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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14.선우의 흔적
작성일 : 19-10-16 00:00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4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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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호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곳은 여전히 어두웠고, 아무 소리 들리지 않는 적막감만 가득했다. 은호가 매번 느끼는 것이었지만, 이 느낌은 너무도 싫었다. 아니, 가끔은 좋았다. 모두들 행복해 할 때 혼자 숨을 수 있는 곳이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혼자 만들어낸 상처들이 그제서야 나타났다. 집은 아무도 몰래 은호 혼자 무너질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

 

 은호는 현관 입구에 혼자 서 있다. 신발을 따라 들어온 눈이 녹아서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아빠의 잔소리가 또 들리는 것 같았다.

 ‘신발을 제대로 털고 들어가야지...’

 

 아빠가 했던 그 잔소리가 은호의 기억 어딘가에 남아 있었다. 그때의 모습들이 은호의 기억 속에서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은호 혼자 서 있을 뿐이었다.

 

 은호는 괜히 신발만 바닥에 비볐다. 크게 심호흡하던 은호는 정리되어 있던 신발들을 다시 정리했다. 아빠가 떠나고 난 후 집안에 들어올 때마다 하는 은호의 습관이었다. 뻔히 혼자라는 것을 알았지만, 분명 이 집에는 은호 혼자 살고 있었지만, 현관 앞에 몇 켤레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아 두었다. 빈 현관 앞을 보는 게 싫었다. 그래서 아빠가 있을 때처럼, 그렇게 아빠의 흔적을 남겨두고 있었다.

 

 은호는 소파에 앉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배가 고팠지만, 무언가를 챙겨 먹기도 귀찮은 그런 날이었다. 크게 용기를 내어 나갔다 왔지만 은호의 마음은 더 이상의 노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아... 라면 먹고 싶다...아빠...’

 은호는 항상 그렇게 말했었다. 그래서 오늘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더 이상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오늘 괜찮았어. 김은호’

 은호는 겨우겨우 스스로를 위로했다. 혼자 이 모든 시간을 지나오면서 은호가 스스로 터득한, 그래서 은호를 버티게 한 유일한 방법이었다.

 

 은호는 옷을 갈아입고 계란을 넣은 라면을 끓여 먹었다. 은호는 혼자서 생각보다 맛있게 먹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만큼 배가 고팠던 것이었는데, 은호는 깨닫지 못했다.

 

 은호는 다 먹은 라면 그릇을 정리하고 소파에 앉아 티비를 켰다. 눈에 들어오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채널을 돌리다가 웃긴 장면이 나오면 웃었다가 다시 채널을 돌렸다. 어느 것도 은호의 눈길을 잡지 못했다.

 

 은호는 티비를 끄고 괜히 집안을 돌아다녔다. 넓지도 않은 집이었지만, 은호가 늘 사용하는 공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공간을 들어가 본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은호의 생활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곳은 먼지가 많이 쌓여 있었다. 은호는 괜히 미안해졌다. 자신의 관심을 받지 못한 곳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은호는 먼지를 닦기 시작했다. 뿌옇던 물건들이 자신의 색을 찾았다. 은호는 복잡했던 머릿속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역시 아빠 말이 맞았다. 청소만큼 마음의 안정을 주는 것은 없었다.

 

 은호는 그 생각이 나자 웃음이 났다. 그 말을 하던 아빠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던 자신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은호는 수납장 앞에 섰다. 꽤 오랫동안 닫혀 있던 곳이었다. 그곳에는 아빠의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은호는 손잡이를 잡았다. 손잡이에도 먼지가 쌓여 있었다.

 

 문을 열었다. 아빠의 흔적들이 보였다. 눈물보다 반가움이 은호에게 먼저 왔다.

 

 은호가 다 알던 물건들이었다. 은호가 그 곳에 넣어두었으니까. 그런데도 처음 보는 것처럼 신기했다. 하나씩 하나씩 수납장에서 빼낼 때마다 은호는 자세하게 구경을 했다. 정말 처음 보는 것처럼 그렇게 보게 되었다.

 

 ‘이런 것도 있었구나. 이게 여기 있었구나.’

 혼잣말도 하면서...

 

 은호는 드디어 발견했다. 들어있는 것을 알았지만, 찾아보고 싶었지만, 굳이 찾지 않았던 아빠의 스케치북들이 보였다. 보고 싶을까봐 제일 안쪽 구석에 넣어두었었다. 그 기억만큼은 분명했지만 은호는 찾지 않았었다.

 

 너무도 보고 싶었던 것이었다. 아빠가 적은 글자보다 더 많이 그리웠던 아빠의 그림들이었다.

 

 은호는 스케치북을 펼쳤다. 아빠가 그린 많은 그림들이 보였다. 은호와 같이 그렸던 그림도 있었다. 그리고 아빠가 그려준 은호도 있었다.

 

 아빠는 정말 그림을 잘 그렸다. 그래서 은호는 아빠가 부러웠다. 아빠처럼 그렇게 그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은호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않게 되었다.

