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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사랑할 수 없는 우리
작가 : 현서
작품등록일 : 2016.10.4

39살의 인아. 실패한 유학 생활의 업적으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아직도 소박한 사랑을 꿈꾸고 있지만 얼마 전 실연까지 당했다.
그런 가운데 친구 선영의 결혼과 태라의 승진 소식은 인아를 더욱 움추려들게 만든다.
그런 인아에게 명문대생 훈남의 수현이 다가와 한없는 친절을 베푼다.
인아는 수현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잃어버린 청춘을 생각하며 슬프기도 하다.
수현은 왜 인아에게 다가온 것일까?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작성일 : 16-10-07 13:04     조회 : 478     추천 : 0     분량 : 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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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냉랭한 척 말했지만, 내가 그를 본 순간 웃었다는 걸 그리고 표정을 바꿨다는 걸 그도 보았을 것이다.

 

  “나보니까 반갑죠?”

 

  "수업은 빠지고 뭐하는 거야?"

 

 이내 선생의 엄숙함을 찾아보려하지만, 목소리가 방정맞게 떨리고 있다.

 

  “나, 안 궁금했어요? 난 궁금하던데.”

 

  내 떨리는 목소리가 녀석에게 전달되었는지 녀석의 표정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어떻게 대꾸해야할지 도대체 감을 못 잡겠다.

 

  “전화라도 한 번 해주지. 난 전화번호도 모르는데.”

 

  혼잣말처럼 내뱉고 있지만, 녀석의 말엔 서운함이 묻어 있었다. 내가 잘못한걸까?

 

  “무슨 일 있었어?”

 

  녀석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가면서 얘기해요. 바래다 드릴게요.생각보다 밤길이란 게 여자들한테는 위험한 거더라구요.”

 

  말릴 틈도 없이 녀석은 앞장서고 있었다. 늦은 시간인데도 버스는 만원이었고, 침묵하는 녀석에게 무슨 일이냐 캐묻기엔 적당하지 않은 장소였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녀석은 묵묵히 앞서 걷기만 했다.

 

  일주일 만에 나타나서 집에 바래다준다니, 선영이에게 들은 연애 강의를 적용해 보자면 저 녀석은 틀림없이 밀당의 고수일 것이다. 그런데도 난 녀석의 무거운 침묵 앞에 압도당해 아무 말도 못한 채 한 발 뒤에서 그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어느 새, 집 앞에 도착했다.

 

  “여기야.”

 

  “아...”

 

  녀석은 내가 사는 다세대 건물을 올려다보며 꽤나 감탄스런 표정을 짓는다. 감탄하기엔 택도 없는 낡고 평범하기 그지없는 건물이다. 녀석이 어디서 어떻게 감탄의 요소를 찾아냈는지, 도대체 알 수 없는 녀석이다.

 

  “몇 층에 살아요?”

 

  “3층”

 

  “아, 그래도 다행이다.”

 

  “뭐가?”

 

  “아니에요. 들어가세요.”

 

  “무슨 일인지 말 안했어.”

 

  녀석은 하지 않은 숙제가 생각난 듯, 그러나 여전히 그 숙제가 하기 싫은 표정으로 잠시 머뭇거리더니,

 

  “친구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내내 그곳에 있었어요.”

 

  녀석의 친구 어머니라면 한 50대 정도일까. 젊은 나이는 아니어도 아직 세상과 이별에기엔 좀 섭섭한 나이다. 세상과 이별하기 적당한 나이란 것도 없겠지만 말이다녀석같은 아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았을까. 생면부지의 사람이라도 죽음의 소식은 사람의 간을 오그라들게 한다.

 

  "어쩌다가...?"

 

  "사고로요."

 

  그 아쉬운 세상과의 이별이 어떤 사고일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녀석이 말하고 싶지 않은 거 같아 더 이상은 묻지 않기로 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이젠 매일 바래다 드릴게요.”

 

  “어?”

 

  “쉬세요.”

 

  녀석은 비딱하게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걸어간다.

 

  토요일 오전이라 늦잠을 잘 만큼 자고, 눈을 뜨니 녀석의 얼굴부터 떠올랐다.

