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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바퀴벌레 여자의 죽음
작성일 : 19-10-16 21:52     조회 : 207     추천 : 0     분량 : 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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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퀴벌레 여자가 죽었다. 사체는 경기도의 야산에서 발견되었다. 신도시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휑휑한 논밭 한가운데 아파트 단지와 야산이 노려보듯 마주보고 있는 곳이었다.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야산 근처에 얼씬거리지 않았다. 야산은 뒤편 마을에 사는 노인들이 슬금슬금 산책 삼아 오를 뿐 인적이 드물었다. 바퀴벌레 여자를 발견한 것도 야산을 넘어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들을 만나러 가던 노인이었다. 멀리서 봤을 때, 노인은 바위인 줄 알았다고 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노인은 거무스름하고 맨질맨질한 바위가 참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까이 갈수록 이상해 보였다. 바위라고 하기엔 납작하고 물러보였다. 한쪽은 흙으로 덮혀 있었다. 다른 한쪽도 흙속에 묻혀 있었던 것 같은데 간밤에 내린 소나기로 흙이 쓸려 나간 것 같았다. 노인은 표면에 묻은 흙을 살살 털어냈다. 매끄러운 표면을 손가락으로 꾹 찔러보았다. 노인은 등줄기가 오싹해졌다.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느낌, 그것은 무생물의 차가움과는 달랐다. 따뜻했던 것이 온기를 잃고 식어버린, 바로 죽음의 감촉이었다. 노인들이란 본래 죽음에 민감한 법이 아니던가. 노인은 좀 더 적극적으로 흙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아들에게 가는 길이었다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어쩌면 거무스름한 껍데기는 위장일지 모른다. 오래 전에 실종된 사람의 시체일 수도 있고, 누군가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땅 속에 묻어둔 것인지도 모른다. 마늘밭에서 현금 뭉치가 발견된 적도 있지 않은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발견만 하면, 유명세를 타게 될 수도 있고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들에게 함께 살자고 큰소리 칠 수도 있고, 더 이상 야산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된다. 맨손으로 흙을 걷어내며 노인은 그런 생각을 했다고 기사에 나왔다.

  그러나 흙속에 묻혀 있던 것은 껍데기를 벗겨낼 필요도 없이 너무도 자명한 바퀴벌레였다. 그것도 일 미터쯤 되는 거대한 바퀴벌레였다. 노인은 아쉬운 대로 바퀴벌레의 크기에 희망을 품고 경찰에 신고를 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도 바퀴벌레의 거대함에 흥미를 느꼈다. 경찰보다는 곤충학자들이 군침을 흘릴 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가 경찰은 바퀴벌레의 얼굴이 남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곤충에게도 얼굴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까 마는, 경찰이 보기에 분명 얼굴이었다. 그것도 사람의 모습을 한. 경찰은 거대 바퀴벌레의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일부 유전적 변형이 확인되었지만 -거대 바퀴벌레와 상당 부분 유전자가 일치하는 인간을 찾아냈다. 바퀴벌레 여자로 유명한 박모양이었다. 경찰은 바퀴벌레 여자가 세간의 관심뿐 아니라, 영부인까지 그 어머니를 만났던 것을 기억했다. 즉시 박양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의뢰하여 바퀴벌레 여자의 사인을 밝혀냈다. 강력한 살충제 섭취로 인한 사망이었다. 경찰은 바퀴벌레가 살충제를 먹고 죽은 것이 과연 이상한 일일까 고민했다. 바퀴벌레 여자의 몸에서는 여러 종류의 살충제가 검출되었으며 그 양이 일반적인 치사량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바퀴벌레 여자가 보통의 바퀴벌레의 백배에 해당하는 크기를 가졌기 때문에 많은 양의 살충제를 지속적으로 복용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제시했다. 경찰은 이것이 타살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바퀴벌레 여자의 부모를 소환해 조사를 시작했다. 그들은 혐의를 부인했다. 아무리 바퀴벌레가 되었다고 해도 딸인데 우리가 그런 끔찍한 짓을……. 어쩌자고 그 상태로 가출을 해서 그 멀리까지 갔을까. 혼자서 얼마나 험한 꼴을 당했을까. 바퀴벌레 여자의 어머니는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찍었고, 아버지는 딸의 명예를 생각해 조용히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경찰의 집요한 추궁 끝에, 바퀴벌레 여자의 부모가 자백을 했다. 경찰이 살충제를 구입했던 신용카드 내역과 고속도로 CCTV에 그들의 차량이 찍힌 사진을 증거로 내밀었다. 사진은 바퀴벌레 여자의 사체가 발견된 야산 인근에서 찍힌 것이었다. 바퀴벌레 여자의 부모는 집안에 일 미터나 되는 바퀴벌레가 있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것이 틈만 나면 방 밖으로 나와 주방을 배회했다며, 여자의 어머니는 이를 갈았다. 바퀴벌레 여자의 사망을 알리지 않은 것은 여자의 치료비 명목으로 나오는 정부 지원금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살인죄가 적용되었다. 그것도 직계존속을 살해한 패륜범죄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무죄를 주장하고 나섰다. 살인이 아니라 벌레를 박멸한 것도 죄가 되느냐고 항변했다. 그들에게 바퀴벌레 여자는 더 이상 딸이 아니었다. 온갖 병균을 옮기는 끔찍한 벌레를 없앴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일단 바퀴벌레 여자의 부모를 검찰에 넘겼다.

