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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봉천동 자취방
작성일 : 19-10-16 21:20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7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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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뒤 일요일, 나는 오유미와 함께 지오가 지내고 있다는 봉천동 집을 찾아갔다. 원래는 전날인 토요일에 오려고 했지만, ‘요즘 같은 비상시국’ 운운하는 사장의 엄포에 어쩔 수 없이 출근을 해야 했다. 비상시국인 것은 사실이지만, 출근을 한다 해도 할 일은 없었다. 그러나 그런 말이 사장에게 통할 리 없었다. 사장은 일이 없어도 자리를 지키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웹서핑을 해도 회사 컴퓨터로, 점심을 먹어도 회사 근처에서 회사 직원들과 해야 했다. 그러니 사장의 말마따나 ‘요즘 같은 비상시국’에 잘리지 않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출근카드를 찍어야 했다.

  봉천역에서 내려 출구를 찾고 계단을 오르는 동안 나는 금세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서울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고 하지만 이곳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았다. 이 동네에 다시 올 줄은 몰랐다. 대학교에 입학해서 서울에 처음 자리를 잡은 곳이 이 동네였다. 좁고 가파른 언덕을 올라가서 다세대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곳. 그 중에서도 꼭대기에 있는 보증금 200만원에 월세 15만원 짜리 단칸방. 한낮에도 불을 켜지 않으면 책을 읽을 수 없는 반지하방이었다. 그곳에서 3년을 넘게 살았다. 그 중 어느 해인가 추석 명절에 고향에 간 사이, 태풍 때문에 비가 엄청 많이 온 적이 있었다. 집 걱정에 명절을 다 보내지도 못하고 서울에 올라와 보니 집 안에 물이 가득 차 있었다. 방에 신발이 둥둥 떠다녔다. 쥐가 드나드는 것까진 참았지만, 그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로 집을 구하러 뛰어다녔다. 절대 물이 들어오지 않는 곳을 제일 우선순위로 두었다. 그렇게 해서 2층에 있는 방으로 이사를 했다. 두 번째 집에서도 2년인가 살았다.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다음날 늦잠이라도 자려고 하면, 골목길에 사람들이 지나는 소리, 아이들이 뛰어 노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깨우는 곳이었다.

  지오는 봉천동에 자주 놀러왔었다. 내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때라, 일이 끝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 김밥이나 도시락을 집에 가지고 왔었다. 그게 당시 나와 해주의 주된 식량이었다. 지오가 놀러올 때면 하루 지난 삼각 김밥을 먹고 신림역이며 서울대까지 자주 걸어 다녔다. 우리는 집 앞에 있는 학교를 두고 먼 곳으로 학교를 다닌다며 서로 깔깔댔었다. 다시는 이 동네에 오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오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좋은 기억만 떠오르는는 것은 아니었다. 지나고 나면 모두 추억이 된다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다 개뻥이다.

  오유미는 망설이지 않고 길을 잘 찾았다.

  “왜 이 동네로 온 거야?”

  “몰라. 지오가 여기로 오겠다고 했어.”

  내가 수도 없이 다녔던 언덕과 비슷한 언덕을 올랐다. 이마에 땀이 흥건해졌다. 이런 언덕에 익숙해지지 않게 되어버린 내가 스스로 대견하다고 느끼는 동안, 지오가 있다는 곳에 도착했다.

  “저기 집 보이지? 그 옆에 있는 작은 대문으로 들어가면 돼.”

  “앞에 누가 있는 것 같은데?”

  오유미가 가리킨 골목에 사람들이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이고, 아가씨. 그렇지 않아도 전화해야 되나 고민했는데. 여기 좀 봐요.”

  한 아주머니가 오유미를 보고 알은 체를 했다. 주인집 아주머니라고 했다.

  “누가 와서 다짜고짜 짐을 빼고 있어.”

  아주머니가 바짝 다가오더니 속삭였다.

  “수상해. 101호 총각 혹시 사채 썼어?”

  작은 문 안쪽에서는 보기만 해도 더워 보이는 검은 양복을 입은 아저씨가 한 명 서 있었다. 나와 오유미는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누구세요?”

  “이 아저씨 뭐야?”

