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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20
작성일 : 19-10-16 11:25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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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사람들은 철탑에 관한 모든 부분은 인간의 삶에서 배제시키고 생활하는 편이다. 인간은 철탑의 소규모적인 전봇대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 않고 시큰둥한 반응이다. 전봇대에는 그동안 인간들의 필요에 의해서 세상 곳곳에 세워져서 인간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었다. 지금에 와서 사람들은 미관상의 이유로 설치한 비용보다 몇 십 배의 자본을 들여 전봇대를 전부 뽑아내려고 한다. 간혹 티브이 속의 뉴스나 신문에서 철탑이나 전봇대 전선에 누군가 감전되어, 라는 식의 뉴스를 접하지만 그렇군, 이런 일도 일어나는군, 하게 될 뿐이다. 그리고 일 이 분만에 그 일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히고 만다.

  마동은 대학교 시절 교수가 한 강의가 어제 일처럼 자세하게 떠올랐다. 철탑이란 인간세계에 들어와서 인간과 밀접하지 못한다. 그것이 철탑의 운명이다. 그렇다고 철탑끼리 가까이 하지도 못한다. 고독의 근원이 철탑에게 있다. 고독은 본질적으로 외로움과 다르다. 교수의 말에서 철학적인 의미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러한 철탑 밑에 왜 누워있는 것일까.

  마동은 산속에 살고 있는 짐승과 새들의 몸동작과 날갯짓을 느꼈다. 철탑의 쎄 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철길의 냄새였다. 철탑은 오래전 철길과 같은 본능으로 마동에게 다가온 것이다. 마동의 의식은 예전의 그날을 애써 잊어버리려고 해왔다. 잊어버리려는 의식은 억지스러움을 지녔고 결국 그날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또 다른 자아, 슈퍼에고를 만들었다. 철길위에서의 기억을 의식에서 파버리려고 슈퍼에고에게 질서를 강요했다. 슈퍼에고는 기억을 되찾지 못하게 박스 안에 꼭꼭 가둬져 숨이 지내는 것을 강요당했다. 무의식은 말하고 있었다. 그것이 올바른 판단이라 믿어왔다.

  믿음이라는 첨병은 배신을 잘한다는 것을 마동은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믿고 싶었다. 굳건하지 않고 흔들리는 것을 믿고 싶었다. 철저하게 질서를 강요당한 슈퍼에고는 철길위에서의 기억은 봉인한 채 어떠한 열쇠도 맞지 않는 두꺼운 자물쇠로 잠가 놓았다. 슈퍼에고는 갈래갈래 분쇄되어버린 아이들의 처참한 그 모습을, 그 광경을 의식에서 제거하려고 많은 노력을 억지 받을 뿐이었다. 마동은 세월이 흐르고 공기의 흐름이 변하는 동안 자신만의 훈련으로 서서히 의식에서 오래전의 기억을 조금씩 마모시켜 왔다. 완전하게 사라졌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철길 위라는 관념체는 마동의 의식 속에서 켜켜이 쌓여버린, 하얀 눈으로 덮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눈가림이었다. 단지 보기 싫은 장면을 눈을 감아서보지 않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마동의 무의식 저편의 철길에 대한 기억을 철탑이 불러냈다. 철탑은 그동안 마동의 슈퍼에고에게 강요당한 질서에서 자유롭게 해주었다. 자유, 자유는 새처럼 하늘을 나는 자유가 아니다. 억압 속에서 비로소 자유를 느낄 수 있었다. 침묵의 강함처럼 자유는 방종과 다른 것이다.

  마동은 때때로 여름의 쉬는 날에 산으로 올라 이곳을 지나쳐 조깅을 하면서 철탑 밑에서 앉아 쉬곤 했다. 마동은 철탑 밑에 앉아서 몸을 풀기도 했고 쉬었다가 다시 달렸지만 쉬는 장소가 어째서 늘 철탑 밑이었는지 알 수 없었다. 숲속의 조깅코스를 달리다가 몸을 풀고 있으면 그곳은 항상 철탑 밑이었다.

  어느 곳이든 철탑이라는 것이 우뚝 솟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철탑 근처로 가지 않는다. 마동은 사람들과 달랐다. 예의 그 차갑고 서늘하고 침묵을 유지하는 쇠붙이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 차갑고 긴 덩어리에 애정을 지니고 있었다. 오래전의 철길도 그랬듯이.

  마동은 그날 이후 철길근처에는 가지 않았다. 기차도 타지 않았다. 지하철이 없는 지금의 도시를 선택한 것도 그 이유였다. 놀이동산에서 기차와 비슷한 모양을 지닌 놀이기구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어쩌면 본디부터 기찻길을 좋아했던 마동의 무의식을, 그간 질서를 강요받았던 슈퍼에고가 의식적으로 무의식을 제제했다. 슈퍼에고는 조금씩 자신이 받았던 강요를 되돌려주고 싶어서 몰래 초초했을 지도 모른다.

  그간 조깅을 하면서 철탑 밑에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나서 달렸던 모든 행동이 그렇게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닐까.

  기찻길을 트라우마로 느끼는 무의식을 밀어내려고 마동의 의식은 끊임없이 노력했다. 슈퍼에고를 만들어내 억지를 부리며 트라우마를 박스 속에 잘 넣어 놓도록 만들었다. 박스는 마른 땅을 힘겹게 파내어 그 속에 넣어 두었다. 봉인 해버린 것이다. 세계에 깔려 있는 기찻길에서 마동은 멀어졌다. 기찻길은 잊어버렸지만 기찻길과 비슷한 길고 차갑고 고요한 철탑을 슈퍼에고는 느끼고 있었다. 결국 마동은 산 속을 조깅을 하다가 철탑근처에서 몸을 풀게 만들었고 길고도 탄탄한 철탑에 친밀감을 쏟게 했다. 그 누구도 쳐다보지 않는 철탑을 마동의 슈퍼에고는 인지의 의식을 차츰 굳혀가는 과정 속에서 이면으로 철탑을 애정 하는 동시에 마동을 철탑근처로 계속 데리고 왔다.

