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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5 휴식 : 현자의 돌.
작성일 : 19-10-14 23:08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9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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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날 아침, 신아는 퀭한 초란과 노이아의 얼굴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

 

  “간밤에 뭔 일 있었어?”

 

  그렇게 말하면서도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그는 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초란은 확신했다.

 

  “밤에 습격이 있었습니다. 실력이 뛰어난 암살자였어요.”

 

  신아가 반응을 보이던 말던 초란은 담담히 설명을 계속했다.

 

  “보통 암살자는 기척이 남거나 같은 암살자로서 기척 정도는 알아챌 수 있습니다. 최소한 그림자는 남는 거죠. 그런데 그들은······ 그림자도 없었습니다. 그냥 ‘유령(幽靈)’이라고 봐야 할 정도에요.”

 

  “유령이라······. 보통은 아니네.”

 

  신아의 혼잣말은 초란으로서 흘려 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보통이 아니네. 이는 신아가 그 유령들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소리겠지. 이전의 추측이 확신이 되었다. 초란은 노이아와 눈을 마주쳐 자신의 추측이 맞다는 것을 확인했다.

 

  거실에 도착하자 의자에 몸을 묻힌 해을이 신아 일행을 맞이했다.

 

  “간밤에 평안하셨습니까?”

 

  “밤에 뭐가 있었나봐. 애들은 잘 못 잤다네.”

 

  신아가 초란과 노이아를 가리켰다. 두 눈 밑에는 검은 자국이 선명했다.

 

  “이 저택에는 우리 외에는 없을 텐데요. 쓸 만한 게 없어 사람도 재활용하는 처지인데······.”

 

  “그럼 내가 직접 살펴봐도 되나? 쓸 만한 게 아예 없지는 않은 듯한데.”

 

  해을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신아는 천장으로 손을 뻗었다.

 

  신기―무형수(無形手).

 

  기가 손의 형태가 되어 천장을 뚫고 올라갔다.

 

  “신아!”

 

  초란이 소리쳤으나 신아는 멈추지 않았다. 활짝 편 손의 모양으로 천장에 구멍을 냈다. 묵묵히 떨어지는 먼지를 맞으며 신아는 목표하던 것을 찾았다. 신아가 손으로 꽉 움켜쥐는 상상을 하자 먼지로 인해 그 형태를 보여주던 무형수가 무언가를 붙잡았다.

 

  “꺅!”

 

  “사람?”

 

  처음 보는 신기에 놀라 소리를 지르자 초란은 그 정체를 짐작해냈다.

 

  ‘내가 알 수 있다면 그 또한 알 수 있는 건데, 어째서?!’

 

  무형수는 잡힌 소녀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허공에 무언가에 붙들려 움직이지 못하는 소녀는 이를 악물고 신아를 노려봤다.

 

  “이익!”

 

  마치 사나운 짐승과도 같은 기세와 눈빛을 가진 소녀는 머리카락을 두 갈래로 땋아 묵었고

 

 나이는 이제 열입곱 정도 되어보였다. 입고 있는 옷은 북부 유목민족의 정통복장인 차파오를 입었고, 허벅지에는 비수와 바늘집들이 매달려 있었다.

 

  “야! 이거 당장 안 풀어!”

 

  온갖 욕을 하며 발버둥치는 소녀를 자세히 관찰하던 신아는 이내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쌍성(雙星)을 느꼈다.

 

  쌍성, 다른 말로는 이중성(二重星)이라고 하는 것은 간단히 말해 별 두 개가 같은 방향이나 가까이에 있는 것을 말한다. 그것은 쌍둥이들의 운명을 상징하는 것과 같았다.

 

  ‘이 근처에 애랑 같은 놈이 하나 더 있겠네.’

 

  쌍성의 쌍둥이들은 별들이 가까이 있는 것처럼 평소에도 그 유대가 끈끈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참지 못했다.

 

  ‘거기 있구나~.’

 

  신아가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무형수가 하나 더 발동되어 신아의 등 뒤, 노이아에게로 날아갔다.

 

  쿵!

