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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슈퍼비틀
작가 : 백점토끼
작품등록일 : 2019.8.31

슈퍼비틀이라는 사슴벌레에서 발견한 당뇨병 완치제(GLP-K2 유사체)를 강탈하려는 일본과 한국 정보기관의 흥미진진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제27화 - 신주쿠 스시의 혈투
작성일 : 19-10-14 08:47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8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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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주쿠스시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손님들로 북적였다.

 "사또상~ 여기 샤께 한 병 더 가지고 온나!"

 건물주 김사장은 친구 둘과 함께 신주쿠스시에서 술자리를 하고 있었다. 사토는 김사장이 마시고 있던 닷사이(だっさい) 샤케와 서비스로 나온 가마보코(かまぼこ)를 테이블에 갖다 주었다.

 "이거는 뭐꼬? 안시킸는데?"

 "예, 최고급 가마보코입니다. 서비스입니다."

 "너거 봤제? 요 자주 온나이? 알았제? 여기가 대한민국에서 최고 유명한 초밥집이다. 내가 딱 봉께 사람들이 예의도 바르고 딱 됐더라꼬! 천~상 일본 사람 같더라니까. 참! 이 친구가 바로 사또다 사또. 내가 전에 이야기하제? 이 친구가 조선시대만 태어났어도 완전 사똔데 사또. 혼다 사장 맞제?"

 혼다는 김사장의 농담에 웃음으로 답례했다. 김사장은 술만 취하면 사토의 이름으로 자주 농담을 했기 때문에 혼다는 이미 그 레파토리를 모두 알고 있었다.

 

 * * *

 

 창정은 작은 방에 손발이 묶인 채 앉아 있었다. 왼쪽 광대뼈 주위는 주먹으로 맞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슈퍼비틀은 어디 있나?"

 "……."

 "어서 대답해!"

 "니들이 병식이 죽였지?"

 창정은 악에 받혀 대답대신 질문을 던졌다. 경산에서 잡혀 온 후 눈을 떴을 때 창정은 온 몸이 묶인 채 생전 처음 보는 곳에 쳐 박혀 있었다. 이들이 부산지방경찰청에서 왔다고는 했으나 여기가 부산인지는 알 길이 없었다. 창정은 이 세 남자로부터 하루 종일 사슴벌레를 내놓으라는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 그 과정에서 커다란 사슴벌레의 이름이 슈퍼비틀이고 병식을 총으로 쏜 살인범과 아내를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자신과 통화한 수사관이 모두 이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병식이 말했던 외제차도 이들이 타고 온 렉서스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결국 모든 사건의 발달은 슈퍼비틀이라고 부르는 커다란 사슴벌레로 인해 일어난 것이었다.

 처음에 창정은 이들에게 사슴벌레가 있는 곳을 말해 버릴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병식과 중국집 배달원을 무참하게 살해한 사람들인 만큼 절대로 자신을 살려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슴벌레를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창정은 이들의 존재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자신과 똑같은 한국인이었지만 때때로 완숙한 일본말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화에서 보던 야쿠자 같은 폭력조직이라고 생각하기엔 모두들 인텔리하게 생겼고 더군다나 생전 처음 보는 기계들을 다루고 있었다. 아무튼 창정은 이제 경찰을 피해야 할 상황이 아니라 유능한 경찰이 나타나서 자신을 구해주기만을 간절히 기다려야 했다. 창정이 슈퍼비틀을 숨겨 놓은 위치를 절대로 이야기 하지 않자 이들은 일본말을 주고받으며 뭔가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듯 했다. 그러더니 잠시 후 한 남자가 창정의 입에 헝겊뭉치를 집어 넣은 후 재갈을 물리고 헤드셋을 씌웠다. 옆에 있던 또 다른 남자는 헤드셋을 쓰고 그 이상하게 생긴 기계를 조작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아내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창정은 눈물이 핑 돌았다.

 "한창정씨 댁이죠?"

 "예! 제 남편이에요. 거기 어디시죠?"

 "예, 여기 경찰선데 한창정씨께서 여기서 조사를 받고 있어서 대신 전화 드렸습니다. 걱정 많으셨죠?"

 "흑흑! 저희 남편이랑 통화할 수 없나요?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죠?"