  마동은 철탑의 보이지 않는 끝 부분에 시선을 고정하려고 했다. 달빛은 밝지 않았고 희미했지만 그 빛을 받아서 철탑의 상층부가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인류가 사라지면 전기가 전혀 필요 없는 날이 오고 저 철탑은 쓸모없어져 버리게 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철탑의 저 높은 곳까지 질소를 뿜어내는 풀이 철탑을 녹색으로 덮어버리는 세상이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마동을 바닥에서 일어났다. 식물의 수분이 옷에 묻었다.

  마동은 사라진 최원해에 대해서 생각했고 여기에 눕게 된 경위를 생각했지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동의 의식의 깨어났을 때 그 일은 분명 일어난 후였다. 어찌된 일인지 최원해의 행방에 대해서 생각의 정보가 전혀 없었다. 공부를 못하는 고등학생이 초등학교 6학년의 수학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처럼 당황스러웠다. 최원해 부장의 투덜거림과 동아리 이야기를 끝으로 마동의 기억은 잘 썰리는 칼에 잘려나가 버렸다.

  최원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마동은 주위를 둘러보며 의미 없는 목소리로 몇 번인가 큰 소리로 불렀다. 철탑 밑의 주위도 둘러보았다. 저 멀리서 마른번개가 보였다. 한 여름 밤의 철탑 밑이었고 풀벌레가 우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마동의 목소리는 질소와 함께 철탑 밑의 허공에 흩뿌려지기만 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기억이 났다. 바람에서 냄새가 났다. 부자연스러운 냄새. 바람은 초지의 옛 시간의 냄새를 몰고 왔다. 치누크와 같은 바람을 느끼고 그 바람의 냄새를 맡은 기억을 뒤로 한 채 마동의 기억은 소멸했다.

  공 백.

  눈을 떠 보니 철탑 밑에 쓰러져 있는 것이다. 없어진 기억을 빼고는 비교적 평소 의식하는 것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마동은 지금 눈을 뜨고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과 상황이 제대로 된 현실인지 아니면 현실 속의 가설인지 의문스러웠다. 며칠 동안 자신에게 일어나는 변이와 상황을 보면 이상한일도 아니었다. 마동은 자신에게 그렇게 타이르고 있었다.

  괜찮아, 넌 잘못되지 않았어.

  마동은 최원해가 없어진 것을 알고 자신의 기억을 다시 나열해보았다. 조깅을 하려는데 최원해가 찾아왔다. 그리고 같이 산길의 코스를 택해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사실이며 논리다. 오르막길의 비교적 어려운 코스는 문안하게 통과를 하고 평지로 보이는 구간을 최원해와 이야기를 하며 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최원해가 쉴 새 없이 헉헉대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듣기 싫어 최원해를 버려두고 빠르게 혼자 달리다가 철탑 밑에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해석이었다. 브리핑을 통해 권력자가 국민들에게 늘 하는 말처럼 어색했다. 마동은 머리를 흔들었다. 고개를 들어 달을 바라보았다. 달은 분명히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마동은 희미하고 차갑게 빛나는 달을 향해 군대에서 한 것처럼 말을 걸어 보았다. 하지만 달은 지퍼를 올린 점퍼처럼 굳게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마동은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은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뒤의 이야기를 이어서 생각했다. 자신을 따라오던 최원해는 잘 따라오다가 마동이 너무 빨리 산속을 달려가 버려서 그만 포기를 하고 왔던 길로 다시 되돌아 간 것이다.

  그래, 여기까지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철탑 밑에 누워있는 나는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 분명하지만 정신을 잃었다. 나는 무슨 일로 정신을 잃었던 것일까.

  오래전의 기억이 정신을 잃은 후 필름 영상처럼 나타났다.

  최부장님은 나를 따라오다가 정말 못 따라와서 내려간 것일까.

  의문과 질문만 있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는 무관하게 흘러갔다. 만약 내려갔다면 마을에서 그리 멀리까지 올라온 것이 아니기에 잘 찾아서 내려갔을 것이다. 의식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지만 마동이 향하고 있는 촉은 무엇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동은 의심과 두려움으로 몸이 조금 떨렸다. 진심으로 두려웠다. 두려움은 인간의 감정 중에서 질투만큼 표현하기 어렵고 애매한 감정이다. 무서움도 아니었다. 두려움은 공포에서도 벗어났다.

  두려움이란 환멸일까. 현실일까. 말라버린 우물 밑바닥의 깊은 수렁의 끝을 지나치는 지옥일까.

  무엇이 되었던 간에 어떤 것이 되었던 간에 마동이 느끼는 두려움은 곧 자기 자신이었다. 마동은 일어나서 철탑과 달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달과 철탑은 모든 것을 전부 보고 있었다. 저 멀리 마른번개가 내려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어제보다 확실히 굵어지고 커졌다. 바람이 이제 전혀 불지 않았고 무더운 여름밤이지만 마동은 더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이제 앞으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마동은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이제부터는 편협적으로 생각하지 않아야 했다. 생각을 하고 포기하고 또 생각하고 포기하고의 끝없는 반복.

  개의치 말자고 생각을 했지만 마동은 선택의 문제에서 어디를 선택해야 하는지 갈팡질팡했다. 마트에서 아스파탐이 덜 함유된 막걸리를 고르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래, 소피가 말했다. 최선의 선택만 있을 뿐 최고의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소피 역시 선택으로 지금의 길을 가고 있다. 선택, 그 순간이 다가오면 무엇이 정답이고 오답인지 예측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해안가의 소나무 숲에 들어서니 심각한 해무로 인해 오솔길의 방향을 잃어버리는 상황인 것이다. 손을 뻗어도 알 수 없는 삶일지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후퇴란 있을 수 없고 뻗은 손으로 만져지지 않는 상황이라도 그 갈림길에서 언제나 선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비록 비단길이 아니라 할지라도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미래가 건조하고 딱딱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지라도 선택을 피할 수는 없다. 이제 상황을 받아들이는 단계는 넘어섰다. 이제 선택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섰더니 몸이 새털처럼 아주 가벼웠다. 마동은 다시 한 번 말없이 달을 바라보았다. 달은 침묵으로 마동의 상황을 꼼꼼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마동은 달리다가 잠깐씩 운동화의 끈을 묶거나 다리를 풀어주기 위해서 잠시 쉬었다가 일어나면 미세한 빈혈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로지 새. 털. 같. 은. 기. 분.

