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은빛마녀 (1)
작성일 : 19-10-14 08:51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1000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201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은 오슬로

 

 “어~, 유진 딱 맞춰서 왔네. 어서 내려가자. 헨릭 부인께서 조금 전부터 기다리고 계셔.”

 찰스는 자신의 방에서 나오다 한국 대사관에서 볼일을 보고 이제 막 계단을 올라온 유진을 만났다.

 

 “헨릭 부인께서? 나를? 왜? 뭐 땜에?”

 계단에서 찰스를 올려다보며 유진은 궁금해했다.

 

 그런 유진을 찰스는 돌려세우며 말했다.

 “오늘 크리스마스이브 잖아.”

 

 유진은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흘렀구나’ 하며 생각을 하다 찰스의 손에 이끌려 헨릭 부인 방으로 내려갔다.

 “어~어~ 잠깐, 찰스~!!”

 

 “똑- 똑-”

 

 “어떡해~ 찰스? 나 아무것도 준비 못했는데?”

 헨릭 부인 방문 앞에서 방문을 두드린 찰스를 보며 유진이 낮게 속삭였다.

 

 “괜찮아. 실은 나도 준비 못했어.”

 찰스도 고개를 숙여 유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아~아~ 찰스, 너라도 준비했어야지.’

 웃고 있는 찰스를 보며 유진은 속으로 말했다.

 

 그때 방문이 열리며 헨릭 부인이 한껏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어서들 와요. 노인네 혼자 밥 먹기 그래서 같이 먹자고 불렀어요. 미안해요. 찰스.”

 

 “아니에요. 이렇게 불러 주셔서 오히려 감사한걸요. 그지~ 유진~”

 

 “아하하하~ 그럼요. 정말 감사해요. 부인.”

 

 “자자. 배고플 텐데 얼른 테이블에 앉도록 하죠.”

 헨릭 부인은 한껏 기분 좋은 목소리로 그들을 주방으로 데려갔다.

 

 유진은 주방으로 걸어가다 거실에 있는 산타 복장을 한 커다란 트롤인형을 발견했다.

 “앗-! 찰스- 저거-”

 유진이 살짝 놀라며 손으로 가리킨 인형은 얼마 전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본 것이었다.

 그때 헨릭 부인께 드릴 선물로 사려고 했다가 너무 커서 들고 다니는 것이 불편해 질까 봐 나중에 산다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유진~! 너무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큰 선물을 받아본 게 얼마만이지 모르겠어요.”

 헨릭 부인이 부엌에서 종종 걸음으로 나오더니 유진을 꼬~옥 끌어안으며 말했다.

 

 “맘에 드신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헨릭 부인 등 뒤에 있는 찰스가 웃으며 윙크를 하자 유진은 살짝 흘겨보며 마주 웃었다.

 그리고, 그들은 헨릭 부인의 식탁에 앉아 웃음꽃을 피우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겼다.

 

 그렇게 한참을 동네에서 음식 맛이 좋기로 소문이 난 헨릭 부인의 저녁 식사를 배 터지기 직전까지 먹은 두 사람은 소화도 시킬 겸 칼 요한스 거리에 있는 찰스의 단골 카페로 산책을 나섰다.

 하지만, 칼 요한스 거리로 걸어가던 그들은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끈 채 자신들 뒤를 천천히 따라오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칼 요한슨 거리에 있는 고양이들의 모임이라는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는 유진과 찰스는 커피를 주문한 후 밖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서 추위에 언 몸을 녹였다.

 

 그런 그들을 뒤따라온 검은색 차 안에서 누군가가 창가에 앉아 있는 유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스마트폰으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요. 승조.”

 “그 기자 년 죽지 않았어. 지금 내 눈앞에 커피를 마시고 있거든.”

 “걱정 마. 들키지 않았으니까.”

 “알았소. 내가 며칠 뒤에 찾아가지.”

 

 통화를 마친 남자는 차창을 통해 보이는 유진과 찰스를 보며 인상을 찌푸리며 차 시동을 걸었다.

 “정말 귀찮은 짓을 했어. 야크-”

 

 

 유진과 찰스가 앉아있던 카페 창밖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길가 위로 쌓여 갔다.

 찰스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만지작거리며 유진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듣고 있는 중이었다.

 “하얗게 피~어~난~ 얼음꽃~ 하~나~가 달~가운 바람에 얼굴을 내~밀~어~”

 

 찰스는 한국어를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유진의 흥얼거리는 노래가 너무 애달프게 느껴져 유진의 손을 꼬옥 잡았다.

