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살인은 살인일 뿐
작가 : 쑤우
작품등록일 : 2019.10.13

잠을 자고 일어난 임현, 그런데 거실에 자신의 동거인이자 친구인 석준이 죽어있었다. 자신에게 쏠릴 용의자를 지목하는 화살표를 진범에게 돌리기 위한 그의 추리.

 
3. 수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작성일 : 19-10-16 19:27     조회 : 302     추천 : 0     분량 : 388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그 후의 일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할 말이 떨어진 임현과 우현은 이렇다 할 대화 없이 카페를 빠져나와 각자의 갈 길로 향했다. 임현은 이젠 범죄 현장이 되어버린 자신의 집으로 목적지를 잡았다. 당연히 다시 살기 위해 가는 건 아니었다. 원래의 집으로 돌아간다 해도 늘 해오던 것처럼 숙식을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 정도는 그도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현이 집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하나는 죽어버린 친구의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위한 전화번호부를 찾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스스로의 머릿속을 난잡하게 만들고 있는 여러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함이다. 그 생각들의 출발점이 되는 문장은 이러했다.

  어떤 개새끼가 우리의 일상을 부쉈는가.

  어차피 두 가지 모두 경찰들이 대신 해줄 일들이니 본인이 나서는 게 옳지 않다는 것 정도는 임현 스스로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친구가 옆에서 죽어갈 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상태로 잠을 편히 자고 있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내가 하고 싶다, 내가 해야만 한다는 생각을 만들어냈고 그 생각은 임현의 머릿속에 계속 눌러앉아 그를 자극해댔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해 본인이 나서는 게 옳지 않다는 상식적인 이해가 한 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더군다나 경찰에 대한 신뢰도가 그렇게까지 높지 않은 임현의 입장에선 경찰에게 모든 걸 떠넘기고 손 놓고 있을 수가 없는 심리적인 문제 또한 영향이 컸다.

  개인 소지품을 챙기러 왔다는 임현의 말에 문 앞을 지키고 있던 형사는 멈칫했다. 아까 전에 있었던 형사와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그들은 나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을 테니 어쩔 수 없을 거라고 임현은 스스로 납득했다. 결국 끝까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어떡할지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는 임현이 들으라는 듯이 그를 막고 있던 형사의 전화벨이 울렸다. 고개를 돌리고 목소리를 최대한 죽인 상태에서 대화를 하던 형사는 대화가 끝나자마자 핸드폰을 제자리에 넣으며 임현을 향해 말했다.

  “들어가셔도 좋다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아까 저를 따로 불러낸 형사님으로부터의 연락인가요?”

  “그건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알려드릴 수 없긴 개뿔, 누가 봐도 그 사람이구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형사에게 예의 상 고개를 살짝 숙여준 뒤에 임현은 안으로 들어갔다.

  하루 종일 문을 열고 있었기에 피비린내가 꽤나 빠졌다고 임현은 생각했지만 거실 바닥에 그려진 사람 모양의 그림과 그 모양의 안쪽에 불규칙적으로 뿌려져있는 핏자국이 눈에 들어오니 비린내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은 울렁임에 무심코 그곳에서 고개를 돌렸다.

  빨리 챙길 것만 챙기고 나가자.

  그런 생각을 하며 그는 석준의 방으로 직행했다. 분주하게 눈을 굴려 자신의 친구가 예전에 가끔씩 적고 있던 전화번호부를 찾아내고 다가갔다.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으로 예전에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같이 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요즘 세상에 누가 전화번호부 같은 걸 쓰냐고 임현이 석준에게 핀잔을 준 적이 있다. 고등학교 때에도 석준이 전화번호부를 쓰는 것을 본 적이 있는 임현이었으나 그 때엔 공부를 위해 석준이 핸드폰을 없앤 걸 알고 있으니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에 와서도 쓰고 있는 걸 보니 왠지 모를 답답함이 솟구쳤다. 그래서 그런 핀잔을 줬건만 석준은 태연하게

  “핸드폰 잃어버리면 쓰려고 그러지.”

  라고 자신의 친구에게 대답했었다. 핸드폰보다, 핸드폰 따위랑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고 나서 이 전화번호부가 쓰일 줄은 임현 본인도, 석준 본인도,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깊은 슬픔의 강에 다시 빠져버릴 것만 같아 임현은 자신의 뺨을 찰싹 때렸다.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깨닫고 있어야만 한다고 각오를 다진 뒤, 전화번호부를 펼쳐 한 페이지씩 핸드폰 카메라로 찍었다. 직접 가져가지 않고 이런 방식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이유는 원래부터 아무리 친해도 다른 사람의 물품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 있는 것이 제일 컸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다른 이유는 바로 임현이 들어와 있는 방 앞에 서서 그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는 우현이 거슬렸기 때문이다.

  “누가 마음대로 현장에 경찰 관계자 이외의 사람을 들여보냈답니까?”

  “당신이요.”

  한껏 비아냥거리며 대답했지만 우현에게 그런 건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우현은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율도가 심하게 높은 머리카락 사이를 벅벅 긁는 것으로 데미지를 흡수해버렸다. 그러곤 임현의 옆으로 다가와 괴상한 기합 비슷한 소리를 내가며 쭈그려 앉아 말을 꺼냈다.

  “카페에서 나오고부터 당신을 따라왔습니다.”

  “그럴 것도 같았어요.”

  “왜죠?”

