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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그녀는 산책 중
작성일 : 19-10-16 21:57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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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조여사는 지오를 만났다고 했다. 지오가 집을 나가고 몇 달 만에 만난 것이었다. 못 알아볼 뻔 했다고, 너무 달라져서 다른 아이와 바뀐 줄 착각했을 정도였다고 했다. 조여사가 보기에 지오는 이미 먼 곳으로 가 버리고 일그러진 껍데기만 거기 서 있는 것 같았다고 했다.

  “지오를 안아주지 못했어. 손을 댈 수가 없었다고. 손이 닿으면 나도 잘못되는 게 아닌가 싶어서. 그러면 안 되는데 순간 그런 생각이……. 그래서 지오가 나를 쳐다보지도 않은 걸까? 하지만 지오 모습이 정말…….”

  조여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통곡을 했다. 서의원은 지오를 몰래 빼돌릴 계획을 하고 있었다. 일이 잠잠해질 때까지 외국으로 보낼 작정이었다. 나는 조여사를 달래어 지오가 있는 곳을 알아냈다. 서의원의 결정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다 한들 방법이 없었다. 방법이 있었다면 서의원이 지나쳤을 리도 없었다. 아버지니까. 평창동 서재에서 나는 그것을 확인했다.

  지오가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이번이 아니면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두 번째 이별은 더 쉬우려나. 생각의 갈래들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뒤엉켰다. 그러나 혼자서 가는 것은 자신이 없었다. 지오는 또 얼마나 변했을지. 어머니조차 주춤거리게 한 지오의 모습을 내가 받아들일 수 있을지 겁이 났다. 보자마자 돌아서면 어쩌나. 그런 내 모습이 지오에게 상처를 주게 될까 봐 두려웠다. 오유미와 함께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그 이유 때문이었다. 옆에 오유미가 떡 버티고 있으면 내가 달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녀가 두고두고 나를 비웃을 게 뻔하니까.

  그러나 막상 전화를 걸려고 했을 때는 오유미가 거절하면 어쩌나 조바심이 났다. 먼저 만났을 때 그녀는 무기력해 보였다. 의지나 의욕 같은 단어는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비행기에 태워 멀리멀리 떠나보낸 것 같았다. 지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두라고 충고도 했었다. 시큰둥하게 반응하면 나는 뭐라고 반격할까. 너에게도 책임이 있다며 강하게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오유미는 한참 만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낯선 남자 목소리였다. 지난번에는 오유미의 엄마가 받지 않았던가. 이번에도 내가 모르는 오유미의 가족이 등장하는 것인가.

  “오유미의 전화 아닌가요? 저는 오유미 친구예요.”

  “누구요?”

  남자는 잘 알아듣지 못했다. 주위가 굉장히 시끄러운 것 같았다. 고성이 오가고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내 소개를 했다.

  “이 아가씨 알아요? 저기, 여기 와서 제발 이 아가씨 좀 데려가요!”

  남자가 위치를 말했다. 나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재차 반복해서 물었다.

  “청와대 몰라요, 청와대? 외국에서 왔나.”

  남자의 말투에는 짜증이 가득 배어있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당장 택시를 잡아탔다.

  “어디요? 청와대?”

  택시기사가 몸을 돌려 나를 바라봤다.

  “청와대는 무슨 일로…….”

  택시기사가 심각하게 말했다. 그렇다. 요즘엔 청와대에 관람도 하러 간다지만, 여전히 일반인들에게 생소하고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유미가 청와대를 구경하러 갔을 것 같지는 않았다.

  청와대 앞에 도착했을 때, 나는 짐작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관람은 고사하고 오유미는 청와대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었다. 십여 명의 전경들이 앞을 막아서고 있었던 것이다.

  “왜 막아서는 겁니까?”

  오유미가 항의했다.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전경들 뒤에서 나왔다. 태도를 보아하니 청와대 관계자인 것 같았다.

  “지금 시위하시는 겁니까?”

  “청와대로 산책하러 왔어요.”

  “산책하는 데 피켓은 왜 들고 있습니까?”

  “내가 산책할 때 책을 들고 하든 속옷을 들고 하든 내 맘이죠. 민주주의 국가 아닙니까? 민주국가에서 당신이 나 못 가게 가로 막고 있는 거 불법이야!”

  오유미는 전경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려고 했다. 선글라스가 그녀를 잡았다.

  “어, 지금 어딜 잡아? 당신 성추행범으로 고소할 거야!”

  선글라스가 흠칫 손을 떼고 물러섰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한 채 난처한 것 같았다.

  “이봐요, 안 잡아가고 뭐합니까?”

  선글라스가 뒤쪽에 서 있는 경찰에게 말했다.

  “산책한다는 사람을 무슨 명목으로 잡습니까? 나중에 우리만 복잡해져요.”

  경찰이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 오유미가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전경들이 방패를 앞세워 오유미를 압박했다.

  “공무원이 아무 죄 없는 시민을 포위하고 있다!”

  오유미가 거리를 향해 크게 외쳤다. 그래봐야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기가 막혔다. 오유미에게 달려갔다.

  “여기서 뭐하는 거야?”

  “어쩐 일이야?”

  오유미는 태연하게 대꾸했다.

  “아는 사람입니까? 이 아가씨 좀 어떻게 해 봐요!”

  “아, 왜 산책도 못 하게 하냐고!”

  오유미가 들고 있는 피켓을 바닥에 탁탁 찍었다. 피켓에는 ‘부당한 권력 남용, 대통령은 사과하라’ 라고 적혀 있었다. 선글라스는 태도를 바꿔 불쌍한 척을 했다.

  “이봐요, 우리 입장도 생각해줘야지. 우리도 힘없는 국민이에요.”

  오유미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작전이 먹혀들지 않자, 선글라스는 다시 강압적으로 말했다.

  “자꾸 이러면 고성방가죄로 신고할 거요!”

  “이젠 협박까지? 내가 무슨 소란을 피웠다고 이래? 나도 통행 방해로 고소할 거야!”

  선글라스가 질렸다는 듯 머리를 흔들었다. 그러더니 목표를 바꿔 나에게 말했다.

  “안 데려가고 뭐합니까? 빨리 데려가세요.”

  “누구한테 명령이야?”

  오유미가 끼어들었다. 나는 오유미를 붙잡았다.

  “그만 가자.”

  “싫어. 난 계속 산책할 거야. 저쪽까지.”

  오유미가 청와대 앞에 있는 바이케이트 너머를 가리키며 선글라스의 약을 올렸다. 그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나는 오유미에게 귓속말을 했다.

  “지오가 병원에 있어. 그 애 아버지가 찾았어.”

  완강히 버티던 오유미의 눈이 번쩍 뜨였다. 나는 이번이 아니면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고 오유미를 설득했다. 오유미가 선글라스에게 다가갔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봐요.”

  “또 올 겁니까?”

  선글라스가 기겁을 했다. 오유미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에게 피켓을 떠안겼다.

  “이거 보관해 줘요. 공무원이 무단투기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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