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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하는 이들에게
작가 : 햇빛이
작품등록일 : 2019.10.15

콜드 리딩이란, 상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도 상대방의 속마음을 간파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우리는 아주 작은 관심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작은 몸짓, 작은 행동, 닿아지는 눈빛, 느낌으로 알 수 있는 말투가 많은 정보를 전달해주기도 하죠. 나는 어렸을 때부터 심리에 관한 지식을 수집하고 배우는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파고들수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심리는 결국 본능이라는 것을요. 마음을 느끼는 것은 개와 고양이도 합니다. 동물도 느끼죠.
나는 과거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새로운 차, 새로운 집, 새로운 사랑을 꿈꾸면서도 정작 소중함을 과거에서 찾죠. 그래서인지 나는 사랑만큼은 기억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방금 마신 커피도 결국은 과거잖아요. 사랑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소망하는 것 보다는 오래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방금 마신 커피를 기억해야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1화. 2019년 7월. 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작성일 : 19-10-15 20:21     조회 : 294     추천 : 0     분량 : 3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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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열흘 됐을 거예요. 열 평 남짓한 방에는 차례로 줄을 지어 늘어진 얇은 매트가 다섯 개 있고, 매끈하고 짙은 갈색의 나무 재질의 사물함이 자물쇠 없이 벽에 밀착되어있어요. 여기 이 곳 ‘102호’ 병실에는 알콜 중독과 조울증 그리고 우울증 환자들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병실 안에 잠을 자던 모든 환자들이 병원 소매 춤에 두 눈을 비비는 아침이네요. 우리에게 허락된 아침은, 공책만한 크기의 창문 너머로 반짝이며 들어오는 햇살이에요. 그런데 그 작은 햇살을 독차지하려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한참을 창문 앞을 지키는 환자가 있었죠. 지금은 가족의 곁으로 돌아갔어요. 그렇다 해도 정말, 작은 햇살을 독차지하는 건 금기죠. 나는 서른하나입니다. 열흘 전 녹색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었어요.

 “강태완. 거기 TV 좀 돌려봐.”

 조울증 환자로 병원 생활을 하는 중인 안경잡이 형은 손가락 하나로 귀를 후비면서 저를 부릅니다. 리모컨이 없어서 TV 겉면에 버튼을 직접 눌러서 작동시켜야함을 형도 알고 나도 알고 있음에도 나는 아직 졸린 눈을 비비고는 선뜻 사람 좋은 얼굴로 일어나, TV로 향합니다.

 “나 아직 보고 있는데, 바꿀 건가?”

 지료 형입니다. 비누 냄새를 좋아해서, 매일 자신의 속옷과 수건을 손빨래하는 것을 좋아하는 정신분열증 환자죠. 녹색정신병원 내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주요인물이기도 합니다. 다른 환자들의 사물함에서 간식을 훔쳐 먹는다던지, 강제로 들어간 독방에서는 큰일을 보고는 했죠. 하지만 본인은 자신이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닌 대학교수였음을 주장합니다. 뭐 신빙성은 없죠. 독방에서 대변을 본 사람이니까 말이죠.

 나는, 안경잡이 형과 지료 형 사이에서 곤란한 얼굴로 내 긴 두 다리에 힘을 주어 서있었어요. 안경잡이 형 말대로 가서 채널을 돌려야해, 지료 형 말대로 채널을 두어야해. 그런데 그때. 비가 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작은 창문의 약간 열어둔 틈새사이로 들리는 빗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였어요.

 이제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안경잡이 형과 지료 형을 사이에 두고 곤란한 표정으로 문득 작은 창문 밖에 시선을 두면서요.

 

 

 어두웠어요. 나의 손길이 닿지 않은지 얼마나 되었을지 짐작도 안가는 내방이요. 커튼으로 가려진 계절은 들춰보지도 않았고, 산산조각이 난 벽거울은 그대로 두었어요. 암흑이었죠. 덜덜 떨리는 몸이 그 것을 인지했어요. 두려웠죠. 나는 침대 위에 다리 굽혀 움츠려 앉고는 여전히 떠는 몸을 감싸 안았어요. 나는 살고 싶었어요. 울컥 눈물이 났어요. 난 잠을 자는 게 싫어요. 진짜로 싫어요. 매일 같은 꿈을 꾸니까. 나는 질끈, 눈물이 흘러나오는 두 눈을 감아버렸어요. 나는 쓰레기입니다. 개만도 못하고요. ‘퍽’ 소리가 납니다. 내가 나의 뺨을 때리는 소리죠. 뜬 눈으로 나는 오늘 밤을 보내려합니다.

