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
히드레아 향기가 풍기는 섬
작가 : 광선
작품등록일 : 2019.9.12

식물학자 은제린이 새로운 향수 개발을 위해 꼭 필요한 꽃, 히드레아가 피는 섬으로 가서 그 나라 왕과 펼치는 사랑이야기.

 
4화
작성일 : 19-10-17 13:43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738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라미의 이야기를 통해 배의 난파정도를 알 수가 있었다. 갑판의 3분의 1정도가 날아갔지만, 다행히 사람들이 있었던 객실은 아무 일이 없었다고 했다. 나와 함께 갑판에 있던 사람들 중에 3명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지만, 배를 다시 항구로 되돌리면서 그들을 모두 구조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가장 운 없던 것은 나였단 말인가? 이쪽 섬으로 떨어진 것은 아론과 나뿐이었다고 했으니까. 그리고 항구로 돌아가 다시 배를 고치고 우리를 찾아 바다 위를 수색하며 오느라 더딘 것 같았다. 모두 무사하다니,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회사사람들의 관심은 현재 샤린에게 쏠렸고, 샤린은 두려움에 아론에게 꽉 붙어서 그의 등뒤에 숨어 있었다. 난 라미랑 무인도에서의 생활을 이야기했고.

 

  “원래 오던 폭풍보다 더 강했나 봐요. 뭔가 다른 기류와 부딪힌 모양이라고 했죠. 그리고 프로젝트 팀이 걱정되는지 낼 오후정도에는 사장님이 직접 헬리콥터 타고 온다고 했어요. ”

 

  “사장이 직접요? 그런 갑부가 막노동하는 직원을 보살피다니..거참, 신기하네요.”

 

  “하하. 막노동이라, 과연 제린다운 말이군요. ”

 

 무슨 재주로 찰거머리 같은 샤린을 떼어놓았는지 아론이 우리들 근처로 다가오며 말을 꺼냈다.

 

  “사장은 왜 온다고 하죠?”

 

 사장이 온다는 말에 아론도 비상한 관심을 갖는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프로젝트에서도 온적 없었다고 들었는데, 그래도 목숨걸고 하는 우리가 염려스러워 격려차원으로 오려는 걸까?

 

  “ 저도 자세한 건 몰라요. 단지 낼 온다고 했고, 함께 섬에 갈지도 모른다고 하던걸요.”

 

 라미말에 아론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싶더니, 잠깐 친구들을 보러 가겠다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버렸다. 유스피아 섬이 좀 특이하고 아름다운 곳이어서 아마 관광 삼아 가려나 보다 싶어 나는 그리 깊은 관심을 갖지는 않았고, 그 유명한 G&B 의 사장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설렘에 조금은 격양되기는 했다.

 

  그날 밤은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오랜만에 배안에 있는 나의 객실에서 잠이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꿈속으로 여전히 무인도에서 있었던 아론과 계곡에서 같이 수영하던 것과 함께 보금자리에서 잠이 드는 것이 떠올랐으며 끝내는 눈가에 눈물이 흐른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 회사사람들은 무인도가 처음인 사람들도 있었는지 낮이라 안심하며 숲안쪽으로 들어갔다. 계곡이 있다는 아론 말에 모두들 관심을 갖고 그 쪽으로 가보려 한 것 같았다.

 

 그리고 호기심이 유독 발동된 이는 다른 무리와 달리 소수만이 숲을 관찰하려 들어가기도 했다. 나는 속으로 길 찾으려면 고생좀 할거라고 예전의 일을 떠올리며 조소 섞인 미소를 지웠다.

  라미는 유스피아어를 알고 있기에 어느 샌가 샤린과 친하게 되어 그녀야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아론은 사장이 온다고 한 말 뒤부터 어딘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았다.

 

  “아론! 여기서 뭐해요?”

 

 아론은 그제만 해도 우리가 귀중하게 여겼던 보금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제 이곳하고도 작별할 생각을 하니, 그냥 서운함 마음이 들었다. 아론과 함께한 추억이 고스란히 남았던 장소였고, 이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곳이기에 더욱 그러한 것 같았다. 이제 사장이 오후 3시정 도에 오면 사장과 함께 다시 유스피아 섬을 향하여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다.

 

  “제린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내겐 최고의 행복이었어요. 제린에게는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남았겠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아요. 나에게도 이 곳을 잊지 못할 곳이에요. ”

 

  아론은 살며시 나의 어깨에 머리를 얹었고, 나는 누군가 우리 둘을 보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도 모두 다른 곳에 가 있어 자신의 일 이외에 다른 이들의 밀애같은 것은 관심 없는 눈치였다.

