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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주인없는 방
작성일 : 19-10-16 16:46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7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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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회사에서 버스를 타고 10여분을 지나면 빌딩숲이 사라지고 높다란 담을 친 단독주택들이 즐비한 곳에 다다른다. 북한산 자락을 끼고 있으며 서울이면서도 서울이 아닌 느낌, 모든 것을 발 아래 두고 내려다보게 되는 곳. 나는 평창동에 오면 그런 느낌이 들었다. 동네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곳곳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 감시 카메라가 넌 누구냐, 왜 이곳에 왔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다.

  지오네 집은 그 동네 중턱쯤에 위치해 있다. 담쟁이 넝쿨로 장식된 옆집에는 모 기업의 대표가 산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지오도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나는 지오의 집 앞에 도착해서 그 앞을 서성였다. 지오의 방이 있는 이층 언저리를 올려다보았다. 찾아오기는 했지만 들어가는 것이 망설여졌다. 공연히 입고 있는 옷을 살펴보고 머리를 매만졌다. 대문 사이로 이층 창문에 드리워진 커튼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조여사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그녀는 길 양쪽을 번갈아가며 살피더니 들어오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그런 태도 때문에 나도 괜히 뒷목이 움츠러들었다.

  나는 전화로 목소리만 듣고 조여사가 달라졌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연분홍빛 투피스를 입은 조여사는 여전히 세련되고 우아했으며 빈틈없고 냉정해 보였다. 나는 내심 실망했다. 조여사를 따라 잘 가꾸어진 마당의 돌계단을 지나 집 안으로 들어갔다. 높은 담 안에 감추어진 집 안은 밖에서 볼 때보다 훨씬 화려했다. 슬며시 부아가 치밀었다. 망할 자식.

  현관에서 시작된 복도는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이어져 있었다. 거실을 지나지 않고도 이층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집을 지을 당시, 지오가 독립과 맞바꾼 결과였다. 투쟁이었어. 씩 웃으며 말하던 지오의 얼굴이 떠올랐다. 계단을 올라 이층에 있는 지오의 방으로 들어갔다. 조여사는 안내를 해 준 뒤 잠시 일층으로 내려갔다.

  지오의 방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한동안 주인이 방을 비웠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와 본 게 언제였지. 나는 기억을 더듬어 지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처음에 우리 집보다 큰 이 방을 보고 옆에 있던 지오의 등짝을 철썩 내려쳤다. 그동안 지오가 괜한 엄살을 떤 것 같아서, 그마저도 나에 대한 지나친 배려였던가 싶어서였다. 그때와 침대의 위치나 가구는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이 방의 가구가 바뀌는 것을 몇 번이나 보았던가. 항상 기타가 있던 자리에도 다른 가구가 있었다. 모델하우스가 따로 없군.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나를 주눅 들게 한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지오가 없는 방은 편히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할 만큼 낯설었다. 방에서는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냉랭한 기운이 흘렀다. 때 이른 냉기는 주인 대신 방 안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들에서 발산되는 것 같았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책을 한 권 집어 들었다. 손끝에서 가슴으로 서늘함이 전해졌다. 그것은 책의 두께만큼이나 묵직했다. 보기만 해도 어려운 법학 전공 서적이었다. 지오가 냉정하고 살벌한 법 용어들에 눌려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지오와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불현듯 방 안의 냉기가 지오를 이곳에서 밀어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도 주름 하나 없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침대 옆에는 삼단짜리 서랍장이 놓여 있었다. 다른 무늬는 없었지만 한눈에도 꽤 고급스러워 보였다. 이것 역시 지오의 취향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면 이 방에서 지오를 연상시킬만한 물건은 없었다. 어느 것 하나도 지오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곳에 내가 알던 지오는 없었다.