  “뭐, 한 번 의심을 가졌을 때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의심을 풀지 않을 사람으로 보였으니까요. 실제로 이곳에 있으시잖습니까.”

  별 다른 반박 없이 우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진을 다 찍고 제자리에 전화번호부를 책상 위에 올려둔 후에 임현은 우현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까부터 임현의 입장에서 심기가 거슬릴 정도로 우현이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본인을 매력적인 사람으로 인식해 눈에 담아두려고 하는 응시인걸까 싶다가 곧이어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을 시험하려고 하는 면접관의 응시……. 우현이 관찰자의 응시를 하고 있다는 걸 임현은 눈치를 챈 것이다.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내 기분을 이 인간은 알고 있을까.

  마음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임현에게 마침 우현이 질문을 날렸다.

  “언제까지 그렇게 보고만 있으실 생각이죠?”

  “당신이 할 소리입니까?”

  “형사가 누군가를 주시하는 게 잘못인가요?”

  “시선을 받는 당사자가 기분이 나쁘면 잘못입니다.”

  “나쁘셨습니까?”

  “좀 많이요.”

  “어이쿠,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능글맞은 느낌이 다분한 우현의 사과는 오히려 임현의 기분을 아래로 쭉 끌어내렸고, 그에 대한 반작용인지 그는 몸을 빠른 속도로 자리에서 일으켰다. 더 이상 이 인간과 같이 있고 싶지 않다, 이 자리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 안으로 밀려들어와 자신의 몸을 조종한 걸지도 모르겠다고 임현 스스로 생각할 정도로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행동이었다.

  전화번호부를 들고 고의적으로 우현을 밀치며 거실로 나갔다. 그러자 자연스레 다시 그의 눈에 들어온 거실의 풍경. 임현은 아까 전과는 달리 이번엔 시선을 피하고 싶어져 고의적으로 고개를 돌리던 와중, 아까 전에는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던 어떠한 것을 발견했다.

  왜 발견하지 못 했을까 싶을 정도로 떡하니 자리 잡은 모순.

  술잔.

  그것은 비어있지 않고 3분의 1 정도가 차있는 술잔이었다.

  그것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있자 그의 뒤에서 우현이 문에 기대고 있던 자세를 풀고 임현과 시선을 같이 하며 들뜬 목소리로 질문했다.

  “뭐라도 찾으셨나요?”

  그 목소리가 부모님이 숨겨둔 무언가를 찾아낸 어린아이 같은 목소리와 닮아있어서 임현은 묘하게 기분이 더러워졌다. 절로 잡히는 미간의 주름을 방치한 채 뒤로 돌아 우현을 노려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이 형사가 여태까지 보여준 행동들을 천천히 생각해보면 수상한 구석이 너무나도 많다. 형사라는 명확한 직업이 없었다면 용의자 리스트 1순위로 직행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말이다. 카페에서의 담판에서 그는 내게 확실히 논파 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자신을 따라오고 옆에 있으며 사사건건 관여한다. 물론 그가 그럴 거라고 나도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하다.

  위와 같은 생각의 끝엔 하나의 결론만이 빛나고 있었다.

  이 형사는 지금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다.

  임현은 이런 일련의 생각을 마치고 가진 채, 우현에게 물었다.

  “제게 무엇을 원하시는 건가요?”

  우현은 그 질문에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눈치가 빠르셔서 좋군요. 제 수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임현이 일주일 전에 읽은 추리소설에 나온 탐정의 조수 이름이 그의 머릿속에 빠르게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2. 후일담 (완결) 2019 / 11 / 9 275 0 1846   
21 21. 변명과 반박 2019 / 11 / 7 283 0 4446   
20 20. 해결편 3 2019 / 11 / 5 292 0 5250   
19 19. 해결편 2 2019 / 11 / 3 292 0 5202   
18 18. 해결편 1 2019 / 11 / 1 277 0 6556   
17 17. 전원 집합! 2019 / 10 / 30 288 0 4728   
16 16. 사전 작업 2019 / 10 / 29 305 0 4451   
15 15. 외부 조사 2 2019 / 10 / 28 279 0 5978   
14 14. 외부 조사 2019 / 10 / 27 291 0 3910   
13 13. 알리바이 조사, 5층 2019 / 10 / 26 287 0 4023   
12 12. 알리바이 조사, 1층 2019 / 10 / 25 294 0 3417   
11 11. 현장 재차 방문 2019 / 10 / 24 305 0 5994   
10 10. 저녁 식사, 정보 교환 2019 / 10 / 23 295 0 7792   
9 9. 알리바이 조사, 4층 2019 / 10 / 22 299 0 4726   
8 8. 알리바이 조사, 3층 2019 / 10 / 21 298 0 4234   
7 7. 알리바이 조사, 2층 2019 / 10 / 20 297 0 5472   
6 6. 석준의 비밀 2019 / 10 / 19 288 0 4759   
5 5. 간략한 인물 정보 2019 / 10 / 18 286 0 3946   
4 4. 우현의 이야기 2019 / 10 / 17 290 0 4686   
3 3. 수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2019 / 10 / 16 303 0 3886   
2 2. 제가 아니라니까요. 2019 / 10 / 15 332 0 6581   
1 1. 프롤로그 2019 / 10 / 13 486 0 116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nonsense love
쑤우
고양이 전쟁
쑤우
어서와, 우리의
쑤우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