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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매화의 난
작가 : 어항
작품등록일 : 2019.10.17

억울한 누명으로 인해 죽어간 자신의 종족들을 위해 복수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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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0-18 00:00     조회 : 53     추천 : 0     분량 : 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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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련국이 몸을 빠르고 크게 불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나라는 바로 '금국'이었다. 을련국이 몸을 키우기 오래 전부터 금국은 대국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가장 강대하고 커다랗고 역사 깊은 나라. 그 곳을 잡아먹어야지만 그들은 기어코 '강대국'이라 불릴 수 있다. 하지만 을련국은 좀처럼 전쟁에서 승리하지 못 했다. 그러던 와중, 나이야족이 멸족했다. 그리고 기묘한 타이밍으로 을련국은 금국을 집어삼켰다.

  지금 그 금국의 태자가 지금 눈 앞에 있었다. 그녀의 동공이 불안한 듯 떨리고 있었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에 금국의 상징인 금빛 눈. 금국의 사람이 맞아보였다. 매화는 슬그머니 손을 빼 뒤로 숨기며 그를 노려봤다. 거세고 매서운 눈길에 이안은 어깨를 으쓱했다.

 

 "왜 불안해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

 "제가 숙녀에게 어떤 짓을 할 파렴치한처럼 보입니까?"

 

  그는 그녀를 지나쳐 정자로 걸어가며 말했다. 그녀의 표정을 본 하문이 달래듯이 천천히 손등을 쓸어내렸다. 지금 위로하면 다야? 그녀는 고개를 치켜들며 하문에게 물었다.

 

 "어찌 하여 망국의 태자가 여기 있는 겁니까."

 "매화야."

 "무슨,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 아시는 겁니까. 위험을 얼마나 더 감당하시려고 그러는 겁니까, 오라버니."

 

  대체 어디까지 감당하려고 하는 겁니까. 매화는 입술을 콱 깨물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에는 서러움과 분노, 속상함 그리고 걱정이 담겨져 있었다. 절절한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잘 느껴져서 하문은 미안했다. 하지만 그도 어쩔 수 없었다.

 

 "매화야, 얘기를 우선 들어봤으면 좋겠어."

 "……."

 "우리에게 손해는 없을 거란다. 괜찮아."

 

  매화는 그의 말에 한숨을 쉬었다. 정말? 정말 손해가 없을까? 손해 수준으로 끝나면 다행이 아닐까. 덕이는 손님이 왔다고 신 나게 왔다갔다 하며 자리를 정리하고 차를 내왔다. 그는 정자에 앉아 차의 향기를 맡으며 감탄하고 있었다. 지금 한가한가? 저게 뭐야.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매화는 속이 뒤틀렸다.

 

 "알겠습니다, 오라버니. 하지만."

 "……."

 "위험은 충분해요. 저 자까지 껴안으며 위험을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매화가 그를 스쳐가며 말했다. 매화의 말이 무엇을 의미한지 아는 하문은 한숨만 나왔다.

 

 "그래서 망국의 태자께서 여기는 무슨 일로 오신 건지요."

 "어떤 일 때문인 거 같습니까?"

 

  수수께끼라도 하자는 거야? 기분이 좋지 않은 매화가 그를 노려봤다. 그는 그녀의 사나운 눈빛에 과장되게 몸을 움츠리며 안타깝다는 듯 중얼거렸다.

 

 "저를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진작에 이 가문을 밀고하려고 했으면 했겠지요."

 "뭐라고요?"

 "그렇지 않습니까? 나이야족을 숨겨주는 건 엄연히 불법이지 않습니까."

 

  어떻게…. 매화는 벌떡 일어섰다. 창백하게 질린 얼굴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 자가 그런 사실까지 아는 거지? 자신의 오라버니를 바라보자 어색하게 웃고 있는 모습만이 보였다. 이를 들켰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저 화약을 끌어 안았다는 말인가.