 “유진, 대사관에서 그 단체에 대해 알아낸 거 있어?”

 

 “없어, 전혀. 아무도 모르고 있던데 그런 단체가 있는 줄 말이야.”

 

 “그렇구나. 곧 찾아내겠지 힘내.”

 

 “고마워. 찰스. 찰스가 정말 착해서 다행이야.”

 유진의 말에 쑥스러워하는 찰스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유진은 그를 만난 그때가 떠올랐다.

 

 사실 유진은 그때 자신이 죽은 않은 것을 알고 있었다.

 야크가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을 때 한 말, 그것은 올해 여름 아스커 북쪽 숲에서 자신의 차에 치어 죽어가는 사슴에게 한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그녀는 그 말이 일종의 주문처럼 느껴졌다.

 죽어가는 사슴을 유진의 차 트렁크에 실은 야크는 셈스바넷 호수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자신의 통나무집으로 데려간 뒤 마구간에 조심스레 놓아두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다음날 아침 야크와 함께 마구간의 문을 연 유진은 자신이 아직 꿈에서 깨지 않았는지 볼을 꼬집었다.

 마구간 안에는 어제 그 죽어가는 사슴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멀쩡하게 살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사슴을 산으로 돌려보낸 후 유진은 야크에게 어떻게 된 거냐고 여름 내내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캐물었다.

 그러는 동안 둘은 자연스레 친해져 갔다.

 아니 어쩌면 어릴 적에 부모를 잃은 그녀를 늘 따뜻하게 대해주는 야크에게 특별한 감정이 생겨버렸는지도 몰랐다.

 그렇게 여름이 끝나가는 무렵, 일주일 동안 영국에 잠시 다녀온 유진은 야크를 만나기 위해 셈스바넷 호수에 있는 그의 집을 찾아갔다.

 그리고 정오를 넘어선 시간에 야크의 집에 도착한 유진을 맞이한 것은 통나무 문짝이 부서져 너덜거리고, 집안에는 물건들이 여기저기 어질러져 있는 주인 없는 집이었다.

 야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그녀는 집안을 살펴보던 중에 몸싸움한 흔적을 발견했다.

 아무래도 누군가와 여기서 심한 다툼이 있었던 모양인데 두꺼운 통나무 문짝이 부서질 정도면 예삿일이 아닐 거라는 현직 기자의 감이 말해주었다.

 아스커로 돌아온 유진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사라진 야크의 흔적을 뒤쫓았다.

 그리고 야크가 사라진 시간이 점점 흘러 두어 달이 지났을 무렵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해 초조해진 그녀 앞에 야크가 남긴 마지막 흔적이 있던 장소가 나타났다.

 그곳이 여섯 개의 돌이란 비밀단체와 관련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녀는 야크를 찾기 위해 그 비밀단체에 잠입했다.

 그곳에서 더 깊이 파헤친 유진은 여섯 개의 돌이 가진 엄청난 비밀을 알아버렸고 그녀는 어떤 장소에서 한 개의 돌을 훔쳐 달아났다.

 며칠 동안을 그들을 피해 여기저기 노르웨이의 도시를 옮겨 다닌 그녀는 결국 어느 가파른 산길에서 굴러 떨어져 버렸고, 그 때문에 크게 상처를 입은 그녀가 그들 다섯명의 추적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려 결국 그들에게 붙잡히게 된 것이었다.

 그녀는 뒤늦게 나타나 자신의 심장에 칼을 꽂은 야크의 슬픈 눈을 보면서 깊은 잠에 빠져 다음날 깨어났고 그렇게 12월 12일 오전, 열흘 만에 해가 모습을 보인 오슬로에서 찰스를 만났다.

 

 

 찰스가 유진을 데리고 온 다음날 그녀는 그와 식사를 하면서 자신이 어떻게 오슬로에 나타났으며 자신이 물에 젖어 일단 가까운 하숙집으로 데리고 와서 헨릭 부인께 부탁한 일 등을 그의 얘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유진은 찰스의 얘기가 끝나자 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식사를 마치고 나면 자신이 머물고 있는 호텔로 가겠다고 했다.

 찰스는 그녀와 헤어지는 게 아쉬워서 자기가 그곳에 데려다 주겠다고 선뜻 나섰다.

 사실 돈이 없던 유진은 살짝 고민하는 척하더니 찰스의 애절한 표정을 보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는 척을 했다.