  문 앞으로 가자 검은 양복이 우리를 제지했다. 훗, 한 명쯤이야, 라고 생각하는데 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검은 양복 뒤편으로 101호 방에서 누군가 쑤욱 걸어 나왔다. 검은 양복2. 그리고 뒤이어 또 한명 쑤욱. 검은 양복3.

  “상관 말고 꺼져.”

  가장 키가 큰 검은 양복2가 낮은 목소리로 우리를 위협했다.

  “여기 내 친구 집이거든? 아저씨 누구야? 경찰 부르기 전에 그쪽이나 꺼져!”

  겁도 없이 오유미가 검은 양복들에게 맞섰다. 검은 양복들이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검은 양복3이 서서히 앞으로 나왔다. 나와 오유미는 그에 맞춰 뒷걸음질을 쳤다. 일촉즉발의 상황. 나는 재빨리 주변을 살펴 휘두를 만한 것이 있는지 살폈다. 세 걸음쯤 뒤에 큰 플라스틱 빗자루가 눈에 띄었다. 나는 검은 양복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빗자루 쪽으로 슬금슬금 손을 뻗었다.

  “그걸로 뭐할 거야?”

  검은 양복3이 눈치를 챘다. 아뿔싸, 늦었구나! 싶은 찰나 오유미가 빗자루를 낚아챘다. 야! 오유미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검은 양복3이 당황하여 주춤했다. 검은 양복1이 옆으로 왔다. 나는 검은 양복1에게 돌진했다.

  “아이고, 어떡해. 경찰 불러야 하는 거 아냐?”

  뒤에서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짓이야?”

  복식 호흡을 하듯 굵고 단호한 목소리가 골목길에 울렸다. 그 목소리에 검은 양복들이 일시에 동작을 멈췄다. 나와 오유미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한 발 물러섰다. 검은 양복 뒤에서 목소리의 임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조여사였다.

  “아줌마, 여기 있는 거 갖다 버리세요.”

  조여사는 주인아주머니에게 말했다.

  “보증금은 어떻게 할까요?”

  “쓰레기 처리 비용으로 두죠.”

  주인아주머니가 조여사에게 공손히 머리를 조아렸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와 오유미는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6평 남짓한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반지하방은 햇빛이 들지 않아 무척 어두웠다. 출입문 옆에 붙어 있는 싱크대를 제외하고 가구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벽에 걸려 있는 옷걸이에 옷가지가 걸려 있고, 그 아래 책이 몇 권 쌓여 있었다. 싱크대 근처에 생수병과 종이컵, 먹다 만 사과 한 알이 굴러다녔다. 휑한 방 안에는 검은 양복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발자국만 가득했다. 사람이 살고 있던 집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썰렁했다.

  “이 자식은 없었어요?”

  오유미가 밖으로 나와서 주인아주머니와 조여사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조여사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내가 오는 걸 눈치 채고 도망갔다.”

  “그러기에 대체 왜, 이게 무슨 짓입니까?”

  오유미가 조여사에게 따졌다.

  “진작 네가 말해줬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다.”

  조여사가 주먹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너도 마찬가지야. 언제부터 알고 있었던 거야? 얼마 전에 만났다면서? 내가 부탁했잖니, 내가, 너한테!”

  조여사가 원망스럽다는 듯 말했다. 조여사는 파출소장에게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오가 파출소에 붙잡혔던 날, 우리가 돌아가고 난 후 아무래도 미심쩍었던 경찰이 신분 조회를 통해 알아낸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던 것이다.

  “그런 일이 있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알렸어야지. 이게 다른 사람들 귀에 들어가게 되거나 애 아버지가 알게 되면 어쩔 뻔 했니? 아주머니, 혹시 그 애가 다시 오면 연락주세요. 가두든지 묶어놓든지 꼭 붙잡아두세요. 아셨어요?”

  “지오가 물건이에요? 의원님이 그렇게 대단하세요?”

  “입 다물어라. 어디서 누구 이름을 들먹이는 거니?”

  “그만 좀 하세요. 너무하시잖아요.”

  “아줌마 때문이야. 아줌마가 모기를 죽였잖아. 아줌마 때문이라고.”