  애초에 나는 이 방에서 어떤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지오가 바퀴벌레 여자처럼 끌려가지 않을 방법에 대한 단서 같은 것 말이다. 아니, 그것은 거짓말이다. 나는 지오의 물건들을 들여다보며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나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기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여기엔 뭐가 들어있을까.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부러 소리 내어 혼잣말을 하며 서랍을 열었다. 첫 번째 서랍에는 소화제와 두통약, 연고 등 비상약이 들어 있었다. 두 번째 서랍에도 약이 들어있었는데, 먼저 서랍과는 달리 정체 모를 약병들이 가득했다. 세 번째 서랍에는 병원 처방전 몇 장이 들어 있었다. 날짜는 일정하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신경정신과에서 발행한 것이었다. 처방전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조여사가 커피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내 손에 든 것을 보고 당황하는 것 같았다. 나는 처방전을 도로 서랍에 넣었다.

  "이걸 말해야 하나……. 실은 우리 애가 오래전부터……. 애 아버지는 체면 깎인다고 소문낼 게 뭐 있냐고 그러지만…….그래, 따지고 보면 말 못할 것도 없지."

  조여사는 혼잣말을 하며 안절부절 했다. 그러더니 지오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정신과'라는 말을 할 때 조여사는 엄청난 범죄를 모의하듯 허리를 숙이고 목소리를 낮췄다. 말을 마친 후에는 다시 소파에 허리를 붙이고 앉아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일부러 다른 곳을 응시하며 묵묵히 그 얘기를 들었다. 오래 전부터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굳이 그것을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조여사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피었다가 사라졌다. 나는 모른 척 훌훌 커피를 마셨다.

  지오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대학 동기들도 대부분 알고 있었다. 지오의 가출 사건 이후 병원에서는 조심스럽게 상담을 권했다. 지오의 아버지는 펄쩍 뛰었으나, 조여사는 소문나지 않게 병원을 알아보고 유명하다는 의사를 골랐다. 그 뒤로 지오는 한 달에 한두 번씩 상담을 받았다. 상담이라고 해봐야 대부분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게 전부라고, 할 말이 없는데 자꾸 말을 하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강요로 느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었다.

  상담은 몇 년 동안 계속되었다. 그리고 치료 이력 때문에 병역이 면제되었다. 동기들 사이에서 지오는 신의 아들로 불렸다. 학교 내에서는 정신과 치료는 핑계일 뿐이며 지오의 아버지가 손을 썼을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집안 배경에 대해 부풀려진 얘기들은 병역 면제 이후 사실로 굳어졌고, 지오의 아버지는 졸지에 신의 반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돌아이면 어때. 지금은 저래도 지오가 나중에 우리랑 똑같은 인생을 살 것 같아? 졸업하고 우리 취직 걱정할 때 지오가 먹고 살 걱정 같은 걸 하겠냐고.”

  지오를 둘러싼 말들 속에는 조롱과 동시에 그보다 짙은 부러움이 뒤섞여 있었다. 그 일로 스트레스를 받은 지오가 한동안 상담을 거부했다는 것은 나만 아는 사실이었다.

 

  몇 시간 동안 정신없이 식당 안을 뛰어다녔다. 여기저기서 불러대는 통에 머릿속이 함부로 엉키고 나사가 풀린 것처럼 멍했다. 내 잘못과 또 그렇지 않은 일들로, 하루 동안 몇 번이나 죄송하다는 말을 했는지. 늦은 밤까지도 식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세상에는 때 없이 배고픈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았다. 한 차례 단체 손님이 빠져 나가고 시계를 보니, 오후 10시 30분. 퇴근 시간까지는 아직 30분이 남아 있었다. 나는 빈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조용해진 식당 안에는 세 테이블만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모두 남녀 커플이었고,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였다. 나는 세 커플들을 둘러보며 그들이 나누는 얘기를 상상했다. 표정을 보니 한 커플은 싸웠는지 분위기가 무거워 보였다. 등을 돌리고 앉은 여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내 쪽을 보고 앉은 남자는 곤혹스러운 얼굴이었다. 여자에게 뭔가 용서를 구하고 있는 듯 했다. 나는 안 그런 척 하며 그 테이블에 귀를 기울였다. 그러다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미 눈치를 챈 것 같았다. 남자가 여자에게 귀엣말을 하자, 여자가 나를 쳐다본 것이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곁눈으로 그 커플을 보았다. 분위기가 풀린 듯 남자의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가게 바깥으로 시선을 돌렸다.

