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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5)
작성일 : 19-10-16 21:30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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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 무작정 뺏는 거 아니거든!? 상대가 마음을 열어줘야 제대로 된 전이(轉移)가 가능한 법이라고! 또한 단순히 빚지는 관계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생의 관계로 나아갈 때도 많고, 또…….

 

  “어쨌거나 마음이 맞아서 빌려오든, 빼앗아오든…… 할 수 있다는 거지?”

 

  -네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어. 하지만 여기는 네가 양분을 빌릴만한 활력 있는 생명체가 없는 걸? 물론 빼, 빼앗아 오는 것 역시도…….

 

  겨우살이의 애매한 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탈루는 계속해서 그의 확답을 요구했다.

 

  “하여간에 가능하다는 얘기지? 대상이 굳이 전이(轉移)를 허락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가능은 해, 이론적으로는. 하지만 결코 쉬운 게 아니야. 당장에 어느 누가 자신의 생명활동에 쓰이는 영양분을 남에게 빼앗기고 싶어 하겠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만만찮은 저항이 뒤따를 수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대상의 저항력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힘이나…… 혹은 자신을 적으로 생각지 않게 혼동시킬 수 있는 은밀하고도 교묘한 속임수가 필요해.

 

  “은밀하고도 교묘한…… 속임수?”

 

  조금 더 상세한 설명을 바란다는 듯 탈루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봤음에도, 겨우살이는 못들은 척 자신의 말을 이어나갈 뿐이었다.

 

  -또 비단 양분을 전이해오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야. 빼앗아 온 것을 무작정 흡수하려고 한다면 탈이 날 수밖에 없지. 자신의 신체가 받아들일 수 있게 성질을 바꾸는 작업 또한 만만치 않게 어려운 일이야. 숙련된 이가 아니라면 감히 흉내조차 내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메의 운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뭐, 그런 것쯤이야…….”

 

  그러나 탈루의 말은 그 이상 이어지질 못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갑작스레 언성을 높인 겨우살이의 행동에 탈루의 두 눈이 의문으로 가득 채워질 즈음이었다.

 

  -그렇게 무작정 빼앗아 오는 것은 네가 이제껏 그렇게나 경계해온 행동 아니었어? 설마 저 불쌍하고 작은 동물들의 미약한 생명력마저 탈취하려는 속셈인거야? ‘이곳’의 일부가 되기는 싫다면서?

 

  그제야 탈루는 어째서 겨우살이가 계속해서 불만에 찬 말투로 자신을 쏘아붙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저 짐승들에게서 활력을 빼앗을 요량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들을 건드릴 생각은 없어.”

 

  -……그럼?

 

  “저것이지.”

 

  -으, 응?

 

  겨우살이는 탈루의 손가락이 가리킨 것을 보곤,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또 한 번 되물었다.

 

  -저거……?

 

  “응, 저거.”

 

  탈루는 이후 이어진 겨우살이의 갑작스런 침묵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가리킨 것은 조금 전 자신이 먹다 뱉은 탐욕과의 찌꺼기였기 때문이다.

 

  -대체 지금 무슨 소릴…….

 

  “아, 물론 찌꺼기 말고 새로 하나 더 따서. 열매의 기운을 뺏어서 ‘섭취’해보려고. 이번엔 입이 아닌 메로.”

 

  -……?

 

  겨우살이로선 쉬이 생각하기 힘든 구상이었을지도 모르나, 사실 탈루에게 있어 이는 지극히 자연스런 연상의 결과였다. 머릿속에서 쉼 없이 지껄여대는 귀기에 찬 목소리들은 웃기게도 그로 하여금 탐욕과를 하나의 살아있는 인격체로 간주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양분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생물에게서나…….

 

  “이 주변에서 저것만큼 기운이 넘치는 녀석은 없어. 물론 이를 ‘생명력’이라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시도해볼만 하지 않아?”

 

  -다, 달리 방법이 없다면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겨우살이의 탐탁찮은 반응에도 불구하고 탈루는 이미 마음을 굳힌 지 오래였다. 전이(轉移)니 뭐니 해도 기본적으로 다른 이의 양분을 옮겨온다는 것은 꽤나 꺼림칙한 일로 느껴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인지 이 괴악스런 열매를 대상으론 그나마 마음 편히 이것저것(?)을 시도해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

 

  그날 밤.

