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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탈출
작성일 : 19-10-16 22:02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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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획이 필요해.”

  오유미의 얼굴이 환해졌다.

  “너도 괜찮지?”

  지오는 말없이 나를 응시했다. 나는 부러 활짝 웃어보였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스쳤다.

  “아까 그 병실 가서 따지자.”

  “뭐라고?”

  “환자를 이렇게 다뤄도 되느냐고 항의하면 그쪽 사람들이 당황할 거 아냐?”

  “그 다음에는?”

  오유미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도 않고 성큼성큼 병실을 나갔다. 그 뒤를 좇아가보니 오유미는 벌써 502호 앞에 서 있었다. 뒤돌아보고 나를 향해 수신호를 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오유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병실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당신들 대체 뭐하는 짓입니까?”

  카랑카랑한 오유미의 호통 소리가 들렸다. 나는 동태를 살피기 위해 조심스럽게 복도로 나갔다. 데스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그곳과 복도가 빈 상태에서 데스크 앞의 엘리베이터만 탈 수 있다면 일단은 성공일 것 같았다. 나는 505호로 가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502호에서는 오유미가 유감없이 소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어떻게 환자를 묶어둘 수 있느냐고 당장 풀라며 길길이 날뛰었다. 직원들은 쩔쩔매고 있었다.

  “보호자 되세요?”

  502호를 슬쩍 엿보고 돌아가려는 찰나, 다른 병원 직원이 아는 체를 했다. 나는 말끝을 뭉개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그 병원 직원은 사정을 하며 나를 502호로 밀어 넣었다. 주저리주저리 길게 말하고 있지만, 요지는 ‘우리 좀 그만 피곤하게 하고 앞뒤 분간 못하고 날뛰고 있는 저 철딱서니를 말려달라’는 것 같았다. 오유미는 직원과 함께 들어오는 나를 보고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간호사는 오유미에게 연신 사과를 하며 설명을 하고 있었고, 다른 직원들은 환자를 묶었던 끈을 풀고 있었다. 묶었던 끈을 풀자 환자가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6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남자 환자였는데, 기운이 무척 셌다. 직원들 둘이 달라붙어 진정시키려 했지만, 힘에 부쳐 보였다.

  “이래서 저희도 어쩔 수 없이…….”

  간호사는 마침 잘 되었다는 듯, 이것 보라는 식으로 말했다.

  “이렇게 움직이시다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어디 한 군데 부러지기라도 하면 큰일 아닙니까? 저희 편하자고 이러는 게 아니에요.”

  환자는 병원 직원들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아무리 정신이 없으셔도 저렇게 욕설을 하시니 저희도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저 분도 따님이신가요? 따님이 한 분이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간호사가 나를 바라보았다.

  “환자 가족사에 무슨 관심이 그렇게 많아요? 그럴 시간에 환자를 제대로 보살펴야지. 기껏 돈 내고 입원시켰더니……. 됐어요. 내가 환자 가혹행위로 다 신고할 거야.”

  오유미는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여보세요? 거기 경찰서죠?”

  당황한 간호사가 그녀를 만류했다. 나는 잽싸게 다가가 오유미의 전화를 뺏어 끊었다.

  “왜 그래?”

  “너야말로 왜 이러니. 좋게 말로 해결해야지.”

  진짜로 경찰이 온다면 우리도 곤란해 질 게 뻔했다. 502호 환자의 가족을 사칭한 것은 둘째 치고 지오가 있지 않은가. 나는 눈짓과 입모양으로 최대한 오유미에게 신호를 보냈다. 오유미가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더니 또 전화를 걸었다.

  “아무리 언니가 말려도 이건 절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야! 언니는 상관하지 말고 빠져 있어.”

  오유미가 짐짓 단호한 태도로 말을 하며, 나를 밖으로 내보냈다. 지오에게 가란 뜻인 것 같았다. 나는 지오에게 가서 옷장을 뒤졌다. 얇은 검은색 코트가 한 벌 있었다. 나는 급한 대로 그 옷으로 지오를 둘둘 감쌌다. 지오와 같이 문 앞에 엎드려 502호를 엿봤다. 한마디로 난장판이었다. 직원들은 양쪽에서 환자를 붙잡고 있고, 환자는 반항을 하며 물건을 집어 던지고 있었다. 또 다른 직원은 환자가 던진 물건을 피하며 그를 진정시키려 했고, 간호사는 오유미를 붙잡고 놓질 않았다. 나는 지오와 엘리베이터를 타기로 했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누르고 기다렸다. 1층에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를 타기만 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502호 문이 벌컥 열렸다. 나는 계단 앞에 있는 철문 뒤로 지오를 숨겼다. 502호에서 오유미가 나왔다. 나는 오유미에게 손짓을 하려고 했다. 그러나 뒤이어 간호사와 직원 한 명이 오유미를 따라 나왔다. 오유미가 그들을 뿌리쳤다. 그들은 한사코 오유미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나는 오유미에게 다가갔다. 우선은 내가 진정을 시키겠다며 다른 사람들을 떼어냈다.

  “신고했으니까 곧 올 거야. 시끄러워지면 빠져나가자.”

  “어디에 신고했는데?”

  “119.”

  “병원인데 119에 신고하면 오겠냐?”

  “온다던데? 나도 몰라. 급한데 어쩔 수 없잖아.”

