결이 되어 가족을 만들어야 하잖아? 하지만 지구에서 그것은 용납되지 않는 터부지. 아빠는 나를 괴롭히기 위해서 나를 낳은 것 같았어. 정말 무서웠지, 폭력이라는 것 말이야. 내 가슴이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괴롭히는 방법이 달라졌어. 나는 반항을 했어. 그 인간은 매일, 어떠한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어. 괴롭히는 방법을 연구하는 사람처럼 보였어. 입에서는 늘 술 냄새가 풍겼어. 더럽고 추악한 악취야, 사람의 입에서 그런 냄새가 난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어. 엄마는 어째서 이런 사람과 가족을 이뤘을까. 아빠가 술을 마시고 들어올 때면 난 거북이를 숨겨야했어. 사실 매일 술을 마셨으니까 매일 숨겨야 했지. 어느 날은 철사가 보였어. 아빠가 철사를 사 놓았지. 철사가 집에 필요한 곳이 없었는데 말이야.

 

  소피는 잠시 소강을 가졌다. 소피와 자주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눴지만 소피의 개인적인 어린 시절의 오래되고 감추고픈 이야기를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다이렉트메시지: 며칠이 지나고 학교에서 돌아 와보니 엄마의 얼굴은 멍으로 알아볼 수 없었고 내 거북이는 팔다리가 전부 잘린 채 산산조각이 나 있었어. 거북이의 잘린 몸통에 철사가 꽂혀 있었지. 철사를 타고 거북이의 피가 흘렀어.

  피가 묻은 철사는 철길을 떠올리게 했고 차갑고 달을 향해 뻗어있는 철탑을 생각나게 했다.

 

  소피는 이후로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소피주위의 모든 현실을 내려놓게 만들었다. 소피는 엄마의 도움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떨어진 곳에서 독립하여 대학에 진학을 했다. 아빠에게는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어느 지역으로 갔는지 엄마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엄마는 소피에게 늘 미안한 존재였다. 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고 교수에게도 칭찬을 받았다. 소피는 사르트르, 자크 데리다, 미셀 푸코 같은 철학가에 대해서 근원적으로 빠져 들었다. 인문학은 묘하고 꽤 매력적인 학문이었다. 인문학은 인간사 전반의 모든 분야에 대해서 공부가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철학가와 인문학자들은 인간과 고통을 같이 느끼고 그들의 고통을 끌어안고 옆에서 걸어가 주어야 한다. 정치가들 보다 격렬하고 더욱 거칠게 인간을 위로했다. 소피는 자신이 하는 공부가 후에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에 일조를 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희망을 가지게 만들었다. 사람들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받아야 할 가족에게 미움을 받는 사람들을 도우리라.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했다.

  엄마는 매일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았다. 거르지 않고 아버지에게 맞던 엄마는 눈두덩에 쌓여있던 멍의 피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계속 고여 있다가 뇌로 가는 혈관의 길목을 막아버렸다. 엄마는 움직이지 못하는 몸으로 며칠을 고통스럽게 있다가 그대로 사망에 이르렀다. 소피는 엄마의 장례식장에서 마지막으로 본 엄마의 모습에 몸이 덜덜 떨렸다. 죽으면 모두 잠을 자는 듯 평온하게 보인다고 했지만 엄마는 죽는 순간까지 고통에 몸부림치다 죽었다는 모습이 드러나는 표정이었다. 고통을 참아가며 더 심한 고통을 느끼는 표정. 소피도 그동안 잘 참아왔다. 앞으로는 자신이 돈을 벌어서 엄마의 고생을 줄이고 싶었다. 엄마의 얼굴이라고는 알아볼 수 없는 얼굴이 관속에 누워있다는 것에 아랫도리의 힘이 빠져 나갔다. 소피는 바로 주저앉아 버렸고 소리 없이 마음으로 울었다.

  이모라고 하는 사람이 와서 소피를 안고 큰 소리로 울었다. 하수구에 드러누운 기분 나쁜 불쾌함과 함께 익숙한 편안함이 아랫도리를 타고 몸을 적시고 팔을 적시고 눈과 코를 적셨다. 익숙하지만 불온한 냄새가 퍼졌다. 육신은 현실의 반응에 기계처럼 딱딱해졌다. 몸은 현실의 사실에 기계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어지러움이 먹구름처럼 몰려오고 자신 때문에 엄마는 얼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망가졌다는 자괴감이 망치가 되어 소피의 등을 사정없이 찍었다.

