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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늘 잊혀지는 중
작성일 : 19-10-16 21:41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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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부

 

 1

 

  8월이 되었다. 연일 전국의 낮 기온이 34도 안팎을 기록했다. 나흘째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었다. 7월 한 달 동안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던 모기인간에 대한 이야기도 8월이 되면서 수그러들었다. 더 이상 피해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여전히 모기인간의 행방도 묘연했다. 도무지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살인적인 폭염에 모기도 맥을 못 추고 실종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질병관리본부는 장마가 끝난 후 7월 중순 이후부터 8월 초까지 모기발생 비율이 5월에 비해 20% 이상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소식이 없자 매일 아침 1면 톱 뉴스로 다루어지던 기사가 2면으로 밀려나고 3면, 4면에 실리다가 나중에는 사회면 어느 구석에 조그만 박스 기사로 처리가 되었다. 모기인간에 대한 뉴스가 밀려난 자리에는 다른 뉴스가 채워졌다. 사건·사고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했고, 신문 지면을 채울 다른 소식은 차고 넘쳤다.

  8월의 시작과 함께 발생한 가장 큰 뉴스는 낙동강 수몰 사고였다. 낙동강 하류에서 폭우에 떠내려 온 쓰레기들을 치우고 수질 개선 작업을 하던 인부 6명이 임하 댐 방류로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실종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구조 작업을 벌여 3명을 구조했으나 모두 숨진 상태였다. 사건이 발생한 뒤 2시간 만에 추가로 시신 1구를 더 인양했다. 그러나 빠른 물살과 진흙더미 때문에 수색은 쉽지 않았다. 사건 발생 만 하루가 지나도록 나머지 2명은 찾지 못했다.

  사람들은 사망한 이들을 애도하고, 아직 찾지 못한 인부들의 시신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언론에서는 혹시나 살아 돌아올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애끓는 심정과 희생자 가족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그렇게 모기인간은 서서히 잊혀지는 듯 싶었다.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습니다.”

  날씨를 보기 위해 틀어놓은 아침 뉴스에서 낙동강 수몰 사고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앵커는 비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어서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자료 화면이 나왔다. 아침부터 기분이 찜찜해지는 뉴스였다. 나는 텔레비전을 껐다.

  출근 준비가 끝날 때쯤 해주가 부스스 일어났다. 요 며칠 늦잠을 자고 있었다. 날짜를 따져보니 공무원 시험이 끝난 것 같았다.

  “시험 끝났지? 잘 봤어?”

  전부터 한 번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얼굴을 마주 볼 시간이 없어 기회를 놓치고 있던 참이었다.

  “응.”

  대답이 영 시원치 않은 것이 낌새가 좋지 않았다.

  “붙을 것 같아?”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떨어졌어.”

  해주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나는 속에서 열불이 나는 것을 가까스로 억눌렀다.

  “아직 결과 나오려면 멀었잖아. 어떻게 알아?”

  “가채점 해 봤어.”

  해주는 다시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지금 잠이 와? 떨어졌으면 학원에 가서 공부를 하든가. 앞으로 어쩌려고 그래?”

  “알아서 할게.”

  “언제까지 인생을 낭비할 거야?”

  “내가 계속 빌붙을까 봐 겁나?”

  나는 기가 막혀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출근해. 안 늦었어?”

  해주는 모른 척 돌아누웠다.

  “새삼스럽게 왜 그래. 관심 없잖아.”

  해주가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그녀의 등짝을 후려쳤어야 했다. 애정 어린 충고를 그런 식으로 곡해하느냐고 화를 냈어야 했다. 진심으로 걱정하는 척 했어야 했다. 진심이 아니었더라도. 오전 내내 그런 후회가 됐다.

  “안하던 버릇 생겼어? 어린애처럼 뭐야. 무슨 일 있어?”

  미영이 얼굴을 찡그렸다. 미영이 내 오른손을 잡고 눈앞에서 흔들었다. 물어뜯어서 죄다 너덜너덜해진 손톱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최근 들어 속내를 자주 들키는 것 같았다.

  대학 시절에 식당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수도 없이 많은 아르바이트를 했다. 졸업을 한 뒤에는 곧바로 취직을 했다. 돌이켜보면 나는 20대를 돈 버느라 허비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내 감정을 숨기고 기분이 좋은 척 포장하는데 능숙해졌다. 어느 곳에서든 나는 늘 막내였고, 지시와 지적을 받았다. 처음에는 애교 없는 막내라는 핀잔을 들었다. 그것만은 죽어다 깨어나도 하고 싶지 않았다.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그래서 인정을 받으면 된다는 나름의 자존심이었다. 애교가 없는 대신 무던한 사람이라도 되어야 했다. 그러는 사이, 학교와 직장에서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란 평을 들었다.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나는 착한 사람이란 칭찬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정도 사회생활에 익숙해지고 난 뒤에는 ‘착한 사람’이란 말이 ‘적당히 이용해 먹기 좋을 만큼 착한 사람’의 줄임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뒤부턴 목표가 ‘일 잘하는 괜찮은 사람’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괜찮은’마저 빠지고 그저 일 잘하는 사람이 되어 잘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랬었는데. 나도 지치는 걸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지오를 좇았던 지난 두 달 동안 나는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들었다.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는 지오의 세계에 겁도 없이 첨벙 뛰어들었던 것이다. 이제는 여행에서 돌아와 여독을 푸는 중이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뒤에도 한동안은 여운이 남는 법이지 않은가.

  나는 가끔 지오를 떠올렸고 모기인간에 대한 기사를 정독했다. 그러나 모기인간에 대한 기사를 읽는 것은 낙동강 수몰 사고 기사를 읽는 것과 같았다. 걱정되고 안타깝지만 그것뿐이었다. 나는 기사를 읽다가 포털사이트의 뉴스창을 닫고 업무를 봤다. 점심을 먹고 일을 하다가 나른해지면 포털사이트를 뒤적이며 잠시 한눈을 팔았다. 퇴근을 하고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를 검색했다. 그곳엔 늘 새로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낙동강 수몰 사고에 대한 추가 소식이 헤드라인에 떴다. 사고 당시 인부들은 촉박한 공사 일정에 쫓겨, 폭우가 내린 뒤 주변 시설을 점검할 사이도 없이 업무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인부들은 제방 위에 올라서서 작업을 했는데 그 제방은 강바닥의 흙을 퍼서 강둑에 쌓아 만든 것이었다. 그런데 폭우로 약해진 제방이 물이 불어나자 무너져 내린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대통령의 주요 역점 사업이었고, 예정된 공사 일정에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더욱이 사건 발생 초기에, 이러한 사실을 숨기고 인부들과 관리감독 업체의 부주의로 몰아갔다는 점이 들통 나 논란이 되었다. 처음부터 이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반대했던 이들은 기회다 싶어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나는 기사를 읽으며 정부의 태도에 분노했다. 다 똑같은 놈들이라며 치를 떨었다. 기사에 달린 댓글을 몇 개 읽었다. 너도나도 이 사안에 대해 분석을 했다. 그걸 읽으면서 세상에는 참 잘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엔 연예 기사를 클릭했다. 그게 다였다. 나는 피해자도 아니고 유가족도 아니었다. 또 다른 사건이 터지면 이 일은 언제 그랬냐는 듯 조용히 넘어갈 것이다. 모기인간이 잊히는 것처럼.

 

  그날 밤, 해주는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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