 그렇게 둘은 그날 낮에 아스커에 있는 스칸딕 아스커 호텔에 도착했다.

 

 “뭐라고요~!! 세상에~ 말도 안 돼!!.”

 

 하지만, 호텔에 도착한 유진은 황당해했다.

 자신이 이미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했다는 것이다.

 호텔 측에 자신은 그런 적이 없다며 무슨 착오가 있는 게 분명하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호텔 직원과 같이 자신이 머물렀던 객실로 간 유진을 맞이한 것은 깨끗하게 청소된 빈방 뿐이었다.

 방안을 훑어보던 유진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직원에게 자신이 착각한 것 같다며 미안하다고 말하고는 호텔에서 나왔다.

 그런 그녀를 찰스는 졸래졸래 따라다니며 그녀에게는 미안하지만, 혹시 자신의 하숙방으로 같이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에 부풀었다.

 ‘역시 그들이 손을 쓴 게 틀림없어. 혹시 그걸 발견했을까? 하긴, 뭐 발견해도 상관없긴 하네.’

 유진은 호텔입구에서 하늘을 보며 눈을 감고 잠시 생각에 빠져 있더니 찰스를 돌아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며칠만 같이 지낼 수 있을까요?”

 

 그녀의 말을 듣고 찰스는 속으로 미친 듯이 기뻐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럼 옷을 사러 갈까요? 아무래도 제 옷은 좀 크죠.”

 

 그렇게 둘은 헨릭 부인의 하숙집으로 다시 되돌아 가기 전에 쇼핑몰부터 들렀다.

 

 그리고 하숙집에 도착한 찰스는 헨릭 부인에게 자신의 친구라고 유진을 소개한 후 빈 방을 유진에게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유진을 빤히 보던 헨릭 부인은 묘한 표정을 하고서 찰스의 옆구리를 쿡 하고 찔렀다.

 “같이 지내면 되지. 굳이 뭐 하러....”

 

 헨릭 부인의 짓궃은 말에 손을 흔들며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당황하며 말하는 찰스를 향해 헨릭 부인이 웃는 얼굴로 네~네~ 그래요~ 알겠어요 연신 대답하며 유진을 데리고 빈 방으로 향했다.

 

 그 후로 유진은 찰스와 밥을 먹을 때마다 한 번씩 그날을 떠올리곤 했는데 그때마다 자신은 찰스를 만난 게 엄청난 행운이라고 말하곤 했다.

 만약 나쁜 맘을 먹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생각만 해도 소름 돋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자신이 겪었던 일을 찰스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비밀로 하라고 말하며 그에게 얘기해주었다.

 

 

 

 12월 30일 북해의 알프스 로포텐으로...

 

 12월 29일 아침, 소파에 누워 뉴스를 보던 유진은 로포텐에서 약한 지진이 일어나 현재 상황을 여자 기자가 생중계로 보도하는 모습 뒤쪽으로 한 남자가 스쳐 지나는 것을 보았다.

 그 남자를 본 유진은 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 입고서는 찰스의 방문을 열었다.

 “찰스-!! 차 안 쓸 거지. 나 좀 빌려 갈게.”

 

 “어디가게? 내가 데려가 줄게.”

 찰스는 주방에서 걸어 나와 옷걸이에 걸려있는 차 키를 빼내며 유진에게 다가갔다.

 

 찰스의 손에서 차 키를 집어 든 유진은 얼른 계단을 내려갔다.

 “아냐, 나 혼자 갈게. 나중에 봐.”

 

 그리고 유진은 뒷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찰스의 미니 쿠퍼를 타고 오슬로 기차역 방향으로 향했다.

 

 

 다음 날, 12월 30일 새벽 오슬로 기차역.

 새벽 일찍부터 부산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유진은 보되행 열차에 오르자마자 몸이 나른해져 의외로 푹신한 객실 의자에 몸을 깊이 묻어버리더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찰스는 그런 유진에게 하숙집에서 가져온 체크무늬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러고 열차가 출발 신호와 함께 서서히 움직이자 그도 이내 잠에 빠져 버렸다.

 

 열차가 터널로 들어가며 덜컹 거리자 잠에서 깬 유진은 창문에 비친 찰스의 모습이 보였다.

 유진은 책을 보는 찰스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젯밤에 자신도 함께 스볼베르에 가겠다고 온갖 핑계를 대며 때를 쓰던 그의 모습이 떠올라 ‘풋-’하고 웃음이 터졌다.