  출입문이 있는 가게 앞쪽은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다. 유리벽 바깥으로 번화가가 보인다. 인근에 대학교가 여럿 있어서 이곳은 특히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승용차 두 대가 나란히 지날 수 있을 만큼 넓은 길에는 쉬지도 않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고 있었다. 다들 어딘가를 향해 바쁘게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식당 안에서는 그 사람들이 어디로 사라지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이쪽 끝에서 저쪽 끝으로 지나가는 그 순간만 보일 뿐이다. 식당의 유리벽이 하나의 연극 무대 같았다. 유리벽 끝까지 간 사람들은 제 역할을 다한 배우처럼 무대 뒤로 사라지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거대한 수족관을 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사람들은 커다란 어항 속에서 할 일 없이 왔다갔다 반복하는 물고기처럼 보였다. 아니, 물고기는 나였다. 밖에서 보면 이 식당 안은 속이 환하게 들여다보인다. 이 좁은 가게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종종거리는 내 모습이야말로 물고기 같을 거였다. 갑자기 부끄러웠다. 혹시라도 누군가 나를 구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일어나 한쪽 벽에 기대어 섰다.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식당 문을 나서자 그 생각은 말끔히 사라졌다. 수족관이든 무대든 상관없었다. 나는 서둘러 그 사람들 틈으로 숨어버리고 싶었다.

  “여어!”

  누군가 나를 불렀다. 지오였다. 지오는 식당 맞은 편 편의점 앞에 앉아 있었다. 거기서 나를 보고 있었던 걸까.

  “여어, 라니. 여기서 뭐 해?”

  “너를 기다리고 있었지.”

  지오는 맥주캔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 옆에는 다 마신 맥주캔 몇 개가 더 있었다. 이곳에 온 지 한참이 된 것 같았다.

  “안 놀아줄래?”

  옆에 앉자 지오가 말했다. 지오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지 한 달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이주일이 지나면 여름 방학이 시작될 터였다. 나는 지오가 하루 종일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 궁금했다.

  “그냥. 뭐.”

  지오는 말을 하다가 잠깐 멈췄다.

  “시간이 가는 걸 감시하고 있어.”

  자신이 한 말에 무게를 실으려는 듯 고개를 힘주어 끄덕였다.

  “차라리 학교엘 나오지.”

  “학교에 가면 군대 안 간 거 티 나잖아.”

  “유학이라도 가던가.”

  “혼자서 뭐 하러. 아니면 같이 갈래?”

  “왜 모르는 척 해? 내가 그럴 형편 아닌 거 뻔히 알면서.”

  “나 있잖아, 나.”

  지오가 어깨를 으쓱했다. 솔깃한 말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이곳을 떠날 수만 있다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 순간 지오의 손을 덥석 잡고 그러자고 대답하고 싶은 것을 애써 참았다. 심술이 났다.

  “어디서 돈 자랑이야?”

  “농담 아닌데……. 뭐, 어차피 보내주지도 않을 거야. 방에 감시카메라 달았어.”

  “화장실도?”

  “아직 거기까지는. 인제 방에서 자위도 못해.”

  뭐가 재밌는지 지오는 혼자 큭큭거리며 웃었다. 나는 지오의 이마를 탁 쳤다.

  “그러게 누가 병원 빠지래? 병원 한 번 가는 거, 어려운 일도 아니잖아. 네가 거기서 그릇을 나르냐,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불러대기를 하냐.”