  뻗어있는 철탑의 꼭대기까지 점프해서 올라 갈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지금 느끼는 기분은 오후에 병원에서 세시간정도 잠이든 다음 일어나서 느끼는 상쾌함을 넘어섰다. 어제의 지금 시간보다 힘이 몇 배는 되었다. 정신을 잃기 전의 몸에 흐르는 정념에서 벗어난 또 다른 자신을 느꼈다. 마동은 몸이 떨렸다. 춥거나 두려워서 떨리는 것이 아니었다. 에너지의 기운 때문이다. 마동은 헤아릴 수 없는 기이함을 지니고 있는 존재 같았다. 결락을 가득 품은 심연은 몸 속 어딘가에 웅크리고 앉아 가시를 숨기고 있었다. 에너지로 인해 가시가 돋아나고 일어나려고 한다. 또 다른 마동의 자신은 어둡고 슬펐다. 간악함의 징후는 수수께끼 같았다. 가시가 날개가 되어 펼쳐진다. 첫 강의를 맡아서 학생들 앞에 서는 초보학자처럼 몸이 떨렸다. 마동은 주먹을 쥐고 양팔에 힘을 준다. 분출되는 힘의 파동이 정맥을 타고 주먹을 쥔 손으로 모여들었다. 큰 벽돌을 주먹으로 내리치면 부서져버릴 것이다. 신체가 오묘함을 느꼈다. 몸이 나비가 되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처럼 가벼웠다. 새의 날갯짓과는 다르다. 나비의 날개는 바람을 움직이고 지축을 울리는 힘을 지녔다. 자연에 귀속된 날갯짓이 아니라 바로 주체가 되는 것이다.

  마동은 나비의 날개가 된다. 동시에 전해지는 흥분과 욕망. 마동의 의식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을 떠 올렸다. 그 순간 피가 더욱 빠르게 혈관을 타고 흘렀다. 마음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혈액은 흥분이외의 무엇이 있었다. 인간의 몸은 정의할 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있고 불필요한 것 또한 하나도 없다.

  소우주의 세계.

  작은 세포하나하나 각자의 자리에서 파르르 떨며 독자적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스터석상처럼.

  하나라도 무너지게 되면 인간의 몸은 서서히 망가져간다. 인간만큼 세계에서 완벽하게 연구되지 않는 물질은 없다. 세포의 움직임을 마동은 느꼈다. 생생하고 격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머리카락 끝에서 눈동자를 타고 혀를 통해 각 기관으로 뻗치는 세포의 움직임.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생각하니 며칠 전의 전위가 한 시간 전의 일처럼 떠올랐다.

  일종의 쾌감 그리고 수반되는 열패감.

  명확한 답을 할 수는 없지만 희구와 이성과 정욕과 철학까지 모든 것을 뛰어 넘는 무엇을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서 받았다. 숲속 철탑 밑에서 달빛을 받으며 몸에 에너지가 가득 한 채로 주먹에 힘을 주었다. 눈이 확실하게 맑아졌다. 마동은 소피를 떠 올렸다. 그녀가 다음 주에 한국에 온다면 아마도 같이 밤을 보내게 될까. 하지만 마동은 소피와 몸을 섞는다거나 섹스를 할 생각은 없었다. 소피와 만나면 분위기 좋은 곳에서 소피가 좋아할 만한 요리를 주문하는 것이다.

  앤서니 보뎅의 한국식당에서 고가의 스페셜 햄버거 로시니를 주문한다. 푸아그라 테린이 햄버거 안에서 열을 받아 분자가 변형되어 기름지게 녹아내리고 갈아낸 송로버섯 소스에 새우를 살짝 곁들이고 오리의 뱃살부위만 물에 데친 요리와 해마 수프와 뵈브 클리코 퐁 사르당 라 그랑담을 주문한다. 하지만.

  저기, 동양의 멋진 친구? 나 이런 음식 말고 한국음식이 먹고 싶어. 동양의 멋진 친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한국음식을 먹으러 가, 이게 뭐야? 라고 해서 저 비싸고 살아생전 다시는 먹어볼 수 없는 음식을 하얀 테이블 위에 그대로 두고 한숨을 쉬며 카드로 결제를 하고 나와서 삼겹살과 비빔밥, 순대를 먹을지도 모른다. 식사를 하면서 건배를 하고 식사가 끝나면 노란 조명이 은은하게 깔리는 카페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겠지, 몇 시간 이야기를 하고 마동은 소피를 숙소로 바래다보고 포옹을 할 것이다. 단지 마동이 있는 도시에서 소피가 한국에 도착하면 서울까지 가야 한다. 가서 서울의 낯선 카페나 식당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외에 벗어나는 상황에 대해서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생각하기도 싫었다. 많은 남자들이 성인여배우와 하룻밤을 꿈꿀지도 모른다. 누군가 그대로 소피를 숙소로 들여다 보냈다고 하면 마동을 욕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 욕을 듣지 않기 위해서 소피와 잠을 잘 수는 없는 노릇이다. 모파상의 글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는 이는 고귀하게 보이고 교양이 가득한 귀족여자들이 아니다. 마음을 던져 사랑을 하는 사람, 순수하고 고결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인간은 알 수 없다.

  마동은 몸속을 흐르고 있는 혈관의 피가 더욱 빠르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더 작은 절지류 수천마리가 혈관 속에서 움직이며 간지럽혔다. 척추를 간지럽히고 림프관을 살며시 건드렸다. 다시 고개를 들어 철탑에 살짝 가려진 달을 올려다보았다. 달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입 다물고 있을 뿐이다. 마동은 달에게 말했다. 답을 줄 수 없으면 길만 안내해 달라고. 하지만 달은 심통난 시어머니처럼 미동도 않고 말도 없다. 말이 없는 달이지만 마동은 달을 통해서 이끌림을 받았다.