  오유미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지오와 먼저 내려가고, 오유미에게 나중에 빠져나오라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유미가 다시 사람들을 끌고 병실로 들어가야 했다. 우리는 건물을 빠져나가서 만나기로 했다. 오유미가 씩씩대며 502호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줄지어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복도가 빈 것을 확인하고 지오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젠 내려갈 일만 남았다.

  그런데 엘리베이터가 위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사이 누군가 위에서 버튼을 누른 모양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문 앞에 붙었다. 지오를 내 뒤에 세워 보이지 않도록 했다. 6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간호사 두 사람이 이동침대를 끌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이불을 덮고 누워있는 환자는 자고 있는 것 같았다. 환자가 살짝 몸을 뒤척였다. 그 바람에 이불이 약간 걷혔다. 환자의 몸이 옴짝달싹 못하도록 꽁꽁 묶여 있었다. 간호사가 서둘러 이불을 덮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눈웃음을 쳤다.

  “저기, 뒤에 계신 분은…….”

  나와 눈이 마주친 간호사가 고개를 쭉 빼고 내 뒤를 쳐다봤다. 나는 은근슬쩍 지오를 구석으로 밀었다. 간호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생각난 듯 표정이 변했다. 그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나는 태연하게 지오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저기, 환자는…….”

  등 뒤로 간호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는 바람에 뒷말은 들리지 않았다. 내리고 보니 다시 5층이었다. 아무래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가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것 같았다. 나는 계단 쪽으로 갔다. 들키지 않도록 발소리를 죽이고 몸을 낮췄다. 간호사가 눈치를 채고 다른 사람에게 알린다면 큰일이었다.

  이때, 건물 밖에서 사이렌소리가 들렸다. 신고를 했다더니 구급차가 오는 모양이었다. 나는 주변을 탐색했다. 반 계단 내려가는 쪽에 화재경보기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오유미에게 전화를 걸어 ‘계단’ 한 마디만 하고 끊었다. 그리고 화재경보기를 눌렀다. 화재경보기는 고장이 났는지 잘 울리지 않았다. 나는 옆에 있는 화분을 들어 화재경보기를 힘껏 내려찍었다. 고요를 걷어내는 날카로운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렸다. 나는 지오의 손을 꼭 잡고 숨을 죽였다. 잠시 후, 아래 위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사람들이 복도로 뛰어나왔다.

  “환자들 챙겨!”

  직원들은 우왕좌왕했다. 그 틈에서 오유미가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오유미를 불렀다.

  “뭐야? 그쪽이 한 거야?”

  오유미가 바닥에 깨진 화분을 보고 물었다.

  “119 불렀다면서.”

  나는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일찍 좀 누르지. 효녀 흉내 내느라 두드러기 나는 줄 알았네.”

  우리는 양쪽에서 지오를 잡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각 층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명을 지르며 신나서 방방 뛰어다니는 환자들도 있었다. 직원들은 반항하는 환자들을 끌고 내려가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우리는 선두 그룹에 붙어서 최대한 대열에 휩쓸려 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대로 내려가서 밖으로 나가 차를 타고 사라지면 성공이었다. 단박에 1층에 도착했다. 직원들 몇이 입구에 서서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는 지오를 숙이게 한 후 손으로 입을 막고 문 쪽으로 뛰어갔다. 우리가 입구를 빠져나오는 순간, 119 구급대원들이 우리 옆을 지나쳐 건물 안으로 돌진했다. 건물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입구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 모여 있었다. 직원들은 아직 나오지 않은 환자들과 직원들을 헤아리느라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고, 대열에서 이탈하려는 환자들을 단속하느라 분주했다. 우리는 요리조리 눈을 굴리며 적절한 때를 노렸다. 나와 지오가 구급차 뒤로 몸을 숨기는 동안, 오유미가 앞서 나가 택시를 잡기로 했다. 도로는 무척 혼잡했다. 가뜩이나 좁은 2차선 도로인데다가 인근 주민들이 밖으로 나와서 구경을 하고 있었다. 차들은 신호에 상관없이 도로를 건너는 사람들을 피하느라 엉금엉금 기어 다녔다. 쉴 새 없이 경적이 울렸다.

  “소방차가 온다!”

  누군가 신고를 한 것 같았다. 소방차 3대가 요양원을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고 있었다. 서둘러야 했다.

  “여기!”

  오유미가 손짓을 했다. 그녀 앞에는 택시가 한 대 서 있었다. 나는 지오를 잡고 택시 쪽으로 다가갔다. 거리는 멀지 않았지만, 사람들을 헤치고 가느라 속도가 더뎠다. 택시 뒤에서 차들이 비키라고 경적을 울렸다. 택시 기사와 오유미가 뭔가 얘기를 나눴다. 오유미가 우리 쪽을 보더니 택시에게 손짓을 했다. 택시 기사가 저만큼 앞을 가리켰다. 그쪽으로 차를 댈 모양이었다.

  “저기 택시가 있는 곳까지 달리는 거야.”

  나는 지오의 손을 꽉 잡았다. 투박하고 성마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오의 손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미지근한 온기가 손을 통해 내 심장까지 전해졌다.

  “저 새끼 잡아!”

  뒤를 돌아보니, 의사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를 가리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유미야!”

  오유미가 달려와 지오의 손을 잡았다. 택시는 불과 삼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

  우리는 그곳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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