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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4화
작성일 : 19-10-14 23:24     조회 : 239     추천 : 0     분량 : 3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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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 벤치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는 아경. 손거울로 재차 얼굴을 확인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때 아파트 입구에 차 한 대가 들어왔다. 그리고 운전기사가 내려 뒷문쪽으로 다가가 문을 열자 차원이 내렸다. 그리고 고개숙여 인사하는 기사에게 인사하는 차원. 차량이 멀어지자 그제야 얼굴을 푸는 모습이었다. 오늘 모든 것을 쏟아낸 그였다. 아경은 차원을 발견하고도 못 본 척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괜히 기침 소리를 크게 내고 손을 뻗어 체조 동작도 이리저리했다. 차원은 놀이터에서 역동적인 움직임이 포착되자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리고 놀이터로 조금씩 다가갔다.

 

 “어? 아… 안녕?”

 “지금 나 기다리는 거야?”

 “… 무슨 소리야, 나 매일 이 시간에 여기 있는데?”

 

 아경을 바라보며 웃음 짓던 차원은 성큼성큼 다가가 아경의 옆에 앉았다. 괜히 엉덩이를 들썩하며 살짝 옆으로 옮기는 아경. 이렇게 둘이서 나란히 앉아있는 장면이 얼마 만인지. 두 사람은 서로가 느끼는 듯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오늘… 나 잘한 거지?”

 “…어? 뭐, 뭘 했는데?”

 

 차원은 방심한 채 놓인 아경의 손을 끌어와 자신의 머리 위에 얹었다. 아경은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그냥 잘했다고 말해줘.”

 

 굳은 채로 차원의 머리 위에 놓인 아경의 손. 그리고 피로가 가득한 차원의 얼굴이 보였다. 아경은 차원의 머리칼이 주는 묘한 감촉을 느끼며 살살 쓸어 만졌다.

 

 “오늘… 뭐 중요한 거 했어?”

 

 “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차원은 자신의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아경에게 내밀었다. 아경은 폰을 가만히 쳐다봤다.

 

 “이제 연락하고 만나야지.”

 

 아경이 우물쭈물하자 차원은 아경의 손에 든 폰을 가져왔다. 그리고 번호를 찍어서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폰에 아경의 번호가 뜨자 웃음 짓는 차원.

 

 “… 그대로네.”

 

 아경이 자신의 폰을 다시 뺏어 왔다.

 

 “뭐가! 나 번호 바뀌었거든?”

 “알아, 번호 말고… 너.”

 

 잠시 정지화면처럼 멈춘 아경. 눈을 깜빡이자 일시정지가 풀리고 허둥대며 옆에 있는 가방을 챙겼다. 그때 가방 안에 있던 손거울이 튀어 나오며 차원의 앞에 툭 떨어졌다. 차원은 천천히 거울을 주워서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는 활짝 미소 지었다.

 

 “아직… 가지고 있었네?”

 

 차원의 얼굴을 보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아경.

 

 “… 응? 그 거울을… 알아?”

 

 차원은 바로 입꼬리가 굳으며 아경을 바라봤다.

 

 “안 그래도 어디서 난 건지 궁금했는데… 이걸 네가 어떻게 알아?”

 “… 뭐, 여자들 거울 다 비슷비슷하니까.”

 “누가 요즘 이런 걸 써. 약간 할머니 거 같지 않아? 아무튼 이리 줘.”

 

 차원은 눈을 가늘게 찌푸렸다.

 

 “너 오늘 많이 피곤해 보여. 얼른 들어가서 쉬어.”

 “… 그래, 연락해.”

 

 차원은 먼저 일어선 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계속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아경은 조금 전 차원의 묘한 표정에 또 한 번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 폰에 있는 차원의 번호를 보며 생글생글 웃다가 다시 자신을 다잡으며 무표정으로 걸어갔다.

 

 ⁕ ⁕ ⁕

 

 연기학원 수업 시간. 아경을 포함한 몇 명의 학생들이 유명드라마의 한 장면을 연기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사람처럼 열연하는 아경. 그녀의 감정 연기에 모두가 빠져들어 있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가자 학원 원장이 강의실로 들어왔다.

 

 “자, 지난번 오디션 준비하느라 다들 고생이 많았어. 박창호 감독님 오디션이 원래 까다롭기로 유명한 거 다들 알지? 좋은 경험 했다고 생각하길 바란다."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진 강의실. 학생들은 서로 격려하는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반에서 ‘제3의 시선’ 주연… 은 아니지만 조연에 캐스팅된 사람이 있다!"

 

 그러자 고개를 들고 웅성대는 학생들.

 

 "자… 신아경! 어디 있지?”

 

 갑자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눈을 동그랗게 뜨는 아경. 학생들이 점차 아경을 향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축하의 말들이 이어졌다. 아경은 계속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감독님이 따로 만든 역할이 있었는데, 거기에 아경이 이미지가 잘 맞았던 것 같아. 축하한다. 작은 역할이지만 잘 해낼 거라 생각해.”