 

  나는 지오의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기사를 봤다. 기사의 말미에는 바퀴벌레 여자를 죽인 것을 두고 살인죄를 적용할 것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며, 검찰과 사법부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는 서의원이 전화를 해서 언질을 주었을 때, 곧 무슨 일이든 터질 것이라고 짐작을 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막장 드라마 같은 이야기일 거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과연 그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만약 죽이지 않았다면 그들은 거대 바퀴벌레를 평생 보살피며 살아야 하는 걸까. 바퀴벌레 여자는 음식을 먹으며 살충제가 들어 있다는 것을 정말 몰랐을까. 만약 알고 있었다면, 알고서 음식을 가져다주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차라리 완전한 바퀴벌레가 되어 의식이라는 것이 없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나는 완전한 바퀴벌레가 되지 못한 여자의 슬픔에 가슴이 저렸다.

  바퀴벌레 여자가 돈을 벌었다면 그녀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바퀴벌레가 되었기 때문에 받는 지원금 따위가 아니라 남들처럼 정장을 입고 직장에 출근하여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일을 했다면……. 여자의 어머니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직장인 남편처럼 말이다. 아, 바퀴벌레가 되었으니 정장은 필요 없겠다.

  딸이 바퀴벌레가 됐다면서요, 저런.

  누군가는 안타까워하거나 속으로 비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맞받아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직장에 잘 다닌답니다. 바퀴벌레가 되어서도 말이죠. 누구처럼 사람이면 뭐해요? 직장도 못 구해서 부모한테 얹혀사는 것보다 낫죠. 호호호.

  이렇게. 아니, 다 쓸데없는 생각이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나도 얼른 직장을 구해야했다. 몇 군데 알아보기는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경기가 불황인 탓에 여행업계의 타격이 만만치 않았다. 새로운 직원을 뽑기는커녕, 있는 직원들도 정리할 판이었다. 그것도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이다. 가을 성수기를 앞두고도 벌써 여행사들 몇이 문을 닫았다. 큰 회사들도 말도 안 되게 가격을 낮춰서 영업을 하며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전혀 다른 일을 하자니 신입사원으로 들어가기에는 나이가 많았다.

  당장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 백 만원도 안 되는 실업급여만으로는 생활비를 충당하지 못한다. 월세와 공공요금, 보험료를 내는 것만으로도 빠듯하다. 학자금대출금도 아직 한참 남았다. 어쩔 수 없이 모아둔 돈을 써야 하는데, 모아둔 돈도 많지 않았다. 엄마는 늘 저축도 안 하고 다 뭐했느냐고 타박하곤 했다. 가끔 집에 부쳐주는 돈이나 해주에게 들어가는 돈은 생각하지도 않고서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에게 손을 벌릴 수도 없었다. 회사를 그만둔 것도 말하지 못했다. 말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알게 된다면 매일 전화를 걸어서 이제 어떻게 할 거니, 라며 곧 세상이 끝날 것처럼 한숨을 푹푹 쉴게 뻔했다. 이럴 때 해주라도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마음이 편할 텐데……. 이래저래 도움이 안 되는 계집애다. 나는 혼자 입을 삐죽거렸다. 며칠 전 일로 아직 해주에게 서운한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이럴 바에야 나도 벌레가 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퀴벌레나 파리는 혐오스럽다. 된다면 지오처럼 모기가 되는 것이 좋겠다. 내가 손톱만큼 피를 빨아먹는다고 해도 조금 가렵기만 할 뿐 아닌가. 왜 피를 빨아먹느냐고 항의한다면 어떤 말로 대응할지도 생각해 뒀다. 흥, 나도 할 말 많다 이거야.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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