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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모기인간의 시대
작가 : 차경
작품등록일 : 2019.10.16

이루고 싶은 것도, 이룰 수 있는 것도 없는, 미래를 거세당해 끝내 모기가 된 남자의 이야기

 
당연한 일상
작성일 : 19-10-16 16:32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4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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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 7시에 알람이 울리면 핸드폰의 알람을 끄고 이불 속에서 뒤척인다. 7시 10분이 되어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까지 1분, 2분 단위로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한다.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해 23분까지 씻은 뒤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데 걸리는 시간은 25분. 그 사이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조금 확인하면서 미적대다가 우유나 물을 마신 뒤 8시 정각에 집을 나선다. 지하철역까지 걸어서 10분이 걸리고, 정확히 15분에 오는 지하철을 탄다. 도착할 때까지 30분 동안 의자에 앉으면 꾸벅꾸벅 존다. 하지만 그것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다. 대부분은 손잡이도 잡지 못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휩쓸리다 겨우 내린다. 그리고 지하철역에서 다시 회사까지 걸어서 12분. 걸어가는 동안 10분 아니 5분만 일찍 집에서 나와야지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그때뿐이다. 회사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면 쌍둥이를 임심한 것처럼 배가 부풀어있는 땅딸만한 사장은 주름진 미간에 더 선명한 골을 만들며 시계를 보고 있다. 8시 57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는 것으로 하루 업무가 시작되면, 12시부터 1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퇴근할 때까지 일을 한다. 저녁에도 퇴근 시간을 훨씬 넘기고 나서야 사무실을 나선다. 하루 종일 전화를 받고 설명을 하느라 목이 아파서 퇴근한 후에는 말 한마디 하는 것도 귀찮다. 그렇게 일을 하는데도 사장은 못마땅한 눈치다.

  최근 세계적으로 경기가 불황인데다 역사 문제가 얽혀, 일본 손님을 주 고객으로 하는 우리 여행사는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예년에 비해 매출이 40% 가까이 떨어졌다. 뉴스에서는 당분간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방에 틀어박혀 몇 번이고 계산기를 두드리던 사장은 나날이 신경질이 늘어가고 있었다. 그동안 워낙 정신없이 바빴던 터라 오히려 한숨 돌리게 되었다고 좋아했던 직원들도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확연히 눈에 보이자 말을 아꼈다.

  “이러다 월급도 밀리는 거 아냐?”

  누군가 지나가는 말로 하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일이 한가해져도 퇴근 시간은 변함이 없었다. 오히려 사장의 눈치를 보느라 전보다 더 늦어졌다. 8시가 다 되었지만 여전히 지하철역은 붐볐다. 벌써부터 불콰해진 얼굴로 삼겹살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과 지친 얼굴로 반쯤 눈을 감고 승강장 의자에 몸을 구겨 넣은 채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지하철이 들어온다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사람들이 노란선 앞으로 모여들었다. 성난 불빛을 번뜩이며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다.

  악!

  엄마!

  사람이 떨어졌어.

  승강장 끝 쪽에서 사람들이 외치는 들렸다. 막 승강장에 진입하던 지하철이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승강장 중간에 멈췄다. 앞쪽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우리도 구경하러 가자.

  내 앞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제치고 승강장 뒤쪽으로 뛰어갔다. 기관사가 지하철에서 내려 상황을 살펴보고 연락을 하는 것 같았다. 곧 이어 역무원들과 구조대원들이 달려왔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더니 기관사가 다시 지하철에 오르고, 지하철 문이 열렸다. 먹은 것을 토해내듯 지하철에 타고 있던 손님들이 한꺼번에 승강장으로 쏟아졌다

  비켜요, 비켜!

  어머, 끔찍해.

  봤어? 머리가 터졌나 봐.

  징그러워. 토할 것 같아.

  기다리던 사람들과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로 승강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사고 현장 수습은 예상보다 오래 걸렸다.

  젠장, 약속 늦었는데 어떡하지?

  그냥 택시 타자.

  언제 출발해요?

  흥미를 잃은 사람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잠시 후 역사 안에 안내방송이 울렸다.

  “안내 말씀드립니다. 지금 당 역에 발생한 사고 수습으로 인해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지하철 운행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역사 안이 매우 혼잡하오니 승객들께서는 불편하시더라도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아이씨, 뭐야. 진작 말해주지.

  얼마나 걸리는데요?