 

  녀석의 친구 어머니라는 여인은 어떤 사고로 당했던 것일까. 녀석을 많이 보진 못했지만, 평소와는 사뭇 달랐던 슬픈 표정이 내내 신경 쓰인다. 좋은 사고, 좋은 죽음이란 없겠지만, 녀석의 표정으로 보아 생각보다 끔찍한 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추측만 해 볼 뿐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왜 이러는 걸까. 생각에 빠져 있는데, 태라에게 전화가 왔다.

 

  생각해보니 태라와 토요일에 만나는 게 꽤 오랜만이다. 할 일 없는 주말에 가끔 만나 맛집도 찾아가고, 영화도 보고 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영주를 주말에 불러내는 건 무리였고, 선영이가 가끔 끼는 경우도 있었지만, 선영이 애인이 없는 일은 아주 드문 일이어서 대부분은 태라와 함께였다. 그런데 한동안 내가 현성과 주말을 보내는 동안 태라는 승진 시험과 함께 주말을 보냈을 거다.

 

  “괜찮지?”

 

  태라가 물으니, 얼마 전 친구들 앞에서 눈물 범벅이 됐던 모습이 생각나 조금은 민망해진다.

 

  “어...”

 

  “그럼, 괜찮아야지. 넌 뭐 두 달 만난 남자 때문에...”

 

  태라가 답답한 듯, 언성을 높이려다 그만 둔다.

 

  “선영이 남편처럼 부유한 남자는 흔치 않아도, 그놈처럼 가난한 남자는 많아.”

 

  현성이 내 곁에 있을 땐, 태라는 현성을 진솔하고 꽤 괜찮은 남자라고 말 했었다. 그런데 내 곁을 떠나자 가난한 ‘그놈’이 되어버렸다. 좀 서글프지만 그렇다고 태라에게 섭섭하진 않았다. 나를 위하는 마음을 태라는 그렇게 거칠게 표현할 뿐인 걸 아니까...

 

  하지만, 태라는 영주처럼 날 안아준다거나 안쓰러워하며 내 마음을 다독여 주진 않는다. 태라가 원래 가칠한 성격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더 다정하고 사랑스러웠던 태라가 이렇게 변한 건 나 역시 ‘그놈’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청춘에 너무 예쁘게 연애를 했던 태라. 그러나, 아픈 이별 후에 그것은 추억이 아니라 오히려 태라의 마음에 독으로 남게 된 것이다.

 

  스물아홉 살이 되던 해, 태라는 6년 동안 사귄 남자 친구와 헤어져야만 했다. 남자 친구가 태라 몰래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그를 사랑했었고, 무엇 하나 빠질 것 없는 태라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나 우리 모두 넋이 나갔었다.

 

  미니홈피가 한창 유행하던 시절, 친구의 친구 미니홈피에 우연히 파도를 타고 들어간 태라는 거기에서 홈피 주인의 결혼사진을 보게 된다. 나도 머지않아 웨딩드레스를 입을 거라는 기대를 하며,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사진 속의 신랑은 태라의 남자친구였다.

 

  태라의 남자친구가 3년 전 어학연수를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만난 여자라고 한다. 그 동안에도 태라는 늘 화상 채팅과 메일로 꼬박꼬박 사랑을 확인하며 굳건히 사랑을 지켜나갔다. 태라 혼자서...

  그리고 3년이란 시간이나 그 놈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데, 태라는 그를 너무 믿었고, 태라에겐 해외 출장을 핑계대고 가는 신혼여행조차도 까맣게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놈은 결혼 사실을 태라에게 들키고도 뻔뻔하게 우리관계가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고 한다. 태라는 그 여자를 찾아가 우리 관계가 더 오래된 사이라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이미 결혼하지 않았는가.

 

  태라는 그 충격으로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내고, 자취를 감추었다. 혹시 나쁜 생각이라도 할까봐 맘 졸이며 태라를 기다리던 어느 날, 태라는 석 달 만에 우리 곁에 돌아왔다. 입고 있던 옷들은 헐렁했고, 피부는 까맣게 타 있었으며,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태라에게 미안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태라는 전보다 훨씬 더 근사해 보였다. 선영은 호들갑을 떨며 태라에게 맞는 옷을 사 주겠다고 신나했고, 태라는 극구 사양했다. 그리고 다시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취직했고, 일벌레가 되었고, 그 후로 다시 남자에게 깊이 마음을 담그진 않았다.

 

  그렇다고 지난 10년 간 태라가 전혀 남자를 만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태라라고 해서 어찌 외로움이 없겠는가. 하지만 태라에게 그들은 애인이나 남자친구가 아니라 ‘그냥 그런 놈들’이었다.