  달무리의 빛이 차가운 하얀빛으로 더욱 밝아졌다. 달의 띠가 환하게 밝아지더니 빛은 조금씩 팽창했다. 마동의 가슴은 더욱 뛰었다. 최원해는 알아서 집으로 잘 찾아갔을 것이다. 흔적도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마동은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양팔을 흔들어 스트레칭을 했다. 이제 혼자서 달릴 준비를 했다. 숨이 탁 트이고 흘러넘치는 힘과 스피드로 도로위의 자동차와도 견줄 만큼 빠르게 달려 나갈 것만 같았다. 그 느낌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순한 생각만으로 머물러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마동은 잘 알고 있었다. 마동은 변이되고 있는 것이다. 망각할 수도 없고 잊히지 않는 사실이다. 팔, 다리를 풀었다. 근육의 이완, 관절의 마찰.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엇이 어떤 식으로 변이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변하고 있는 것은 분명했다. 마동은 4미터나 되는 높은 철조망을 사뿐히 넘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었다. 풀벌레도 마동이 철조망을 뛰어 넘는 모습을 모른척했다. 마동은 철조망 안으로 넘어 들어가서 철탑 밑으로 서서히 걸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던 식물이 놀라서 마동의 다리를 건드렸다. 철탑을 손으로 만졌다. 무더운 여름밤이지만 철탑은 차갑고 서늘한 기운을 잔뜩 지니고 있었다. 마동이 손을 대니 철탑은 가쁜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나의 변이는 지독한 감기에 걸린 것이 아니다. 병원에서 내일 결과를 알려 줄 것이다. 아니면 결과를 알려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과는 어쩌면 이미 다 나왔는지도 모르고 결과라는 자체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와 분홍간호사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세상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모르는 일이 엄청나다. 많은 책에 그런 서술이 있다. 그리고 동의한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기로 한다. 몇 번이고 다짐을 한다. 나의 상황은 판단의 일정한 선을 넘어섰다. 매일 조금씩 변이하는 나의 몸을 바라보는 나는 놀라기도 했지만 그것대로 잘 받아들이면 된다.

 

  마동은 그렇게 생각을 했다. 달빛을 바라보는 마동의 체내의 적혈구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정확하게 느꼈다.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폐로 들어간 산소가 엄청난 양의 헤모글로빈과 만났다. 달빛을 받은 팔과 다리는 여태껏 보지 못한 갈라진 멋진 근육으로 뒤 덮여 있었고 마동은 다시 팔에 힘을 꽉 주었고 입을 야무지게 다물었다. 달빛은 침묵으로 일관한 채 마동에게 끊임없는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달에게 받은 에너지가 충만하고 과포화되어 변기에 앉았을 때처럼 힘을 주면 에너지가 눈으로 보일정도로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마동은 한참동안 달을 바라보았다. 이제 철탑에서 손을 땠다. 마동의 눈에 들어오는 달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이자 소피의 엉덩이, 분홍간호사의 가슴이며 는개의 얼굴이었다. 달은 여러 개의 모습으로 마동에게 비쳤다. 여트막한 색감이었던 마동의 에너지를 짙은 색으로 탈바꿈시켰다.

  누구나 한 번 죽는다. 한번은 죽고 그 다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죽음을 피해갈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어떤 이는 죽음을 피해가기 위해서 또는 늙는 것이 두려워서 약을 개발하고 심지어 아기의 피를 마시기도 했다. 죽음이라는 것은 어느 날, 자 이제 죽을 시간이 되었으니 죽음으로 가자며 야심차게 내려오는 것이 아니다. 죽음은 태어나는 시점으로부터 시간을 들여 올라오기 시작하더니 인간의 몸을 죽음의 물로 가득 채우는 현상이다. 죽음의 물이 몸을 완전히 채우게 되면 인체는 물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어떤 이도 거기서 벗어나거나 달아 날 수는 없다.

  마동은 이 변이가 죽음으로 가는 계기를 지니게 된다 하더라도 겸허해져야 한다고 마음을 먹었다. 혹여 이 변이가 몰고 온 결과를 통해서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해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을 굳혔다. 적어도 달아나지는 않을 것이다. 마동은 양팔을 활짝 벌렸다. 그리고 달을 안아 올리는 모습으로 팔을 앞으로 뻗어보았다. 그 순간 달 주위의 헤일로가 달의 띠에서 벗어났다. 순간 날카롭고 차가운 한줄기의 빛으로 무더운 여름밤의 불투명한 단층을 가르고 마동의 눈으로 와서 박혔다. 마동의 눈동자로 달빛의 헤일로가 고집스럽게 들어갔다. 달빛은 아프다거나 쓰라린 느낌이 아니었다. 달빛은 마동의 눈으로 와서 박히는 순간 마동의 눈동자에서 작은 빛의 포자가 모이더니 15센티미터 정도 뿜어져 나왔다. 뿜어져 나온 빛은 나름대로 하나의 자아가 되었다.

  살아있는 빛의 주체아로서의 자아.

  마동은 자신의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빛의 모습을 보고 놀랐지만 아주 신비스러운 빛이었다. 눈으로 들어오는 그 빛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빛에서 봤던 미스터리한 모습과 닮았다. 빛 속에서 정의 할 수 없는 세계와 관념이 들어 있었다.