 아내는 하루 종일 소식이 닿지 않은 창정이 걱정 되었는지 울먹이며 말했다. 창정은 너무 괴로웠다. 온몸을 바둥거렸지만 묶여 있는 줄 때문에 꼼짝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통화가 어렵구요. 여기서 주무시고 내일 아침 일찍 댁으로 가실 겁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데 거기 어디세요?"

 "그건, 보안상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걱정하시지 말고 기다리시면 남편 분이 내일 들어가실 겁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창정은 목 놓아 울고 있었지만 입 안 가득 들어 있는 헝겊뭉치와 입이 아플 만큼 꽉 조인 재갈로 인해 어떤 소리도 낼 수 없었다.

 "한창정씨! 가족은 살려야 되지 않겠어?"

 창정은 절망했다. 그리고는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한 남자가 재갈을 풀어줬다.

 "시키는 대로 할 테니 제발 가족들은 살려주세요!"

 "잘 판단했어요. 갑시다!"

 그 들은 창정의 팔과 다리에 묶인 줄을 풀었다.

 

 * * *

 

 신주쿠스시의 시계는 밤 9시를 넘기고 있었다.

 "꺼억~ 혼다 사장! 이리 와 봐라."

 혼다는 김사장의 테이블로 갔다.

 "아휴 사장님! 많이 취하셨네요."

 "나 친구들하고 2차 갈 낀데 내랑 같이 한 잔 하러 가자."

 혼다는 가끔씩 김사장이 술자리를 요구할 때 같이 나가서 분위기를 맞춰주곤 했었으나 오늘은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오늘 좀 바쁜 일이 있습니다."

 "뭐? 싫다는 기가? 그라지 말고 딱! 한잔만 하고 가자! 꺼억~."

 김사장의 친구들은 김사장이 술에 많이 취했다며 그냥 집으로 가자고 했으나 김사장은 막무가내로 2차를 요구했다. 혼다는 김사장이 눈치를 채지 못하게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돌려보냈다.

 "야! 야! 니들 어디 가는데? 저 쫄보 쌔끼들 마누라한테 콱 잡혀 살아가지고, 어이구 빙신새끼들!"

 혼다는 어떻게든 김사장을 집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 뒀다간 영업시간을 마치고도 식당 일을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았다.

 "사장님! 친구 분들은 보내시고 저랑 같이 가시죠! 그런데 딱! 한잔만입니다?"

 "그래! 딱! 한잔만 하자이? 역시! 우리 혼다 사장 양반이라."

 혼다는 옷을 대강 갖춰 입고 김사장을 부축해 나온 후 렉서스에 혼다 사장을 태웠다.

 "어디로 모실까요?"

 "광인리 가자 광안리! 거 멋~찐 데 있다. 내가 오늘 확실히 보여주께."

 혼다는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뒷 자석 열선시트 스위치를 올리고 히터를 25도로 맞췄다.

 혼다가 김사장을 데리고 나간 후 홀에는 한 테이블의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들은 이미 충분한 식사를 마친 터라 사토는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홀에 있는 마지막 손님들이 나가면 식당 문을 닫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때 처음 보는 건장한 두 명의 남자가 신주쿠스시로 들어와 홀에 앉았다. 그리고 다시 10여분쯤 뒤에 남자 한명이 들어와 바에 앉았다. 영업시간이 20여분도 남지 않은 시간에 처음 보는 낯선 남자들이 연이어 들어오자 식당을 지키던 사토와 노리는 눈빛을 교환하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주방 안쪽 거실에서 한창정을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라 신주쿠스시는 극도의 보안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손님! 저희 영업시간이 10시까지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사토는 바에 앉은 김광진 요원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아! 예! 좀 늦게 퇴근을 했는데 딱 한잔만 하고 가려구요. 어묵이랑 정종 잔술로 하나 주세요. 시장한데 초밥도 두 개 주시구요."

 같은 시각 신주쿠스시 맞은편 카니발 승합차에는 박문석 팀장과 국정원 요원 두 명이 식당 내부의 대화를 도청하고 있었다.

 "상황은?"