  오유미가 악을 쓰며 발을 동동 굴렀다. 조여사가 움찔했다.

  “앞으로 이 일에 상관하지 마라. 너희들 도움 따위 필요 없다.”

  조여사는 턱을 꼿꼿이 치켜들고 검은 양복들과 함께 위풍당당하게 사라졌다. 나와 오유미는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거대한 태풍이 지나간 것 같았다. 우린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진 후, 주인아주머니에게 지오가 오면 우리에게도 꼭 연락 달라는 부탁을 했다.

  아줌마 때문이야!

  오유미는 그렇게 말했다.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었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이유가 있다는 말처럼 들렸다. 나는 오유미에게 물었다. 오유미는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나는 그 의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퍼뜩 어떤 기억이 불꽃처럼 튀어 올랐다.

 

  “싫어요, 제가 한 번이라도 그런 데 가는 거 보셨어요? 제가 없는 게 아버지한테 더 도움될 거예요.”

  지오가 인상을 쓰며 전화를 끊었다

  “오, 좀 세게 나가는데? 요즘에 전투력 많이 들었네. 그래, 서지오! 그렇게 나가는 거야.”

  “놀리지 마. 이렇게 안 하면 또 끌려가서 억지로 웃어야 돼.”

  “어딜?”

  “보육원이나 장애인 시설 그런 곳이겠지. 가끔 봉사활동 가는데 갈 때마다 꼭 이래.”

  “야, 그런 곳이면 나도 데려가.”

  “봉사활동, 관심 있었어?”

  “요즘에 필수야. 나처럼 졸업반이면 늦었지. 이력서에 그런 활동 없는 사람이 없어.”

  “그거 다 가식이잖아. 하긴 조여사도 봉사하러 가는 거 아냐. 사진 찍으러 가는 거야. 검찰 쪽 임원들이랑. 가끔 기자들도 오거든.”

  “더 잘 됐네. 기록은 확실하게 남겠어.”

  지오는 내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나는 그게 왜 가식이냐고, 그렇게라도 봉사활동을 하는 게 중요한 거라고 주장했다. 그전까지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지오가 그토록 혐오하는 가식적인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격이 될 것 같았다. 나는 ‘대부분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티 안 나게 포장하여 침을 튀어가며 역설했다. 지오의 냉소적인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나는 작전을 바꿔서 요즘 젊은이들이 이력서 한 줄을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는지 피력했다. 취업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스펙을 쌓아야 하는지, 나처럼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어학연수 다녀올 돈이 없어서 얼마나 좌절하는지,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서 돈 안 드는 스펙이라도 쌓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나중에는 너처럼 돈 많은 집 자식은 절대 이런 고민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것으로 마무리 -내가 생각해도 좀 치사했지만- 지었다. 지오는 나의 성화에 못 이겨 패배를 인정했다.

  “나는 왜 같이 가야 하는데?”

  지오가 여전히 불만 섞인 말투로 물었다.

  “네가 없으면 내가 따라갈 명분이 없잖아, 명분이! 그리고 거기서 내가 아는 사람이 누가 있니? 입 꾹 다물고 온종일 구석에서 죽어라 일만 하다 올 순 없잖아. 일종의 데이트지.”

  데이트라는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그 주 일요일에 지오는 조여사와 함께 나타났다. 조여사는 지오와 함께 왔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우리 집 양반이 오늘 봉사활동은 꼭 참여하고 싶다고 했는데, 사정이 그렇게 됐네요. 대신 오늘은 저희 아들이 같이 왔어요. 아버지가 바쁘시다니 저라도 손을 보태겠다면서.”