  마동은 철탑을 벗어나서 그곳을 빠져나왔다. 최원해에게 전화를 걸어볼까 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지만 다시 팔뚝의 밴드에 집어넣었다. 마동은 최원해가 알아서 잘 내려갔으리라. 내린 결론위에 한 번 더 단정 짓고 달려서 철탑 근처를 벗어났다. 미묘한 이야기지만 철탑 주위의 바람과 풀들이 마동을 그곳에 좀 더 붙잡아 두려했다. 파르스름한 바람이 불어와 마동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고 바람은 풀들을 부추겨 마동의 다리를 휘어 감아올리게 했다. 숲의 유혹을 걷어내고 마동은 달을 올려다 본 후 빠르게 산 밑으로 내려왔다. 마동의 몸은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고성능 폭발음을 내며 빠르게 달렸다. 몸속에 누군가가 들어와서 마동의 육체를 슈퍼카처럼 조종하며 움직이게 했다. 달리는 속력이 너무 빨라서 나뭇잎이 마동의 몸에 닿자마자 난기류 때문에 몇 바퀴 돌다가 떨어져 나갔고 그 모습은 저 먼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 같았다. 마동의 다리는 지칠 줄 모르는 흑마처럼 빠르게 위험한 산길을 굽이굽이 날렵하게 달려서 내려왔다. 조깅화가 닿은 산길에는 말발굽처럼 바닥에 움푹 패인 자국을 만들어냈다. 자국은 이내 흙으로 덮여 사라졌다.

  희미한 달빛이 흐리하게 세상을 밝혀줬지만 마동의 시야는 전자기파망원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처럼 어두운 밤의 대기와 공간이 훨씬 잘 보였다. 나뭇가지가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모습이 영화의 잔상처럼 보였고 3, 4미터 떨어진 곳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야행성 너구리의 눈동자도 선명하게 보였다. 너구리는 마동을 보더니 입에 물고 있던 먹이를 떨어트리고 저만치 달아나 버렸다. 마동은 이십 여분 만에 산 밑으로 내려왔다. 순식간이었다. 보도로 내려오려면 세 시간 정도가 걸린다. 쉬지 않고 달려도 1시간 30분은 넘어 걸리는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 산 밑으로 내려와서 마동은 작은 중학교의 담벼락에 몸을 기대고 잠시 멈춰 섰다. 후 하고 숨을 쉬었다. 힘들어서 숨을 쉬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열대야가 지속되는 여름밤에는 대지도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익어가는 여름밤 속에서 건물은 더욱 열기를 발산했다. 사람들은 밤이지만 목에서 땀을 흘렸고 시원한 곳을 찾아서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그 더위 속에서 마동은 힘차게 달렸지만 땀이라고는 한 방울도 흐르지 않았다. 더위를 느끼지 못했다. 중학교 벽에 기대어 있다가 다시 달려 차도가 있는 곳까지 나왔다. 한국 도심지의 여름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습기가 많고 무덥다. 덕분에 기분은 쳐지고 불쾌지수는 올라간다. 도로를 달리는 차들은 야밤에는 어딘가를 향해서 끊임없이 질주했고 모든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에어컨의 열기 때문에 푹푹 쪘다. 운전자들은 도전적인 얼굴을 하고 앞을 응시한 채 액셀러레이터를 밟았고 불확실한 태도로 확실한 목적지를 향해 운전대를 잡았다.

 이 시간에 지나치는 자동차들은 무엇을 향해 가는 것일까. 여름밤의 무더위 속에서 어디를 향해 운전자들은 표정 없이 가는 것일까. 모두 거짓말 없이 열심히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이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는 것일까. 여름밤 도심지의 여흥을 즐기려 어디론가 가는 것일까. 휴가의 반열에 오른 것일까.

  모두 어디를 가든 표정이 없는 얼굴이었다. 마동은 도로를 지나치는 수많은 차들을 보면서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의 기운과 대기의 공기를 느꼈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여름에 사람들은 에어컨의 노예가 되어있지 않았다. 지금은 하루 종일 에어컨 앞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차가운 바람을 맞아야만 생활이 가능했다. 차가운 바람과 시원한 바람은 본질적으로 달랐지만 사람들은 그런 것 따위 일일이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람들은 그저 에어컨을 틀어 놓고 일을 하고 퇴근을 하면서 차안에서 에어컨을 틀어야 운전을 할 수 있었고 집으로 가면 에어컨에서 바람이 나와야 잠이 들 수 있는 시대에 서있는 것이다. 날이 무덥다는 말로 사람들은 에어컨이 있는 곳으로만 들어갔고 그 속에서만 마음을 놓고 쉴 수 있었다. 밤이면 낮에 받은 복사열에 의해서 뜨거울 대로 뜨거워진 대지는 인간들이 뿜어내는 인공적인 열기 속에서 거대한 찜통이 되어가고 있었다. 분명 매 년 더위는 더해 갈 것이고 전력의 소비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나라는 계속해서 개인에게만 그 숙제를 짊어지게 했다. 더위를 이기지 못하는 인간들은 더욱 차가운 바람을 내는 에어컨을 만들어내고 그럴수록 세계는 점점 거대한 하나의 불가마로 변이되어 갈 것이다.

  티브이에는 한창 여러 패널이 빙 둘러앉아 토론 중이다. 사람들은 스스로 더욱 뜨거운 도시를 만들어가면서 여름이 매년 더워진다고 아우성을 치는 모습이 아이러니했다. 냉방기구와 냉방병에 관련된 토론이 늘어났고 전문가들은 냉방병의 위험을 이야기했다. 냉방병으로 인해서 후유증을 얻지 않으려면 꾸준한 운동으로 예방이 최선이었고 에어컨의 사용을 줄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사람들은 화면 속에 나오는 냉방병의 심각성을 인지하며 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리고 다시는 냉방병에 관련된 티브이 토론프로그램을 보지 않았다.

  마동은 달리면서 생각했다. 마동이 검사받은 병원에 대해서. 그곳에서는 에어컨이 나오지 않았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에어컨의 냄새도 없었다. 병원은 시대를 역행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병원에서 더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평안한 표정이었다. 대기실에 앉아있는 환자들도 분홍간호사도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에게도 더워하는 기색은 없었다.

  병원의 이름이 뭐였더라.