  엄마를 잃은 슬픔과 공부의 필요성을 잊어버린 소피는 어떤 결심을 하고 미국행에 올랐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이 나라가 싫었다. 아버지에 대한 증오는 극에 달해 있었다. 증오는 살인에 대한 충동으로 이어질 것 같았다. 아버지는 술 때문에 정신의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형량을 받고 교도소에 수감이 되었다. 전해들은 이야기로 교도소에서 아내를 폭행으로 죽였다는 사실이 소 내에 퍼지면서 그곳의 재소자들 중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재소자의 눈 밖에 나면서 따돌림을 당하며 교도관들 모르게 폭행을 당하고 있다 하였다. 그 재소자의 아내가 반대파에게 폭행으로 죽었기 때문이었다. 형질이 너무 악질이라 몇 번의 심리를 거쳐 최종 사형이라는 선고를 받았다. 1992년 사형제도가 사라진 이후 1995년 의회의 만장일치로 전면폐지가 되었지만 이례적으로 소피의 아버지라는 남자에게는 사형이 선고되었다.

  엄마가 아버지 몰래 남긴 약간의 돈이 있었다. 소피에게 유산으로 남겨진 그 돈으로 맨해튼 섬의 북동부 지역으로 건너와서 먼저 연예기획사를 돌며 오디션을 봤다. 연예기획사라고 하지만 지역의 연극공연이나 작은 단막극을 연출하는 곳에서만 오디션이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소피처럼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얼굴이 동그란 여자가 연예기획사의 오디션을 통과하기는 바늘구멍을 낙타가 통과하는 것과 흡사했다.

  소피는 유난히 카메라에 얼굴이 둥글게 나왔다. 썩 예쁘게 나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영어발음이 엉망이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를 다니는 동안 영어를 언어학으로 공부를 한 덕에 의사소통은 겨우 됐지만 발음이 부정확했다. 현실적으로 가망이 희박했다. 오디션을 보는 대부분의 지원자들은 소피보다 나이는 몇 살 위였지만 이 바닥을 꽤 잘 알았다. 이미 여러 번의 경험 덕에 떨지 않았다. 게다가 미사일 같은 가슴을 자랑하며 얼굴도 카메라에 잘 나왔다. 화면에 얼굴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의사의 손길을 거쳤다. 대부분이 그랬다. 물론 안 그런 여자도 많았지만 필요에 의해서 선택받은 사람들은 안 그런 사람보다 카메라에 잘 나오는, 얼굴이 예쁜, 가슴이 큰 여자들이었다. 그들도 소피처럼 다른 나라에서 온 여자들이 많았지만 영어발음이 좋고 섹시함으로 중무장했다.

  소피는 낮에는 대형 퍼브에서 일을 했고 그곳에서 마련해주는 숙소에서 생활을 하며 조금씩 돈을 모았고 저녁이면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소피가 일하는 퍼브는 분점이 많은 대형프렌차이즈로 소피가 일하는 곳은 규모가 미국에서 3번째로 큰 퍼브였다. 일하는 직원들이 로테이션으로 돌아갔고 그 수 만 해도 30명이 이르렀다. 퍼브 안에서 자기의 구역이 있어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했고 소피는 동그란 얼굴의 북유럽 인이라 미국사람, 즉 미국남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퍼브에서 글라스비어나 와인을 팔고 있기 때문에 낮에 햄버거 스테이크와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았고 일을 하는 소피를 보려고 오래 앉아있는 남자들이 늘었다.