 

  “제린은 이제 유스피아 섬에 갔다가 다시 연구소로 돌아가면 계속 일만하다가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겠죠? 그럼 이제 제린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없겠네요. 너무 아쉬워서 어떻게 하죠?”

 

  “무슨 소리 에요. 아론과 나는 영원한 친구라고요. 비록 한국에 되돌아간다 해도 아론과 전화나 편지로 연락할 수 있잖아요. 아론도 어차피 미국에 있을 테니까, 한국에 놀러올 수도 있죠. ”

 

  “그렇겠죠? 아무리 외국에 있다해도 연락하고 만날 수 있겠죠?”

 

  “그럼요.”

 

  “단지, 이렇게 단둘이 함께 할 시간은 이제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만 요. 사실 제린과 보낸 그때 배 위에서의 하룻밤은 내 평생의 가장 행복한 기억일거에요. ”

 

  아론이 갑자기 그때의 일을 회상하며 말하자, 나도 어느새 그 때의 시간으로 되돌아갔다.

 

 환상의 배 위에서의 키스신. 그리고 점점 나의 육체는 쾌락과 황홀이라는 단어로 가득 차서 내 앞에 멋진 남자를 천천히 흡수해 갔던 일. 부드럽고 감미로운 애무에 빠져 혼을 놓을 즈음 나를 거뜬히 안아 올려 사뿐한 걸음으로 그의 침실 안으로 들어간 일. 그리고 그의 침대에 부드럽게 뉘어져 꿈속 같은 황홀함에 넋을 놓고 있을 때, 나의 몸 위로 살며시 내려앉은 에로틱한 큐피트를 끌어안은 일. 그리고 정신없이 서로의 은밀한 곳을 탐닉하며 더 깊게 사랑이라는 향에 취해버린 것들. 그 모든 것이 일순 떠올라 버렸다.

 

  술을 마시고 했던 것이 아닌 오로지 낭만과 쾌락이라는 악마의 달콤한 미사구에 빠져 행해진 일들이었기에 남들에게는 한없이 부끄럽고 죄스러운 일이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떨구어 붉어진 볼을 감추려고 했다. 나의 행동을 눈치챈 아론은 살그머니 나의 뜨거워진 볼을 살포시 손으로 어루만져 주었다.

 

  “하룻밤의 추억이라도 난 후회하지 않아요. 그날이 다시 온다고 하면 몇 번이고 제린을 안을 거예요. 비록 아기엄마가 되어 있다고 해도요.”

 

  “후후. 다른 남자의 아기를 밴 여자도 그런 식으로 안을 수 있다는 거예요? 아무튼, 저도 슬퍼하거나 후회되지는 않을거에요. 나중에 할머니가 되면 아론에게 감사할지도 몰라요. 내게 열정이 뭔지 뜨거운 사랑이 뭔지 알게 해 주었으니까요.”

 

 나의 눈을 타고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린다. 바다에서의 아름다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 같은 열정의 사랑은 나의 눈물과 함께 흘러 내려가고 있었다. 그렇게 고별을 알리며 나의 눈물을 아론은 손으로 닦아주며 죄인처럼 고개를 떨군 나의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살포시 나의 입술에 작별의 키스를 해주었다. 그리고 아론은 눈을 감고 있던 나를 두고 귓가에 작은 말 한마디를 남겨 두고 가버렸다.

 

  “제린.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어요.”

 

  ‘아론, 나도 당신을 ...’

 

 나는 차마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도 결말짓지도 못했다.

 

  잠시 후에 헬리콥터 소리와 함께 본사의 우두머리인 사장님이 행차하셨다. 헬리콥터의 요란한 소리와 동시에 등장한 사장님은 생각 의외로 젊은 분이었다. 사장님이라고 해서 주변에 검은 옷차림의 수행원과 함께 꼬부랑 지팡이를 든 노인을 생각했는데, 수행원은 단 한 명도 없이 혼자서 내린 35살 정도의 근사한 남자였다. 강한 눈빛을 보아선 고집이 보통이 아닐 듯하고, 아직 미혼이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게 사장이라고 하면 몇 번의 이혼과 재혼은 달고 다닐 테고, 예쁜 여자들과의 스캔들도 흔히 꼬리를 물고 있을 것으로 여겼는데, 그는 지금껏 한번도 여자를 사귄 적도 결혼한 적도 없다고 했다.