  마동은 생각을 더듬어 봐도 병원의 이름을 보지 못했다. 처음에 병원에 갔을 때는 분명 ‘라사마내과’라는 간판을 본 것 같았다. 아니 보았다. 첫날 확실하게 봤다. 일층의 완구 도매점을 하는 주인과 대화를 하면서 보았다. 창문에도 내과이름이 있었고 간판도 있었다. 이름이 기이하여 두 번째 방원을 하면 이름이 무슨 뜻인지 물어보려고 했다. 그러나 다음 날 갔을 때 간판은 거짓말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없애버린 것이 아니라 애당초 거기에는 간판 따위는 걸려있지 않았다. 허가를 받아야 분명 병원의 영업이 가능하다. 병원을 찾은 환자도 별로 없었지만 분홍간호사와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의 모습에서 조급함이나 안타까운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의사는 마동의 이야기를 시간을 들여 꽤 진지하게 들어 주었다. 거기서 한 사람의 환자를 진찰하는데 최소 30분은 걸렸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렇게 진료를 하다가는 병원은 망하고 만다. 대를 이어받아서 병원을 운영한다고 하지만 위태위태해 보였다. 하지만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들이는 의사는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전혀.

  마동이 느끼기에 확실한 것은 그 병원은 연어 같았다. 목적지에 도달해서 무엇을 찾지 못한다하더라도 설령 목적지까지 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계속 거슬러 오르는 것이다. 대기실의 선풍기며 병원 안에 풍기는 포르말린냄새가 역하지 않았고 그곳에서는 어쩐 일인지 시간이 느릿느릿 움직였다. 물론 느끼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분홍간호사를 따라갔던 복도, 검사실, 침대 그리고 여자의 호감을 사게 만드는 얼굴을 가진 의사와 분홍간호사의 얼굴도 떠올리면서 달리다보니 속력이 너무 빠르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여기는 숲이 아니라 일반 도로가이기 때문에 밤이라 하더라도 산 속을 벗어난 곳에는 어디에도 사람들이 있다. 도로에는 자동차의 행렬이 끊이지 않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마동이 달리는 속력이 비현실적이다. 대기 중 산소농도가 높아졌다. 공기 속에 산소 함량은 대체로 21퍼센트에 이른다. 마동의 폐로 들어오는 산소는 37퍼센트를 넘어서 40퍼센트에 육박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면 숫자 3이 증가하는데 몇 천 년, 아니 몇 만 년이 걸린다. 진화는 눈에 보이지 않게 지금까지 이루어져왔다.

  나는 진화적 변이를 하고 있을까.

  마동은 시간과 공간의 제어가 무의식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현상제어가 가능했다. 몸의 질량을 줄이고 지구중력에 단계별로 버틸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평지이다 보니 마음먹고 달린다면 산속을 내려 올 때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었다. 그렇지만 마동이 빠르게 달리는 모습을 사람들이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며 SNS에 올린다면 이후의 파장에 대해서 대답하지 못하는 일들만 따라다닐 것이다.

  마동은 전혀 땀을 흘리지 않은 채 달렸다. 땀구멍에서 조밀한 땀의 흔적조차 이제 보이지 않았다. 다시 어제의 패턴으로 돌아가서 보도위로 올라가 바닷가의 조깅코스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리는 비슷한 보폭으로 같은 간격을 유지하며 장군이가 있는 곳으로 달렸다. 어제 70대 노인이 사고가 났던 도로를 지나쳤다. 70대 노인의 아파트가 보였다. 아파트는 하나의 완벽한 세계를 이루고 있었고 그 속의 아파트라는 에고가 성벽을 굳건하게 만들어놓았다. 70대 노인은 아파트에 흡수 되었다. 노인은 자신의 존재는 아파트라는 에고에 남김없이 다 빨려 버렸다. 그것이 노인이 완벽하게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믿었고 완벽한 삶을 유지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파트라는 하나의 세계는 노인 자신이자 바로 아파트 자신인 것이다. 마동은 아파트가 있는 도로를 지나쳐 해안가의 조깅코스로 들어섰다.

  어제와 별반 다름없는 풍경이 고스란히 해변에 있었다. 한여름의 해변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다. 밤의 해변에서는 내일일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밤이 깊을수록 해무가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것처럼 보였다. 바다는 취하는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들이 입을 벌리면 생채기를 가득 머금은 독 번데기가 튀어나와서 서로에게 붙었다.

  독 번데기를 맞은 상대방은 더 큰 독 번데기를 입에서 뱉어내고 결국에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그 상처의 벌어진 틈으로 소금을 뿌려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서로에게 독을 뿜어내는 것에 에너지를 소모했다. 사람들은 술에 많이 취했다. 젊은 사람이든 나이가 든 사람이든 여름밤의 해변에는 술에 취하지 않은 사람을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대부분 술에 취해있었다. 곳곳에서 호루라기를 부는 소리가 들렸고 어떤 민간인은 호루라기를 구입하여 경찰 옆에서 보란 듯이 철지난 월드컵 응원가를 불어대고 있었다.

  무더위의 기승은 바다가 있는 밤이라도 더운 공기가 해변의 대기를 가득 매웠다. 마동은 숨을 쉴 때마다 더운 공기에 마동의 숨결이 부딪혀 입주위에서 묘한 기류를 만들어 냈다. 마동은 산 밑을 내려와서 해변의 조깅코스를 달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는 기분만 들 뿐이었다.

  마동은 철길위에서 친구들을 잃은 그 이후로 달리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꾸준하게 자기 자신을 버려왔다. 당시 공간의 냄새도 버렸고 뜨겁게 달아오르던 철길의 감촉도 버렸다. 기차 속으로 딸려 들어가던 그 모습도 버렸다고 생각을 했다. 버려진 것들은 봉인이라는 이름의 상자가 마동의 작은 기억들과 함께 단단히 묶여 깡마른 땅을 힘겹게 파서 그 안에 묻어 버렸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기찻길에서의 기억도 더불어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통째로 잊어버리려고 노력을 했다. 자신을 점점 마모시키는 훈련의 일환으로 달렸던 것이다. 마동의 의식은 과거를 무시한 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억지로 강요받고 있었다. 고등학교 사건이 있던 그때 병원에서 정신을 차렸을 무렵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억하려해도 기억은 나지 않는다. 마동이 이 뒤죽박죽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달리는 것뿐이었다. 달리고 또 달렸다. 오직 달리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이었다. 기억을 잊기 위해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 마동이 할 수 있는 것은 달리는 것뿐이었다. 설령 기억이 나지 않고 기억을 잊어버리지 않는다해도 그는 달리는 것 이외에는 제대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꾸준하게 매일 매일 달렸다. 강변을 달렸고 바닷가를 달리고 운동장의 트랙을 달렸다.

