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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남친은 왕자님
작가 : 핑키pinky
작품등록일 : 2019.10.9

시작은 단순했다. 그저 좋아하는 외국 배우에 관해 원없이 대화할 수 있는 친구면 족했다. 거기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린다면......그 나라의 친구이길 바랐다. 그리고 마침내 마음속에 간직했던 소망을 이루려는 찰나...... 여린 꿈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현대 왕실 로맨스입니다.) *작가 이메일 pinkynjy@naver.com

 
미지의 친구에게
작성일 : 19-10-14 14:49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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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 오후......

 두 소녀는 시내로 향하는 지하철에 올라탔다.

 지루한 교복을 벗어버리고 사복을 입을 수 있는 주말은 발랄한 10대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다.

 규림은 못 보던 점퍼에 새 운동화 차림이었다.

 애써 자랑하진 않았지만 때 타지 않은 새 물건들은 수연에게 금세 포착되었다.

 

 규림에겐 7살 터울의 언니와 4살 터울의 오빠가 있었다.

 이미 사회인이 된 언니는 귀여운 막내 동생에게 무엇이든 아낌없이 베풀곤 했다.

 그것은 규림이 최신 유행에 뒤쳐지지 않는 이유였다.

 언니로부터 물질을 그리고 오빠로부터 지식을 채울 수 있는 그녀는 딱히 아쉬울 게 없었다.

 

 수연의 시선이 낡은 제 신발에 닿았다가 재빨리 창가로 옮겨갔다.

 엄마가 시장에서 사다준 무명의 운동화는 친구의 브랜드 화 옆에서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비교조차 그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물론 수연에게도 여느 또래처럼 예쁘고 멋진 것들로 꾸미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그것은 유행에 민감한 10대의 소녀라면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제 욕심이 한 사람을 힘들게 할 수도 있었다.

 엄마......

 수연은 그녀를 더 힘들게 할 수 없었다.

 

 

 “우와, 캡짱 크다!”

 

 서점 안으로 들어선 규림이 너스레를 떨자 수연이 피식 웃었다.

 대형 서점은 집에서 멀지 않았지만 일주일의 대부분을 학교에 매어있는 이들에겐 자주 올 수 없는 곳이었다.

 매장 안은 주말 오후를 책과 함께 보내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헉, 왠열!”

 

 안쪽으로 몇 걸음을 내딛던 규림이 수연의 팔을 붙잡더니 제 시선이 닿은 곳으로 이끌었다.

 영문을 모른 채 친구에게 끌려가던 이가 곧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잡지 코너의 책장, 영화 잡지 표지에 낯익은 스타가 있었다.

 

 “아싸, 우리 국영 오빠잖아!”

 

 주변을 의식하지 않은 규림의 외침이 순식간에 튀어나왔지만 이 순간은 수연 역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영화 잡지들은 마치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선포한 듯 온통 홍콩 스타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와! 주윤발이다!”

 

 규림은 또 다른 잡지를 가리키며 흥분했다.

 그와 동시에 수연의 두 눈 역시 한 자리에 모인 배우들을 둘러보느라 분주했다.

 늘 선망하고 동경하던 이들을 사진으로나마 마주한 것은 꽤나 두근대는 일이었다.

 

 “나 이거 살까? 언니가 돈 줬는데 살까보다.”

 

 혼잣말 같은 규림의 한 마디에 수연의 눈빛이 살며시 흔들렸다.

 그녀는 제 주머니 속의 돈을 머릿속으로 세어보았다.

 그동안 모아둔 세뱃돈에다가 나올 때 엄마에게 받은 것을 다 합쳐도 그리 크지 않은 액수였다.

 

 별 볼일 없는 주머니 사정은 더 달라고 떼쓰지 못하는 성격 때문만은 아니었다.

 수연은 뻔한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알았고 엄마가 주는 대로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 상황은 갈등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내 스타들에 비해 해외의 스타들은 소식을 얻는 게 쉽지 않았기에 영화 잡지는 마치 종합 선물 세트처럼 느껴졌다.

 학생의 잡지 구매를 왠지 죄스럽게 여긴 수연이 흔들릴 만도 했다.

 그러는 사이 규림은 완전히 마음을 정한 듯 두 눈을 반짝였다.

 

 “아흑, 고민되네. <스크린>을 살까? <씨네 타운>을 살까? 그냥 두 개 다 살까?”

 

 행복한 고민이 쏟아지는 순간, 수연이 간신히 제 목적을 되새겼다.

 

 “난, 펜팔 책 좀 찾아볼게.”