 

  무형수는 노이아의 머리를 넘어 그의 등 뒤에 있던 남자 아이를 바닥에 찍어 눌렀다. 소년은 역시 유목민 정통의상인 차파오를 입고 등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

 

  “컥!”

 

  “야!”

 

  소년의 고통 어린 신음과 소녀의 걱정 어린 외침이 뒤섞였다. 그 둘을 무감하게 바라본 신아는 해을에게 눈을 돌렸다. 신아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고 그 눈빛을 본 백선현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넌 이것들이 뭔지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신아는 손을 까닥해서 소녀의 허벅지에 있는 비수와 바늘을 거둬들이고, 소년의 검을 거둬들였다.

 

  “어이구, 독도 발라져 있네.”

 

  신아가 연극조로 말했다. 신아의 손 위에서 바늘들이 어지러이 떠돌았다.

 

  “원래 좀 어울려 주려고 했는데······ 너무 대놓고 있네. 속아줄 가치도 못 느끼겠어.”

 

  “뭐? 야! 너 말 다 했어! 생긴 건 기둥서방에 기생오라비처럼 생긴 놈 주제에 어디서 그따위로 지껄여!”

 

  스윽.

 

  노이아가 헌원검을 소녀의 목에 겨눴다. 소녀는 입을 닫았다.

 

  “함부로 떠들지 마라.”

 

  “······넵.”

 

  그 사이 소년은 해을에게 구원의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초란은 그것을 알고 해을에게 대답을 독촉하는 눈빛을 보냈다.

 

  “이게, 뭐야?”

 

  답은 신아에게서 왔다.

 

  “암살자. 어제 왔던 유령이지.”

 

  곧 죽음을 앞둬서일까, 해을은 편안하게 의자에 몸을 눕히고 말했다.

 

  “이 아이들은 제 일가친척들로······.”

 

  “재밌네. 계속 해 봐.”

 

  신아는 주먹 쥔 손에 힘을 줬다. 무형수 또한 소년과 소녀를 더 강하게 압박했다.

 

  “윽!”

 

  “으음!”

 

  “······.”

 

  잠시 저택에는 싸늘한 고요가 맴돌았다. 백선현은 언제든지 칼을 뽑을 자세를 취하고 있고 초란 또한 검의 날이 이미 반쯤 뽑혀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노이아의 검에는 소녀의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고, 소년은 무형수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이 아이들은 사실.”

 

  해을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천위의 후예들입니다.”

 

  그 말에 반응한 것은 초란이었다. 암위부의 임무 특성상 타국의 비밀 조직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위라면, 신 왕국의 비밀호위조직?”

 

  해씨 왕조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왕실통로, 왕실비고, 그리고 왕실암중호위. 천 제국의 암위부나 주 왕국의 시위대과 비교해도 결코 꿀리지 않는 명실상부 강력한 조직, 천위.

 

  ‘이 꼬맹이들이?’

 

  초란의 물음은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것을 본 해을은 힘없이 웃으며 옛이야기를 시작했다.

 

  “천위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십니까?”

 

  “만들어? 키우는 게 아니라?”

 

  초란이 얼굴을 찡그리며 반문했다. 반면 신아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 없었다.

 

  “아주 오래전 태조대왕 여조께서는 신비한 ‘흑석(黑石)’을 얻으셨죠. 흑석에는 감히 인간이 재단할 수 없는 힘이 있었고, 태조께서는 그 힘으로 왕국을 세우고 남방의 패자가 되셨습니다. 이후 태조께서는 흑석의 위험성을 아시고 그것을 아주 깊은 곳, 왕실비고 깊고 깊은 공간에 숨기셨죠.”

 

  이야기를 듣는 도중 신아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이마를 찡그렸다. 흑석, 흑석······, 중얼거리는 것을 보니 무언가 알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또 저자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인가?’

 

  자연히 초란의 표정이 험악해졌으나 그것은 잠시였을 뿐이었다.

 

  “이후 역대 대왕들께서는 흑석과 어린 고아들을 함께 두어 흑석의 영향을 받아 성장하게 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아이들이 서로 싸우며 죽거나 미쳐갔으나 살아남은 극소수의 아이들은 천위가 되어 어둠 속에서 왕가를 수호했죠.”

 

  “······고독(蠱毒).”