  헝크라는 39세 미국인이 술에 취했다. 근처에서 지하수도 교체 작업에 투입된 용역업체 직원이었던 그는 며칠 동안 퍼브에서 밥을 먹으면서 소피에게 치근덕거렸다. 용역업체는 직원들을 돌려가며 하루를 쉬게 해주는데 헝크가 오늘은 비번이었다. 식사가 되는 시간부터 와서 헝크는 하루 벌은 일당을 퍼브에 다 쏟아 붓고 있었다. 헝크 이외에 많은 미국인들이 소피에게 추파를 던지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술에 취한 헝크는 다른 남자에게 하얀 이를 보이며 미소를 짓는 소피가 미워보였다. 헝크는 소피를 불렀다. 소피는 헝크를 자제시켰다. 헝크는 이렇게 화를 내는 자신에게 제니퍼 로렌스 같은 생글생글 미소를 짓는 소피에게 화가 났다. 순간이었다. 소피의 머리채를 잡고 욕을 하기 시작했다. 헝크는 사장을 나오라고 하며 소피를 가리키며 저년이 나를 무시했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미국인들이 많은 곳에서 먹고 살려면 미국인의 말을 들어야 하지 않느냐, 라며 소피를 질질 끌었다. 사람들은 우왕좌왕했고 누군가 경찰에 신고하려는 찰나 몸을 날려 만취한 헝크의 얼굴을 가격한 이가 있었다. 주먹은 정확하게 헝크의 코를 눌렀고 헝크가 신음을 지를 새고 없이 신발의 앞부분이 헝크의 눌린 코에 다시 정확하게 가서 박혔다. 헝크의 얼굴이 피로 물드는데 걸리는 시간은 금방이었다. 소피가 일하는 퍼브에서 같이 일을 하는 블랙우드라고 불리는 한국인이었다. 블랙우드는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었지만 미국인이 싫었다. 특히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는 미국인. 가진 것도 없으면서 미국인이 아닌 인종을 차별하는 미국인을 죽이고 싶었다. 학교에서도 말썽이어서 늘 학교에서 감시 대상이었다. 약을 취급하는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구하지 못해서 퍼브에서 잡일을 하며 겨우 조용히 살아가게 된 동양인이었다. 술이 취한 미국 놈이 소피의 머리채를 끌고 욕하는 모습에 블랙우드는 자제를 잃어버렸다. 블랙우드는 헝크를 가격한 후 얼굴이 피로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헝크의 얼굴과 손가락을 의자로 찍어 못쓰게 만들었다. 마치 미국에 대항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블랙우드는 현행범으로 경찰에 연행이 되었다. 헝크는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블랙우드는 웃기지 마라며 실형을 살기를 바랐다.“난 괜찮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야, 소피.”무뚝뚝하게 말했지만 소피는 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교도소로 이송되어가던 날 블랙우드는 소피에게 안심하라 일렀다. 자기는 늘 이런 생활이니 신경 쓸 것 없다고 했다.

  “난 소피를 도와준 게 아니야. 그저 미국인이 싫었을 뿐이야. 타깃을 찾았을 뿐이라구.” 그렇게 말하는 블랙우드를 소피는 나 몰라라 할 수 없었다. 소피는 블랙우드를 찾아가서 면회를 했다. 하루에 몇 분밖에 되지 않는 면회시간이 쌓여 갈수록 블랙우드는 보기보단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 소피에게 영어도 가르쳐 주었고 블랙우드는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가수라며 니요의 음악도 알려주었다.

  소피는 매일 니요의 음악을 들었다. 클로서 클로서, 하며 부르는 니요의 목소리는 몹시 좋았다. 다른 노래들도 찾아서 듣게 되었다. 흥겨웠고 노래마디마다 니요의 숨소리가 블랙우드의 숨소리 같아 마음에 들었다. 니요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소피는 블랙우드의 미소를 떠올렸다. 그것과는 다르게 밤마다 보는 오디션은 언제나 쓴맛을 봐야만 했다. 어떤 오디션에서는 윗옷을 벗으라고 해서 소피는 그대로 나오기도 했다. 한 매니저는 소피에게 다가와 자신이 운영하는 토프리스에서 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하기도 했다,

  퍼브에서 일하는 시간이 비어 있을 때면 그 시간을 이용해서 블랙우드를 면회 갔다. 소피는 마음을 조금 열어놓고 이야기를 했으며 조금씩 블랙우드의 마음도 열렸다. 블랙우드가 출소하는 날 소피는 하루의 휴가를 받았다. 소피는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 소피의 소원은 돈을 벌어 다시 인문학을 전공하는 것이다. 다른 것에 신경 쓰지 않고 공부를 하고 싶었다. 문화심리학을 더 파고들고 싶었고 인간이 자연과 타협을 이루며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 폭넓게 알고 싶었다. 블랙우드가 출소하는 날 두 사람은 데이트를 했고 그들은 그 날 밤 블랙우드의 집에서 잠을 잤다. 블랙우드의 방은 소피가 생활하는 숙소와는 달랐고 남자의 방이라고 하기에는 꽤 깔끔했다.