 “태완아! 너 또 왜 그러니! 어?”

 빛이 들어옵니다. 엄마가 열고 들어온 방문으로 말이죠. 나는 텅 빈 눈을 하고는 작게 말합니다.

 “수인이가 나오는데 나는 그게 싫어.”

 나는 무표정으로 눈물을 흘려냅니다.

 “무서워.”

 나는 일그러진 얼굴로 울음을 터트립니다.

 “수인이가 무서워, 엄마.”

 

 

 오후 5시입니다. 모든 환자들이 저녁식사를 하는 시간이죠. 나는 저녁을 먹지도 않고, 공중전화가 놓인 그 곳으로 향합니다. 남성 병동과 여성 병동 그 사이에는 간호사와 보호사가 쉴 수 있고, 일과를 보내는 곳이 있습니다. 환자들 사이에서는 그 곳을 ‘리리’ 라고 부르죠. 바로 그 곳에 공중전화가 놓여 있어요. 본래 개방된 곳에 공중전화가 자리 잡고 있었는데, 환자들이 경찰서나 소방서로 전화를 거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서 결국 제한을 받는 곳에 놓이게 됐죠. 나는 ‘리리’ 라고 불리는 곳에 붙어있는, 간호사와 보호사가 쉴 수 있는 곳의 작은 창문을 두드리고 기다립니다. 초조한 기색은 없습니다.

 “강태완 환자분. 무슨 도움이 필요하죠?”

 나는 조곤조곤 말을 합니다.

 “전화 하고 싶어요.”

 여 간호사는 고개를 대강 끄덕이고는 펜을 손에 쥔 채 묻습니다.

 “전화 받는 분과의 관계와 그 분 성함이요?”

 나는 짧은 숨을 내뱉고 입을 열었습니다.

 “여자친구, 지수인이고.”

 여 간호사는 좁힌 미간 사이에 펜을 살짝 붙였다가 떼어내고는 말했습니다.

 “네. 15분 이내로 통화시간이 제한돼요. 통화하다가 15분을 넘기면 그냥 끊어지죠. 잘 아시죠? 강태완 환자님.”

 나는 너무도 심심한 얼굴을 끄덕여보였습니다.

 지수인. 매일 밤 내 꿈에 나타나는 여자입니다. 나는 두려움에 떨고 있죠. 그런데 왜 매일, 그 여자의 꺼진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고 음성 메시지를 남기려는 건지는 나도 명확하게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죄책감이겠죠.

 어느 사이, ‘리리’의 문을 열고 들어온 나는 서슴없이 공중전화로 향합니다. 오늘 남기는 음성 메시지는 꼭 전해질 거라는 소망을 가지고 말입니다. 사실은 그 동안 남긴 메시지가 전부 다 전해졌다고 믿습니다. 세상은 믿는 것만 존재하니까. 나는 공중전화 앞에 선 채 수화기를 집어 들고는 준비한 전화카드를 밀어 넣습니다. 신호가 걸리고, 얼마 뒤에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구간으로 넘어갑니다. 나는 꼭 잡은 수화기를 좀 더 세게 잡아듭니다.

 “있잖아….”

 “아 글쎄! 안에서 기다린다니까?”

 나는 말을 멈췄습니다. 지료 형 목소리이었기 때문입니다. 형은 ‘리리.’의 작은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는 순서를 기다릴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중이었죠. 나는 오늘의 통화를 이쯤에서 관두기로 했습니다. 수인이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심산이었지만 오늘은 날 달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들고 있던 수화기를 제자리에 두고서 걸음을 옮겼습니다. 때마침 ‘리리.’ 안으로 들어온 지료 형이 넉살 좋은 얼굴로 웃고 있습니다. 난 왜 그게 짜증이 났던 걸까요?

 “뭐가 그렇게 좋아요? 비실비실.”

 나의 이죽거림에도, 쌍커플이 유독 진한 지료 형은 뜻밖으로 어깨를 들썩입니다. 그 웃는 얼굴을 하면서요.

 “얼굴은 착해 빠져가지고, 나에게는 불행해 보이는 이에게 웃어 보이는 마음이 있지….”

 말끝을 흐리던 지료 형은 나의 음울한 얼굴을 마주하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자네에게는 없는.”

 나는 힘이 풀린 눈을 피식 웃었습니다. 웃어보였습니다. 불행을 알아본 이에게. 오후가, 오늘의 밤이 곧 아쉬울 것 같은 느낌이죠. 다시없을 봄처럼 말이에요.

 

 

 
작가의 말
 

 오늘 밤 10시 경까지 6회를 다운로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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