 

  고독, 독물들을 한데모아 서로 싸우게 하며 최후까지 살아남은 지고의 독. 해독제는 존재하나 구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실상 해독이 불가능한 독. 때로는 수많은 사람들을 한데모아 서로 싸우게 해 살아남아 괴물이 된 인간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했다.

 

  “그럼 이 아이들도······.”

 

  “귀 왕국에 도착해서 만든 아이들입니다. 아니 내가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늦은 후였죠.”

 

  “누군가 무단으로 그 흑석을 사용했다고요? 대체 누가요?”

 

  “제가 했습니다.”

 

  답은 해을의 뒤에 백선현에게서 들려왔다. 두려움에 희게 질렸지만 그래도 두 눈만은 한없이 곧고 자신만의 신념이 돋보였다.

 

  “전하의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남은 왕족들은 저마다 후원자를 찾았습니다. 이 상황에서 전하께서 하실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얼마 안 가 버려질 것이 뻔하니, 전하께서 강력한 무력이 필요하다고 간청 드렸습니다. 현재 귀 왕국은 몇 달 동안 계속되는 북부 지방의 반란을 진압하지 못하고 있으니, 천위를 앞세워 전공을 세운다면 귀 왕국도 대우를 달리 해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아니, 생각이 아니라 확신이었을 것이다. 전공을 세운다면 상을 준다. 그것이 원칙이다. 원리원칙을 중시하고 깐깐하기로 유명한 귀 왕국 중앙정부와 관료제라면 설령 망국의 마지막 왕이더라도 그 상을 확실히 줄 것이다. 전공에 걸맞은 크기의 상을 줄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그렇게라도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면······.

 

  “분명 전공은 출세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지. 하지만.”

 

  백선현, 저자는 왕을 이용한 반역자였다. 그런 반역자를 옆에 두고 있는 해을도 해을이지만, 다 망한 왕을 아직도 떠나지 않고 있는 백선현도 만만치는 않았다. 저자가 흑심을 품고 있지 않을까? 절대 아니다. 초란은 단언할 수 있었다.

 

  “네 말을 쉬이 믿을 수는 없군. 다름 아닌 역적의 핏줄인 네가? 망국의 왕을 지킨다고?”

 

  “살고자 했다면 다른 후원자를 찾았을 것입니다. 검기를 발현하고 날릴 수 있는 경지가 흔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질문을 많이 들었던 것인지 대답은 청찬유수로 막힘없이 나왔다.

 

  “저는 제 주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저의 죄 역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전하를 보필하고 싶습니다.”

 

  “그게 너의 속죄라고? 합리화하지 마라. 그건 네 이기심이야. 이대로 있다간 너 또한 함께 죽을 것 같으니 왕을 이용해 살고자 하는 것이지 않나!”

 

  “전 그런 의도는 결코······!”

 

  “야, 야! 시끄럽고, 그 흑석이란 것 좀 줘봐.”

 

  두 사람의 대화를 끊고 난입한 것은 신아였다. 신아는 팔짱을 끼고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백선현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더듬더듬 말했다.

 

  “그, 그건 아무리 은인이라지만 들어줄 수는······.”

 

  “말 잘해야 할 꺼야. 피 보기 싫으면”

 

  “······!”

 

  “다시 한 번 물어 볼게. 니들 다 죽이고 뺏을까? 아님 그냥 주고 오래 살래?”

 

  백선현은 벌개진 얼굴로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는 오래 살고 싶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더 좋다고 그는 벌써부터 죽은 아버지를 따라 갈 생각이 없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백선현은 방으로 들어가 백색 돌로 양각된 검은 상자를 들고 나왔다. 백석(白石)은 그저 장식인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영험함이 깃든 돌이었다.

 

  ‘악함을 막기 위해서.’

 

  신아는 상자를 열었다. 검은 벨벳 천에 놓인 흑석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지독한 혼돈을 뿜어냈다. 저택 전체가 혼돈으로 가득했고 오직 신아와 노이아, 초란 그리고 두 소년소녀만이 편안하게 여겼다. 하지만 백선현은 기를 끌어올려 정신을 유지했다.

 

  “역시.”