  마동에게는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이 또 하나 있었다. 대학교시절 동거를 했던 연상의 여자였다. 까마득히 오래되고 깊은 바다 속의 이야기처럼 꽁꽁 숨겨두고 싶었다. 하지만 바위가 비바람에 깎여 작은 돌이 되었지만 없어지지는 않는 것처럼 마동의 무의식은 그 기억을 떨쳐내지 못했다. 동거를 하면서 기분 나쁜 예감에 등을 축축하게 만들었지만 마동은 애써 외면하며 지냈다. 생활의 어두운 부분이 이미 마동의 등에 단단하게 달라붙어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마동은 무시하려 했다. 실수였다. 아르바이트하는 곳에서 만난 마동과 그녀는 생활비를 아끼는 방편으로 동거를 시작했고 두 사람은 무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대로 어려움 없이 생활을 했다. 생활에 있어서 많이 부족했고 행복한 수준의 생활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둘 다 불만은 없었고 불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젊었다. 마동은 그녀와 동거를 하면서 아르바이트 하는 사이사이에 시간이 비면 어김없이 달렸다. 기찻길에 관한 기억이 조금씩 지워져간다고 믿고 있었다. 그러고 싶었다. 더럽고 강한 진액을 품은 촉수로 뒤덮인 가차가 아이들을 갈가리 분쇄하고 찢어발기는 모습을 잊는 것은 매일 보는 마동의 얼굴만큼 잊지 어려운 일이었다. 꿈을 꾸다 아이들이 기차에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 나타나면 마동의 몸은 열꽃으로 뜨거워졌다. 안구가 아팠고 눈을 뜨면 잠시 동안 방안이 자줏빛으로 물들었다가 물감이 물이 번지듯 사라졌다. 불쾌한 마비가 다리에 퍼진 느낌은 다리가 아닌 이물감으로 불안하기도 했다.

  마동은 기억을 묻기 위해서 달렸다. 훈련을 하고 남이 알아봐주지 않는 노력을 했다. 벚꽃처럼 달렸다. 벚꽃은 봄이 오면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꽃을 피운다. 그 관념 속에 인간의 사정 따위는 봐주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가 있다. 자연은 기다려주거나 뒤쳐지는 법이 없다.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듯 물줄기가 아래로 흐르듯 모든 것은 패턴으로 지나간다. 연상의 그녀는 마동과 동거를 한지 두 달 만에 아이를 가졌다. 아이가 들어서면서 마동과 그녀는 미래를 약속했다. 그녀는 마동을 사랑했고 마동역시 그녀를 사랑했다. 마동은 그녀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안아주지는 못했다. 자의적으로 안을 수 없었다. 마동은 그녀를 제외하고 다른 여자를 만나더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녀와 결혼을 하고 그녀를 닮은 아이를 보며 그 아이가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머릿속에서 암울한 기억을 잊어버리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일상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삶이라 여겼다.

  “어머니에게는 어떻게 말하지?” 그녀가 말했고 “내가 이야기할게, 다 잘 될 거야.” 마동은 그녀를 안심시켰다. 마동은 매일매일 한 시간씩 달렸다. 아르바이트도 달려서 도달할 수 있는 곳에서 일거리를 찾았고 그녀를 데리러 갈 때에도 달려서 갔다. 두 사람이 종종 가던 야외 공원 옆에는 공설운동장이 있었다. 공설운동장의 메인 트랙은 전문 축구구장으로 일반인은 평소에 입장이 불가능했고 공설운동장 밖에 야외 축구장과 트랙이 따로 마련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에게 개장이 되었다. 시민들이 매일 그곳을 애용했다. 마동은 그녀와 산책을 나가면 그녀는 운동장의 붉은 트랙을 걷고 마동은 달려서 한 바퀴 먼저 돌아서 그녀의 옆에서 같이 걸었다. 마동은 그녀의 곁에서 트랙 반 바퀴를 같이 걸어간 후 먼저 달려 나가서 트랙을 한 바퀴 달려서 그녀의 옆으로 와서 같이 걷는다. 트랙 안의 축구장에는 잔디가 깔려있고 공을 차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팀을 꾸려 각자 들고 축구공을 발로 차며 패스연습을 하거나 골대 앞에서 슈팅 연습을 했다.

  마동은 그녀를 걷게 하고 한 바퀴를 돌아서 그녀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날이 좋았다. 두꺼운 옷을 입지는 않았다. 반팔이나 얇은 옷을 입지도 않았다. 산책하기도 좋고 운동하기에도 좋은 날이었다. 운동장에서 슈팅 연습을 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규칙은 공을 너무 세게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따라 공을 세차게 차며 슈팅연습을 하는 팀이 있었다. 모두 즐겁게 공을 슈팅하는 반면에 그들은 공격적으로 우격다짐 격이었다.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핏 불테리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평온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암흑이 깔리는 기운이 가득한 슈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주위에는 같이 어울려 공을 차는 팀들은 없었다. 운동장의 골대는 양 옆으로 하나씩 있다. 하지만 공격적인 그들이 연습하는 골대에는 같은 유니폼을 입은 그들만 있고 나머지 사람들은 반대편에 전부 몰려 연습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나온 배를 부여잡고 트랙을 걷고 있었고 마동은 그녀를 놔두고 한 바퀴 빨리 달렸다. 마동과 그녀가 트랙의 이쪽과 저쪽에서 운동장을 사이에 두고 눈이 마주쳤다.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걸었다. 마동은 그녀의 곁으로 가기 위해서 트랙을 달렸다. 그때 암흑이 가득하고 돌격적으로 슈팅연습을 하던 무리에서 슈팅을 한 공이 골대를 벗어나서 골대 뒤의 트랙을 걷고 있던 그녀의 배에 가서 꽂혔다.