  “나 남자의 방에는 처음 들어와. 동양인들은 다 이렇게 깔끔해? 일본인들도 한국인들도 깔끔한 걸 좋아하나봐.”블랙우드는 소피의 가슴을 만졌고 소피는 블랙우드의 입술을 맛보았다. 블랙우드에게는 니요, 블랙아이드피스, 제이지. 카니아 웨스트, 퍼피 대디 등 흑인음악이 가득했고 그들의 음악과 소울을 찬양했다. 블랙우드는 캔드릭라마와 투팍의 음악을 가장 좋아했고 많이 들었다. 캔드릭라마와 투팍의 음악에 대해서 블랙우드는 많은 말을 했다. 그렇게 말이 많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블랙우드는 소피에게 캔드릭라마와 함께 찍은 사진도 보여주었다. 소피는 블랙우드가 좋아하는 음악이면 다 좋았다. 소피는 블랙우드의 집에서 같이 지냈고 파트타임이 끝나면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일을 다 끝내고 집으로 들어오면 음식을 만들어 놓고 블랙우드를 기다렸다. 블랙우드는 뭐든 잘 먹었다. 음식을 먹고 맛없네, 입맛에 안 맞네, 하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출소 후 블랙우드는 생활이 안 된다하여 자동차를 정비하는 곳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의 나라 미국, 이곳에서 자동차에 관련된 일을 하면 생활은 가능했다. 물론 꾸준하게 해야 하고 실력이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잡일만 하게 되고 돈도 얼마 받지 못한다. 소피는 블랙우드와 잠을 잘 때는 피임을 반드시 확인했다.

  블랙우드가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오는 날이 있었다. 소피는 밤 11시가 넘어 갈수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블랙우드는 친구들이 많았지만 대부분 어린 시절 뒷골목에서 만나 거래 따위의 것으로 묶여있는 질이 좋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자정이 넘어가고 휴대전화는 꺼져있었다. 소피는 앞으로만 가는 시간 속에서 불안도 같이 커져 갔다.

  식탁에 앉아서 얼마나 졸았을까. 문을 여는 불협화음의 소리가 들리더니 블랙우드가 들어왔다. 새벽 3시였다. 술은 마신 것 같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몸싸움이나 말썽을 부리고 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동공은 술을 마신 것처럼 풀려 있었고 말린 사과에서 풍겨 나는 냄새가 났고 입은 옷은 어딘가에서 마구 앉아 있다가 온 듯 흙이 여러 군데 묻어 있었다. 소피는 달려가서 블랙우드를 부축했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블랙우드는 소피의 팔을 뿌리치고 방으로 올라갔다. 블랙우드는 향정신성의약품을 취급했던 것이다. 환각작용을 유발하는 약을 했다. 가끔 대마를 피우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약에 손을 대리라고는 상상 할 수 없었다. 대마도 하지 않겠다고 소피에게 약속을 한 터였다. 마약을 복용한 자들은 처벌이 엄중했다.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사람도 처벌을 받게 된다. 블랙우드는 시민권자이지만 비자로 들어와 있는 소피의 사정은 달랐다. 이제 비자가 만료되면 다시 기간을 연장해야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블랙우드가 월급을 아직 제때에 받아오지 않아 소피는 그동안 모은 돈으로 조금씩 생활비를 충당했다. 일주일전, 이유는 묻지 말고 소피에게는 큰돈에 해당하는 금액을 빌려달라는 블랙우드가 떠올랐다. 소피는 블랙우드와 대화를 하려고 했지만 블랙우드는 이른 아침에 나가서 새벽에 표현이 안 되는 냄새를 안고 들어왔다. 소피는 불안했다. 그날도 새벽 한 시가 다 되어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피는 일어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가로 누워있었다.

  오늘도 약을 했을까.

  어디서 약을 하는 것일까.