 

  신아는 흑석을 들어보였다. 그는 이것을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이것과 관련된 부분이 어느 정도는 있기 때문이었다.

 

  ‘현자의 돌(Lapis philosophorum).’

 

  돌을 금으로 바꾼다는 연금술 궁극의 비기.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만들고자 했으나 그 누구도 도달하지 못했던 전설 속의 돌이었다.

 

  하지만 그 실체는 인간이 감히 소유할 수 없는 ‘괴이(怪異)’였다. 현자의 돌, 또 다른 이름은 ‘묵시록의 붉은 용의 왕관(Satan's crown)’이라는 이름이 있는 만큼 재앙을 불러들이는 삿된 것 중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묵시록의 붉은 용의 왕관은 지옥에서 가장 깊고 깊은 감옥에서 배신과 교만의 죄를 지은 죄인들이 뼈를 깎고 살을 파서 캐낸 검은 원념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예수그리스도의 죽음과 동시에 세상에 풀려난 왕관의 파편, 즉 현자의 돌은 인간들의 손에 들어가면서 무수히 많은 인명피해를 내며 재앙을 일으켰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폼페이의 베수비오 화산 폭발이었다.

 

  고대 로마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이후 크고 작은 재앙을 일으킨 현자의 돌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지구의 신들은 결국 현자의 돌을 지구 밖으로 추방해버렸다.

 

  ‘우주 어딘가를 떠돌고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 처박혀 있었다니······. 이 세계는 지구와 대략 수십 광년(光年)은 떨어져 있는데, 여기까지 올 줄이야. 그럼 이 짙은 사명과 사망향, 마을 전체에 드리워진 음침한 분위기가 다 이것 때문이었나.’

 

  염라는 이 세계를 ‘이계’라고 표현했지만 신아도 염라도 이곳이 이계가 아니라 그저 지구와 수십 광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하나의 행성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 우주는 굉장히 넓다. 지구 주위에는 이성과 본능을 가지고 신앙을 가지는 다른 종족이 없지만 지구의 너머, 수십 광년을 가다보면 지구와 유사하나 다른 문명을 가진 세계들이 존재했다. 다만 그 거리가 너무 멀어 인간들은 다른 세계로 여기고 있는 것뿐이었다.

 

  아마 신들도 현자의 돌이 이 먼 거리를 달려 여기까지 올 것을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이건 내가 가져가지.”

 

  하고 싶다면 아예 부수면 좋겠지만 이건 신아의 힘으로도 무리였다. 지구의 최고신들이 부수지 않고 추방한 것이 괜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안 됩니다! 그건 왕가의 보물입니다!”

 

  “신아, 그거는 그냥 없애는 게······.”

 

  백선현이 반대하고 나섰다. 초란 또한 그것을 가져가는 것이 회의적이었다.

 

  “못 부숴. 그리고 이게 네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고 신아는 해을을 바라봤다. 고개를 푹 숙인 해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애 설마······.”

 

  “!”

 

  “전하!”

 

  모두의 시선이 해을에게 향했다. 백선현은 해을의 코에 손을 대고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 긴장감 속에서 가볍고 어이없어하는 신아의 목소리가 울렸다.

 

  “자니?”

 

  숨을 쉰다는 것을 확인한 백선현이 주저앉았다.

 

  “뭐예요! 놀랐잖아요!”

 

  “왜 나한테 성질이야? 내가 재웠냐.”

 

  신아가 손 안에 현자의 돌을 넣고 꽉 쥐었다. 방안을 가득 메운 혼돈이 한순간 사라졌다.

 

  “어쨌든 이야기 끝났어. 이건 내가 가져가야겠어.”

 

  “안 됩니다!”

 

  “네 주인 하루라도 오래 살리고 싶으면 말 들어.”

 

  신아가 손을 펴자 검은 돌은 빠르게 회전하며 투박한 왕관, 아니 그보다는 투박한 관(管)의 형태로 변했다. 흑색관은 두둥실 떠올라 신아의 검지에 쏙 들어갔다. 크기가 신아의 검지에 딱 맞게 변해서 마치 반지와 같았다.

 

  “으응? 애기 끝났습니까?”

