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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씨크릿서비스-밀사
작가 : 사오정
작품등록일 : 2019.10.2

전생의 기억을 끌고 세상에 나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몸에는 푸른 점이 새겨져 있다. 국가비밀탐사기관에서 푸른점의 표식을 지니고 태어난 사람들을 찾아 낸다. 그들은 씨크릿서비스( 일명 2s) 팀을 꾸리고 대한제국 고종황제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기 위해 대한제국시절 황제의 밀사들을 소환해낸다. 전생의 기억을 재구성하여 보물을 찾으러가는 험난한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개인의 처절한 삶의 역사와 파노라마를 그린다.

 
혼백
작성일 : 19-10-15 09:54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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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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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스름이 깔린 궁은 적막하다. 화려한 왕조의 자취는 사라지고 동굴처럼 음습한 기운이 귀기어리다. 어디선가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짐승이 우짖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왕은 저녁을 물렸다. 점심으로 들어간 낮것상에는 국수 몇 젓가락 뜨다 말았고 아침 수라상에 오른 타락죽도 거의 남겼다. 오늘만이 아니다. 며칠 째 그는 음식을 거부하고 있다. 먹지 않을 것이니 상을 준비하지 말라, 는 말은 없다. 그러니 소주방 나인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왕의 침전에 상을 들인다. 지엄하신 어명이 무색해진 지 오래이나 궁인에게 왕은 아직 받들어 모셔야 하는 신령스런 존재이다. 왕은 제사상처럼 하얀 쌀밥 위에 숟가락을 꽂고는 침전 밖으로 물린다. 왕비를 잃은 왕이 그나마 심경의 괴로움을 표현하는 유일한 반항심일까.

  해시(저녁 9시)가 되기 전 왕은 상궁에게 커피를 들여오라 말한다. 그나마 그가 입에 대는 게 커피다. 소주방 나인이 커피를 끓여 다과상을 들고 왕의 앞에 가지고 들어간다. 왕은 며칠 새 윤기를 잃었고 늙었다. 퉁퉁한 볼살이 움푹 패인 듯하다.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마신 후 왕은 깊은 숨을 파도처럼 내뱉는다.

  -내일 성 법사에게 다녀오라. 내가 그를 보고자 한다.

  왕은 커피를 가지고 들어온 소주방 나인에게 말하고 있다.

  -네, 전하.

  소주방 나인은 왕의 침전에서 물러나 나온다. 그녀를 따라 밖으로 나온 김 상궁

  -법사님께 가서 전하게. 전하가 통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신다고.

  -네.

  사방이 적이다.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음모의 아수라 속. 왕비가 죽은 후 공포는 더욱 무겁게 왕의 목을 조여 온다. 일본 낭인이 궁을 점령하던 날 밤 수라간 나인은 발 빠르게 왕을 피신시켰다. 발이 빠르고 움직임이 날쌨다. 여자의 몸에서 그런 힘이 있을 것이라고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의협심을 왕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성 법사가 말 한대로 그녀는 자신의 사람이 맞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성 법사의 확신은 증명되었다. 그래서 수라간 나인 달포를 성 법사에게 보내기로 한 것이다.

  다음 날 차비를 끝낸 소주방 나인은 어제 김 상궁에게서 받은 허가증을 들고 궁을 나선다. 궁을 지키는 병사에게 허가증을 내보이는데 조선 병사 옆에 감찰하듯 서서 나인을 훑어 내리는 일본군의 눈빛이 오묘하게 이글거린다. 조선 병사가 묻는다.

  -어디를 가는 거냐?

  -성 법사 님 댁입니다.

  -성 법사?

  -네.

  -그 중처럼 머리 깎은 도인이라는 자 말인가?

  -그렇습니다.

  조선군 병사가 옆에 서 있는 일본 군인에게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허가증을 확인하고 다시 돌려주는 일본군 병사, 나름 신사다운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그 안에 담긴 비아냥을 숨기지 못한다. 허가증을 다시 품에 집이 넣고 궁을 나서는 소주방 나인의 뒤로 일본 군인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왕이 고작 무당들한테나 매달려서 낑낑거리는 꼴이라니.

  일본말이지만 나인은 대충 그 의미를 알아챈다. 궁 여기저기에 퍼져 제 집처럼 들쑤시고 다니는 일본 군인들이 하는 타국의 언어가 어느새 나인의 귀에 익숙해진 탓이다. 언어 이전에 의미가 먼저 다가오는 폭력을 안다. 저들이 사살한 왕비의 넋이 아직 궁을 떠나지 못하고 있을 터,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활거하는 야비한 족속들이라고 나인은 생각한다.