 

  그런 태라에게 매력적인 남자(혹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남자)가 접근하기라도 하면 태라는 어떻게든 남자 하나를 더 구해서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났다. 다시는 사랑같은 건 하지 않겠다는 태라의 강력한 의지가 보이는 대목이다.

 

  그런 태라가 만약 한 남자만을 만나고 있다면 그 남자는 행복해하겠지만, 그 남자는 태라가 사랑에 빠질 위험이 없는 남자였다. 사랑에 빠지지 않는 냉철한 여자는 같은 여자가 보기엔 너무나 멋있다. 그러나, 이젠 태라가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 누군가를 사랑하고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놈은 빨리 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아.”

 

  괜찮다는 나의 말이 거짓말이란 걸 태라는 나의 표정을 보며 알았을 것이다. 태라의 말처럼 나도 빨리 잊고 싶다. 그때의 태라처럼 나도 사표를 내고 잠수를 타며 그를 잊는데 집중(?)해 보고도 싶다. 그러나 6년 사랑의 실패에 3개월이란 시간을 낭비(?)한 건 어느 정도 정당성을 인정할 수 있지만, 2개월 사랑의 실패에 3개월이란 시간을 허비하려한다면 누가 봐도 비웃을 일이다.

 

  게다가 그러나 이젠 난 젊지도 않다. 만약 지금 사표를 내 버린다면 다시는 직장을 못 구할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태라는 그래도 젊었었다. 물론 태라는 청춘을 모두 바친 사랑이 끝났을 때, 젊음도 인생도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다시 10년 후엔 지금을 젊었었다고 바라보게 될까?

 

  그래도 다행인 건 때 아닌 수현의 등장으로 요즘 난 현성의 빈자리를 별로 생각 하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내 마음의 그 자린 현성이 아니어도 아무나 들어와 채울 수 있는 곳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주인이 없어 아무나 들어와 앉아도 되는 잡초만 무성한 그런 자리.

 

  수현의 이야기를 꺼내려 하는데, 태라의 휴대폰이 울린다. 태라는 발신번호를 확인하더니, 냉담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어 버린다. 주말에도 대출 광고 전화가 오나 했는데, 이어지는 메시지 소리가 요란한 게, 스팸 전화는 아닌 모양이다.

 

  “뭔데?”

 

  “웬 꼬마가 아주 귀찮게 구는구나.”

 

  무려 태라보다 8살이나 어린 남자란다.

  평소 태라는 자신이 만나는 남자에게 관심을 갖지 말라고 우리에게 엄포를 놓았었다. 언젠가는 관계가 끝날 그렇고 그런 놈들이니까.. 태라의 요구대로 태라의 남자에게 관심을 갖지 않으려 노력했었는데, 8살 연하라는 말에 귀가 번쩍 뜨여 나도 모르게 태라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태라를 귀찮게 했다.

 

  같은 건물에 근무하며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었는데, 우연히 같은 장소에서 회식을 하다가 말을 트게 됐다고 한다. 누구든 취중이면 좀 허술해지는 범. 다음 날부터 연하남은 태라를 졸졸 따라다녔고, 몇 달 전에는 몇 달 전에는 결혼하자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그때 태라는 결별을 선언하고 승진 공부에만 매달렸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하남은 두 달 넘게 계속 연락을 해온다고 한다.

 

  태라는 이미 거절했다고 하지만, 8살 연하의 남자가 구애를 한다는 것만으로 태라가 대단해 보였다.

 

  “결혼하자 이런 말을 장난으로 하진 않을 거 아냐?”

 

  “무슨 낳지도 않은 애 키울 일 있냐.”

 

  10대의 남자가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건 지극히 당연히 일이지만, 2,30대 남자가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건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라고, 그 첫 번째가 돈이라고, 이것도 언젠가 선영이가 해 준 얘기다. 그 외에도 남자가 연상의 여자를 만났을 때 누리는 혜택은 아주 많다고 했다. 태라도 선영이의 그 말을 인정하고 있는 걸까?

 

  8살이나 어린 남자는 태라가 사랑할 수 있는 가능성에서 완전히 배재되는 거였구나. 태라에게 수현의 얘기를 했다가는 태라는 수현을 혼내러 학원앞으로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난 수현의 얘기를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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