 

  잠에서 깬 해을이 물었다. 해을에게 반지가 된 흑석을 내보이며 신아가 말했다.

 

  “이딴 걸 가지고 있으니 죽어가지, 이 미친 애새끼놈아.”

 

  “후후.”

 

  “이것 때문에 이 애들에게 역겨운 냄새가 났던 거네.”

 

  “야! 누구한테 냄새가 난데!”

 

  “나 깨끗해!”

 

  이때까지 잠자코 있던 두 소년소녀가 소리쳤다. 신아는 눈을 한 번 부라리고 계속 말했다.

 

  “그래서, 우린 왜 부른 거야? 이 돌 애기하려고 한 건 아니잖아.”

 

  “역시 영명하시군요. 제가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이 아이들을 부탁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런 데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곧 죽을 놈을 지키겠다고 살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여러분이라면 이 아이들을 잘 키워줄 수 있을 테니까요.”

 

  “난 보모가 아니야.”

 

  “상관없습니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해을은 이미 결정했다. 어차피 현자의 돌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곧 죽을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재산을 나눠주고 떠나라고 말했다. 끝까지 남아있는 것이 백선현과 아이들이었다.

 

  “남아의 이름은 아소라 하고, 여아의 이름은 아린이라고 합니다. 애들아, 여기 계신 분은 내 은인이신 신아님이시고, 여기 계신 분은 내 벗들인 초란님과 노이아란다.”

 

  아소와 아린이라고 소개한 아이들은 신아를 노려보며 반대했다. 특히 아소라는 아이는 울먹이는 눈으로 해을을 보고 있었다.

 

  “싫어요! 저희는 전하 곁에 있을 거예요!”

 

  “저희는 죽어도 전하 곁에서 죽을 거예요!”

 

  ‘세뇌가 잘 됐네.’

 

  신아는 생각과 다르게 말했다.

 

  “그렇다는데?”

 

  “아소와 아린이는 쌍둥이로 둘 다 열일곱입니다. 내년에는 열여덟이 되겠지요.”

 

  “너, 내가 뭐라 하던 무조건 이 꼬맹이들 딸려 보낼 생각이구나.”

 

  ‘말하는 것이 완전히 다 산 애늙은이네. 죽음이 다가오니 공(空)의 깨달음을 얻고 아예 초탈한 건가? 어쨌거나 성가시군.’

 

  무형수가 사라지고 아소와 아린이 해을에게 달려왔다. 두 사람은 해을의 양 팔을 하나씩 잡고 울먹이며 보내지 말라고 애걸하고 있었다. 해을은 그걸 손자의 재롱을 보는 할아버지처럼 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녀석의 깨달음이 짧았기에 이 정도인가. 안타깝군. 시간이 더 있었다면 싯타르타처럼 성불할 수도 있을만한 깨달음인데.’

 

  “자자, 여기서 이러지들 말고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나 하면서 남은 이야기마저 하시죠.”

 

  “애늙은이 같은 놈.”

 

  “죽음을 앞두다보니 말입니다.”

 

  “쯧.”

 

  신아는 혀를 한 번 차고 해을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초란이 다가와 속삭였다.

 

  “어쩔 거예요? 정말 데리고 갈 거예요?”

 

  “왜? 두고 가게?”

 

  “당신이 원한다면요.”

 

  “네가 내 허락 받고 움직였냐?”

 

  “······당신이 내게 할 소리는 아니군요.”

 

  초란이 정색하고 팔꿈치로 신아의 옆구리를 퍽 쳤다. 하지만 신아는 아파하지도 않았다.

 

  “못 떼. 이 돌이 있는 이상 저 녀석들은 세상 끝까지 쫓아올 거다.”

 

  “당신의 실력이면 어린애 둘 따돌리는 것 정도는 쉬울 것 같은데요.”

 

  “저놈들 떼놓으려면 이 돌을 부수거나 저놈들을 죽여야 돼. 이 돌과 저 녀석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 가까이 있을 때 더욱 강하게 반응해.”

 

  “무슨 뜻이죠?”

 

  “이 돌이 가까이에, 그리고 강한 힘을 뿜어내면 뿜어낼수록 저 꼬맹이들이 강해진다는 소리지. 당연하게도 저 녀석들은 돌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할 수 있고.”