  조여사는 아무렇지 않게 거짓말을 했다. 나는 감탄을 했다. 일행들이 나를 두고 며느리 될 아이냐고 물었다. 조여사는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줌마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는 조여사가 웃으며 나를 째려보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오늘 지오가 온 것이 내 덕이기 때문인지 더는 눈치를 주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곳은 보육원이었다. 영아부터 고등학생까지 수용하고 있는 아이들만 백 명이 넘는다고 했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어서 다른 곳보다 사정이 낫다고는 하지만, 어려운 경기 탓에 지원이 많이 줄었다며 일행을 반갑게 맞았다. 마침 그 날은 일행이 미리 보내준 쌀과 김치를 가지고 원생들의 점심뿐만 아니라 인근의 독거노인들과 노숙자들에게 무료 급식을 할 것이라고 했다. 반찬은 쇠고기미역국에 계란말이, 콩나물무침, 시금치나물에 김치가 전부였지만 이백 명이 먹을 식사를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끊임없이 계란을 부치고 파를 썰고, 엄청나게 큰 대야에 이불 빨래를 하듯 콩나물과 시금치를 씻어냈다. 원생들을 평소보다 일찍 먹게 하고, 12시 30분부터 배식을 시작했다.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준비된 양이 모두 동이 났다. 그러나 여전히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 있었다. 우리는 다시 계란을 부치고 콩나물과 시금치를 삶았다. 그 사이 한쪽에서는 식판을 씻었다. 식판이 모자라서 나오는 대로 부지런히 설거지를 해야 했다. 지오는 설거지 담당이었다. 바빠서 수다를 떨 시간도 없었다. 추가로 준비한 음식마저 금방 동이 났다. 뒤늦게 온 사람들이 음식이 없는 것을 알고 소란을 피우긴 했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끝났다. 아주머니들은 주방 뒷정리와 함께 저녁 준비를 도왔고, 나와 지오가 뒷마당에 있는 수돗가로 가서 남은 설거지를 맡기로 했다.

  “거지들이 왜 이리 많아. 서울 땅에 있는 거지 다 모였나.”

  “조여사!”

  “어머, 너희들 언제 왔니?”

  구석에 있던 조여사가 지오의 목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왔다.

  “혹시 내 말 들었니?”

  “다 들렸어요.”

  “냄새 때문에 견딜 수가 있어야지. 내가 비위가 약하잖아.”

  당황한 조여사가 연신 손부채질을 했다.

  “때 이른 모기가 왜 이리 많아. 하긴 동네가 구질구질하니…….”

  “지오야, 모기가 네 주변에만 있어.”

  “난 원래 모기 잘 물려. 여기 와서 벌써 몇 번 물렸어.”

  “안 돼, 아들! 여기 모기 더러워. 무슨 병균을 옮길지 몰라.”

  안 더러운 모기도 있나. 나는 혼자 중얼거렸다. 조여사가 말한 뜻을 단박에 이해했다. 고아들과 노숙자들의 피를 빨았기 때문에 더 더럽다는 뜻일 거였다. 나한테 한 말이 아니었으나 나는 가슴이 뜨끔했다. 조여사에게는 나 역시 더럽고 병균을 옮기는 존재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는 나와 그 사람들이 별반 차이가 없을 테니까. 코끝이 시큰해졌다. 나는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큰 대야에 손을 집어넣어 첨벙첨벙 설거지를 했다.

  “여자애가 왜 이리 조심성이 없어. 물이 다 튀잖니.”

  조여사가 나를 나무랐다. 나는 대답 없이 철수세미로 식판을 벅벅 씻었다. 지오는 내 기분이 달라진 것을 눈치 챘다.

  “이놈의 모기 새끼들!”

  조여사는 지오의 주변에서 손을 휘휘 저어 모기를 쫓아냈다. 그래도 모기들이 달아나지 않고 맴돌자 손으로 모기를 잡기 시작했다. 딱!딱! 손바닥을 마주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휴, 이 더러운 피 좀 봐.”

  조여사가 손바닥을 내밀어 보여주었다. 모기가 납작하게 눌려 피를 토하고 죽어 있었다. 바람 때문인지 모기의 다리가 살짝 흔들렸다. 어쩌면 죽은 게 아니라 죽은 척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기에게는 그게 살길일 테니까.

  조여사는 계속 모기를 잡았다. 한 마리를 잡을 때마다 수돗물을 틀어놓고 손을 씻으면서도 모기 잡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물 묻은 손바닥이 부딪치는 소리는 유난히 크고 경쾌하게 들렸다. 촥!촥 모기들의 죽음을 알리는 소리가 메아리처럼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때마다 지오의 어깨가 들썩였다. 그것 역시 나만 아는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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