 

 

  소주방 나인, 그녀의 이름은 달포다. 그녀가 왕의 바깥심부름을 하게 된 것은 성 법사 때문이다. 얼마 전 아직 왕비가 살아있을 때다. 성 법사가 왕의 신임을 받아서 궁을 드나들던 어느 날 다과상을 들고 왕이 있는 편전으로 들어오는 달포를 처음 본 순간 법사는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처음 본 얼굴인데 낯설지가 않다. 어떤 기운이 몰려온다고나 할까. 귀기어린 무언가가 있다. 성 법사가 모시는 신이 눈을 뜨고 달포를 가리키고 있는 것을 그는 느꼈다. 가지런한 콧날과 입술은 강직함을 드러내고 살포시 오른 이마에선 영민함이 빛나는 듯했다. 다과상을 내려놓고 나가는 달포의 뒷모습을 쫓으며 성 법사는 엎드려 절하고 싶은 간절함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 달포가 문 밖으로 나간 후 성 법사는 왕에게 물었다.

  -저 궁인은 언제부터 전하를 모시고 있었는지 묻습니다.

  -글세, 아주 오래 전인 듯한데 무슨 일이시오?

  성 법사가 왕에게 다른 상궁 나인들을 물리쳐줄 것을 눈으로 당부했다. 그러자 왕이 김 상궁에게 전했다.

  -법사와 단 둘이 얘기 나누고 싶다.

  김 상궁은 나인 두 명을 데리고 나갔다.

  -왜 그러시오? 수라간 나인에게 무슨 문제가 있소?

  왕의 목소리가 작게 퍼졌다.

  -저한테 한 번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그 나인에게 무엇이 있는 듯 합니다.

  -저 아이한테 무엇이 보이는가?

  -아직 잘은 모릅니다.

  -내게 해를 끼칠 것으로 보이요?

  -무언가 다른 기운이 있습니다.

  -김 상궁은 어떻소?

  왕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진다.

  -겁 많은 여우는 먹이가 보이는 한 얌전한 법이지요.

  성 법사의 목소리는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작게, 마치 복화술을 하는 듯 했다.

  그러고 얼마 후 왕은 달포를 불러 성 법사에게 다녀오라고 명했다. 영국 선교사가 가져다 준 커피를 성 법사에게 전해주고 오라는 거였다. 궁을 빠져 나오자 달포는 뛸 듯이 거리를 날아다녔다. 얼마 만에 궁 밖으로 나오는 것인지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가끔 수라간 상궁 마마를 따라 종로 시전에 구경을 간 적이 있었는데 궁에 일본군이 들어온 이후부터는 통 바깥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청계천을 건너 남산 자락까지 가는 동안 달포는 거리의 풍경에 넋이 빠져 있었다. 일본 병사 하나가 그녀의 뒤를 밟고 있음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소풍을 나온 것처럼 그녀의 뺨이 발그레하게 물들었다.

  김 상궁 마마가 가르쳐준 주소를 찾아 당도한 남산 자락에 있는 성 법사의 집 대문에는 <성지원>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었다. 문을 두들기니 안에서 곧 나이 지긋한 노인이 나왔다.

  -누구시오?

  -궁에서 보내서 왔습니다. 법사님을 뵈려고요.

  -나인 이름이 뭐요?

  -달포라고 하옵니다.

  노인은 달포를 안으로 안내했다. 단촐한 기와집이었다. 어딘가에서 향을 피우는 냄새가 났다.

  (전하의 은혜를 입었는데 집이 아주 소박하구나)

  -나으리, 궁에서 사람을 보내왔습니다.

  -안으로 들여보내시게.

  노인이 계단을 올라가더니 방문을 열어주며 달포에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다. 안으로 들어선 달포는 눈앞의 펼쳐진 광경에 조금 어리둥절했다. 법사가 사는 곳이라서 그런지 얼굴이 울긋불긋한 형상을 한 신령님들이 그려진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제단에는 떡이며 과일, 마른 생선, 다과가 즐비했는데 달포가 방 안으로 들어가자 성 법사가 제단에 향을 꽂고 합장을 했다.

  -앉으시오.

  달포는 성 법사 앞에 놓인 커다란 책상을 사이에 두고 오방색으로 수를 놓은 방석에 앉았다.

  -전하께서 법사님께 이것을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무엇이오?

