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그의 여자 친구
작성일 : 19-10-16 17:00     조회 : 218     추천 : 0     분량 : 291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1

 

  전화번호의 주인이 여자라는 것을 알고 나는 당황했다. 남자라는 말도, 그렇다고 여자가 아니라는 말도 듣지 못했지만 나는 당연히 상대가 남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지오에게 여자인 친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만나고 있는 중에도, 심지어 헤어지고 난 후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건 또 어떤 종류의 자만이었을까.

  전화번호 주인과는 연락이 잘 닿지 않았다. 여러 번 전화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답신이 온 것은 서너 번쯤 문자를 남기고 난 뒤였다. 답신도 문자였다. 나는 사정을 말하고 만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상대방은 그다지 내키지 않는 것 같았고, 또 그것을 전혀 감추지 않았다. 그래서 만나기로 한 날까지 나는 혹시 상대가 약속을 취소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며칠 후 회사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오의 최근 근황에 대해서 들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조차 말하지 않은 속사정을 다른 사람에게 들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약속 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상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나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 누군가 문을 열고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눈에 띄는 차림의 여자였다. 무심히 보아 넘기려는 찰나 나와 그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1초 혹은 2초쯤 되었을까. 그 여자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괜한 오기가 들어 나도 피하지 않고 여자를 노려보았다. 그 여자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 테이블에는 이미 저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있어 여자의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다. 여자의 목표는 내가 분명했다.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여자가 바로 앞에까지 다가왔다.

  “이은수씨죠?”

  여자는 내 답을 듣기도 전에 맞은편 의자에 털썩 앉았다. 나에게 질문을 했지만, 대답엔 관심 없는 듯 의자에 앉아서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녀의 긴 속눈썹과 매끄러운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물결치듯 늘어뜨린 갈색 머리카락과 프릴로 장식된 원피스가 도드라져 보였다. 마치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았다. 실제로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서서 내 앞에 앉기까지 카페 안에 있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것 따윈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갑작스럽게 몰린 사람들의 시선에 당혹스러워 나만 어쩔 줄 몰라 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그녀의 손에는 보라색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었다. 평소의 나라면 절대 시도조차 하지 않을 색깔이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칠하지 않은 내 손이 유난히 투박하게 보였다.

  “뭘 봐요?”

  그녀가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손톱을 만지작거리던 나는 화들짝 놀랐다. 나에게 한 것이 아니라 그녀를 보며 수군거리는 주변 사람들을 향한 것이었다. 그녀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그마저도 사랑스럽게 보인다, 고 생각했다. 오유미라는 그녀의 이름과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지오 일로 물어볼 게 뭐예요?”

  “지오하고 가까운 친구라고 들었어요.”

  “누구한테요?”

  “지오 어머니요.”

  “아. 그래서요?”

  “최근에 지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아요?”

  나는 어떻게 지오의 이야기를 해야 할지, 오유미가 혹시라도 충격을 받지는 않을지, 아니면 나중에라도 지오가 친구들 사이에서 곤란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 속으로 말을 고르고 골라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제도 만났으니까.”

  오유미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하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다. 그래, 어제 만날 수도 있지. 만나는 게 무슨 대수겠어.

  "지오 괜찮던가요?"

  나는 무심하게 물었다. 오유미가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그런데 왜 그쪽이 지오 일을 묻죠?"

  나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적당한 구실을 찾지 못해 우물거렸다. 오유미는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실례지만 몇 살인지 물어봐도 돼요?"

  나는 멋쩍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 급하게 내뱉은 말이라는 게 아까 전부터 내내 묻고 싶었던 질문이 튀어나왔다. 화장을 진하게 했지만 아무리 봐도 나보다 대여섯은 어려 보였다. 그런데도 지오를 두고 계속 친구처럼 이름을 부르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오유미가 숙였던 몸을 다시 뒤로 빼고는 나를 바라봤다. 당황하고 있어. 나는 오유미의 태도를 보고 내 짐작이 맞았음을 알아챘다.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스물다섯이요. 나이는 왜 물어요? 그게 중요해요?"

  "아니, 지오의 이름을 부르기에……."

  오유미의 태도는 당당했다. 나는 무안해져 말끝을 흐렸다.

  "나한테 부탁하러 온 거 아니었어요? 그리고 그쪽 지오랑 상관없는 사람이잖아!"

  오유미가 느닷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난 이래서 나이 많은 사람들이 싫어. 지오가 왜 당신이랑 헤어졌는지 알겠어."

  나는 오유미가 왜 저렇게 갑자기 화가 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고작 나이를 물었을 뿐인데. 우울증 같은 것을 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그래, 옷차림도 그렇고 처음 볼 때부터 제정신으로는 안 보였어. 나는 벌집인 줄 모르고 잘못 건드렸구나 싶었다.

  "명령하지 마요. 당신 나 알아요? 당신이랑 지오 진짜 안 어울려!"

  오유미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당신은 지오가 왜 모기가 되려는지 모르지? 당신은 절대 이해 못해!"

  씨발, 그러는 넌 알아?

  이 말이 막 튀어나오려는 순간 오유미가 나가 버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한동안 멍하니 그 뒷모습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는 것을 눈치 채고 퍼뜩 정신을 차렸다. 오유미에게 아직 물어볼 것이 많이 있었다.

  "이봐요!"

  나는 서둘러 오유미를 따라갔다. 젠장. 사람들을 헤치고 달리면서 조여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분한 마음에 손이 부르르 떨렸다. 이번만큼은 조여사에게 한 방 먹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고양이가 아니라 살쾡이였어!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2019 / 10 / 16 230 0 1973   
27 탈출 2019 / 10 / 16 200 0 4801   
26 지오가 있는 곳 2019 / 10 / 16 230 0 4902   
25 그녀는 산책 중 2019 / 10 / 16 219 0 3088   
24 정치인 아버지 2019 / 10 / 16 234 0 5323   
23 바퀴벌레 여자의 죽음 2019 / 10 / 16 207 0 4030   
22 세상이란 원래 그런 거지 2019 / 10 / 16 237 0 7411   
21 나도 벌레입니까? 2019 / 10 / 16 223 0 7988   
20 벌레가 되는 방법 2019 / 10 / 16 221 0 6469   
19 늘 잊혀지는 중 2019 / 10 / 16 212 0 3433   
18 또 하나의 지오 2019 / 10 / 16 222 0 6427   
17 밝은 고시원-2 2019 / 10 / 16 208 0 5624   
16 밝은 고시원-1 2019 / 10 / 16 236 0 6463   
15 모기인간의 습격 2019 / 10 / 16 215 0 6935   
14 봉천동 자취방 2019 / 10 / 16 228 0 7184   
13 파출소에서 2019 / 10 / 16 241 0 6877   
12 내가 모르는 그, 그가 없는 나 2019 / 10 / 16 228 0 6655   
11 그의 여자 친구 2019 / 10 / 16 219 0 2910   
10 지오의 아버지-2 2019 / 10 / 16 210 0 3452   
9 지오의 아버지-1 2019 / 10 / 16 215 0 4796   
8 바퀴벌레 인간 2019 / 10 / 16 217 0 5864   
7 자살 방지법 2019 / 10 / 16 218 0 5698   
6 주인없는 방 2019 / 10 / 16 211 0 7107   
5 광장의 여자 2019 / 10 / 16 214 0 2995   
4 당연한 일상 2019 / 10 / 16 224 0 4163   
3 그, 그리고 그녀의 사정 2019 / 10 / 16 208 0 3940   
2 재회 2019 / 10 / 16 222 0 4100   
1 균열의 시작 2019 / 10 / 16 375 0 309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