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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15.나는 이곳의 봄이 마음에 든다.
작성일 : 19-10-18 00:00     조회 : 285     추천 : 0     분량 : 3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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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부셨다. 햇빛이 반짝이고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에 아직 나의 세계인 줄 알았다. 그러나 제대로 온 것이었다.

 ‘여기도 이런 날이 있구나’

 

 그림 같은 장면과 함께, 이곳에서 늘 보던 복잡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모든 것들이 신기하게도 동시에 펼쳐지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은 즐거워 보였고, 밝아 보였고, 그럼에도 늘 그렇듯 바쁘게 움직였다.

 

 ‘이런 아름다운 것을 두고 왜 그냥 지나칠까?’

 나는 사람들이 이런 날을 온 감각으로 느끼지 않는 것 같아서 아까웠다. 이곳 사람들의 이런 모습을 너무 자주 봐서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을 듯 했지만, 그래도 안타까웠다.

 

 나는 나의 세계에서 이런 날들을 매번 봐도 좋은데, 여기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곧 나의 섣부른 생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바쁘게 움직이면서도 이 모습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진을 열심히 찍었다. 이 꽃 저 꽃, 풍성한 꽃나무, 흩날리는 꽃잎 사이에서 사진을 찍었다.

 

 ‘여기서는 저렇게 하는구나’

 나는 그들의 ‘바쁜 구경’을 지나쳐 가며 신기해했다. 이들만의 방식이었다. 내가 매 순간 즐길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지금 이 순간의 그들의 모습이었다.

 

 저 앞에 은호가 걸어온다. 은호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자기만의 세계에 있었다. 주위에 많은 사람들의 행동과는 상관없다는 듯이 길을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 보면 좋겠는데’

 주위를 바라보지 않는 은호가 신경이 쓰였다. 이 좋은 장면을 같이 보고 싶었는데 은호는 전혀 관심 없는 모습이었다. 은호의 굳게 다문 입과 살짝 아래를 보는 눈, 무표정은 이 배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은호야, 김은호”

 은호는 못 들은 듯 자기 갈 길만 갔다. 은호를 불렀던 여자 아이는 더 속도를 내어 은호를 따라잡았다. 은호는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손길에 깜짝 놀라했다.

 

 “김은호, 뭐 들어? 그렇게 불렀는데”

 

 은호는 귀에서 이어폰을 빼고는 미안한 듯 말했다.

 “미안해. 음악 소리가 너무 컸나봐”

 

 은호의 말은 거짓이었다. 이어폰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은호는 못 들은 것이었다.

 

 “정민아, 그런데 왜 이쪽에서 와?”

 ‘아, 이 아이가 정민이구나.’

 늘 목소리만 듣던 정민이를 드디어 보게 되었다. 은호보다 다양한 표정을 가진 밝은 아이였다.

 

 “너의 집에서 학교 오는 쪽이 꽃이 제일 예쁘잖아. 좋겠다. 나도 작년까지는 이 길을 다녔는데, 이사를 가고 나서 이 길로 다닐 수가 없으니까. 오늘은 큰 맘 먹고 이쪽으로 왔지”

 

 정민이는 은호에게 그 말을 하면서도 옆에 핀 꽃들과 꽃나무들과 날리는 꽃송이에 눈을 떼지 못했다. 은호는 그런 정민이를 바라만 보았다. 또 다시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은호야, 내가 사진 찍자하면 안 찍을 거지?”

 정민이는 이미 은호의 마음을 짐작 한 듯 물었다. 은호는 미안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

 

 “기다린다. 알았지? 내 맘도 알아줘”

 

 정민이는 웃으며 은호의 팔짱을 끼고 걸었다. 정민이는 은호에게 계속 말을 했다. 어제 본 드라마 내용, 친구 이야기, 공부 이야기. 은호는 들어주는 데 익숙한 듯 보였다. 나는 은호와 정민이의 옆에서 아무도 모르게 나란히 걸었다.

 

 “은호야, 시계 줄 바꿨어?”

 정민이는 갑자기 생각난 듯 은호에게 물었다.

 

 “아니, 아직 갈 시간이 없었어.”

 은호는 손목에 있는 시계를 보았다. 시계 줄에 다른 줄이 하나 감겨 있는 낡은 시계였다. 한참을 시계를 바라보던 은호는 정민이의 시선을 느끼자 살짝 웃었다. 설명할 수 없는 표정이 은호의 얼굴에 가득했다.

 

 “나랑 가자. 알았지?”

 정민이의 말에 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학교로 들어갔다.

 

 이제 나의 임무는 운동장에서 은호가 마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은호는 대부분을 교실에서 보내기에 나는 은호가 학교에 있는 시간에는 큰 걱정 없이 운동장에서 기다린다. 시끄러운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에너지에 감탄하며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보낸다.

 

 그러나 오늘은 은호가 운동장에 나오는 일정에 ‘주의사항’이 포함 되어 있어서 은호가 나올 때를 기다려야 했다.

 

 수업이 시작되었다. 운동장에는 나 혼자였다. 건물 안에서의 소리가 서서히 아득해졌다. 그리고 나는 생각지도 않았던 고요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바람 속에서 꽃들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학교 안에도 꽃들로 가득했다.

 

 이 좋은날에도 아이들은 딱딱하고 답답해 보이는 건물 안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쉬는 시간만 되면 그렇게 도망 나오듯 운동장으로 나와 그 짧은 시간들을 열심히 보냈다. 나는 짧은 순간 발휘되는 그들의 열정이 매번 놀라웠다. 그리고 보고 있으면 재밌었다. 부럽기도 했다. 이상하게도, 진심으로.

 

 은호가 나오는 게 보였다. 옆에는 친구들이 있었다. 은호와는 달리 그들의 표정은 다양했다. 은호는 어쩔 수 없이 같이 나온 모습이었다.

 

 ‘은호야, 좀 웃어봐.’

 나는 은호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은호는 친구들과 함께 꽃나무 사이를 걸었다. 환하게 웃고 있는 친구들 사이로 최대한 드러내지 않는 은호가, 나는 신경이 쓰였다. 은호는 갑자기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친구들에게 교실에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었다.

 

 지금이었다. 은호의 뒤쪽에서 공이 날아오고 있었다. 오늘의 주의사항이었다. 날아오는 공을 어떻게든 피하게 하는 게 내가 만들어야 될 변수였다. 은호는 아무것도 모르고 공이 날아가는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주위에 종이들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아이들이 버려준 덕분이었다. 저 종이로 변수를 만들어야 했다. 최대한 빨리 은호의 발 근처로 옮겼다. 종이가 제발 은호의 발걸음을 방해하기를 바랐다. 다행히 나의 바람대로 은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은호는 찰나의 순간에 그 자리에 앉았다. 공은 은호 머리를 벗어난 위치에서, 한참 위쪽을 지나 바닥에 부딪혀 몇 번을 튕긴 후 굴러갔다. 은호는 알지 못했다. 공을 던진 아이는 당황한 얼굴이었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자 공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찰나의 순간, 모든 것이 정지된 듯 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모든 것들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변수에 만족했다. 그 짧은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만들어 낸 것에 살짝 기쁘기까지 했다.

 

 은호는 생각보다 꽤 오래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은호의 뒷모습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다. 은호의 근처로 걸어갔다. 은호는 그제서야 일어서서 다시 가던 길을 걸어갔다. 은호의 발 근처에 있던 종이는 다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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