 

 “갑자기 왜 웃는 거야? 유진.”

 찰스는 읽던 책을 접고 갑자기 웃음이 터진 그녀을 돌아봤다.

 

 “아냐, 아무것도 아냐, 찰스.”

 유진은 찰스의 어깨에 머리를 살며시 기대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싱긋 웃으며 찰스는 유진의 비단결 같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어제부터 물어보고 싶었던 말을 슬며시 꺼냈다.

 “근데, 유진 스볼베르에는 왜 가는 거야?”

 

 유진은 눈을 감으며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오(Å)에 가기 위해서...”

 

 궁금했지만 유진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온 슬픔을 느낀 찰스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는 게 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릿속은 오(Å)라는 곳이 어디였는지 기억을 해내느라 바빴다.

 

 늦은 밤, 그렇게 열차를 타고 세 번의 환승 끝에 종착역인 북부도시 보되에 도착한 유진과 찰스는 역 밖으로 나와 어제 저녁에 미리 예약을 한 호텔이 있는 방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잠시 뒤, 그들의 모습이 역에서 벗어난 지 어느 정도 지나자 두 명의 남녀가 기차역 입구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이거 좀 봐~ 바렌~ 얼른 보라니깐-!! 내 엉덩이가 더 커진 것 같지 않아-!?”

 

 자신의 엉덩이를 여기저기 만지며 유난을 떠는 록시의 모습을 샐쭉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바렌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한숨을 내뱉었다.

 “이것 봐. 록시-! 당신 엉덩이는 원래가 컸다구. 그걸 벌써 잊은 거야?”

 

 그의 말에 록시는 허리에 한 손을 걸치며 어이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머! ~ 바렌! 그런 말은 숙녀에게 실례라는 거 몰라?”

 

 “흥-! 숙녀가 다 얼어 죽었군.”

 바렌은 입가에 비웃음을 잔뜩 걸친 채 보되 시내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톡 쏘는 말을 들은 록시는 눈썹을 팔자로 만들더니 왼쪽 어깨에 메고 있는 커다란 숄더백 안을 뒤지더니 은색 매그넘 44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앞서 걸어가고 있던 바렌의 등을 향해 총을 쏴댔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밤하늘에 울리고 그 소리를 들은 역 안쪽에 있던 사람들이 밖으로 달려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젠장!!!”

 총을 맞고 길바닥에 엎어진 바렌은 벌떡 일어나더니 록시의 손을 잡고 빠른 속도로 내달렸다.

 

 “그러게~ 왜 내 성질을 건드려~!!”

 록시는 속 시원한 표정으로 바렌의 뒤통수에 대고 소리쳤다.

 

 “알았어-!! 알았다고-!!!, 그러니까 제발 뛰기나 해~!!!”

 

 “캬하하하하~~!!!”

 

 총성을 듣고 나온 사람들이 역 앞으로 뛰쳐나왔지만 이미 그들은 그림자도 남기지 않고 보되 시내 안으로 사라져버린 뒤였다.

 

 찰스와 나란히 걸어가던 유진은 뒤쪽에서 총성이 울리자 놀라 멈춰서 뒤를 돌아보았다.

 “찰스 저거 총소리 같은데 맞아?”

 

 “응, 그런 거 같아.”

 찰스도 의아해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서 총소리라니...’

 

 “음, 얼른 가는 게 좋겠어.”

 약간 무서워진 찰스는 유진의 손을 잡고 빠른 걸음으로 호텔 쪽으로 향했다.

 

 

 12월 31일 오전, 보되 공항에서 프로펠러 경비행기를 타고 30분 만에 로포텐 제도 스볼베르에 도착한 유진과 찰스는 좀 더 빨리 목적지인 오(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서 렌터카 업체에 방문했다.

 높은 물가에 비싼 값을 치르고 차를 렌트 한 그들은 근처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한 후 오(Å)를 향해 [E10도로]에 올라탔다.

 

 유진과 찰스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반대편 식당 안에서 지켜본 바렌은 커피를 마시는 록시에게 재촉했다.

 “이제 그만 먹고 일어나. 그들이 출발했어.”

 

 “뭐~어? 이제 막 입술을 적셨는데, 너무해~”

 

 “그러게-!! 누가 늦잠을 자래~!!”

 바렌은 록시가 늦잠을 자서 겨우 저들을 찾아낸 것에 화가 나 있었다.

