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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바람의 향기
작가 : 향이
작품등록일 : 2019.10.10

 
호(岵) 황국(皇國)의 고민거리 -14-
작성일 : 19-10-16 12:19     조회 : 269     추천 : 0     분량 : 2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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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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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뜻 보면 서재 같기도 하고 집무실 같기도 한 곳에서 군청색의 자유분방한 모습의 머리를 가진 남자가 외모와는 상반되게 험악한 인상을 그려 넣으며 책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타앙-!

 

  “…제길….”

 

  작은 욕설만으로는 자신의 분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책상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종이들을 있는 대로 구겨서는 마구 던지고 날리는 등을 시작했다.

  당연하게도 문을 열고 들어오던 이가 종이뭉치에 맞았다.

 

  “꺅! 뭐야?!”

 

  “엇! 누구…리아??”

 

  언제 심각했냐는 듯 장난 끼 어린 목소리로 들어오던 이를 향해 상큼한 미소를 날렸다.

 

  “쿡쿡-괜찮지?”

 

  그에 연두색의 곱슬거리는 머리를 가진 모리아(冒梨兒)가 뾰로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말해! 알고 던졌지?”

 

  “당연하지~! 천하에 이 유홍(琉泓)님이 모르는 건 없다 이거야.”

 

  “후훗! 미치겠어. 하여간 오빠는…변하는 게 없다니까?”

 

  “그걸 이제 알았어?”

 

  뭔가가 억지로 웃는다는 게 느껴질 정도로 들어온 모리아의 모습은 보기에 안쓰러웠다. 그건 앉아있던 유홍도 똑같았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그렇게 쓸데없는 것들로 10분가량을 웃음 짓던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열었다.

 

  “현….”

 

  “현….”

 

  별말은 없었다.

  하지만 첫 시작부터가 그들의 고민덩이임을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다시 10분을 침묵으로 잡아먹어서야 겨우 입을 뗀 것은 유홍이었다.

 

  “……아직 못 찾았다.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행방이 묘연해. 그 녀석이 스스로 나타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야.”

 

  제자리에 앉으며 그는 어지러워진 책상 한곳에 무사히 있던 안경을 집어 들었다. 이어질 그녀의 말이 무언지 안다는 건지 어찌 보면 무시한다고 느껴질 만큼 유홍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안경을 쓰고는 종이 몇 장을 추슬러 들춰보았다.

  자신의 예상이 맞아들었다는 것을 어김없이 보여주는 목소리가 종이에 쓰여 있는 내용을 반쯤 읽었을 때 들려왔다.

 

  “그렇게…심각해?”

 

  “그래.”

 

  “……끝까지 못 찾으면…어떻게 되는 거야?”

 

  그건 그도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이라 선뜻 말하지 못했다.

 

  “…글세…뭐…….”

 

  “……”

 

  “황제폐하께서 결단을 내리시겠지.”

 

  “오빠!”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지만 그녀도 그게 유홍이 내릴 수 있는 대답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바랐다.

  제발, 살아있길.

  부디 기한이 지나서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길.

 

  “어쩜 그리 무신경해? 그리도 신경이 안 써져? 일주일이 지났다구!! 아무리 현이가 사고치고 그래도 오빠에겐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잖아!”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녀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다.

  내놓으라 하는 황국의 정보통도 알아내지 못했고 심지어는 눈앞의 남자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렇게 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정도로 그녀는 울고 싶었다.

  그리고 여태껏 아무런 소식 없는 소위(所謂) 그 녀석이 미워졌다.

 

  “…나도 노력하고 있어. 백방으로 뛰고 있다고. 마지막으로 황족의 재산과 개인 소유의 재산 쪽을 들쑤시면 아무리 꽁꽁 숨어도 나오겠지 싶다. 그러니까 밥 좀 제대로 챙겨먹고 잠도 좀 자. 그런다고 현이 돌아오는 건 아니잖아.”

 

  “냉정해! 냉정하다구! 그러니 언니가 그렇게 힘들어…!!”

 

  무엇이 격하게 소리치는 그녀의 말을 끊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모리아는 스스로가 때려주고 싶을 만큼 원망스러웠다.

  그건 아닌데.

  알고 있는데.

  오늘따라 유난히 억제하기가 벅찼다.

  격한 것이 빨랐던 만큼 가라앉는 것도 금방 가라앉혀졌다. 허나 유홍의 눈치를 살피는 건 피할 수 없었다.

  유홍은 무언가가 급격히 떠올랐지만 가까스로 억눌렀다.

  이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과 말투로 유홍이 나직하게 말했다.

 

  “……여하튼 찾아내면 황제폐하 다음으로 알려줄 테니 걱정 말고 가봐.”

 

  머뭇거리다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에게서 귀를 집중해서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유홍의 귓가에 어른거렸다.

 

  “……미안해…내가 말이 심했어.”

 

  탁-

  문이 닫히자 긴장이 풀린 건지 깊숙이 의자에 몸을 묻으며 유홍은 아직도 손에 쥐어져 있는 종이를 초점 없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미관(美觀)산 : 호고나 황녀님 앞으로 되어있는 산. 봄과 가을에 일정기간 열어놓고 사람들에게 개방해 일정 수입을 올리고 있음. 그 외엔 출입불가. 하여 현재 호고나 황녀님께 청(請)을 넣고 답을 기다리고 있음. 압아산 : 초주를 업으로 삼고 있는 각자 개인 소유의 땅. 산세가 험하고 경계가 모호해서 산 전체를 돌아다니며 땅 주인들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듯함.]

 

  서재라 착각해도 될 만큼의 집무실은 또다시 그의 목소리로 채워졌다.

 

  “빨리 좀 와라, 현아. 어디 있니…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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