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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노엘
작가 : 신상사
작품등록일 : 2016.9.7

신비한 카페 'L'
그곳에서 만나는 바리스타이자, 연금술사인 '노엘'과 이상존재들의 이야기.
그리고.. 노엘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보고 '현자의 돌'을 노리는 자들 나타는데..

 
8. 복수의 여인
작성일 : 16-10-07 02:04     조회 : 466     추천 : 0     분량 : 7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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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복수의 여인

 

 

  노엘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며칠 동안, 지아의 시간은 그와 달리 반대로 매우 느릿하게 흘렀다. 그녀는 교복을 입고, 아침밥을 먹고, 학교에 간다며 밖을 나섰으며, 갈 곳이 없어 한참을 배회했다. 언젠가 정처 없는 걸음으로 그녀도 모르는 사이 카페 L이 있는 공터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삭막해져버린 카페의 외관을 보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힘들게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는 방안에 박혀 있었다. 침대에 누웠고, 천정을 보았다. 자신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갑자기 길을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헌데 어째서 익숙할까, 그녀는 생각했다. 괴롭힘을 이기지 못해 학교 밖으로 뛰쳐나왔던 그때와 같다고.

 

  며칠이란 시간이 흘렀을 때, 그러니까 노엘이 과거에 관한 꿈을 꾸고 있을 때 지아는 고독을 이겨내기 무척이나 힘들어 했다. 그녀는 잠시 잊었던 치료용 달걀을 책상 서랍에서 꺼냈고, 침대에 누워 그 달걀을 가슴 위에 문질렀다. 나아라, 나아라.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지아는 침대에 누워 애써 잠을 청했다. 허나 눈을 감아도, 멍하니 카페에 대한 생각만 떠올랐다. 정말 시간이 지나면 돌아갈 수 있을까, 다시 나아질 수 있을까, 어떤 오해가 있었다면 그것을 풀 기회가 있을까. 그런 답이 나오지 않는 물음들을 스스로에게 계속해 던지며 그녀는 일종의 자학을 하고 있었다.

 

  얕은 수면에 겨우 발 하나를 들이밀었을 때 토톡- 하는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비가 오는 것일까? 지아는 그 소리를 무시하려 노력했다. 허나 그 소리는 불규칙하고 긴 간격을 두고 계속해 울려왔다. 지아는 눈을 떴다. 다시 토톡-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침대 옆 작은 창문에서 그 소리가 들려온다는 것은 이내 인지했다. 창문으로 무엇인가가 부딪치고 있는 것이었다.

 

  또 다시 창문에서 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이 늦은 시간에 장난을 치는 모양이었다. 지아는 창문을 열어보았다. 맞은 편 작은 집들과, 길을 잃은 고양이 몇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고, 가로등 빛과 그림자가 늘어져있었다. 사람은 없었다. 거리는 어색할 만큼 적막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내 어떤 것을 발견했다. 반대편 집 담벼락, 어둠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누군가 모습을 들어 낸 것이었다. 그것은 여자였고, 나이가 지긋한 사람이었으며 지아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정확히 창문을 통해 지아를 올려보고 있었다.

 

  “아줌마..?”

 

  지아는 눈을 찡그렸다. 발목 아래에 작은 살결을 제외하면 없는, 둥둥 떠다니듯 돌아다니는 아주머니, 귀신이라던. 지아는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낮이 아닌 밤에 보는 그녀의 모습은 전보다 기괴했다.

 

  멀리서 아주머니가 손을 들어 나오라는 듯 앞뒤로 흔들었다. 지아는 창문을 열었다. 서늘한 바람이 그녀의 몸을 스쳤다.

 

  “무슨 일이에요..?‘

 

  지아가 작게 속삭였다. 아주머니는 대답대신 계속해 그녀에게 나오라 손을 흔들었다. 지아는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인 다음 간략하게 나갈 준비를 했다.

 

  살금살금 고양이 걸음으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을 때 창문에서 보았던 곳에 아주머니는 없었다. 의아한 그녀가 이리저리 거리를 둘러보니 오른 쪽 길가 먼 곳에서 다시 그녀가 손짓을 하고 있었다. 지아는 의아해하며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길가 안쪽의 골목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장난치지 마요.”

 

  그리 말하며 골목 안으로 들어섰다. 이번에 아주머니는 골목 가장 안쪽에 있었다. 큰길로 통하는 길이 있는 곳이었다. 지아는 한껏 짜증이 난 표정으로 물었다.

 

  “왜 그래요? 정말.. 어디 가려고요?”