  문이 쾅, 천둥소리를 내면서 열렸다. 소피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힘이 좋은 남자들의 완력에 침대에서 바로 눕혀졌다.“소피, 미안해”라고 말하는 블랙우드의 목소리에는 이미 생명력이 결여되어 있었다.

  “나는 약이 필요해.”블랙우드는 방문에 기댄 채 서 있었고 흑인 두 명이 소피를 침대에 바로 눕히고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소피는 발버둥을 쳤다.

  “개새끼, 이게 뭐 하는 거야!”

  “소피, 미안해. 소피도 비자가 만료되어 가잖아. 저들이 소피의 고민을 덜어 줄 거야. 소피, 소피는 늘 나에게 미안해하며 지내고 있어.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생명력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전자음 같은 블랙우드의 목소리는 소피의 마음을 칼바람에 뺨이 아플 정도로 찔렀다. 눈물이 한 줄기 흘렀다. 엄마가 죽었을 때도 마음으로만 울었다. 이런 일 따위에 눈물을 보이면 안 된다. 나약해지는 꼴을 보이는 것이다. 소피는 침대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움직였다. 놀란 숭어처럼 파닥거리기만 할 뿐 생각만큼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다. 발을 들어 올리려 해도 주먹 쥔 손과 팔을 움직이려 해도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럴수록 무식한 역기로 단련된 흑인들의 힘은 더욱 강해지기만 했다. 흑인들은 사람 같지 않았다. 주인에게 버림받은 며칠 굶은 도사견 같았다. 한나 아렌트가 말하는 명령만 하면 움직이는 그런 놈들이었다. 흑인과 동양인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수치심이 물결치고 온 몸을 휘감았다. 흑인들은 두 마리의 사나운 개에게 영혼 없이 움직이는 무거운 검은 물체로 변했다. 소피의 가슴이 드러났다. 소피는 주위사람들이 들을 수 있도록 더욱 세게 고함을 질렀다.

  “블랙우드 이 개새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고 믿었는데!”소리를 지르고 나니 흘리던 눈물은 통곡으로 바뀌었다. 그러지 말아야 했지만 의지와는 무관하게 눈물이 마구 흘렀다. 믿고 있는 사람에게 희망보다는 배신을 당하는 자신의 꼴이 더욱 싫었다. 블랙우드는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사람을 믿는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어. 소피.”

  몸에 기대어 소피가 겁탈당하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 볼 뿐이었다. 얼굴에 비해 허옇게 보이는 이를 드러낸 두 마리의 검은 괴물보다 소피의 눈에 블랙우드가 더 인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인간이 아니었다. 초점이 빗나간 시선이었다. 블랙우드에게 시각은 의미가 없었다. 본능적으로 망막의 맹점을 자신이 보고 싶은 것으로 맞추었다. 표정도 없었고 회색빛의 눈으로 묵묵히 소피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소피는 팔과 다리를 꼼지락 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소피의 윗도리는 다 찢어졌고 바지는 반쯤 벗겨져서 팬티의 반이 드러났다. 흑인들은 서로 손바닥을 마주치며 즐거워했다. 생쥐를 잡은 고양이처럼 소피를 가지고 놀았다. 소피는 아버지에게 두드려 맞았을 때도 이를 다물고 견뎌냈다. 능욕당하는 수치심이 가슴으로 크게 밀려 올라왔다. 점점 뜨거워졌다.

  “소피, 시끄럽게 하지 마, 여긴 누가 도와주러 오지 않아. 자꾸 시끄럽게 굴면 저들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내말을 들어 소피. 이번 한 번으로 그냥 넘어가는 거야. 모든 것이 잘 될 거야. 난 정말 약이 필요해. 저들이 너를 가지고 나면 이 자리에서 나는 바로 약을 받을 수 있어. 소피는 이 땅에서 머무를 수 있을 때까지 걱정하지 않고 머물 수 있어. 기회의 땅이잖아. 괜찮은 조건이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그러니 받아들여. 그저 받아들이면 돼. 더 이상 나에게 미안해하며 지내지 않아도 되고 말이야. 늘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지긋지긋해.”

  “시끄러워 개자식아!”소피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서 퉁퉁 부었다. 격앙했고 죽을 힘을 다해 소리를 질렀다. 그때, 얼굴에 뜨거운 것이 닿는 느낌이 들었고 갑자기 몸에 힘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옷이 전부 벗겨지는 느낌이 들었고 항문과 성기가 불타오르는 불쾌함이 몸을 덮쳤다.