 

 스캔들이 무서워서 몰래 사귀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갑자기 60세가 되어서 짜잔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나타나는 건 아닐는지. 그것도 아니면 혹시 게이가 아닐까? 하는 심증도 들었지만, 그것도 아닌 듯 싶었다. 그렇다면 주변에 미소년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는 오로지 일밖에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지독한 일 중독자라서 독신으로 판결을 내기로 했다. 어쨌든 그는 일단 갑자기 닥친 사건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대책을 잘 마련하고 일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연설을 했다. 그리고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헬리콥터를 보냈는지, 섬위로 들리는 윙소리가 귀를 괴롭혔다.

 

  “다행이에요, 사장님이 오셨으니, 이제 안심하고 일을 할 수 있어서요.”

 

 사장이 왔으니, 안전시스템도 빨간 불을 켰을 테니, 더 이상 걱정할 건 없었다. 그리고 이제 나도 일에 열심히 하기로 했다. 더 이상 아론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들의 관계는 다시 친구라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으므로. 내게 말을 건넨 건 실은 라미가 아니라, 아론의 동료인 체스터였다.

 

  사장님이 오셔서 다행이라고 그는 말했지만, 난 오히려 걱정되었다. 이제는 쉬지도 않고 일을 무자비하게 시키는 건 아닐 지하고. 그러고 보니, 한국의 지사에서 미국으로 파견 나가는 일은 무지하게 힘듦이라고 했는데, 그 말을 다시금 실감하는 나였다. 설마 내가 무인도에서 살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으니까. 어쨌든 사장을 태우고 배는 다시 유스피아 섬으로 출발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섬과 작별을 고했다. 그 섬에 아론에 대한 나의 마음을 놔두고 왔으므로 더욱 안타까우며 슬픈 곡조로 손을 흔들었다.

 

  ‘잘 있어. 나의 사랑아! ’

 

 샤린은 사장의 극비 명령으로 일단 회사사람들과의 접근은 금지시켰고, 안전한 객실에서 보디가드들에 둘러싸여 안전하게 보호되었다. 그리고 나는 유스피아 섬에서 채취할 꽃에 대하여 체스터에게 도움을 청하여 그의 객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론도 나와는 더 이상 마주치지 않으려는지 배안에서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체스터! 이 꽃의 이름이 히드레아 인가요?”

 

  “예. 제린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었잖아요. ”

 

  “아, 그렇죠? 하하. 제가 이 모양이라니 까요. ”

 

 내가 웃으며 나의 머리는 바보라며 뚝치니, 체스터는 마구 웃음을 내뱉었다. 체스터는 아론과 같이 연구소에서 일하고 그는 지질학자라서 험난한 일에는 이력이 붙은 사람이었다. 키는 190이 넘어 보였고, 덩치도 일본의 스모선수 못지 않게 우람한 체격이었다.

 

 배도 보통인에 비하면 상당히 나와있었지만, 그런 풍체때문인지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푸근했다. 그도 유스피아 섬은 처음이라고 했으며, 아론이 그 섬 태생인 것은 모르는 눈치여서 아론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마치 내게 있어서 아론이라는 단어는 해선 안될 금지어 같았다. 밤이 순식간에 깊어지는 바람에 나는 나의 방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체스터는 계속 있어도 된다고 했지만, 내 스스로 안 된다고 하며 그의 농담조 말투를 교묘하게 피했다. 체스터의 오른손에는 커다랗게 ‘나 결혼했소’ 라는 식의 반지가 턱하니 올려져 있으므로 그가 유부남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기에 오히려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일단 히드레아 꽃에 대한 자료를 들고 방으로 가다가 좁은 배안에서 흔히 일어나듯 살며시 물결치는 배의 요동에 누군가가 지나다가 부딪혀 버렸다.

 

 이런 일은 흔하게 일어났지만, 그 당시에는 내 손에 아무 것도 없었고, 지금은 꽤 많은 종이들이 있었기에 그것들은 쿵하는 동시에 하늘 높이 솟구치다 맥없이 바닥 밑으로 퍼져 갔다.

 

  “이런, 죄송해요.”

 

  “아닙니다. 배 안에서 언제나 있는 일인걸 요. 사장님.”

 

 난 웃으며 오히려 내 쪽에서 침착해지려 애쓰고 있었다. 연설할 당시에 보던 본사 사장과 똑같은 얼굴을 한 사람이 내가 흘린 것을 주워주고 있었기에 난 비지땀을 흘리며 떨리는 손으로 얼른 종이들을 줍고 있었다.

 

  “한국에서 오신 분이죠. 성함이..”