 

  역시나 아주머니는 손짓만 할 뿐이었다. 지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그녀를 따라갔다. 둘의 야밤의 추격전은 몇 번의 반복 이후에 멈췄다.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 단지 밖의 작은 놀이터였다.

 

  “여기가 그렇게 오고 싶었어요?”

 

  지아가 물었고,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서 한참은 멀어진 것 같아 지아는 집이 있을 방향을 자꾸만 힐끗거렸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놀이터라고 했지만 야밤에도 그 낡음이 느껴질 정도의 장소였다. 바람에 흔들리는 그네는 자꾸만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었고, 약간의 녹슨 금속향이 지아의 코로 스며들었다. 작은 가로등 하나만 먼 쪽에서 불을 밝히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이 시간에 여기를?”

 

  ‘앞이.. 내가 . 살았던 집이에요..’

 

  “아.. 그러시구나.”

 

  지아는 아파트를 보았다. 어둠이 내려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바람 한 점에도 흔들릴 것같이 연약한 건물이었다.

 

  “여기가 오고 싶었어요?”

 

  ‘..내가.. 떠날 수 없는.. 이유에요.’

 

  “가족.. 때문에요..? 힘들겠다.”

 

  ‘그렇죠.. 그쪽도.. 힘들죠?’

 

  “나요..? 아.. 아주머니랑 비교는 할 수 없지만 나름 힘들긴 하죠.

 

  ‘화나요?’

 

  “화나죠. 하지만.. 사실 정말로 화나는 건 내 자신이에요. 바보 같고, 유치하고. 그런 사람인 것만 같아서.”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쪽은 잘 못 없어요.. 그 카페의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 이지요.

 

  “난 그렇게 생각 안하려고요. 뭐가 나쁘겠어요. 내가 나쁜 거지.”

 

  아주머니는 쓱- 하고 단숨에 지아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아가 놀라 뒷걸음을 쳤다. 아주머니는 그런 그녀를 보며 천천히 물었다.

 

  ‘예전에.. 내가 부탁할 일이 있을 거라고 했던 거.. 기억나요?’

 

  “부탁이요? 아, 전에.. 그랬죠. 뭔지 말씀은 안하셨지만.”

 

  ‘증오.. 같은 거 없어요..? 복수 하고 싶지요?’

 

  “복수라뇨?”

 

  지아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주머니는 둥둥 허공에 뜬 채로 그녀의 주변을 빙빙 돌았다.

 

  ‘화가 나잖아요. 그 남자.. 그 여자.. 당신을 무시하는 사람들..’

 

  “아뇨, 아뇨. 아니에요. 그냥 오해 같은 거예요.. 복수라니.. 그럴 마음 전혀..”

 

  ‘아니!! 당신은 복수를 하고 싶어야해!!’

 

  아주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분명 일반인의 귀에 들리지 않는, 오로지 지아에게만 들리는 커다란 소리였지만 응답하듯 주위의 바람이 휭- 하고 강하게 불었다.

 

  “왜 그래요!”

 

  지아가 겁을 먹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아주머니는 시아의 앞에서 하늘로 조금 날아 올랐다. 지아는 그녀를 올려다보았고, 아주머니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강압적인 표정으로 지아를 내려 보았다.

 

  ‘그럴 리가 없어. 너는 복수 하고 싶을 거야. 아니야? 억울하지 않아? 넌 울고 있었잖아!’

 

  “제발! 무서워요. 그러지 말아요!”

 

  아주머니는 공중에 한참 뜬 채로 그녀에게 다가가 얼굴을 들이 밀었다.

 

  ‘내가 부탁하고 싶다고 한 거. 그거라면 너는 복수를 할 수 있어.’

 

  “난 복수할 생각이 없다고..”

 

  ‘닥쳐!!!’

 

  겁먹은 표정으로 몇 걸음이나 뒤로 지아가 물러나자, 아주머니는 실수를 했다는 듯 표정을 바꾸어 멀어진 만큼 지아에게 다가갔다. 아주머니는 마치 지아를 안을 것처럼 손을 벌렸다.

 

  “오지.. 오지 마요!”

 

  ‘미안... 화를 내서 미안해.. 하지만 날 도와줘. 그 사람들... 그 사람들 널 친구로 생각하지 않아. 어차피 넌 떠나야하는 사람이라고.. 그러니 날 도와줘요.. 제발 도와줘..’

 

  “대체 뭘 도와달라는 거예요!”

 

  ‘돌.. 돌을 찾아야해. 그래야 내가 다시 되살아날 수 있어.’

 

  “돌? 대체 무슨 ..”

 

  ‘그 남자에게 돌이 있어. 나에겐 그게 필요해.’

 

  “노엘에게요? 설마.. 당신..”

