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우린 때로 우리 자신에 관해 무지하다
작성일 : 19-10-15 00:38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4049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애초에 시간을 멈추기 위해 눈을 감을 시간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오직 단 한 번의 집중이 모든 걸 멈추게 하는 걸 멈추게 하므로 난 그 순간이 필요했다.

 

  내가 원할 때, 간절할 때, 위급할 때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지금이다.

 

  날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그녀가 떨어진다면 이 일에 대한 의미조차 사라진다.

 

  설령 살더라도 나는 그녀를 지키지 못했으므로 페널티를 받아도 마땅하다.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건 엄청난 시간 낭비이다.

 

  그러므로 지금 이 자리에서 멈춰야 한다.

 

  그녀가 난간에서 떨어진 지금 이 순간이 기회다.

 

  이 공간에 새겨진 발자국들을 떠올렸다.

 

  한순간에 정형화되어 있던 모든 틀을 깨부수고 한순간에 얼어붙듯이.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발걸음이 주변 소리에 파묻히듯 그렇게 주변은 잠들었다.

 

  시간을 멈춘 지금 그녀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만 했다.

 

  이곳은 모아도 멈춰 있었고 산비 씨도 멈춰 있었다.

 

  이렇게 조용한 곳에서도 자신의 심장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괜찮으세요?”

 

  시간 정지를 풀고 그녀를 살펴보려 하자 그녀의 양쪽 팔에 피가 흘렀다.

 

  분명 난간에서 떨어져서 피부에 닿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커터 칼로 스쳐 지나간 듯한 상처가 그녀의 팔 여러 군데 나 있었다.

 

  “언니 괜찮아요?”

 

  모아가 뒤늦게 달려왔다.

 

  “언니 왜 그랬어요. 팔은 또 왜 다쳤고요. 난간에 긁혔어요?”

 

  “긁힌 건 아니고… 정신 차리고 보니 팔이 이렇게 돼 있었어요.”

 

  “너 혹시 시간 멈췄을 때 언니 움직였어?”

 

  그녀는 아차 하는 얼굴로 나한테 물어봤다.

 

  “어. 시간을 풀고 옮기기에는 너무 버거울 거 같아서.”

 

  확실히 몸의 절반쯤이 난간 밖으로 나가 있는 성인 여자를 들고 버티는 게 가능할 리 없었다.

 

  “아….”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녀는 어딘가 자책하는 얼굴을 보였다.

 

  “시간이 멈췄을 때는 그 무엇도 움직여서는 안 돼. 관리자가 지정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난 처음 듣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당연하지. 지금 처음 말하는데.”

 

  “멈춘 사람을 움직이면 어떻게 되는데?”

 

  그녀는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산비 씨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시간의 균열이 일어나서 움직인 대상이 다치거나 파괴돼. 사물의 경우는 가벼운 손상이 대부분인데 먼 거리를 이동시켰을 경우에는 파괴돼.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중요한 걸 왜 지금 알려주는 거야.”

 

  “나도 방금 생각났어. 내가 시간을 멈추게 했을 때 다른 걸 만져본 적이 없어서 까먹고 있었어. 미안…. 내 잘못이야. 내 전달이 부족했어.”

 

  “고마워요. 두 분 다.”

 

  산비 씨가 우리 둘을 쪽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이렇게 다치셔서….”

 

  “무슨 소리세요. 저를 살리셨잖아요. 삶을 포기한 사람한테 새 삶을 부여해 준 건 바로 모아 씨잖아요.”

 

  “죄송해요, 언니. 살린 건 제가 아니라 얘예요.”

 

  “물론 저를 살린 건 성연 씨지만 그보다 더 큰 능력을 준 건 모아 씨잖아요.”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음을 모아에게 몸소 보여주고 싶은 것 같았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성연이한테 능력을 준 걸.”

 

  “아까 분명히 말했잖아요. 내 전달이 부족했다고. 그걸 보고 원래 관리자는 모아 씨라는 걸 알았어요.”

 

  그녀는 우리 얘기를 빠짐없이 듣고 있었나 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 때문인지 그녀는 말을 깊게 잘 들어 주었다.

 

  “그리고 만약 그런 설명을 했더라면 책임감 강한 성연 씨는 저를 무조건 들어 올리려고 했을 거예요.”

 

  “……”

 

  “그리고 모아 씨가 얼마나 생각이 깊은 분이신데요. 생각이 많다 보면 실수 한 번쯤은 할 수도 있는 거죠.”

 

  짧은 시간 같이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를 잘 알고 있었다.

 

  “고마워요. 살려줘서. 그냥 이렇게 죽는 게 두 분께 귀찮게 안 하고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두 분은 시간 관리자셨죠.”

 

  그녀는 뛰어내리지 못한 자신을 상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이 애처롭게 보였지만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붙잡을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죽음을 갈망했다.

 

  “산비 씨.”

 

  “네, 왜 그러시죠?”

 

  “언제 다시 떠나실 생각이죠?”

 

  “들켰나요?”

 

  마치 작은 비밀을 들켜 버린 소녀처럼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러게요. 오늘처럼 보름달이 아름답게 떠오른 날에 다시 갈까 생각했어요.”

 

  “간다니…. 가지 마! 언니.”

 

  “모아 씨. 미안해요. 이번에 살린 목숨은 감사하게 여길게요. 그렇지만 저는 살아서는 안 되는 존재인 걸요. 다음번에 만났을 땐 웃는 얼굴로 봬요.”

 

  그녀는 팔에 피를 천천히 닦으며 일어났다.

 

  어디든 상관없다는 듯 그녀는 발을 자유분방하게 내디뎠다.