  -양탕국입니다.

  -전하께서 이 미천한 사람에게 이렇게 귀한 것을 다 주시고. 성은이 망극할 따름이오.

  -전하께 전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지요?

  성 법사는 대구 없이 달포의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법사의 검은 눈동자가 치켜뜨며 달포에게 꽂혔다. 달포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꼼짝을 할 수 없었다.

  (하늘의 이치를 훤히 꿰뚫는 용한 법사라서 그런가, 눈에서 불꽃이 튀는 듯해.)

  한동안 달포에게서 눈을 떼지 않던 법사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궁에는 언제 들어왔는가?

  -여덟 살 때입니다.

  -어떻게 궁에 들어왔는고?

  -대비 마마 처소에 있던 상궁 마마님이 데려오셨습니다.

  -돌아가신 박 상궁 말씀이신가?

  -네.

  -박 상궁과는 어떤 사이였나?

  -먼 친척 조카입니다.

  취조를 하는 듯한 성 법사의 물음에 달포는 겁을 먹었다. 그걸 느꼈는지 법사가 잠시 숨을 고르며 부드럽게 말을 이어갔다.

  -놀라지 말게. 내 하는 일이 이래서 말뽄새가 이러하니. 허허. 내 사람들을 만나면 늘 이렇다니까. 그래서 오해를 사지. 그래, 요새 전하의 옥체는 어떠하신가?

  그러면서도 성 법사는 달포의 얼굴에 스치는 기운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늘 같으십니다. 수라도 빼놓지 않고 드시고요.

  -술은?

  -반주로 조금 드십니다.

  -임금님 수라를 만드는 손을 내가 좀 봐도 되겠나?

  달포는 기분이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전하가 신뢰하는 법사님이니 거역할 수도 없어 부끄럽게 탁상위에 손을 내밀었다. 성 법사는 전하가 하사하신 서양 안경을 끼고 달포의 손바닥을 찬찬히 주시했다. 뭐가 있는데, 아무래도 뭐가 있어. 그는 속으로 뇌까렸다.

  -자네가 정축년에 태어났나? 아니면 무인년인가?

  -무인년 생이라고 들었습니다.

  -달과 날을 아는가?

  -박 상궁 마마님께서 병인월이라고만 하셨습니다. 날은 알지 못하고요.

  -박 상궁이라... 박 상궁... 박 상궁......

  성 법사는 달포에게서 등을 돌리고 앉아 제단에 다시 향을 피우고 눈을 감아 두 손을 모았다. 염불을 중얼거리듯 알아듣지 못하는 소리로 기도를 드렸다. 향이 다 타서 제가 될 때까지 법사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어느 순간 모은 두 손을 아래위로 흔들며 물었다.

  -자네 혹시 현 대수를 아는가?

  -모릅니다.

  순간 제단을 향해 있던 몸을 휙하니 돌려 달포의 얼굴에 제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성 법사.

  -현 대수를 모른다고?

  -모릅니다.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정녕 현 대수를 모르는 게냐?

  성 법사의 목청이 우레처럼 터져 나왔다.

  -모릅니다. 제가 모르는 것을 어찌 안다고 하시란 말입니까?

  -그럼 왜 내 눈에 현 대수가 보이는 게냐?

  -제가 그걸 어찌 아나요?

  -음......

  성 법사가 깊은 숨을 들이 쉬었다. 그의 눈빛이 호랑이 눈처럼 이글거렸다. 한동안 말없이 창문에 시선을 고정한 채 삼매에 빠진 듯 고요한 성 법사.

  -박 상궁이 너를 어디서 데려왔는지 알겠구나. 너는 안다. 현 대수를. 네가 기억을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현 대수가 누군데요?

  -내 말 잘 듣거라. 네가 현 대수의 혈족인 게 발각되면 네 목숨은 그날로 끝이라는 것을. 이것은 너와 나 둘만 알고 있는 거다.

  -제가 현 대수의 혈족이라니요? 말씀해주십시오. 그 분이 누구십니까?

  -지금은 모르는 게 낫다. 차차 알게 될 것이니 괜한 짓거리는 하지 말고. 그때까지는 네 입에서 현 대수라는 이름이 나와선 안 된다.

  -법사님, 그 분이 제 아버지인가요?

  -아니다. 그건 아니지. 이제 너와 나는 한 배를 탔다.

  달포는 성 법사가 하는 말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법사가 달포에게 무언가를 건넸다. 금박으로 수를 놓은 손바닥만한 빨간색 주머니였다.