 

 아경은 그제야 실감이 나는지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가…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학원 밖으로 나온 학생들. 아경은 계속 축하를 받으며 학생들과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아경의 옆에 한사람이 남았다. 시원이다. 함께 걷기 시작하는 두 사람.

 

 “신아경 대박, 내가 너 될 줄 알았어.”

 “나 정말 전혀 생각도 못 했어. 물론 생각했던 역할은 아니지만… 그래도 박창호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다니… 너무 좋아!”

 “그거 봐, 미친놈 하나 떼 내니까 이런 좋은 일이 생기잖아. 너… 그 새낀 차단했지?”

 “당연하지, 그러고 나니까 오히려 좋은 일들이 생기는 거 같아.”

 “응? 너 뭐 또 좋은 일 있어? 뭐야, 나한테 말도 안 해주고.”

 “아… 아니야, 그냥 이게 제일 좋은 일이지.”

 “요것 봐라? 야, 너 딱 말해! 나한테 말 안 한 거 있지?”

 “아니, 그러니까 그게…”

 

 그때 사거리에서 신호를 받고 있던 한 스포츠카가 달려왔다. 선팅이 짙게 돼 있어 안에 누가 있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인도에 있는 아경을 한눈에 알아본 운전자는 점점 속도를 늦추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아경의 얼굴을 다시 확인하고 클랙슨을 울렸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리는 아경과 시원. 웬 차가 서있자 의문스레 쳐다봤다. 곧 창문이 내려가자 아경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 이강호?”

 “오랜만이다. 어디가?”

 “어, 진짜 오랜만이다. 나… 집에 가고 있어.”

 “타, 데려다 줄게. 타세요. 같이 데려다드릴게요”

 

 강호와 아경을 번갈아 보던 시원은 이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망설이는 아경의 손을 덥석 잡고 차문을 열었다. 뒤에 타려는 아경을 앞으로 밀어 넣고 혼자 뒤에 타는 시원.

 

 “저… 프로 골퍼 이강호 씨… 맞죠?"

 "네, 안녕하세요. 전 아경이랑 어릴 때 친구예요.”

 “어머 세상에… 뭐야, 신아경. 너 왜 말 안 했어?”

 

 무덤덤한 아경과는 달리 신이 난 시원. 강호는 아경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

 

 “아경이 너, 무슨 기분 좋은 일 있나 봐. 아까 보니까 계속 웃으면서 걸어 가던데.”

 “아… 응, 좀 좋은 일이 있어서.”

 “요즘 어떻게 지내?”

 “그냥 그럭저럭 지내고 있어. 너 요즘 멋있더라. 너 인터뷰하는 영상도 봤는데.”

 “아, 그거… 설마 오해하는 건 아니지?”

 “응? 무슨 오해?”

 “걔랑 나 아무 사이도 아니야. CF 한번 찍은 거 가지고 기자들이 이상한 기사를 써 대서.”

 “아, 한서린? 걔가 어릴 때부터 쭉 너만 좋아하긴 했잖아.”

 “… 나는 다른 사람을 쭉 좋아했지."

 

 아경이 강호를 쳐다봤다. 둘의 대화를 듣던 시원은 드라마 주인공들을 4D로 보는 듯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저기, 아경이… 이번에 오디션 합격했어요.”

 “오디션요?”

 “야, 조용히 해. 얘는 아무 것도 모른단 말이야.”

 “알고 있어, 너 연기 준비하는 거.”

 “… 어떻게 알아?”

 “내가 신아경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지. 너 어릴 때부터 소극장에서 연기하고 그랬잖아."

 

 그때 앞에 지하철역이 보였다. 시원은 강호에게 그 앞에서 세워달라고 말했다. 아경이 같이 내리겠다고 하자 시원은 집 방향이 다르지 않냐며 아경을 다그치고는 혼자 내렸다. 다시 출발하는 스포츠카의 뒷모습을 보며 시원은 입을 다물지 못하며 고개를 좌우로 왔다갔다 했다.

 

 차 안에 혼자 남은 아경은 몸을 편하게 놓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며 두 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와 달리 강호는 조금 더 여유로운 표정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너 아직 그 동네에 있어?”

 “응, 아직 거기 살고 있어.”

 “궁금하다. 나도 가본지 너무 오래돼서. 너 보러 한번 가야겠다.”

 “뭐… 그러든지.”

 

 부드러운 스냅으로 운전대를 돌리던 강호는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 한국 들어 왔더라.”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이상한 거 만들어서 들고 왔던데.”

 “……"

 “너 또 걔한테 마음 쓰지 마라."

 “……"

 "그 자식 갑자기 가버리고… 아무 것도 못 하던 너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찾아가서 조져버리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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