  매화는 입고 있던 치마자락을 쭉 들어올렸다. 그 모습에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이안의 표정에도 금이 갈 정도였다. 그녀의 다리 안쪽 숨겨진 칼을 들어올린 그녀가 자신의 목에 가져다댔다.

 

 "매화야!"

 "당신이 알았다면 나는 죽어야 마땅하겠지요. 오라버니나 어머니, 아버지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 없습니다."

 "매화야, 제발 그걸 내려놓거라!"

 "물론 그래야 마땅합니다. 나이야족은 불행의 씨앗이지 않습니까. 우직하고 조용한 설 가문에 피 바람을 불어오게 할 수는 없는 법이지요."

 

  그는 차를 마시며 중얼거렸다. 그의 느긋한 모습에 당황한 사람은 하문 뿐이었다. 제발 칼을 내려놓으라고 몇 번이고 중얼거렸지만, 매화의 표정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칼을 좀 더 목에 깊이 박혀들어, 선혈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애초에 저도 망국의 태자, 한낱 노예의 신분이죠."

 "……."

 "나이야족이 왜 멸족해야 했고, 불행의 씨앗으로 불린지 알고 있습니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알고 싶으면 칼 잠시 내려놓으시죠. 얘기를 나눕시다."

 

  매화는 그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이대로 바로 칼을 긋고 죽으면 끝날 일이다. 그런데 왜. 불안해하며 걱정하는 오라버니의 모습과 살아남으라는 간절함이 담긴 목소리가 떠오를까. 매화는 천천히 칼을 내려놓았다. 칼이 탁상에 놓이자마자 이안은 가볍게 손으로 쳐냈다.

 

 "이런 위험한 물건은 치우고 천천히 이야기를 나눠보죠."

 "…목적이 뭡니까."

 "뭔지 알 것 같지 않습니까? 똑똑한 여인이지 않습니까."

 

  그는 차를 다시 한 모금 입에 물었다. 씁쓸한 맛이 퍼져갔다.

 

 "제 목적은 금국의 재건국입니다. 저는 금국을 다시 일으킬 생각입니다."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이 있죠? 우리 나이야족은 애초에 금국에서도 차갑게 내쳐졌던 종족입니다."

 "맞습니다. 저희 금국은 당신들을 외면했죠. 그걸 벌이라도 받듯 멸망했습니다."

 "……."

 "서로를 이용하자고 말하는 겁니다."

 

  나는 망국의 태자, 금국의 재탄생을 원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당신의 생존과 나이야족에 대한 '누명'을 벗기를 원하겠죠. 그의 말에 매화는 눈썹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누명'?"

 "역시 그에 대해 전혀 모르는 군요."

 "……."

 "금국이 멸망하기 전, 금국에 있던 예언가가 해준 말입니다."

 

  을련국은 나이야족이 멸족한다면, 영원한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누구보다 아름답고 찬란하게 뻗어나갈 것이다. 허나 단 한 명의 나이야족이라도 살아있다면 을련국은 패망하게 된다. 영원한 번영을 뒤로 하고 역사 속에서 지워지게 될 것이다.

 

 "그게 나이야족이 모두 죽었어야 하는 '이유'라는 겁니까?"

 "그리고 헛소문에 대한 '발로'이기도 하지요."

 

  그의 말에 매화는 허탈함을 참을 수 없었다. 하! 그녀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죠?"

 "당신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거 아닙니까. 왜 나이야가 멸족해야만 했는지. 당신도 그럼 믿었습니까?"

 

  남들이 불행의 씨앗이라고 하는 걸. 나이야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거라는 그 말들을 믿었단 말입니까. 이안의 말에 매화는 이를 바득 갈았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떠올랐다.

 

 '살아남으렴.'

 

  자신의 어머니가 말했다. 살아남아야 해. 자기를 숨기며 헤치려는 자들에게서 미끼가 되었다. 어머니가 난도질 당하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만 했다. 불길에 사로잡힌 자신의 집에서 멍하니 서있어야만 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우리가 불행의 씨앗이라고 욕하는 그들을 보며 이해하려고 했다.