 

  “앗, 예. 은제린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런 거물과 만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도 못했기에 당연히 나는 굳어 질 수밖에 없었고, 그런 나의 행동에 그는 조금의 코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어려워하지 마세요. 저의 회사에 와서 일해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게다가 이야기 듣기로는 죽을 위험과 함께 낯선 남자와 단 둘이 무인도에 있었다고 하니, 더 죄송합니다. 그에 따른 보상은 나중에 본사에 돌아가 하겠습니다.”

 

 사장의 입 속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나의 엉뚱한 일들에 대해 오히려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모든 일은 내 스스로 잘못해서 생긴 일이었다. 분명 라미는 폭풍우가 덮칠 거라고 이야기했고, 그냥 조금 더 기다리고 방안에 있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테고, 아론하고도 계속 부딪히지 않고 스스로 경계했다면 나를 동료이상으로는 보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의기소침해 버렸다. 모든 일에 주범은 나로 좁혀져 있었다

 .

  “저의 불찰입니다. 저희 본사에 온 손님을 이렇게 푸대접을 하다니. 백 번 사과해도 모자를 지경입니다.”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통에 더욱 나는 죄송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알고 보면 다 나의 잘못인 것을 이렇게 사과를 하다니. 그것도 자존심이 굉장히 강할 것 같은 거물급 사장에게 받다니, 더욱 부끄러웠다.

 

  “이러지 마세요. 그건 따지고 보면 저의 잘못입니다. 앞으로는 아무 탈없이 일에 매진할 테니, 오히려 저를 나무라지 마세요.”

 

 사장은 내가 곤란해하자, 알겠다며 내게 주워 준 종이를 건네주고는 빠른 듯이 어디론가 가버렸다. 사과할 때는 내 쪽이 오히려 무안할 정도로 간절히 하더니, 나중에 갈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려 냉기가 들었다. 그냥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나도 얼른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열심히 자료를 읽어 나갔다. 배 위에서의 생활도 어느새 3일이 지났고, 드디어 육지가 보인다고 외치는 사람들과 쿵쾅거리는 소리에 나도 배 밖으로 나가려고 문을 열고 빼꼼히 복도로 고개를 내밀었다.

 

  “안돼요, 제린! ”

 

 어디서 나타났는지 라미가 못나오도록 나를 제어하고 있었고, 나도 억지로 나가겠다고 하며 둘 사이에 작은 다툼이 일고 있었다. 그러자, 저쪽에서 쿵쿵되는 발걸음을 소유한 체스터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여 나의 편을 들어줄 것이 확실하여 그에게 나를 항변했다. 섬이 보인다고 해서 나도 나가 보려고 하는데, 라미가 못나오게 한다고 바로 일러 받치고 있었다. 그러자 체스터는 아무 말 없이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천천히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려 내 얼굴에 검지 손가락을 삐죽 세우고는 흔들며 안 된다고 외쳤다.

 

  “왜요? 나도 푸른 하늘이 그립다고요. 방에만 갇혀 지낸 지 어언 사흘이라고요!”

 

  “것봐요. 체스터도 안 된다고 하잖아요. 아직도 감기가 체 가시지 않았는데, 찬바람을 쐬겠다니. 어차피 섬이 보인다고 해도 도착하려면 몇 시간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요.”

 

 더 이상 라미와 체스터에게 걱정걸이를 늘리고 싶지 않아 만족스럽지는 못했지만, 다시 고개를 내 방으로 넣었다. 사실 무인도에서의 피로 탓인지 감기에 바로 걸려버렸고, 극심한 열과 오한으로 3일간을 끙끙거려 오늘 아침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프고 힘들어도 아론은 내 방에는 발도 디디지 않았기에 더욱 외로운 싸움이었다. 나중에야 아론이 이 배에 없음을 체스터를 통해 듣게 되었다.

 

  사실은 사장의 명령으로 무인도에 사장이 왔던 헬리콥터를 타고 연구소로 갔다고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같았다. 유스피아 섬 태생을 왜, 이곳에 참가시키지 않았는지 구체적인 건 모르겠지만, 혹시 나로 인해 그렇게 결정한 것은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대로 영영 그를 보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말 그대로 일장춘몽이라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드디어 그 힘들고 고달픈 여정을 끝내고 유스피아 섬에 당도할 수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 5화 2019 / 10 / 17 212 0 9924   
4 4화 2019 / 10 / 17 207 0 7387   
3 3화 2019 / 9 / 25 205 0 22610   
2 2화 2019 / 9 / 20 207 0 6321   
1 1화 2019 / 9 / 18 334 0 1739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산타수염
광선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