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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빙의자 관찰자 시점
작가 : myomyo
작품등록일 : 2019.10.17

" 당신을 구하기 위해 왔어요. 베로나 "

너는 나의 구원자이자, 마지막 예외.

 
회상(1)
작성일 : 19-10-17 03:28     조회 : 355     추천 : 0     분량 :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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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상(1)

 

 

 그녀와의 관계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린 불편한 관계이다.

 

 대화하는 날보다 대화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고, 어쩌다 하게 되는 대화는 세 마디를 넘기 힘들었다. 내가 피했고 그녀도 굳이 잡지 않았다.

 

 작은 들꽃을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칫 잘못하면 그대로 시들 것만 같은.

 그녀의 마른 몸과 앙상한 손목을 볼 때면 만지면 부서질까. 손대면 사라질까.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지는 관계는 넌덜머리가 났다. 항상 부드럽게 웃는 표정으로 상대방을 대하는 그녀와 달리, 감정에 무감각한 나는 섞일 수 없는 양극과 같았다.

 

 “베로나 여기에 있었네요. ”

 

 “.... ”

 

 “한참 찾았어요. 비가 오고 당신은 오지 않고, 하녀들은 모른다고만 하고 ”

 

 맞다. 여기는 아무도 모른다.

 

 정원에 피어있는 장미담장을 헤치고 올라와야만 보이는 언덕은 너무나 작아 멀리서 보이지 않고 정원사도 가꾸지 않는 곳이다.

 

 -어디로 가게 되면 하녀를 꼭 데리고 가라고 당신이 그랬잖아요- 힘없는 그녀의 손이 자꾸 우산에서 미끄러졌다. 우산 없이 서 있는 나보다 더 초라한 몰골을 하고 옅은 크림색이었을 드레스 밑단은 흙탕물에 젖어 본래의 색이 보이지 않는다. 그녀의 뒤에는 항상 같이 다니던 하녀도 보이지 않았다. 하긴 3개월 전, 하녀의 장례식을 치렀다. 고집스럽게도 새로운 하녀를 들이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이런 날씨에도 데리고 오지 않다니.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몰골이다.

 

 “ 돌아가세요. ”

 

 “ 베로나 ”

 

 “ 하녀랑 오지 않은 건 내 불찰이에요. 인정해요. ”

 

 “ .... ”

 

 “ 내 몸보다 당신의 몸을 돌보는 게 좋겠군요. ”

 

 혼자 있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기 꺼려졌다. 착한 그녀라면 분명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

 우산이 자꾸만 미끄러졌다. 빗물이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여전히 부드러운 웃음을 짓고 있다. 아, 우산이 자꾸 미끄러진다 했더니 떨고 있었나. 웃고 있는 얼굴만 아니라면 아마 더 빨리 알아차렸을텐데

 

 “ 가란 뜻이에요. ”

 

 “ ..... ”

 

 “ 쓰러지고 싶어요? ”

 

 “ ....옆에... ”

 

 “ ..... ”

 

 “ ....옆에 있을게요. 베로나 ”

 

 빗줄기가 너무 세서 비교적 작은 그녀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추위에 덜덜 떨리는 몸으로 자꾸 미끄러지는 손을 애써 다잡으며 우산을 씌워주었다. 옆으로 붙은 그녀의 몸이 지독하게 차가웠다. 아무도 없는 작은 언덕. 늦가을에 내리는 세찬 비. 빗소리 밖에 들리 지 않는 적막 속에서 나와 그녀는 알았다. 침묵은 곧 긍정이라는 것을.

 

 결국 그녀는 쓰러졌다. 고열을 동반한 감기였다.

 

 “ 돌아가라 그렇게 말해도 듣질 않더니 이게 무슨 일이예요? ”

 

 “ 와줬네요. ”

 

 “ 올 생각 없었어요. 어머니가 가라 해서 온거지. ”

 

  고열 탓에 다 떠지지 않는 눈으로 그녀는 웃었다. 나는 괜히 머쓱해서 부산 떨었다. 왜 하녀가 한 명도 없는지 의사는 왔다 간 건지 커튼은 왜 이렇게 칙칙한 건지 한참을 그러고서야 그녀의 앞에 앉았다.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손, 잡아줄래요? ”

 

 “ .... ”

 

 “ 고마워요. 내가 잘 때까지만 부탁할게요. ”

 

 열 때문에 뜨겁고 축축한 손이었다. 살점 하나 없는 얇은 손가락이 처량했다. 내가 잡은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눈을 감았다. 곧이어 고른 숨소리가 들려왔다. 잠든 것이다. 하지만 왠지 손을 뗄 수 없었다.

 

 동이 트고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뒤로 그녀와 나의 관계가 바뀐 것은 아니었다. 여전히 우리의 대화는 세 마디를 넘어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나는 굳이 대화를 피하지 않았고 때때로 그녀는 내 손을 잡았다. 나는 그녀가 짓는 부드러운 웃음에 안정감을 얻었으며 그녀는 내 손에 온기를 바랐다.

 

 “...나는 ”

 

 고작 그뿐인데도,

 

 “ 당신을 구하기 위해서 왔어요. 베로나 ”

 

 그녀와의 첫 만남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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