  우리가 정말 불행이라면, 그게 진실이라면 이해하려고 했다. 이해할 필요가 전혀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멍청하게. 매화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오라버니. 오라버니는 이걸 알고 있으셨습니까."

 "…나도 태자 전하께 들어 알게 되었다."

 "……."

 

  모두가 거짓이었다. 나이야족이 불행하고, 천하며, 모욕당해야 하는 존재라는 건 거짓말이었다. 세상에. 매화는 입을 틀어막았다. 몸 속 깊숙한 곳에서 구역질이 올라왔다. 욱. 그들의 더럽고 새치스러운 혀에 나이야족은 죽어가야 했다.

  그녀의 모습에 이안은 씁쓸함을 느꼈다. 자신 또한 그랬다. 그리고 물밀듯이 몰려오는 이기적인 죄책감에 흔들려야 했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선 해야할 일이 있었다. 그전까지는 조금 이기적으로 굴기로 결심한다. 이안은 말했다.

 

 "그에 대한 소문을 퍼트린 자도 알았습니다."

 "……."

 "지금의 태후, 예전에는 황후였던 화련입니다."

 "도대체 왜…."

 "그녀는 욕심이 많은 잡니다. 을련국에 잘 어울리는 속내를 갖고 있죠."

 

  구렁이 몇 십마리 틀어 앉은 그 속내 말입니다. 이안은 분노로 일렁이는 눈동자를 보이며 말했다.

 

 "그녀가 단순히 을련국을 위해 그랬는지는 나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당신도, 나도 지금 이러고 있다는 게 진실입니다."

 "……."

 "겨우 그녀의 거짓된 말 하나에 모든 게 바뀌었단 말입니다."

 

  젖은 나비의 날개가 팔랑였다. 그러자 저 먼 곳에서 태풍이 일어났다. 그녀의 거짓으로 범벅된 말은 나비효과였다. 그 큰 파장은 하나의 대제국을 멸망시키고, 한 부족을 망가트렸다.

 

 "그리고 예언가는 말해주었습니다. 아직 기회는 있다, 아직 하나의 작은 씨앗이 살아있다고 말입니다."

 "……."

 "그게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을 찾기 위해 나는 십몇년을 헤맸어요."

 "그래서요. 당신이 나를 이용하겠다, 이 말입니까?"

 "서로 이용하자는 겁니다. 나는 내 나라를 찾기 위해 당신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어요."

 

  을련국은 나이야족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영원한 번영을 누릴 수 없게 된다. 그걸 이용하기 위해 이안은 온 세상을 뒤져야 했다. 예언가는 분명 작은 씨앗 하나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를 보호해 어떻게서든 을련국을 끌어내려야 했다.

 

 "아니."

 "무슨…?"

 "날 보호할 생각 마십시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매화야."

 "내가 할 겁니다."

 

  매화의 눈이 분노로 일렁였다.

 

 "내가 한단 말입니다. 을련국을 멸망시키는 건."

 "……."

 

  이안은 순간 예언가의 말이 생각났다.

 

 '전하, 기억해주십시오. 씨앗이 살아만 있다면 어떤 이유에서든 을련국은 멸망할 겁니다.'

 '그게 정말인가. 씨앗을 찾아낼 수 있겠는가.'

 '아니요. 그건 제 몫이 아닙니다.'

 '…….'

 '전하, '씨앗이 살아만 있다면'이 무엇을 의미하시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씨앗은 분노했다. 자신과 같은 자들이 고꾸라져 사라진 것에 분노하고 울었다. 그리고 그 끝에 남은 건 씨앗이 스스로 드는 칼날. 그 날카로운 칼날이 더러운 자들을 향해 뻗는다. 아, 과연. 예언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그녀는 살아있어야 했다. 살아만 있다면, 그녀가 몰고 올 나비효과 또한 만만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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