 “그래? 그럼 여기로 와. 난 오빠들 얼굴 보며 고민 좀 더 해야겠다. 크흑...”

 

 수연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외국어 코너는 젊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한결같이 진지한 표정들이었다.

 그들 틈을 조심스레 비집고 들어간 수연은 펜팔과 관련된 책을 찾기 시작했다.

 분주히 움직이던 두 눈이 책꽂이 하나에 닿는 순간, 수연의 입가로 미소가 번져갔다.

 

 ‘찾았다!’

 

 수연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훑어보다가 마음이 드는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두께가 적당한 것은 내용도 알찬데다가 가격까지 적절했다.

 흐뭇한 얼굴로 친구에게 향하던 발걸음이 오래지 않아 멈춰서고 말았다.

 

 외국어 코너에서 보기 드물게 한산한 곳......

 네덜란드어 교재를 발견한 순간이었다.

 소녀의 여린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상했다.

 수연은 마치 한 번도 보지 못한 네덜란드 친구를 실제로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떨리는 손길이 한 권을 꺼내 펼쳤다.

 알아볼 수 있는 건 알파벳이 전부였고 그나마 짧은 단어나 문장은 읽지도 못할 만큼 낯설었다.

 

 ‘네덜란드 언어라니...... 정말 신기하다.’

 

 수연은 이제껏 의식하지 못했던 세계에 한 발 다가서는 기분이 들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 그리고 제 2 외국어인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었지만 그 외의 외국어는 처음이었다.

 지구는 둥글고 넓다는 진리가 새삼 깨달아지고 있었다.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책을 넘기던 수연은 제 가방 안에서 샤프와 수첩을 꺼냈다.

 책을 보며 무언가를 메모하는 입가로 다시금 미소가 번져갔다.

 

 빈손으로 집을 나섰던 소녀들이 쇼핑백을 하나씩 들고 돌아왔다.

 성공적인 서점 나들이는 두 사람의 마음은 물론 발걸음까지 가볍게 만들었고 일상적인 수다엔 설렘까지 깃든 채였다.

 쉼 없이 재잘거리던 이들이 헤어져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오른손에 묵직한 것을 든 규림이 수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일 만나. 참, 오늘 산 잡지들 나중에 빌려줄게.”

 “정말?”

 

 수연이 싱긋 웃다가 금세 친구를 살짝 흘겨보았다.

 

 “그건 고마운데.....내일 늦지나 마셔.”

 “칫. 알았다. 뭐....언니 출근할 때 깨워달라면 되니까 염려 붙들어 매셔.”

 

 피식 웃던 이들이 서로를 향해 손을 흔들더니 건물을 사이에 두고 하나는 오른쪽으로 또 하나는 왼쪽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오늘따라 헤어짐이 아쉽지 않은 이유는 각자의 손에 들려진 책 때문이었다.

 

 수연이 3층까지 한달음에 올라가 현관문을 열자 김치찌개 냄새가 훅 끼쳐왔다.

 저녁 메뉴가 저절로 떠오르는 건 당연했다.

 

 “엄마, 나 왔어.”

 “어서 와. 밥 먹자.”

 

 수연은 부엌에서 빠끔히 고개를 내민 엄마를 향해 손사래를 쳤다.

 

 “저녁 먹고 왔어.”

 “응? 어디서 밥을 먹어? 시간도 아직 이른데?”

 

 어리둥절한 엄마의 표정에 수연이 싱긋 웃었다.

 

 “규림이가 햄버거 사줬어. 언니가 같이 사먹으라고 돈 줬대.”

 

 소파에 누워 TV 만화에 빠져있던 수철이 생소한 단어 하나에 반응해 제 몸을 벌떡 일으켰다.

 

 “뭐? 햄버거? 히잉, 왜 누나만 먹어? 나도 먹고 싶단 말이야. 엄마, 나도 사줘.”

 “아이고, 시끄러워라. 밥을 잘 먹어야 그런 것도 사주지.”

 

 수철이 입을 삐죽이며 식탁에 앉았다.

 

 “그럼 빨리 밥 줘. 엄마, 약속했다? 응?”

 

 곧이어 밥을 푸는 엄마와 숟가락을 거머쥔 동생이 수연의 시야에 담겼다.

 겨우 상황이 정리되자 그녀가 곧 눈을 반짝였다.

 

 “엄마, 나 씻고 펜팔한테 편지 쓸게.”

 “어, 그래. 답장 써야 한다며? 책은 사왔니?”

 “응.”

 

 문 닫힌 방은 아늑했다.