  소피는 시간이 지나 워싱턴의 지금 살고 있는 곳까지 왔다. 소피는 그날 이후 다른 사람이 되었다. 자아가 바뀌어 버렸다. 워싱턴DC에서도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러 다녔다. 이곳에서는 바에서 일을 했다. 전문적인 바이고 무대에도 올랐다. 자유로운 미국 속의 자본주의는 모파상의 비곗덩어리였다. 겉과 속이 달라도 너무 다른 사람들이 집약적으로 모인 곳이었다. 정장을 깨끗하게 입고 바른 웃음을 짓고 있는 사람일수록 욕망의 분출구는 타락 적이었다. 소피는 돈을 들여 상대배역을 구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 모두가 소피의 상대역이었다.

  오디션에 필요한 탤런트를 키우는데 옵션들을 뿐이다. 그러던 중 B급 영화사의 조연발탁오디션을 보러가서 한 대본을 받았다. 대본의 내용은 음부에 포진이 심하게 난 정신착란증을 연기하는 것이다. 영화는 음부포진이 난 세 명의 여자들 이야기로 주인공을 두고 양 옆으로 조연이 받쳐주는 시나리오 형식이었다. 주인공은 잘나가는 성인배우가 맡았고 조연은 신인으로 구해보자는 감독의 말에 오디션을 열었고 소피는 그 자리에 섰다. 소피는 대본을 받아서 숙지했다.

  “자, 시작하지.”

  소피의 맞은편에 조명이 커져 있다. 조명의 밝은 곳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감독의 목소리만 오디션 장을 뚫었다. 얼굴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대략 50세 전후의 묵직한 목소리를 가진, 콧수염이 짙은, 양옆으로 오디션의 조감독과 제작자가 앉아 있었다.

  큐!

  “매일 밤 음부가 가려워서 잠이 들 수가 없어요. 약을 발랐으니 손을 댈 수도 없죠. 하지만 내손과 손가락들은 생명이 불어 있는 것처럼 음부를 향해서 가려고만 했어요.”

  소피는 의자에 앉아서 다리를 벌렸다.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치마는 다리를 벌림으로 더위로 올라갔다. 가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서 긁었다. 마치 가려움을 참지 못해 치를 떠는 사람처럼 소피는 긁어댔다. 소피의 눈빛은 이미 제정신인 사람의 눈빛이 아니었다. 대본은 바닥에 둔 채 소피는 치맛자락을 움켜쥐며 한 손으로 가슴을 한 번 거세게 쥐었다. 가슴의 지방이 일그러졌다. 실내는 고요가 흘렀다.

  그리고 가랑이를 긁던 손은 이내 목덜미로 와서 목을 긁었고 머리를 긁었다. 머리가 헝클어지며 더욱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다. 소피는 신음소리를 내며 가려움을 참을 수 없는 존재처럼 몸부림을 쳤다. 소피의 연기를 보던 감독 옆의 누군가가 일어나서 작은 탄성을 뱉어냈다. 소피의 얼굴에 웃음기 걷힌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웃. 음. 기. 없. 는. 웃. 음.

  모순의 표정은 오디션을 보는 소피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몰입을 이끌었다. 몰이해의 이해.

  소피의 연기에서 그들은 그것을 본 것이다. 손가락으로 음부주위를 긁어대기 시작했으며 가려움이 전하는 고통과 긁음이 주는 시원함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쾌락과 고통을 동시에 소피는 연기했다.

  B급 영화 관계자들은 소피의 연기에 아주 흡족해했다. B급, C급 영화배급사들이 엄청나게 많은 나라가 미국이다. B급 영화정도면 나쁘지 않다. 팬들이 많았고 무엇보다 그들은 이탈하지 않고 꾸준하게 영화를 사랑해준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영화의 화면 속에 얼굴이 나와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간들이 군집해있는 나라에서 굉장히 많은 영화회사 속에서 영화를 만들어내 수익을 올리려면 그 나름의 돌파구를 찾아야했다. B급영화는 생채기를 겪어야 했고 그 몫은 신인 연기자들이 짊어지고 가야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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