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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월계수의 기억
작가 : 나호
작품등록일 : 2019.9.23

생일을 앞두고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한 소년의 이야기.
정통 판타지.

 
10화 잃어버리다(10)
작성일 : 19-10-15 16:57     조회 : 197     추천 : 0     분량 : 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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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에녹스는 망토를 쓰고 그랜들리만 호수로 갔다. 위험한 일이 있을 수 있었기때문에 허리께에는 세화를 메고 있었다.

 그랜들리만 호수는 생각을 정리하기에 좋았다.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에녹스는 느낄 수 있었다.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는 호수앞의 월계수 나무앞으로 다가갔다. 손을 대어 나무의 감촉을 느꼈다. 이 감촉은 언제나 똑같은 감촉을 낸다. 까칠하지만 익숙한 느낌. 에녹스는 그 느낌이 좋았다.

 

 나무앞에 한 쪽 무릎을 꿇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도했다. 우리의 신물인 월계수 나무에게. 옛 신들이 심었다던 '시들지 않는 나무'에게. 기도의 내용에 딱히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가 빈 것은 단순했다. 아무 일도 없기를. 앞으로도 이런 평온한 생활을 계속할 수 있기를.

 

 그는 눈을 뜨고 월계수 나무를 올려다봤다. 바람이 불어 월계수 잎이 흔들렸다. 전해진 것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월계수 나무를 믿어. 우리 가문의 상징을 믿어.

 

 그러나 그가 곧 느낀 것은 그런 따뜻한 믿음이 아닌 섬뜩한 불안감이었다. 에녹스는 자신이 왜 그런 것을 느끼고 있는지 몰랐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자 보였다. 숲에서 붉게 번쩍이는 무언가가. 숲속 사이사이에서 어두운 기운이 몰려오고 있었다.

 

 에녹스는 본능적으로 검을 쥐어잡았다. 붕대를 감은 손에 느껴지는 것은 꺼칠한 감각이었다. 그는 숲으로 다가갔다.

 허공에 떠다니는 검은 안개같은 것이 그의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분명 주위는 어두웠지만 그 안개는 또렷이 보였다. 완전한 암흑이었다. 그는 한번 힘껏 저어 안개를 걷혔다. 대기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졌다. 그는 피부로 그것을 체감하고 풀밭에 서리가 이는 것을 보고 어렴풋이 알아챘다. 숲앞의 풀밭 언저리에 장홧발이 보였다. 본 적이 있는 장화였다. 이내 그곳의 안개도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다.

 

 "무슨 일이십니까."

 

 첫마디를 한 것은 에녹스였다. 그는 눈앞의 상대를 노려보았다. 잿빛 머리를 가진 켈른이 그곳에 서있었다. 검은 망토는 흩날리고 있었고 긴 검은 허리 언저리에 메여있었다.

 

 켈른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에녹스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그가 쥔 검을 보았다. 정확히는 검을 쥐고 있는 손을 보고 있었다. 슬며시 미소짓는다. 에녹스는 그의 미소가 의미하는 바를 몰랐다. 그 미소에는 희열이 느껴졌지만 동시에 잔혹함도 느껴졌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붕대를 감은 걸 보니 어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나보군."

 

 에녹스는 침묵했다가 말했다.

 

 "당신 짓이었군요. 켈른 피아델리아."

 "오, 내 이름 알고있네? 것보다 내 짓이라니. 난 슈뮤즈를 만들 줄 모른다고. 그런 건 최고위 마법사나 만들 수 있는 거니까."

 

 그 말은 켈른 자신은 최고위 마법사와 함께 있다는 뜻이 된다. 에녹스가 물었다.

 

 "누굽니까, 그 자는. 그 슈뮤즈라는 괴물을 만들어냈다고요? 마나 덩어리로 뭉쳐있던 것 같던데 그런 수준의 생명체를 만들 정도라면 대체 어떻게 된 자란 말입니까."

 "너같으면 말하겠냐? 엄청난 비밀인데."

 

 상당히 화가 났다. 이유야 어쨌든 그는 이곳을 위협하려했다. 에녹스가 딱딱하게 말했다.

 

 "이곳에 온 이유를 밝히십시오. 사정이야 아버지께 대충 들었습니다. 복수때문입니까?"

 "왜, 그렇게 보이나?"

 "아뇨. 당신 표정에선 한 점의 분노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켈른이 피식 웃었다. 그 웃음만큼은 정말 즐거워보였다.

 

 "그래. 그가 목적은 아니지. 진짜 목적은..."