 

 은호는 아빠의 그림들이 아까웠다. 지워질까봐 사라질까봐 두려웠다. 아빠의 진짜 흔적이었으니까. 그래서 다시 조심스럽게 덮어 수납장 안쪽에 넣었다. 그리고 은호는 나머지 먼지를 닦았다.

 

 .....................................................................

 

 은호는 미술시간에 완성하지 못한 그림을 집에 돌아온 후로 계속 그리고 있었다. 욕심이 앞섰는지 그리는 것마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 결국 완성하지 못하고 집에서 그리고 있는 중이었다.

 

 은호는 그렸다 지우기를 몇 번째, 완성에 가까운 그림을 포기한 게 두 번째였다. 잘 그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생각만큼 안되는 게 은호는 속상했다.

 

 선우가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은호는 그제서야 자신이 꽤 오랜 시간을 그림을 그리는데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선우가 들어오자 은호는 갑자기 속상하고 서러워졌다.

 

 “은호야, 이 시간까지 뭐하고 있어?”

 

 은호는 속상한 마음에 눈물부터 났다.

 “아빠, 그림 그려가야 되는데, 안 그려져.”

 

 은호는 결국 울고 말았다. 그런 은호를 본 선우는 은호 옆에 앉아서 은호의 그림을 보았다. 은호가 말했던 것보다 훨씬 잘 그려진 그림이었다.

 

 “잘 그렸는데, 아빠가 보기엔 진짜 괜찮은데.”

 속상해서 울고 있는 은호의 눈물을 닦아주며 선우가 말했다.

 

 “아니, 이게 아닌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어.”

 은호는 더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선우는 엉망이 된 거실과 더 엉망이 된 은호의 얼굴에 웃음이 났다. 그러나 참아야 했다. 은호가 거의 통곡 수준으로 울기 시작했다.

 

 “은호야, 아빠랑 같이 해보자. 아빠가 도와줄게.”

 은호는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그림에 관해서라면 아빠의 실력은 그 누구보다도 좋았다. 은호는 지금 정말 간절히 아빠의 도움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은호는 자신이 힘들어 하는 부분을 선우에게 말했다. 그리고 더 첨가하고 싶은 것에 대해 선우의 의견을 물었다. 선우는 은호의 말을 들어주며 은호가 원하는 방향으로 그림을 그려가게 도와주었다.

 

 드디어 은호의 얼굴에서 웃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호는 선우와 그림을 그리는 이 시간을 정말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림이 완성 되었다. 그제서야 한없이 지쳐버린 은호의 얼굴이 나타났다. 하루 종일 그림 때문에 끙끙 거렸을 은호가 그려져 선우는 마음이 아팠다.

 

 “은호야, 그림 마음에 들어?”

 선우는 자신의 피곤함은 잊은 채 눈꺼풀에 잠이 가득 내려앉은 은호를 보며 물었다.

 

 “아빠, 진짜 마음에 들어. 아빠는 어떻게 이렇게 그림을 잘 그려.”

 선우는 은호의 말에 피곤이 옅어지는 것 같았다. 은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진심으로 기뻤다. 은호에게 자신은 늘 부족한 아빠라고 생각한 선우였다.

 

 “음... 그냥 열심히 그려보았지. 아빠는 심심할 때, 혼자 있을 때 늘 그림을 그렸거든.”

 선우는 늘 혼자였다. 현실이 선우를 좌절 시키고, 외롭게 할 때마다 선우는 다른 모든 것을 잊고 그림 속 세상을 상상하며 그 엄청난 시간을 견뎌왔다.

 

 “그래? 그럼 나도 그렇게 그리면 아빠처럼 잘 그릴 수 있게 될까?”

 ‘아니, 은호야, 그건 하지마. 그러지마.’

 선우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은호를 보고 미소만 지었다. 은호는 그 시간의 잔인함을 몰라야 했고, 모를 것이니까.

 

 “아빠, 지금이라도 화가하면 안 돼? 아빠 그림 너무 아까워.”

 은호의 말에 선우는 살짝 쑥스러웠다. 은호의 진심이 느껴졌다.

 

 “아빠는 전문적으로 배우지도 않았고, 대학도 안 마쳤고...”

 선우는 멋쩍어 하며 은호에게 말했다. 괜히 말한 것 같았다.

 

 “알아. 아빠가 그림을 배웠다면, 대학을 다 마쳤다면 좋았을 건데. 그런데 아빠 같이 잘 그리는 사람 본 적이 없어서.”

 은호가 해준 최고의 칭찬에 선우는 어쩔 줄 몰라 은호만 바라보았다. 최대한 감정을 숨기고 그렇게 은호만 바라보았다.

 

 “아빠, 정말 샘날 정도로 부러워.”

 “진짜?”

 선우는 은호의 말에 진심으로 행복했다. 은호가 자신을 부끄러워할까봐 늘 두려웠던 선우였다.

 

 “그리고 라면도 잘 끓여.”

 그 또한 진심이 느껴져 선우는 은호를 꼬옥 안아주었다. 선우는 눈물 날만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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