  -이것을 늘 몸에 지니고 다녀야 한다. 그리고 전하의 심복이 되어라.

  -전하의 심복이라는 게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전하께서 죽으라고 명하시면 죽는 시늉이라도 하란 말이지.

  -저는 이미 전하의 사람입니다. 죽어도 궁의 귀신이 되어야지요.

  성 법사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이미 궁 안에는 궁을 버린 귀신들이 득세하고 있다. 전하가 나를 찾으시는 이유는 그것 때문이지. 가여운 분이시다.

  달포가 궁으로 돌아간 후 성 법사는 차비를 꾸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그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현 대수의 혼백을 불러내려는 것이다. 제를 지낼 떡과 고기산적과 과일 그리고 징과 무명천, 동백나무로 만든 커다란 염주를 끼고 시종 노인과 함께 길을 떠났다.

  (현 대수의 핏줄이 궁녀라니, 파란을 막아야 한다. 왕은 피로써 피를 불렀다.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으니 이 왕조도 끝나는 건가)

 

  산에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성 법사는 왕을 알현했다. 김 상궁과 다른 나인이 문밖을 지니고 있다.

  -그래, 산에 다녀왔다고?

  -네. 오랜만에 기도를 드렸습니다.

  -도인은 좋겠소. 조선 팔도 안 가본 산이 없으니.

  -다 팔자 아니겠습니까. 허허.

  -내 팔자는 어떠하오?

  -감히 제가, 어떻게.

  -하령군은 접신을 하면 나와 왕비에게 호통을 치기도 하는데 뭘 그러시오.

  -신은 아직 그런 용함은 없는 듯 합니다.

  성 법사의 말에 새발의 피 같은 가시가 도사렸는데 왕은 그것을 겸손으로 이해했다.

  -수라간 나인은 잘 보았소?

  -그 아이는 전하의 사람입니다. 기운이 좋습니다.

  -확신하오?

  -그렇습니다.

  -법사가 확신하기는 처음 들어보는군.

  -전하......

  성 법사의 표정이 천천히 안으로 가라앉는 듯하다. 그만큼 목소리에 위엄이 묻어났다.

  -소인이 큰마음을 먹고 전하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지금 왕실에는 아직 구천을 헤매는 혼백들이 있습니다.

  -알고 있소. 그건 회령군이 맡아서 하고 있는데.

  -전하, 황토마루에 나타난다는 귀신 얘기는 익히 들어 알고 계시지요?

  -황토마루?

  -현 상궁 말입니다.

  -산에 가서 현 상궁 일파의 혼백을 만났소?

  -네.

  -그래, 그 귀신이 또 얼마를 달라고 하는가?

  왕의 말이 성 법사를 찔렀다. 법사는 기분이 상했으나 상대가 왕인지라 침묵할 따름이었다.

  -그것이 아니오라....

  -현은 대역 죄인이었소. 마땅히 받아야 할 형벌이었던 걸로 아오. 그런 죄인의 혼백까지 일일이 굽어 살펴야 할 정도로 이 나라가 한가로운 줄 아시오!

  성 법사의 말이 왕의 비위를 거스른 것이다. 왕의 목소리가 연약하게나마 진동으로 울렸다.

  (진노도 못하는 착한 성품을 지닌 왕이다. 아니 강하지 못한 왕이라고 해야 하나)

  법사는 더는 그 얘기를 입에 올리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법사를 신임한다고 해서 법사가 하는 말에 전부 동의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소.

  왕은 스스로도 민망했는지 방금 전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타이르듯 법사에게 말했다.

  -아닙니다. 소인이 하는 일이 이렇다보니 여러 가지로 걱정을 하는 것뿐입니다. 노파심이죠. 노파심.

  -내 하령군한테 말해보겠네.

  성 법사는 한 손에 염주알을 돌리며 들키지 않게 마른 한숨을 쉬었다. 그는 왕에게 돈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눈이 돌아갈 정도로 큰 제상을 차려달라는 게 아니다. 왕이 스스로 기도하길 원했다. 피 묻은 왕의 손으로 한 맺힌 영가에게 엎드려 빌기를 바랄 뿐이다. 왕은 지금 사특한 무당의 혀에 놀아나 국고를 탕진하고 있다. 찢겨죽은 자, 매 맞아 죽은 자, 굶어 죽은 자들이 천지에 가득하니 나라의 거죽은 물론이고 그 창자까지 썩어 냄새가 진동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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