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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겨우살이왕
작가 : 지놓
작품등록일 : 2018.12.23

30년전,

각지의 점쟁이들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모든 신들의 죽음이 예언되었다.

신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예언의 집행자는 과연 누구인가!

살신(殺神)의 운명을 거머쥐고 태어난 아이들 앞에서 지금,

세계의 운명이 들끓기 시작한다!

#동양판타지

 
5. 신기(神技) (4)
작성일 : 19-10-14 16:41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3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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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히 알면서 왜 물어?”

 

  표독스런 탈루의 대답에 무안해진 듯 겨우살이가 조심스런 어투로 말했다.

 

  -그야 답답하니까…… 지금 아무것도 안하고 있다는 게…….

 

  그 말에 화가 난 탈루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난들 좋아서 참고 있는 줄 아나…… 아님 그냥 네가 알아서 다 목소리들을 차단해주면 되는 거 아냐? 그때 그 이상한 괴물 녀석에게서 나를 구했을 때처럼?”

 

  탈루는 겨우살이의 목소리가 자신을 일깨웠던 때를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은 대답 없던 자신의 신이 다시금 자신을 찾아와준 감격스런 순간이기도 했지만, 탐욕과에 빼앗겼던 의식을 되찾음과 동시에 자아의 충만함을 새삼 깊이 있게 느꼈던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탈루의 은근한 사심이 담긴 물음에 겨우살이는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실 나도 몇 번 시도는 해봤는데…… 네 의식이 생생할 땐 메가 그걸 거부하더라고…… 내 의지만으로 네 메를 움직이는 건 허락되지 않는 건가봐…….

 

  “……그래?”

 

  신과 받드는 이, 그리고 그의 메. 하여간에 복잡하기 짝이 없는 관계라 생각하면서도, 탈루는 얼른 불만 가득한 마음을 고쳐먹었다. 창조신이 정한 법칙을 부정하는 건, 신께 버림받은 자들조차도 감히 두려워 시도하지 못하는 부정한 행위였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생각, 쓸데없는 생각!’

 

  고개를 털며 불필요한 생각을 떨쳐낸 탈루는 곧이어 겨우살이가 제시한 난제에 대해 다시금 골몰하기 시작했다.

 

  사실 탐욕과에 대한 문제가 작금의 인도(引導)에 있어 가장 시급히 처리해야할 사안인건 분명했다. 당장의 생존을 위해서도 그렇고, 이후 마주칠 적들을 대적할 때에도 계속해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겨우살이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 삐딱하게만 받아들일 게 아냐.’

 

  하지만 탐욕과를 떠올리자마자 이제껏 그래왔듯이, 또다시 슬슬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탐욕과를 섭취하는 것에 있어 문제는 비단 정신을 공격해오는 목소리뿐만이 아니었다. 그것은 맛도 더럽게 없을뿐더러, 영양가 하나 없는 열매였다. 더군다나 먹고 난 후의 후유증도 상당했다. 두통은 물론이거니와 욕지기와 오한이 들기 일쑤였으며, 심지어 전신에 통증이 밀려든 적도 있었다. 며칠 새 어느 정도 참을만해진 것도 사실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몸에 좋지 않은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는, 그렇다고 이 탐욕과란 것이 그리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

 

  요 며칠 관찰한 바에 의하면, 이 황량한 땅에 홀로 솟아나 있는 저 가냘픈 나무는 불가사의할 정도로 기형적인 성장체계를 갖춘 결과수(結果樹:열매를 맺는 나무)였다. 기존에 맺혀있던 탐욕과가 떨어진 뒤엔 별다른 양분 공급 없이도 그 즉시 굉장한 속도로 새로운 열매를 맺기 시작했는데, 대개 반나절 안에 개화(開花:꽃이 피는 것)와 결실(結實:열매를 맺는 것)을 끝마칠 정도였다. 다만 열매의 수량은 한정되어 있는 듯, 한 번에 하나의 열매밖엔 열리지 않았다.

 

  고로 잘해야 하루에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그마저도 포악하기 짝이 없는 저 쪼끄만 녀석들과의 사투(?)에서 승리해야한다는 조건이 붙었기에, 탈루로서도 이제껏 단 세 개의 열매만을 획득할 수 있었을 뿐이다.

 

  ‘방법을 찾긴 해야 하는데…….’

 

  물론, 탐욕과를 먹는 것 대신에 한 가지 다른 방편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저것들은…….’

