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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불완전한 모든 것
작가 : 예다올
작품등록일 : 2019.9.4

‘그 끝없는 끝에 네가 지치지 않도록 함께 걸어줄 거야.’

늘 나사하나 빠진 채 몽롱하니 걸음을 옮기는 것 같고, 퍼즐 조각 하나를 들고 빈자리를 찾아 헤매듯이 끝이 없는 지루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래준다면 그것만으로 세상은 아름다운 건 아닐까요?

비록 자신의 삶을 완벽함으로 채우진 못했어도 나 또한 누군가의 완전을 바라니까.

‘그런 네 옆에 내가 걸음 맞춰 걸을게. 이제 함께 걷는 거야. 가다가 힘들면 등 맞대고 쉬고, 또 손 맞잡고 걷고, 누가 이기나 뛰어도 보고, 느릿하게 얼마나 걸었는지 걸음수도 세는 거야. 네가 심심하면 노래도 불러 줄게. 우리가 걷는 길에서 마주치고, 지나친 사람들은 우리에게 응원도 해주고, 힘들까 물도 건넬 거야. 그럼 힘든 줄도 모르고 계속 걷는 거지.’

확실한 것은 세상에 늘 사랑이 있다는 것입니다.

 
- chapter 7
작성일 : 19-10-14 11:43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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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여기일까. 아랑은 눈앞에 보이는 어둠에 잠긴 한강을 보며 그를 원망했다. 그와 좋았던 기억만 가득한 이곳까지, 기어이 가져가야 했을까. 살아가면서 그땐 그런 일이 있었지 웃으며 추억할 그 장소를, 미소 지을 수 있는 미래를 망쳐야만 했을까.

 

 “나 바빠.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애써 무미건조하게 말한 그녀에도 그는 단호했다.

 

 “내려. 좀 걷자.”

 

  먼저 차에서 내리는 그를 뚫어져라 보던 아랑이 화가 난 건지 어깨를 들썩이며 차문을 거칠게 열었다. 신경질을 어디라도 풀고 싶어 온 힘을 다해 문을 닫고는 강변으로 내려가는 그를 가로막았다.

 

 “너 도대체 왜 이러니?”

 

  아랑의 목소리가 잔뜩 격양되어 있었다. 그녀와는 반대로 도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묻고 싶은 말이야. 서울로 왔다며.”

 “그거 묻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니?”

 “어디 사는데.”

 

  그 질문을 한 이유는 소연 때문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자신이 그녀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게 지난 한 달 동안 그를 미치도록 괴롭혔다.

 

 “내가 이사를 하던, 말던 무슨 상관이야.”

 “왜 나는 상관하면 안 되는데.”

 

  아랑이 그를 쏘아보았다. 그녀가 그리 독하게 자신을 볼 수도 있다는 것. 그럼 그간 얼마나 제게 미소를 보인 건지. 도현은 내심 더 미안해졌다.

 

 “윤소연은 아는 거. 나는 알면 안돼?”

 

  아랑은 처음으로 그와 더 이상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졌다.

 

 “어. 안돼.”

 

  소연이는 친구고. 너는 현도현이니까. 아랑이 숨을 한 번 고르고 침착하게 말했다.

 

 “하고 싶은 말 끝났으면 먼저 갈게.”

 

  돌아서는 그녀를 그가 붙잡았다. 그에게 잡힌 손목이 뜨겁게 타오르는 것 같았다. 도현은 차게 식은 그녀의 손을 잡아주고 싶었지만 그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말했다.

 

 “기회를 줘.”

 “무슨 기회?”

 

  아랑이 천천히 돌아서 그의 손을 비틀어 쳐냈다.

 

 “들어나 보자. 네가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냥...”

 

  깊게 한숨을 내쉰 그가 되려 그녀에게 물었다.

 

 “넌 이렇게 끝낼 거야? 나 하나 쳐내면 네 마음 편해지는 거야? 아, 혁준이랑도 다시 안녕인가? 그렇게 우리도 안녕이야?”