 

  탈루는 쥐떼들의 공격을 간신히 회피하고, 기어이 쟁취해낸 자신의 전리품을 가만 내려다보았다.

 

  “다시 한 번 구체적으로 말해줘.”

 

  -하, 하지만 이미 말한 게 다인걸?

 

  “너무 두루뭉술하다고!

 

  겨우살이가 말한 ‘섭취’의 요건은 다음의 네 가지가 전부였다.

 

  하나, 자신을 위장할 것,

  둘, 대상과 접촉할 것,

  셋, 대상을 교란시킬 것

  넷, 양분을 넘겨받을 것(혹은 탈취해올 것)

 

  이외에 다른 설명은 일절 없었다.

 

  “위장……? 일단 접촉…… 은 대충 할 수 있겠다 쳐도 다시 교란, 탈취…… 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탈루의 황당해하는 물음에도 겨우살이는 그저,

 

  -저, 정말 이게 다라니까?

 

  하며 가느다란 몸을 쉼 없이 살랑거릴 뿐이었다.

 

  탈루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무엇으로 위장하라는 거야? 이 열매로? 아니면 탐욕스러움에 찌든 저 짐승들로?’

 

  순간 탈루의 머릿속에 돌로 변신하려다 호된 꼴을 당했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목이 돌처럼 굳고, 살갗이 갈라지는…….

 

  “……차라리 굶어죽고 말지.”

 

  -응?

 

  “아, 아냐…….”

 

  탈루는 황급히 목소리를 낮췄다.

 

  ‘안 돼, 그건 아니고…… 그럼 메 자체를 변형시켜서 나를 덮어야 하나? 버마재비의 의태(擬態)처럼? 그건 어떻게 하는 거지?’

 

  탈루는 몸 안을 맴돌고 있던 메를 서서히 외부로 끌어올렸다.

 

  “일단 이 열매처럼 작고, 빨갛고…… 둥글게…….”

 

  몸에서 새어나온 실 같이 가느다란 아지랑이가 어찌어찌 조그마한 원을 그리긴 했으나, 그 이상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빨갛게 물들기는커녕 흐릿함만 더해갈 뿐이었다.

 

  ‘이렇게는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뭐해?

 

  겨우살이가 허공에서 살랑거리며 천진난만한 투로 물었지만 탈루는 못들은 척 이를 무시했다.

 

  ‘아니, 근데 애초에 위장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뭐지? 이 열매가 나를 알아볼 수 있다는 건가? 눈이 있는 것도 아닌데?’

 

  잠시간 진지한 기색으로 탐욕과의 이곳저곳을 살펴본 탈루는, 끝내 열매의 숨겨진 눈동자를 찾고야 말겠다는 허황된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그냥…… 비슷한 기운을 뿜어내야 하는 건가?’

 

  탈루는 이번엔 메를 머리 부근에 위치시킨 다음, 탐욕과를 먹을 당시 느꼈던 고통을 있는 힘껏 떠올렸다. 당시의 귀기 어린 목소리들을 상기시킴으로써 메에 탐욕의 기운을 입히려고 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별다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전혀…… 전혀 방법을 모르겠어.’

 

  탈루는 괜스레 겨우살이가 원망스러워질 지경이었다.

 

  “아니, 그런데 이 ‘위장’이라는 능력이 원래 겨우살이 네게도 있는 거야? 이게 정말 가능한 거야?”

 

  탈루가 답답하다는 듯 물었으나, 겨우살이는 대답 없이 그저 멀뚱히 허공에 떠있을 뿐이었다.

 

  -근데 지금 너 뭐하는 거야?

 

  “뭐하긴! 메를 위장시키려 하고 있잖아, 이 열매로!”

 

  -메?

 

  겨우살이는 그러고 의아하다는 듯 되묻고는, 두어 차례 몸을 살랑거렸다.

 

  -어떻게?

 

  “나도 그걸 모르니까 지금 이렇게……! 아니, 너도 지금 내 메가 어떻게 움직였는지 다 봤을 거 아냐?”

 

  -네 메?

 

  겨우살이의 거듭된 의뭉스런 반응에 탈루는 다소 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 내 메! 이것 말이야!”

 

  탈루가 그제까지 머리 부근을 맴돌고 있던 기다란 아지랑이를 허공 위로 뿜어내자, 겨우살이가 갑작스레 뜬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메…… 근데 너 그걸 메라고 불러? 헷갈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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