 

  탈루의 눈이 작고 가냘픈 한 그루의 나무로 향했다. 그곳 주위엔 작고 징그러운 쥐떼들이 시뻘건 눈을 부릅뜬 채 이리저리 부산스레 돌아다니고 있었다.

 

  “휴…….”

 

  탈루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탐욕과 주위를 서성대는 자그마한 짐승들을 사냥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긴 했으나, 솔직한 심정으론 전혀 내키지 않는 선택이었다. 연민, 동정…… 이와 같은 감정의 여파도 일부 있긴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그러한 살생을 벌임으로써 자신이 정말로 이 ‘탐욕’의 일부가 되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불새일족의 사냥꾼들은 절대로 이유 없이 동물을 사냥하지 않았다. 숲속의 다른 동물들에게 피해를 끼친다거나 생태계를 교란시킨 것이 아니라면 아무리 포악한 습성을 지닌 짐승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건드리지 않았고, 혹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냥을 하게 되었을 때에도 꼭 제를 지내 그들의 영을 달래주었다. 일족은 뭇 동물들을 자신들과 동등한 존재로서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불새일족의 가르침은 그의 머릿속에도 깊숙이 각인되어 있었으므로, 열매를 대신하여 저들을 식량 삼는다는 것은 탈루로선 사실상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탈루는 다시금 얼어붙은 땅에 외로이 솟아있는 한 그루의 나무를 응시했다. 얇디얇은 줄기 끝부분에 달려있는 하나의 새빨간 열매가 보란 듯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정말로 저것 말고는 답이 없는 걸까…….’

 

  ‘탐욕’에 들어온 지도 어언 엿새 째였다.

 

  겨우살이와의 재회 이후, 언제부턴가 메를 움직일 때마다 추위와 배고픔이 상당수 덜어지는 느낌이 있어 여유를 부리고는 있었으나, 사실 그동안 탈루가 먹은 거라곤 탐욕과 세 개와 땅바닥에 고인 썩은 내 풀풀 나는 빗물 몇 모금이 전부였다. 실제론 영양결핍상태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솔직히 그 자신도 그렇게까지 여유부릴 상황이 아니라는 것 정돈 잘 알고 있었다.

 

  ‘하다못해 씹을만한 나무껍질이라도 있었다면…….’

 

  하지만 ‘탐욕’의 끝인 이 햇볕하나 들지 않는 그늘지고 음울한 대지는 저기 저 비쩍 곯은 나무 한 그루의 존재조차 기적이라 생각될 정도로 황량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 내 배를 채우고자 그나마도 근근이 버티고 서있는 듯한 저 불쌍한 나무의 껍질을 벗겨낼 순 없는 노릇 아닌가.

 

  탈루는 빛 한 줄기, 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이 메마른 땅에서 그럼에도 용케 생장(生長)을 유지하고 있는 탐욕나무의 생명력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도대체 어디서 양분을 얻기에 버티고 서 있는 거지? 기이할 정도의 결실(結實) 속도도 그렇고…… 혹 땅 속에 뭐라도 박혀있나? 설마하니 양분을 자기 스스로 만들어내는 건 아닐 테고…….’

 

  순간 하나의 생각이 벼락처럼 탈루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잠깐! 스스로 만들어낸다고?”

 

  -응? 뭐라고 했어?

 

  “메로…… 메로 영양분을 생산해낼 수 있지 않을까?”

 

  -뭐?

 

  탈루는 기묘한 열망이 넘실거리는 눈으로 허공에 떠있는 풀꽃을 바라보았다.

 

  “너 말이야, 겨우살이!”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제대로 얘기 좀 해 봐!

 

  “겨우살이는 태양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서?”

 

  탈루는 며칠 전 이난나가 메 수련장에서 했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태양신의 가호를 받아 양분을 생산하는 게 아니라,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아서 자신의 푸름을 유지하지.”

 

  물론 그것이 창조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행위이며, 그렇기 때문에 버림받은 자들의 상징으로까지 해석된다는 뒷말은 어느새 까먹은 다음이었다.

 

  -그,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혼자서 뭘 만들어낼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러한 창조의 권능을 행사할 수 있는 건 오직 하늘의 태양뿐이니까.

 

  겨우살이의 부정적인 대답에 탈루가 은근한 어투로 되물었다.

 

  “대신 다른 이들의 것을 빼앗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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