 “내가 먼저 물었잖아.”

 

  마주친 시선 속 두 사람의 신경전이 오갔다. 아랑이 그에게 잡혔던 손목이 제멋대로 시큰거리자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이렇게 또 넌 내게 흔적을 남기는구나.

 

 “너 하나랑 불편해졌다고 내 인간관계 정리해야 하니? 그러기엔 내가 너무 손해잖아.”

 

  그녀는 그의 질문에 망설임 없이 답할 수 있는 게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혁준이랑 불편해질 일 없어. 이사할 때도 도와줬고, 너보다 훨씬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 마. 혹여 나 어디 사는지 물어보려는 생각일거든 접어. 비밀로 해달라고 내가 먼저 부탁했으니까. 혁준이, 이젠 내 친구이기도 해.”

 

  도현의 표정이 아프게 일그러졌다.

 

 “그렇게 숨어버리면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끝났는데 뭘 하겠다는 거야?”

 

  그녀가 끝까지 상처를 건드는 그에 아픈 웃음을 뱉었다.

 

 “왜, 사과라도 하게? 내가 너 좋아해서 네가 나한테 사과라도 하게?”

 “신아랑.”

 “내 이름 부르지마. 너 진짜 미워.”

 

  끝까지 싫다고는 못한 아랑이 그에게서 등을 보였다. 소연이 맞았다. 그녀가 그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한계. 여전히 아랑은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었다. 미련한 걸까, 바보인 걸까. 왜 이리 구차해지는 건지 아랑은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도현이 거칠게 제 얼굴을 쓸었다. 여름밤에는 웃음소리 가득하던 한강의 둔치가 쓸쓸하기 그지없었다. 멀리 자전거를 탄 한 남자가 두 사람을 빠르게 지나치자마자 도현이 말했다.

 

 “내가 어떻게 해줄까.”

 

  아랑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그냥 내버려둬. 나 좀 그냥 내버려두라고.”

 “어떻게 내버려둬. 내가 네 마음 알았는데 어떻게 내버려 두냐고!”

 “그러니까.”

 

  아랑이 흐르는 눈물을 훔쳐내고 돌아서 말했다.

 

 “그러니까 내버려두라고. 네가 내 마음 알고도 모른 척 했잖아. 그걸로 대답했잖아. 알아들었다니까? 뭐, 다른 거절도 있니?”

 

  애써 뒤돌기 전 훔쳐냈던 손길이 무색하게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너도나도 흘러 내렸다. 그 눈물에 도현의 말문이 턱 막혔다. 아랑은 목소리가 떨리고, 목이 아려왔다. 비록 얼굴은 눈물범벅일지라도 말만큼은 똑 부러지게 하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쪽팔려서 그래. 내가 너무 쪽팔려서...”

 

  널 마음에 품은 지도 모르고 넌 날 대했고. 그런 너에게 설레이고, 가슴 뛰면서도 부정하면서 곁에 있고 싶어 했던 내가. 그런 내 치부를 들켰는데 쪽팔린 건 당연한 거잖아. 아랑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눈물을 닦아냈다.

 

 “제발 나 좀 모른 척 해주라.”

 

  가을바람에도 몸이 얼 수 있는 건지 멀어지는 아랑을 그는 잡을 수가 없었다. 한강이 그리도 적막한 날은 없었다.

 

 

 

 ***

 

 

 

  아랑이 떠나가고도 한참이나 멍하니 서있던 도현은 한숨을 쉬었다. 뭐가 이렇게 어려울까. 그리 물으면 아랑은 모든 건 자신 때문이라 말하고 홀로 눈물을 훔칠 것이 떠올랐다. 도현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누리의 고백을 외면하던 것보다 훨씬 아팠다. 왜 그랬을까. 왜 몰랐을까. 어린 날에도, 그녀를 다시 만난 때에도 왜 몰랐을까. 도현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떨구어진 시야에 제 발에 밟힌 들꽃이 보였다.