 

  “그게 가능해요?”

 

  “죽지 않는 이상 영혼은 아무리 발악을 해도 육체를 떠날 수 없지. 이 돌은 저 녀석들의 영혼을 담고 있는 외부의 그릇과 같아. 절대 못 떼어놔.”

 

  “역시 부수는 게······.”

 

  “신들도 부수지 못해 밖으로 추방한 돌이야. 그걸 인간이 부수겠다고? 그냥 내가 신이다! 라고 소리치지 그래?”

 

  신아의 빈정거림에 초란이 한 번 더 옆구리를 세게 치고 앞서갔다.

 

  “아윽.”

 

  이건 아팠다. 정말 아팠다.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다만 식사의 질이 썩 좋지는 않았다. 귀족은커녕 평민도 먹지 않을 딱딱하고 맛없는 잡곡밥과 묽은 국이 전부였다.

 

  “······심하군요.”

 

  “난 안 먹을래.”

 

  “······고기는?”

 

  차례대로 초란, 신아, 노이아였다.

 

  “야! 손님 주제 그냥 먹어!”

 

  “배부른 소리 하네!”

 

  이쪽 역시 차레대로 아린과 아소였다.

 

  “니들은 손님대접 좀 제대로 해라!”

 

  “나 배고픈데······.”

 

  신아와 노이아가 반박했다.

 

  “이게 뭐 어때서!”

 

  “맞아! 맛만 있는데!”

 

  “대체 애들한테 뭘 먹인 거야! 이딴 걸 먹고도 맛있다고 하게!”

 

  “사정이 좀 좋지 않아서······.”

 

  “아니야! 우리 사정 좋아!”

 

  “맞아! 선현이 형! 저놈 말에 듣지 마!”

 

  “길가의 거지도 이것보다 사정이 좋겠다!”

 

  “우리 거지 아니야!”

 

  “맞아!”

 

  퍽. 아소가 던진 묽은 국은 노이아의 얼굴에 맞았다. 잠시 씩씩거리는 소리와 숨 쉬는 소리만 남은 식당에서 음식과 식기가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런 개 같은 식사는 처음입니다.”

 

  초란이 구석에 몸을 피한 채, 해을에게 말했다. 해을은 그저 웃어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얌전한 노이아도 보기 드물게 화내며 칼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것들을 자르고 있었고, 신아는 식탁을 엎어버릴 기세였고, 아소와 아린은 식기를 비수처럼 날리고 있었고 한 대 맞은 백선현은 정말 식탁을 엎어버렸다.

 

  그렇게 한바탕 혼란스러운 식사 시간이 지나고, 신아 일행은 모두 손님방으로 안내받았다.

 

  야심한 밤, 신아가 머물고 있는 방문 앞에서 보름달빛에 만들어진 두 개의 그림자가 있었다. 아소와 아린이었다.

 

  “여기 맞지?”

 

  “맞아. 감히 우리 집에서 난동을 부리다니, 절대 편한 밤을 보내게 두지 않을 거야.”

 

  “당연하지. 준비는?”

 

  “다 끝났어. 이제 곧 시작이야.”

 

  두 사람은 신아를 골려줄 목적으로 서방에서 들여온 장난감을 하나 방문 틈으로 보냈다. 조종기에 따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충전형 마도구였다.

 

  “큭큭, 엄청 놀라겠지?”

 

  “당연하지. 아마 지금쯤이면······!”

 

  “끼야아아아아악! 바퀴벌레에에에! 죽어어어어어어!”

 

  돌고래도 울고 갈 고음과 함께 방안에서 일어난 폭발은 문을 뚫고 쌍둥이들을 휩쓸었다.

 

  “어?”

 

  두 사람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먼지와 함께 땅으로 추락하는 중이었다.

 

  쿵!

 

  “이이이이아아아아아! 절대 가만 안 있을 거야!”

 

  “······.”

 

  아린은 발버둥 치며 소리쳤고, 아소는 멍하니 밤하늘만 올려다봤다.

 

  그리고 쌍둥이들이 장난친 그 방은 신아의 방이 아니라 초란의 방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나중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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