 

 버럭 소리를 지른 바렌은 록시를 내버려두고 혼자 일어나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저이가 조금 성질이 급해요. 호호~홍”

 록시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록시가 나오자 바렌은 은색 아우디를 몰고 그녀 앞에서 멈춘 후 조수석 창문을 내려 얼른 타라고 손짓했다.

 록시는 곱슬거리는 금발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차문을 열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이거~ 어디서 났어~? 빌렸어~?”

 

 록시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를 들은 바렌은 이마를 좁히며 록시에게 짜증냈다.

 “이걸 빌렸겠어-? 네가 돈을 다 써버렸는데 엉-?!!!”

 

 “아~ 그럼 훔쳤구나. 그거 나쁜 짓인데~”

 록시가 방긋 웃으며 대꾸하자 바렌은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젠장!! 애초에 너랑 오는 게 아니었어-!. 세상에 그 많은 돈을 어- 휴~~!!”

 

 “바렌 이미 지난 일이야. 화내면 건강에 좋지 않아~”

 

 “젠장-!!!”

 

 바렌은 지금 이 순간 조셉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두 시간 조금 넘게 운전을 해서 오(Å)에 도착한 유진과 찰스는 숙소를 잡기 위해 로르브어를 찾아갔다.

 

 [로르브어는 예전에 어부들이 임시숙소로 사용했던 곳을 관광객 유치를 위해 숙박업체로 바꾼 곳으로 외관은 그대로이지만 내부는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어 분위기나 시설은 좋은 편이다.]

 

 오후가 다가오자 서서히 어두워지기 시작한 오(Å)의 하늘은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처럼 변해 갔다.

 로르브어 앞에 도착한 유진은 차에서 내려 변해가는 하늘을 넋을 잃고 한참을 바라봤다.

 

 “우와~!! 여기 너무 멋져!!”

 찰스의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를 들은 유진은 찰스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래~ 너무 멋져”

 

 “유진이 여기에 오려고 한 게 이제 이해 가네. 너무 환상적이야”

 

 찰스의 시선을 따라 하늘을 본 유진은 어느새 밤으로 바뀌어 오로라가 춤을 추는 것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하지만, 이것 때문이 아니야.’

 오로라를 보고 있는 유진의 눈은 다른 것을 보고 있는 듯했다.

 

 유진의 분위기를 느꼈는지 찰스는 유진의 곁으로 와서 유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 이대로 계속 더 있다가는 얼어 죽겠어.”

 

 “그래, 들어가자.”

 낮 하고는 전혀 다른 추위에 둘은 얼른 로르부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찰스는 좀 더 오로라를 보지 못한 게 아쉬워 들어가자 마자 창가에 붙어 연신 하늘을 바라봤다.

 

 유진은 데스크에서 방을 두 개 빌린 후 찰스에게 조금 쉬겠다고 말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찰스는 그런 그녀를 뒤에서 바라보다 자신도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유진과 찰스가 로르부어에서 쉬고 있는 같은 시각...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오(Å)를 향해 달려가는 차가 있었다.

 

 “흐~아암~ 너무 피곤해~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야? 바렌.”

 하품을 연신 해대며 시트 등받이를 한껏 뒤로 재껴 누운 록시는 바렌을 향해 투정을 부렸다.

 

 “네가 휴게소에서 그 짓만 하지 않았어도 우린 벌써 도착했어-.”

 바렌은 고개를 흔들며 어이없다는 듯 록시를 힐끗 쳐다봤다.

 ‘화장실이라니....’

 

 

 3시간 전

 

 오(Å)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마을 레크네스로 들어선 바렌과 록시는 차에 기름을 채우기 위해 잠시 주유소에 들렸다.

 직원이 차에 주유하는 동안 바렌은 물을 사기 위해 상점에 들어갔다.

 그리고 차안에서 음악을 듣고 있던 록시는 밖을 둘러 보다 길 건너편에 있는 술집을 발견했다.

 정확히는 술집 안에서 웃고 떠들고 있는 남자들을 발견한 것이였다.

 술을 마시며 웃고 있는 남자들을 본 록시는 눈을 가늘게 뜨며 혀로 입술을 핥더니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차에 기름을 넣고 있던 주유소 직원이 입을 헤벌래 하고서 그녀를 쳐다봤다.

 

 “이봐요~ 여기 화장실이 어딨죠~?”

 그 주유소 직원은 방긋 웃으며 영어로 말하는 록시에게 누런 이가 드러나게 웃어 보이며 손으로 주유소 뒤편을 가리켰다.