 

 목소리가 속삭이는 듯 했다.

 

 "바로 너거든."

 

 챙!

 

 그의 말끝으로 바로 검이 겨냥해왔다. 에녹스는 깜짝 놀랐다.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면 지금쯤 저 검에 꽂혀있었을 것이다. 잠깐 움직였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켈른은 에녹스의 바로 앞까지 와있었다.

 

 "크윽!"

 

 갑작스런 공격이라 재빠른 대처를 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켈른은 틈을 주지 않았다. 에녹스가 뒤로 빼자마자 그는 바로 들어왔다.

 

 찔러오는 검을 검으로 막아 행로를 바꿨다. 그 사이에서도 에녹스의 뺨에 생채기를 낸 칼날은 켈른과 비슷하게 어두운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식은땀이 나고 숨이 가빠왔다. 적은 아무런 기색이 없었다. 이렇게 빠른 호흡에도 불구하고 켈른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에녹스가 말을 꺼낼 틈도 주지 않았다.

 

 켈른은 찌르기로 결심한 검이 에녹스의 검에 가로막혀 옆으로 비껴나가는 검을 보고 동시에 검을 쥔 왼팔에 힘을 빼며 에녹스의 검에 동화했다. 에녹스는 켈른의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고 어리둥절했지만 그럴 때가 아니었다. 갑자기 켈른의 얼굴이 어깨 쪽으로 날아들며 고통이 엄습했다.

 

 "흡!"

 

 무릎으로 배를 정통으로 맞은 에녹스가 신음했다. 켈른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검도 좋고 실력도 제법 되지만 검의 사용법을 모르는군."

 

 검을 다시 고쳐잡아 횡으로 베며 켈른을 잘라버리려 했다. 순간이었지만 처음으로 나온 살의였다. 늘 표정이 없던 그에게 처음으로 동요하는 표정이 일었다. 하지만 켈른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뒤다."

 

 뒤를 돌아볼 틈이란 없었다. 바로 검을 뒤로 돌려 공격을 막았다. 켈른은 그가 자신의 검을 막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에녹스는 한 바퀴 돌아서 검을 한번 세차게 저었다. 속검을 발휘시켰지만 켈른은 그 모두를 깔끔하게 막아냈다. 검을 켈른의 검에 교차시켜 밀어내고 힘을 줘 한껏 베었지만 켈른은 모조리 피했다.

 

 "독특한 검술인데. 시자크도 이런 검법은 쓰지 않아. 그 검술은 누구한테 배운거지?"

 

 대답할 생각은 없었다. 땀이 범벅이었다. 이 자는 검쓰는 실력도 대단하지만 힘도 꽤 세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왼손잡이인 것 같은데,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체력이 줄고 있었다. 그는 너무 버거운 상대라는 것을 알고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대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가 의문이었다.

 

 에녹스는 앞으로 내달렸다.

 

 "말하기 싫다 이거냐?"

 

 찔려오는 에녹스의 검을 내려쳤다. 실로 엄청난 힘이었다. 지금까지의 힘이 장난인 것처럼. 때문에 에녹스는 검이 아래로 굽이치는 것을 견디지 못하고 균형을 잡지 못했다. 가까스로 오른발로 몸을 지탱해 켈른을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켈른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아까전에 보았던 붉은 것이 가까이 보였다. 바로 켈른의 뒤에 있었다. 아까는 멀리 있어서 몰랐지만 붉은 것은 생각보다 훨씬 컸다. 자세히 보니 눈같았다. 붉은 열매같은 눈.

 

 에녹스는 꼼짝할 수 없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의 공포심에 눌린 것은 처음이었다. 그는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붉은 눈이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공격은 한 순간이었다.

 

 "...아."

 

 핏줄기가 길게 뿜어져나왔다. 허리에서부터 난 상처에서 나오는 피의 양은 결코 적지 않았다. 켈른의 검이 그의 허리에서 빠져나왔다. 그가 중얼거렸다.

 

 "그러게 방심은 왜 해. 아, 이 녀석이 조금 무섭긴 하지. 나도 가끔 그러거든."

 

 그가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그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긴 몸체와 붉은 눈. 마치 거대한 뱀과 같았다. 그 머리가 서서히 다가왔다. 이빨이 에녹스의 손보다 컸다.

 

 "먹지 마. 구속만 해."

 

 에녹스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이 자신을 덮치기까지를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언젠가 들었던 아버지의 고함 소리였다.

 

 

 -계속

 
작가의 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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