 

  ‘날 도와줘. 제발! 제발! 그 돌.. 그 현자의 돌이 필요해..’

 

  “아줌마가 그 도둑이었어요?”

 

  아주머니가 슬픈 눈을 고개를 끄덕였다.

 

  ###

 

  방문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노엘이 집 안으로 들어섰다. 손에는 검은 구, 즉 돌을 든 채였다.

 

  “늦었네?”

 

  먼저 벽난로 앞에 앉아있던 이브가 노엘에게 말했다. 그녀는 힐끗 노엘의 손을 보더니 이어 말했다.

 

  “그거.. 맞지? 그 돌.”

 

  “응. 이제 집에 두려고.”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네.”

 

  “탐내지마.”

 

  “어쩜... 그런 말을 해?”

 

  노엘이 벽난로 앞, 이브의 맞은 편 자리에 앉으며 돌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는 이브를 달래듯 말했다.

 

  “네가 아니라 누구한테라도 그렇게 말했을 거야.”

 

  “거짓말 하지 마. 너도 그 여자애랑 똑같아.”

 

  “그 친구한테 화낼 필요는 없어. 너도 너무 심했어. 이젠 그러지 마.”

 

  “이젠? 대체 뭘 그러지마? 다시 그 아이를 들일 셈이야? 그 애가 나를 도둑취급을 했다고!”

 

  “모든 걸 다시 제자리로 돌리자.. 다시 좋아질 거야.”

 

  “봐.. 너도 똑같아.”

 

  이브는 대뜸 노엘 앞바닥에 있던 돌을 들어 가져갔다.

 

  “뭐 하는 거야!”

 

  “왜? 나 못 믿어? 이 돌이 왜? 이 돌이 인간이 아닌 것을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돌이라서? 그래서? 그래서 내가 이걸 탐냈을까봐!”

 

  이브는 돌을 대뜸 벽으로 던져버렸다. 돌은 벽에 강하게 부딪쳤지만 깡- 하는 맑은 소리만 내고 땅으로 떨어졌다. 노엘을 그 주워 벽난로 위에 올려두었다. 돌은 원래부터 그 자리가 자신의 것이었던 것처럼 찰싹 붙어 구르지도 않고 난로와 어울렸다.

 

  노엘은 자리에 앉지 않고 다시 문으로 향했다.

 

  “어디에 가!”

 

  “사과하러.”

 

  노엘은 문에 주머니에 있던 크레용으로 스마일리를 그렸다. 그리고 스마일, 스마일 하고 중얼거렸다. 역시나 억지웃음을 지으면서였다. 문에서 빛이 나오고 그가 문을 열었을 때는 공터가 나타났다. 밖을 나서려던 노엘은 이내 우뚝 멈춰선 후에 코를 킁킁거렸다. 의심스러운 표정과 함께였다.

 

  “뭔가.. 뭔가 잘 못 됐어.”

 

  그는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강하게 닫았다. 이브는 그가 자신 때문에 돌아온 줄 알았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노엘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자신의 작업실로 향해 벽에 기대어 있던 망치를 들었다.

 

  ###

 

  “이제 그만 멈춰요.”

 

  지아가 달래듯 말했다. 눈앞에 있는 초자연적인 존재는 마치 그녀의 말이 들리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난.. 난 되살아 나야해. 그 여자가.. 그 여자가 돌이 있으면 살아날 수 있다고 그랬어.. 너.. 넌 날 도와야해. 도와줘..’

 

  “대체 뭘 도와요!”

 

  ‘넌 알아낼 수 있어.. 넌.. 나보다.. 버림받았지만.. 나보단 그 사람들과 가까우니까... 어디에 돌이 있는지..’

 

  “난 버림받지도 않았고, 그런 일을 할 생각도 없어요! 돌이라는 게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디에 있는지도 몰라요!”

 

  ‘진심이야..?’

 

  “네.. 진심이에요..”

 

  ‘맙소사.. 바보 같은..

 

  목소리 톤이 롤러코스터처럼 급격히 변화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차올랐다.

 

  ‘널 증오할 거야.’

 

  아주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모습은 언뜻 보기에 괴물처럼 보이기도 했고, 배트맨에 나오는 조커의 이미지와 비슷하기도 했다. 그녀는 조금씩 인간의 모습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온 몸을 부르르 떨더니 점점 그 부피를 키워갔다. 이내 그녀의 키보다 곱절은 더 크게 몸을 부풀리더니 다리의 형태가 사라졌다. 유령처럼 긴 치마를 입은 것처럼 하체는 변화했고, 팔은 얇아지고 길어지더니 손가락 마디마디가 낫처럼 날카롭게 바뀌었다.