  안내방송을 듣고 우왕좌왕하던 사람들 중 일부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도 나는 사고 현장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가자 그 뒤로 구조대원들이 파란색 방수포를 덮은 들것을 나르는 것이 보였다. 터널 쪽에서 승강장으로 훅 바람이 끼쳤다. 먼지 탓인지 텁텁하고 비렸다. 나는 지하철역을 빠져나가기 위해 계단을 올랐다.

  옆 앞은 무척 혼잡했다. 팔차선 도로는 양 방향 모두 차가 꽉 막혀 있었다. 그 옆에는 방금 역을 빠져나온 사람들이 도로까지 나와 손을 흔들며 택시를 잡고 있었다. 정류장에서는 새로 오는 버스마다 아무데서나 멈추는 택시와 한꺼번에 달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경적을 울렸고, 사람들은 저러다 버스가 터져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만큼 꾸역꾸역 버스에 올랐다. 그러고도 미처 타지 못한 사람들은 떠나는 버스를 두드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 새끼는 죽으려면 딴 데 가서 죽지. 왜 하필 퇴근 시간에 여기서 죽고 지랄이야? 미친놈.”

  여름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양복을 입고 단정하게 넥타이를 맨 한 남자가 연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짜증을 냈다. 나는 근처의 다른 역을 향해 걸어갔다. 걸으면서 남자의 불평이 과연 온당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떨어진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만약 여자라면 남자의 불평이 다소 억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도착한 것은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회사를 나선 지 두 시간 만에 집에 도착한 것이다. 씻고 나면 곧 자야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다. 누구에게라도 얘기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해주는 내가 자리에 눕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불을 껐지만 밖에서 들어온 불빛 탓에 방 안은 적당히 흐릿했다. 열어둔 창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의 떠들썩한 말소리와 차 소리가 들렸다. 차들은 쉬지도 않고 맹렬하게 달렸다. 귓가에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정한 톤으로 길게 이어지는 기분 나쁜 단음. 모기였다. 나는 손을 내저어 모기를 쫓아냈다. 모기는 사라지는가 싶더니 금세 돌아와 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열기 탓에 후텁지근했다. 문득 지오가 떠올랐다. 지오를 만나야할 것 같았다.

 

  미친놈.

  나도 지오에게 그렇게 말했다. 대학교 1학년 겨울방학 때였다. 지오는 영하 10도를 밑돌던 한겨울에 산 중턱에서 발견되었다. 발견 당시 저체온증으로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내렸던 눈이 녹지 않아 등산로가 폐쇄되었을 때였고, 몰래 산을 올랐던 등산객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사망했을 터였다.

  “그 나이에 가출이 말이 되냐?”

  지오가 힘없이 웃었다.

  “웃지 마.”

  “할 말이 그것 밖에 없어? 안 반가워?”

  지오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 명치에 주먹을 한 방 먹였다. 윽. 지오가 신음 소리를 내며 몸을 앞으로 숙였다. 옆에 있던 지오의 부모님의 입이 딱 벌어졌다.

  “진짜로 죽고 싶은 사람은 너처럼 안 그래. 죽고 싶다는 말, 그렇게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지 않는다고. 알아?”

  나는 문을 벌컥 열고 그대로 병실을 나왔다. 공연히 심통이 났다. 병원 침대에 파리한 얼굴로 누워있는 지오의 모습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지오의 눈치를 보며 스무살이 넘은 아들을 어린아이 다루듯 하는 조여사의 모습에도 부아가 치밀었다.

  “쟤 깡패니?”

  뒤에서 조여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아니었는데. 후회가 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이후 나를 대하는 조여사의 태도가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전까지 다 큰 남녀가 어울려 다니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며 마뜩찮아 했지만, 그 일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후에는 드러내놓고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물론 사귄다고 했을 때는 ‘연애 좀 한다고 다 결혼하는 건 아니니까’라는 말로 분명하게 선을 긋기는 했다). 그리고 지오의 일로 종종 나에게 연락을 하기도 했다. 그럴 때면 나는 술에 취한 지오를 데리러 가거나, 조여사와 함께 가출한 지오를 찾아 나섰다. 그랬던 지오였는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말만은 곧잘 들어주던 지오였는데……. 불현듯 우리가 헤어진 연인이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헤어졌는데 모기 따위가 되겠다는 말을 할 리가 없지. 만약 지오가 모기가 되겠다는 얘기를 미리 했다면 나는 뭐라고 했을까. 농담하지 말라며 웃어 넘겼을까. 아니면 미친놈이라고, 정신 차리라며 주먹을 한 방 날렸을까. 내 말을 듣고 지오는 마음을 돌렸을까. 자신이 없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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