  그녀는 트랙에 쓰레기봉투처럼 쓰러졌다. 그 순간은 마치 공이 원을 그리듯 천천히 날아가서 그녀의 배에 정확하고 힘 있게 맞았고 공을 찬 사람이나 산책하던 사람들과 마동 역시 멍하게 공이 날아가는 것을 바라 볼 뿐이었다. 애기를 가진지 8개월 째였다. 공을 맞은 그녀는 그 자리에 푹 꼬꾸라졌고 곧 배가 아프다고 했다. 그녀는 밑으로 뜨끈하고 끈적끈적한 액이 물이 새듯 흘러 나왔을 때 청백색의 눈으로 마동을 보았다. 병원에서 끈적끈적한 액의 냄새가 마동의 몸에 퍼질 때 아이는 끝내 그들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그녀는 정신을 잃었고 마동은 정신이 없었다.

 입원했던 병원에서 나오는 날 그녀는 침통했고 마동도 우울했다. 집으로 와서 그녀는 화장실에서 한 없이 울었고 마동은 밖으로 나와서 한 없이 달렸다. 길거리를 달렸고 건널목을 달렸고 도로를 달렸다. 초등학교를 지나쳤고 카페를 지나쳤고 불고기집을 거쳤다. 마동을 제외하고 건물 속의 모든 사람들은 행복했다. 행복은 그의 앞으로 오는가싶더니 살짝 피해서 다른 사람의 품에 안겼다. 트랙에서 달리지만 안았다면 공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결국 현실에 타협하기 위해 시작한 달리기 때문에 그녀는 아이를 잃어버렸다. 마동은 자신의 모습이 촉수가 달린 괴물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지금 마동은 달리고 있는 것이다. 마동에게는 달리는 길만이 버리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녀를 두고 집에서 나와서 마동은 4시간을 앞만 보며 달렸다. 사람들에게 부딪혀도 미안하다는 소리도 하지 않고 앞으로 달리기만 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달려서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와버렸다. 처음 와 본 곳까지 달려왔다.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이대로 숨이 끊어져도 괜찮은 방법이다. 마동의 정체는 무엇이며 인간의 생명이라는 것은 어째서 대상적으로 보이는 것인가.

  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가슴을 조여왔다. 결국 이것이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괴롭고 고통스럽다는 것은 숨을 쉴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숨 쉬는 것이 힘들었다.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 어딘지도 모르는 곳까지 달려서 와 버렸다. 안개가 껴 있었고 공허한 곳의 풍경은 마동의 마음속에 갈라진 틈을 더 벌려 놓았다. 틈이 벌어지니 그 속에 있는 침을 흘리는 존재의 눈동자가 드러났다. 회백색의 눈이 튀어 나올 것처럼 희번덕거리는 그 모습을 마동은 보았다. 존재와 눈이 마주치고는 놀라서 다시 왔던 길로 4시간을 훌쩍 넘게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집으로 와보니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연상의 그녀는 깨끗하게 자신의 물건을 챙겨서 집을 나가 버린 것이다.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마동은 알고 있었다.

  이후로 더 열심히 마동은 달렸다.

  소피와 이야기를 하면서 잊어버려야 할 이야기들을 다 쏟아냈다. 액정화면너머의 소피는 묵묵히 마동이 하는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소피에게 마동은 자신에 대해서 물었다. 결국에는 자신이 자신을 벗어나기 위해 달렸던 행위가 그녀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안겨다 주었다는 것에 대해서 소피는 안타까워했으며 마동에게 자신을 탓하지 말라고 했다.

  아름다운 풍경의 유럽으로 가면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느낀다. 하지만 정말 아름다운 것은 그 도시이기 전에 그 도시를 바라보는 자신이라고 소피는 말했다. 그 일은 동양의 친구가 그녀에게 한 일도 아니며 ‘설마’라는 복병이 가져온 두려움의 결과뿐이니 동양의 친구는 그 일로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했다. 마동은 소피에게 고맙다고 했다.

  마동은 지금까지 달렸다.

  군대에서 가장 친밀하게 지냈던 전우를 총기사고로 잃었을 때에도 마동은 연병장을 달렸다. 전우는 마동과 가장 가깝게 지냈다. 총기사고라 하지만 자살을 한 것이 분명했다. 전우는 군대에 적응하기를 동물원의 늙은 호랑이가 새로운 동물원에 적응하는 것만큼 힘들어했다. 새롭게 바뀐 우리, 새로운 먹이, 새로운 환경, 무엇보다 힘없고 늙은 호랑이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동자들이 두려웠다. 친절하지 않았고 경멸과 업신여김의 눈동자는 늙은 호랑이의 몸에 구멍을 뚫고 점점 구멍을 크게 확장시킨다. 전우는 마동이 옆에 가면 슬며시 미소를 짓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마동은 옆에서 전우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고개를 끄덕여 주면서, 눈을 마주치면서 전우가 하는 말을 듣는다. 전우는 신발을 좋아하는 특이한 친구였다. 신발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누구나 신발을 신어야 하잖아? 어차피 그러니까 발이 놀라지 않는, 무리를 주지 않는 신발을 만들어야 해, 라면서 신발의 유래와 역시 따위의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말해주었다. 그것은 분명 흥미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전우는 자신의 내무반에 들어가고 나면 그곳에서 고립이라고 불리는 세계 속에서 사물과 같은 무심한 이방인들의 눈동자들과 마주했다. 이방인들의 눈동자는 전우를 철저하고 계산적으로 그리고 재미삼아 따돌림을 시키고 성적으로 열패감을 가져다주었다. 따돌림은 어디에나, 어느 곳에서나,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다. 따돌림이라는 것은 인간들의 몸에 올라타서 시대를 거듭하면서 대를 물리는 것이다. 은밀하게 매복하고 있다가 아차 싶은 순간에 누군가의 몸에 들러붙어 그 사람을 괴롭혔다. 따돌림은 통증이었다. 증상이 만들어낸 육체의 일부처럼 살은 늘어지고 기름져 축 쳐진 가슴처럼 기기하고 무심한 불기둥처럼 무릎의 관절이 타오르는 통증.

  그것이 따돌림이었다.

  시간도 해결해 주지 않으며 어떤 이도 도와주지 못하는 그것.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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