 거실과 맞닿아 있어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지 못했고 비록 한 사람 누울 공간이 전부였지만 수연은 제 방을 사랑했다.

 그 안에선 좋아하는 배우를 마음껏 생각할 수 있었고 제 은밀한 고민을 쏟아놓을 수도 있었다.

 말끔했던 책상 위로 필요한 것들이 하나둘씩 놓였다.

 수연은 전날까지 끼적였던 연습장을 펼치더니 새로 사온 펜팔 책을 꺼냈다.

 단어와 영작이 완벽하지 않아 비워둔 자리가 휑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답답하지 않았다.

 수연의 방에 새롭게 입성한 책 한 권이 대단한 위안을 준 탓이었다.

 

 “휴우. 완성했다.”

 

 연습장의 빈칸을 가득 채운 이가 드디어 편지지를 꺼냈다.

 외국 친구를 위해 아껴둔 종이는 또래 소녀의 감성이 예쁜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누나!”

 

 방문이 노크를 잊은 채 벌컥 열렸다.

 어깨를 들썩인 수연은 제 가슴을 쓸어내렸다.

 

 “깜짝이야. 휴우....수철아, 너 누나 방에 들어올 땐 노크하라고 했잖아.”

 “칫. 너무해. 누나가 좋아하는 초콜릿 광고 나와서 알려주러 왔단 말이야.”

 “어? 정말?”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수연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도로 앉았다.

 수철은 문고리를 잡은 채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 상상 속, 누나의 모습이 아닌 탓이었다.

 

 “안 볼 거야?”

 “아.....수철아, 이리 와봐.”

 

 누나의 손짓에 수철이 쪼르르 다가갔다.

 수연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싱긋 웃었다.

 

 “누나 생각해줘서 고마운데, 지금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거든. 다음엔 네가 알려줄 때 부리나케 달려가서 볼게. 오늘은 미안.”

 “히잉...뭐야...”

 

 수철이 낙담한 얼굴로 돌아서자 수연이 다시 동생을 불렀다.

 

 “눈 감아봐.”

 “왜?”

 “선물 주려고....”

 “선물?”

 

 뿌루퉁했던 표정이 금세 한 마리 순한 양으로 변하고 말았다.

 수연은 그런 동생이 귀여워 소리 없이 웃더니 책상 서랍을 열어 무언가를 꺼냈다.

 곧 제 손 안에 물체가 닿자 수철이 두 눈을 활짝 떴다.

 

 “아싸! 초콜릿이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에 흥분한 음성이 높아지자 곧 열린 문으로 엄마가 들어왔다.

 그녀는 서둘러 수철의 손을 잡아끌었다.

 

 “얘가...조용하다 했더니 여기 오면 어떡하니? 누나 방해하지 말라고 했지? 어서 나가자.”

 “엄마, 누나가 이거 줬어.”

 “아이고, 아끼는 거 줬네? 우리 수철이 좋겠다. 자, 어서 엄마랑 가자.”

 

 아들을 기분 좋게 달랜 엄마는 뒤돌아 나가면서 수연을 향해 손짓했다.

 더 이상의 방해는 없을 테니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곧 방문이 닫히자 수연이 피식 웃었다.

 

 ‘어? 그런데....이상하다.’

 

 조금 전의 일을 떠올리던 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연은 스스로의 행동과 마음이 이전과 달라진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여전히 홍콩 영화의 팬이었고 장국영의 초콜릿 광고는 놓치기 아까웠지만 이상하게도 내키지가 않았다.

 짧은 광고가 금세 끝나버렸을 거란 예상 때문만은 아니었다.

 언젠가 양치질을 하다 말고 뛰쳐나와 끝부분이라도 사수했던 그녀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규림이 벌써 오래 전에 준 초콜릿은 먹기조차 아까워 보관하던 중이었다.

 그것을 수철에게 기꺼이 내준 건 굉장한 사건이었다.

 수연은 제 마음이 덤덤해진 이유를 알지 못했다.

 단지 지금은 얼마나 멀지 상상도 못 할 미지의 땅에서 제 편지를 간절히 기다릴 친구만을 생각할 뿐이었다.

 

 “아, 맞다.”

 

 수연은 가방에서 수첩을 꺼내 펼쳤다.

 몇 시간 전, 서점에서 적어온 건 네덜란드어 인사였다.

 정확한 발음은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낯선 그 말을 제가 아는 알파벳으로 적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써서 보내면 기뻐하겠지?’

 

 한 글자.... 또 한 글자....

 조심스레 써내려가는 얼굴이 상기되었다.