 

  열아홉, 무더운 어느 여름 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저 꽃 예쁘지 않아?’

 

  아픔이 오기 한참 전에도 그는 그녀를 외면하고 있었다.

 

 ‘난 이름 모를 이 꽃이 참 예쁘더라. 혹시 이름 알아?’

 ‘내가 어떻게 알아.’

 

  무뚝뚝하게 쳐 내었다. 어린 소녀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한 채 너무도 매몰찼다. 누군가에게 밟힌 꽃을 울상을 짓고 보던 그녀가 어느 날 그 위에 선 그를 보고 울음을 터트릴 듯 말했다.

 

 ‘밟지마.’

 

  그 말조차 흘려버렸다.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엎드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어렴풋이 잠에 들었을 때 들려오던 그 시에 귀를 기울였다면 그는 알았을까.

 

 

 ‘밟지마.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괜찮지만

 알고도 짓밟진 마.

 네 발에 밟힌 꽃이

 꼭 나 같으니까.’

 

 

  제 집 아래 지하방에서 들려오는 한 가정의 웃음소리에 삐뚤어진 걸까. 홀로 이른 밤부터 혼자 있는 제 귀에 들어온 그 웃음소리가 부러웠던 걸까. 제가 갖지 못하는 것을 가진 그녀에게 샘이 났던 걸까. 어떤 것이든 열아홉 소년의 괜한 자존심이 지금에서야 후회를 몰고 왔다.

 

  도현은 그 기억이 되살아나며 눈살을 찌푸렸다. 늦게 다가와 의자를 빼 앉은 혁준의 인기척을 알아챘지만 아는 체 하진 않았다. 혁준이 그늘진 그의 얼굴을 힐끔 살피며 물었다.

 

 “무슨 일 있냐?”

 

  일이 있다면 아랑에 관한 일일 것이고, 지금 그가 신경 쓰는 문제도 아랑이라는 걸 알지만 그는 모른 채 물었다. 맥주 넘기는 목울대만 눈치 없이 소리를 내고 있을 때 도현이 말했다.

 

 “신아랑 이사 했다며.”

 

  황급히 입에서 캔을 떨어뜨린 혁준이 애써 태연하게 답했다.

 

 “아, 그래?”

 “네가 도와줬다던데.”

 

  혁준의 움직임이 멈췄다. 도현이 태연하게 맥주를 홀짝였다. 여전히 그에겐 눈길 한 번 안 준채 언젠가 보았던 푸르른 나뭇잎의 친구가 바람의 모진 장난에 떨어졌을까 바닥을 응시했다. 혁준이 어색하게 목소리를 냈다.

 

 “아아, 기억이 나는 것 같다. 맞아. 잠깐 뭐 옮겨준 것 같기도 하고... 네가 그 날 바빴었나? 그러고 보니 널 못 본 것 같네.”

 “비밀로 하기로 했다던데.”

 

  혁준의 말문이 턱 막혔다. 도현이 말없이 맥주를 홀짝였다. 아랑을 찾아 마음고생을 했던 도현을 알기에 혁준은 괜히 그에게 미안해졌다. 그가 고민하다가 먼저 사과라도 해보려 입을 열었을 때 도현이 선수를 쳤다.

 

 “신아랑이 날 피해.”

 

  혁준에게 섭섭한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그가 말했다. 혁준이 한숨을 쉬었다.

 

 “피하는 덴 이유가 있겠지.”

 “이유... 있지.”

 

  느릿한 도현의 답에 혁준이 곧장 답했다.

 

 “알면 내버려둬.”

 “그러니까... 근데 왜 그게 안 될까?”

 

  도현이 맥주를 입가로 가져갔다 도로 물렸다. 그런 도현을 보며 혁준이 진중하게 말했다.

 

 “마음 없으면 더 이상 얼굴 보여서 뒤숭숭하게 하진 마라.”

 “마음...”

 

  도현이 생각에 잠겼다. 마음. 답답한 지금 마음을,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 이 마음에 붙을 이름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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