 

  ‘널.. 파괴할 거야..’

 

  그녀의 머리카락은 촉수처럼 늘어졌고, 얼굴은 새하얗게 변했다. 온 몸에 푸른빛을 띠더니 그녀를 분노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지아는 몸을 돌려 대뜸 뛰어 도망가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마치 쇠를 긁는 것과 같은 소리가 그녀의 등 뒤에서 커다랗게 울려왔다. 동시에 서늘한 공기가 지아의 귓바퀴 뒤로 전해져왔다.

 

  ‘인간이 될 수 없다면!! 너도 나처럼 만들 거야!!’

 

  가까웠다. 잡힐 것만 같았다. 애초에 귀신에게서 도망갈 수 있는 방법이 있던가. 그녀는 큰 길로 들어섰고, 그곳에서 차를 세우고 담배를 피우고 있는 두 명의 남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들에게 허겁지겁 달려가 거의 반사적으로 자신을 도와 달라 외쳤다. 그들은 어리둥절하더니 그녀의 뒤를 보았다.

 

  “누가 쫓아옵니까?”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그녀는 뭐라 말을 하지 못했다. 그들은 계속 그녀의 뒤를 주시했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지아가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아주머니, 아니 악령이 날아오고 있었다. 지아는 남자들을 밀치고 다시 도망쳤다. 남자들은 의아해했고, 이내 자신의 몸을 소름끼치는 찬 사람이 스치고 가는 것만을 인지했다.

 

  공터와 작은 길을 달리면서 지아는 생각을 했다. 어디로? 어떻게? 허나 답은 없었다. 점점 더 호흡이 힘들어지고, 다리에 힘은 빠지면서 자신이 악령을 벗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조금씩 인정하기 시작했다.

 

  “살.. 살려줘..”

 

  지아는 결국 골목 막다른 길에 도달하고야 말았다. 폐가로 보이는 집이 있어 문을 열려고 했지만 단단히 닫혀있는 것을 물론, 소리를 질러도 누군가 도와주지도 않을 것 같았다. 아니, 그 전에 누군가 그녀를 돕고 싶다고 한 들 도울 수 있을까.

 

  ‘찾았다... ’

 

  지아의 귓가로 서늘한 바람이 닿았다. 지아는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악령이 둥둥 떠 있었다. 지아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단단히 닫힌 문을 열려고 했다. 역시나 그녀의 연약한 문으로 그것이 열릴 리가 없었다. 그녀는 반쯤 정신을 놓아버린 것처럼 문에 손가락으로 보이지 않는 스마일리 그림을 그리고 중얼거렸다.

 

  “스마일.. 스마일.. 제발.. 제발..”

 

  ‘그 누구도 널 돕지 않아...’

 

  “아니야.. 제발.. 스마일.”

 

  그녀는 애써 웃으려 했다. 그래, 억지로라도 웃어야 문이 열린다고 했었으니까. 허나 그녀의 손가락은 노엘의 크레용이 아니었고, 그녀가 웃고 있다고 믿는 자신의 표정도 일반적인 웃음과는 전혀 달라보였다.

 

  “제발..”

 

  악령은 다가왔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이제 먹잇감을 놓칠 리가 없다는 듯.. 그렇게 가까워져왔다.

 

  지아는 문고리를 잡고 마지막으로 중얼거렸다. 그녀의 바로 등 뒤에 악령이 섰음을 인지한 순간이었다.

 

  “스마일.. 스마일..”

 

  살짝 고개를 돌리니 악령이 입을 자신의 한 입에 그녀를 삼킬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벌리고는 덤벼들고 있었다. 지아는 눈을 감고 고개를 돌렸다.

 

  “이제 괜찮아요.”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뜨니 악령은 놀라 뒷걸음질 친 후였다. 그녀는 고개를 다시 돌려 문을 보았다. 지아가 바랐던 것처럼 문틈에서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천천히, 영원히 열리지 않을 것 같은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망치를 든 노엘이 걸어 나왔다. 그는 지아의 머리를 커다란 속으로 몇 번 쓰다듬더니 그녀의 앞에 서 악령과 대치했다.

 

  “어떻게..?”

 

  지아가 물었다. 노엘은 슬쩍 고개를 돌려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사과하러 왔어요.”

 

  “사과요? 무슨 사과요?”

 

  “그냥 사과요. 먹는 거 말고요. 아임 쏘리, 이거.”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이야기는 조금 있다가 할래요? 고생했어요..”

 

  노엘은 망치를 어깨에 걸치고 악령에게 몇 걸음 다가갔다.

 

  “이제.. 우리 둘이 이야기 할까요?”

 

  그가 태연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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