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 볼지 모르지만 기다려져요. 이루어지지 않은 모든 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그래서 두렵고 맘은 급한데 이렇게 당신과 편지하는 것이 나에겐 기쁜 일이에요. 한옥 여사, 당신도 웃고 있을 까요? 나처럼.」
아침이 되고, 지료 형은 내게 오자마자 편지지의 글을 보더라고요. 몇 자 안 적었어요. 그게 심플하고도 그냥 내 맘이 그랬어요. 어쩔 수 없죠.
“강태완…. 야, 너무 좋다.”
지료 형은 마음에 들었나보더라고요. 나도 맘에 들었죠.
“웃는 게 좋은 건지 너도 아는 거 보니, 사랑하는 여자 있냐?”
나는 헛웃음을 흘렸죠.
“사랑한 여자 하나 없는 삶을 살았을까봐?”
형은 또 그 웃음을 했어요. 재수 없는 웃음. 짜증내고 싶은 웃음.“…. 다행이라고, 강태완이. 정말 다행이다.”
다행이긴 뭐가 뭘 다행입니까? 알지도 못하면서.
“나도 다행이고, 너 같은 친구를 둬서.”
알긴 아나봅니다. 나는 가볍게 웃습니다.
“근데 형. 오늘 프로그램 시간이 없는데 왜 이렇게 서둘러요? 연애편지는 언제든 써 줄 수 있는 거긴 한데. 내가 못미더워요?”
지료 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간단명료하게요.
“응. 못미덥지.”
나는 재미난 듯 웃었습니다. 근데 지료 형은 알더라고요.
“야, 난 이거 받았으면 됐고. 넌 좀 자라. 잠 설치던데.”
난 좀 웃다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 말에 정말 졸려오더라고요.
“네, 그럴게요. 쉬세요, 형.”
내가 슬금슬금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지료 형은. 내 등 뒤에다가 꼭 그렇게 하더라고요.
“야, 강태완이.”
나는 급 졸린 탓에 좀 미간을 좁혔죠. 대충 앞을 보려고요.
“내 가슴 다 찢어져, 너 우는 거.”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습니다. 지금 이 형이, 위로라는 걸 하나봅니다.
“웃어줘서 고맙다. 잘 자.”
나는 대강 고개를 끄덕였고, 지료 형도 대강 그렇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 맞아요. 이젠 좀 알 것 같아요? 우리의 대화는 완벽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