 

  저렇게 걸으면 분명 어렵게 살린 목숨이 오래가지 못할 터였다.

 

  내가 다른 사람의 목숨을 막을 만큼 책임감이 큰 인물인가.

 

  그에 대답은 no이다.

 

  그렇다면 내가 그녀의 자살을 막은 이유는 무엇이었나.

 

  우린 때론 나 자신한테조차 무지하다.

 

  나는 지도를 꺼내 그녀의 빨간 점을 지웠다.

 

  “뭐하는 거야? 그 손 안 치워?”

 

  산비 씨를 가리키고 있는 빨간 점을 지우려고 하자 모아는 지도를 가로챘다.

 

  “지금 언니를 죽이려는 거야?”

 

  “넌 평소에 아무한테도 관심 없었잖아.”

 

  “……”

 

  “근데 이번 일에는 왜 이렇게 관심있는 건데?”

 

  지도를 뺏기지 않으려고 그녀는 작은 두 손으로 꽉 쥐고 있었다.

 

  그렇게 꽉 쥐고 있어 봤자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지도는 뺏을 수 있었다.

 

  그녀는 주저앉은 다리로 나한테 비는 모습이 되었다.

 

  “그야… 불쌍하니까.”

 

  “우리 주변에 불쌍한 사람들은 널렸어. 나 자신조차 불쌍하게 여길 수도 있는데 도대체 뭐 때문에 정을 주는 거야?”

 

  산비 씨는 이미 우리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덩그러니 상처뿐인 우리는 서로를 마지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겠어. 나도 잘 모르겠다고.”

 

  때론 우리는 우리 자신에 관해서 아주 무지하다.

 

  “…”

 

  “근데 너는 언니가 죽었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런 거냐고.”

 

  내가 대답이 없는 모습을 보고 빈틈을 발견한 듯 그녀는 계속해서 물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뭐라고?”

 

  “나도 모르겠다고.”

 

  때론 우리는 우리 자신에 관해 무지하다 못해 결국 없어진다.

 

  그녀는 내 확신에 찬 대답에 작게 웃기 시작하더니 점점 커졌다.

 

  “우리 참 웃겨. 서로 확신 하면서 모르겠다니.”

 

  그녀는 멈출 줄 모르고 웃고 있었고 나는 그녀를 말릴 생각은 없었다.

 

  “그러게.”

 

  생각해보면 뚜렷한 이유 없이 옹호한 꼴이 돼버렸다.

 

  결과상으로 허무하기 그지없었지만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시켜서 한 일에 후회는 갖지 않았다.

 

  “돌아갈까?”

 

  웃다가 지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너무 웃었나 봐 배고프다. 미안, 정신병자 같지?”

 

  “남들 앞에서나 그래 봐라. 애들이 깜짝 놀랄 거야.”

 

  “너도 마찬가지 아니야?”

 

  그녀는 웃음기가 평소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가면으로 따지면 지금은 벗은 상태지.”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이해하는 듯 보였다.

 

  “나도 마찬가지야. 지금이 편해.”

 

  우리는 원래 가려던 시간대가 늦어져 더 늦은 시간대에 가야만 했다.

 

  산비 씨 때문이라고도 생각이 들었지만, 그녀가 전해준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다른 생각이 들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비가 잠깐 왔다.

 

  너무나 가늘어서 젖는 줄도 모를 만큼 연약했다.

 

  그와 다르게 바닥은 금세 물에 젖었고 웅덩이를 만들어 냈다.

 

  비 오는 밤길 버스 운전은 상당히 어려워 보였다.

 

  기사님은 노련하게 터미널까지 버스를 밀어 넣으시고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어나.”

 

  피곤 할 만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녀는 내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일어나라니까.”

 

  두 번 정도 흔들자 그녀는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여 일어났냐?”

 

  우리는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밥을 먹은 뒤 각자 집에 들어갔다.

 

  누가 먼저 인사할 것도 없이 동시에 손을 흔들었고 발걸음을 옮겼다.

 

  “야 그 소식 들었냐?”

 

  그녀가 학교 쉬는 시간에 다가와서 말했다.

 

  그때 그렇게 각자 집으로 들어가고 일주일 뒤였다.

 

  “무슨 소식?”

 

  “산비 언니 자살했다고 뉴스에 떴어.”

 

  그녀는 산비 씨가 죽은 걸 부정하지도 좌절하지도 않았다.

 

 

  그저 있는 사실을 나한테 그대로 전할 뿐이었다.

 

  “자살한 게 산비 언니라는 걸 어떻게 알아?”

 

  “그야 본사에서 연락이 왔으니까.”

 

  “연락? 무슨 연락?”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우린 때로 우리 자신에 관해 무지하다 2019 / 10 / 15 192 0 4049   
15 15 2019 / 10 / 15 195 0 3865   
14 한낮에 빛이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2019 / 10 / 13 189 0 3865   
13 국밥 2019 / 10 / 12 181 0 3496   
12 선글라스를 준비하도록 2019 / 10 / 11 210 0 3678   
11 불행이 행복을 낳았네. 2019 / 10 / 10 214 0 3554   
10 (10) 2019 / 10 / 9 185 0 3324   
9 (9) 2019 / 10 / 8 200 0 3335   
8 (8) 2019 / 10 / 6 184 0 4005   
7 (7) 2019 / 10 / 5 195 0 3760   
6 (6) 2019 / 10 / 5 205 0 3054   
5 (5) 2019 / 10 / 3 184 0 2697   
4 (4) 2019 / 10 / 3 217 0 3450   
3 (3) 2019 / 10 / 1 168 0 3323   
2 (2) 2019 / 10 / 1 199 0 3561   
1 (1) 2019 / 9 / 29 322 0 274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