  “오늘 갔었어. 우리 조여사가 끌고 갔지만.”

  “잘 했네. 가서 무슨 얘기 했어?”

  “늘 똑같은 얘기. 잠은 잘 자냐고 묻기에 꿈 때문에 잠을 설친다고 했지.

  몸이 분리되는 꿈을 꾼 적 없어? 나는 그런 꿈 자주 꿔. 목과 몸이 분리되는. 잘렸다기보다 자연스럽게 분리된 느낌이랄까. 목이 잘린 절단면은 사포로 문지른 것처럼 다듬어져 있어. 정갈하단 느낌이 들 정도로 말이야. 난, 그러니까 내 머리통은 몸을 보고 있어. 그런데 머리 없는 몸뚱이가 뒤뚱뒤뚱 걸어가는 거야. 어디 가는 거야, 하고 머리통이 몸뚱이를 불렀지. 그런데 몸뚱이는 손을 흔들더니 그냥 멀어져 가, 뒤도 안 돌아보고. 머리통? 제자리에 있지. 다리가 없는데 별 수 있냐.

  또 다른 건 고양이가 되는 꿈이야. 꿈에서는 그럴 수 있잖아. 어떤 때는 동물이나 나무가 되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뱀이나 이름을 알 수 없는 징그러운 벌레가 되기도 하고. 어쨌든 어젠 고양이였어. 난 그게 나라는 걸 알아. 임신 중이지. 어떻게 아냐고? 직감이지. 그런데 통증이 밀려와. 온 몸이 뒤틀렸다가 뼈 마디마디가 재조립되는 것 같은 고통이야. 그러게, 꿈인데도 고통스러울 수 있나 봐. 그러다 새끼를 낳아. 아직 달도 차지 않은 새끼를. 새끼는 뭉툭한 부리가 있어. 두 다리는 가늘고 꼬리도 달려 있어. 고양이와 까마귀를 반쯤 섞은 것 같아. 고양이는 사산된 새끼를 한쪽 발로 꾹 눌러. 새끼의 몸이 터지면서 피가 나와. 바닥엔 피가 흥건해져. 그런데 그 피가 걸쭉하더라고, 소스처럼.”

  지오는 손으로 탄성 좋은 고무줄을 주욱 늘이는 시늉을 해 보였다. 그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나는 미간을 찡그렸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팔꿈치로 지오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만날 이상한 영화만 보더니, 그건 어디서 나온 거야?”

  내 입에서 나간 말은 0.1초도 안 되어 내 귓전을 파고들었다. 어쩐지 호들갑스럽게 들렸다. 지오는 흥흥 콧소리를 내었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고 있었다.

  “그 얘기 듣고 의사는 뭐라고 해?”

  “어차피 만나는 놈들 다 그렇고 그런 놈일 텐데. 비슷한 놈이구나 했겠지. 얼굴이 구겨지긴 하더라. 조여사는 뒤로 넘어갈 뻔하던데. 상담 횟수 늘어날지도 몰라.”

  “그러게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해?”

  "놀려 주고 싶어서. 더 재밌는 건."

  지오가 말을 멈췄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집요한 응시 때문에 몇 배는 더 길게 느껴졌다. 나는 참지 못하고 눈을 돌렸다.

  “언젠가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은 확신이 든단 말이야.”

  그 말을 할 때 지오의 얼굴은 대리석처럼 밋밋해 보였다. 그 표정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나는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마치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묘하게 뒤틀리는 것 같았다.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꼭 내 얼굴만은 아니었다.

  그 뒤로 지오와 나는 무슨 말을 했던가. 일상적인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누고, 나는 집에 가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붙잡는 지오에게 할 일이 있다며, 없는 말을 지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등 뒤로 지오의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돌아보지 않았다. 우리 사이엔 명확히 설명할 수 없는 묘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우리를 둘러싼 무언가가 분명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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