 

 록시는 그가 가리킨 곳을 보다 차안에 앉아있는 바렌에게 몸을 숙여 말했다.

 “나 저어~기에 갔다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자신에게 말을 하고 비교적 깔끔해 보이는 건너편 술집으로 걸어가는 그녀를 보면서 바렌은 코웃음을 쳤다.

 ‘꼴에 여자라는 건가. 나 참.’

 

 

 잠시 뒤 술집 입구 문이 열리며 록시가 들어오자 시끄럽게 떠들며 얘기하던 남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한 순간, 술집 안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노래만 들릴 정도로 조용 해졌다.

 록시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손드르 레르케의 노래를 들으며 좁은 통로를 지나갔다.

 그녀가 지나가는 동안 남자들은 걸을 때마다 실룩거리는 커다랗고 탄력이 넘치는 그녀의 엉덩이에 시선이 모아졌다.

 록시는 그 뜨거운 시선들을 즐기면서 붉은 입술을 살짝 오므린 채 눈웃음을 치며 화장실로 통하는 뒷문 앞으로 걸어간 뒤 하얀 목덜미가 훤히 보이게끔 자신의 금발을 쓸어 올렸다.

 그러자 남자들의 목구멍으로 침이 ‘꿀-꺽’하고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귓가로 남자들의 숨소리와 침 넘어 가는 소리를 들은 그녀는 ‘하아~’하며 탄성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는 허리에 손을 올린 채 가볍게 뒤를 돌아봤다.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그녀의 눈동자는 빨갛게 변해 있었고, 그런 그녀의 빨간 눈동자를 본 남자들의 눈도 시뻘겋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런 남자들의 옆자리 혹은 혼자 앉아있던 여자들은 남자들이 이상해진 것을 느꼈다.

 시뻘건 눈을 한 남자들은 뜨거운 입김을 내뿜으며 갑자기 자신의 옷을 찢어 발겼다.

 놀란 남자들의 일행인 여자들은 소리를 치며 말리고 혼자 온 여자는 술집 밖으로 나가려 일어섰다.

 그 순간, 록시가 커다랗게 소리쳤다.

 “렛츠~!! 고~!! 파티!!!~~”

 

 “크아아아~~!!!!”

 벌거벗은 남자들은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주위에 있는 여자들의 옷을 찢어 버리기 시작했고 어느새 술집 안은 음탕한 열기와 여자들의 비명 그리고 신음소리로 가득 차 버렸다.

 

 록시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만족스러운 얼굴로 바라본 후 자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을 바라보며 자신도 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는 남자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도톰한 혀로 조명에 반짝거리는 붉은 입술을 핥아갔다.

 

 한편 주유소 주차장으로 차를 주차해 놓은 바렌은 록시를 기다리다 길 건너 술집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곳에서 록시를 찾은 바렌의 눈에 짜증이 잔뜩 서렸다.

 

 “제길!! 내 이럴 줄 알았어. 저 여자 정말 짜증나는 구만.”

 바렌은 아수라장이 되어가는 술집을 바라보면서 차 핸들을 손바닥으로 ‘탁’하고 치며 투덜거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6 사라진 자들의 시간 (3) 2019 / 11 / 22 195 0 7484   
15 사라진 자들의 시간 (2) 2019 / 11 / 19 191 0 8468   
14 사라진 자들의 시간 (1) 2019 / 11 / 16 195 0 7386   
13 사라진 자들의 시간 2019 / 11 / 13 204 0 7479   
12 은빛마녀(10) 2019 / 11 / 10 200 0 8373   
11 은빛마녀(9) 2019 / 11 / 9 218 0 11578   
10 은빛마녀(8) 2019 / 11 / 7 205 0 8399   
9 은빛마녀(7) 2019 / 11 / 4 201 0 7841   
8 은빛마녀(6) 2019 / 11 / 1 194 0 11021   
7 은빛마녀(5) 2019 / 10 / 29 210 0 10565   
6 은빛마녀(4) 2019 / 10 / 26 198 0 11543   
5 은빛마녀(3) 2019 / 10 / 22 210 0 10781   
4 은빛마녀(2) 2019 / 10 / 16 262 0 12098   
3 은빛마녀 (1) 2019 / 10 / 14 230 0 10004   
2 물에 젖은 선물 2019 / 10 / 7 217 0 6715   
1 노르웨이의 숲 2019 / 10 / 4 356 0 430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