 수연은 네덜란드 친구를 생각할 때마다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올림픽이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을지라도 그녀로선 머나먼 나라의 친구를 사귀고자 하는 용기를 상상할 수 없었다.

 한국을 생각해준 것이 고마운 건 당연했다.

 네덜란드 친구의 편지 한 장은 이전에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일깨워주고 있었다.

 

 ‘이 편지는 언제쯤 도착하게 될까? 부디......친구를 기쁘게 해주면 좋겠다.’

 

 -슥슥슥-

 

 담임이 칠판에 중간고사 일정을 적어 내려가자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는 뒤돌아 반 아이들을 응시하며 피식 웃었다.

 

 “안다, 알아. 입학한지 엊그제인데 벌써 시험이라니....배신감 느끼지? 하아...나도 너희들이 안쓰럽다만 학사 일정이니 어쩔 수가 없다. 자아, 첫 시험이니 다들 힘내서 최선을 다하자. 이상, 종례 끝.”

 

 담임이 사라지자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동안 수많은 시험을 치러왔지만 학생들에게 가장 외면하고 싶은 것 역시 시험이었다.

 가방을 든 아이들이 근심을 짊어진 채 교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짝꿍의 힘없는 손 인사에 수연이 오른손을 들어 살며시 흔들었다.

 

 “히잉. 시험 정말 싫지 않냐?”

 

 규림이 입을 쭈욱 내밀자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우. 그러게 말이야. 과목도 많아졌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참, 우리 도서관에서 공부할래?”

 

 규림의 제안에 수연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도서관? 어딘데?”

 “오빠한테 들었는데 우리 동네에서 멀지 않대. 한 번 가보자.”

 “그래.”

 

 수연에게 호기심이 차올랐다.

 중학교 때까지 공부는 집에서만 했던 이에게 도서관의 존재는 어른의 세상에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도서관 앞의 줄이 제법 길었다.

 휴일의 달콤한 늦잠까지 포기하고 달려온 길이었다.

 충분히 억울한 일이었지만 소녀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연과 규림이 서둘러 대열에 합류했다.

 자신들의 뒤로 계속 줄이 생겨나는 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그러나 바로 앞에서 잘리기라도 할까 봐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천천히 입장하겠습니다.”

 

 관계자의 외침과 함께 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전긍긍하던 소녀들에게도 마침내 기회가 날아들었다.

 

 “아싸!”

 

 규림의 외침에 수연이 피식 웃었다.

 드디어 첫 도서관 입성을 이뤄내는 순간, 수연도 사실은 들뜬 상태였다.

 칸막이로 된 자유 열람실은 꽤나 아늑했다.

 고요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오직 책장 넘기는 소리와 의자를 움직이는 소리만이 사람들의 존재를 인지시켜주고 있었다.

 수연은 굳어진 몸을 위해 기지개를 펴기 시작했다.

 목을 이리저리 움직이던 그녀가 두 팔을 조심스레 위로 펴며 주위를 살폈다.

 소리 없는 열기가 제법 뜨거웠다.

 

 ‘와....모두들 대단하다.’

 

 타인의 노력하는 모습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확히 무엇을 위해 애쓰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열정은 어쩐지 꿈을 향해 달려가는 듯했고 본받고 싶었다.

 

 ‘나의 꿈은 뭘까......?’

 

 제 꿈을 떠올리던 얼굴에서 착잡함이 피어났다.

 수연은 꿈이 없는 소녀가 아니었다.

 거의 10년 동안 간직했던 소망을 놓아버린 후, 갈피를 잡지 못한 것뿐이었다.

 여섯 살에 처음 마주했던 피아노는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 주었다.

 옆집이 하필 피아노 학원이었던 건 무릎을 탁 칠만한 행운이었다.

 단순한 이유로 시작한 것 치고는 꽤 재미가 있었고 재능이 있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장래 희망란엔 피아니스트가 굳건히 자리를 잡았고 그 길을 위해 열심히 달려온 수연이었다.

 

 하지만 분홍빛 꿈은 잔인한 현실을 자각하는 순간, 깨어지고 말았다.

 음대 입시를 치르기 위해선 교수에게 레슨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없는 살림을 쪼개 딸의 꿈을 밀어주었던 엄마에게 더 이상은 무리였다.

 수연은 늦은 밤, 홀로 눈물짓는 엄마를 본 이후로 제 꿈을 놓아주었다.

 슬프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엄마를 힘들 게 만드는 건 더욱 슬픈 일이었다.

 일찍 철들게 된 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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