 팀장의 말은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요원들의 무선 인이어로 전달되었다. 홀에 있던 이규진 요원은 식당 직원들에게 노출이 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턱을 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방 하나, 홀 하나, 합계 둘. 주방 안쪽 공간 파악 안 됨."

 "다른 한명은?"

 "부재중."

 "시간이 얼마 없으니 최대한 빨리 나머지 한명의 동태를 파악하라."

 9시 50분이 가까워오자 국정원 요원들만 남고 모든 손님들이 식당을 나갔다. 홀에 있던 이규진 요원은 보이지 않는 또 한명의 직원을 찾아보려는 듯 화장실로 향했다. 잠시 후 사토는 서비스로 제공하는 어묵국물을 김광진 요원 앞에 내놓았고 그 순간 홀에서는 영업 종료를 알리는 노리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자 오늘 저희 신주쿠스시를 찾아주신……."

 김광진 요원은 재미있는 표정으로 노리의 공연을 보고 있었다.

 "하하하! 멋지네요!"

 김광진 요원이 말했다.

 "네! 노리는 가부끼 전문 배우 출신입니다."

 "아! 그렇군요."

 김광진 요원은 샤케를 한 입 들이키고는 어묵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아! 좋네요."

 "상어고기로 만든 어묵을 넣어서 더 시원하실 겁니다."

 "상어로도 어묵을 만들어요?"

 "네, 저희 일본에서 인기가 좋습니다."

 김광진 요원은 다시 한 번 어묵국물을 떠서 입에 넣었다.

 "와! 정말 맛있어요. 근데, 다른 직원 한분은 어디 가셨나 봐요?"

 김광진 요원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초밥 위에 올려놓을 사시미를 자르던 가늘고 긴 칼이 스르르 멈췄다. 동시에 어묵국물을 Em던 김광진 요원의 숟가락에는 작은 파동이 일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사토는 신주쿠스시를 처음 방문한 손님이 혼다의 존재를 묻자 이 정체불명의 남자가 사전에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인지하고 온 것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들을 염탐하거나 단순히 식당 내부의 상황을 확인하러 온 사람이라면 분명 손님들이 북적거릴 시간에 표 나지 않게 들어왔어야 한다. 하지만 영업이 끝나갈 시간에 맞춰 들어왔고 게다가 홀에 앉은 저 두 명의 남자도 오늘 처음 신주쿠스시를 방문한 손님이었다. 사토는 고도의 훈련을 받은 내각정보조사실 특수요원의 감각으로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진행될 것임을 직감했다.

 반면 김광진 요원은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압 작전이 수행되기 전에 김철민의 위치를 파악해야 한다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하지만 홀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부끼 공연으로 식당 안이 다소 산만스러웠고 음식을 내는 요리사는 워낙 자연스럽게 자신을 대했기 때문에 상황을 너무 앞질러 가버린 것이었다. 김광진 요원은 요리사가 사시미질을 멈추는 동작을 목격한 순간 일이 틀어진 것을 알았다.

 은은한 백열등 빛을 받은 광어 살에 윤기가 흘렀다. 사시미칼은 미끄러지듯 도마를 빠져나왔다. 사시미칼의 진동을 그대로 흡수한 사시미 한 점이 도마 위에서 두어 번 튕겨 올랐다. 사토는 오른팔을 쭉 뻗어 김광진 요원의 목을 향해 사시미칼을 휘둘렀다. 사시미칼은 '쉭' 하는 소리와 함께 김광진 요원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김광진 요원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뒤로 젖혔고 날아오는 사시미칼을 향해 숫가락을 갖다 댔다. 사시미칼은 김광진 요원이 들어 올린 숟가락의 목을 자른 후 아무 저항도 받지 않은 듯 빠른 속도로 나아가 김광진 요원의 넥타이 매듭을 갈랐다. 사토의 일격을 받은 김광진 요원은 뒤로 나자빠졌다. 사토는 왼손으로 주방 조리대를 짚고 단번에 바를 훌쩍 넘어 김광진 요원에게 뛰어들었다. 김광진 요원은 사시미칼로 달려드는 사토를 피하기 위해 왼쪽으로 두 바퀴를 구른 후 허리춤에 차고 있던 권총을 꺼냈다. 김광진 요원의 권총이 사토를 향하기 직전 사시미칼은 날카로운 쇠소리를 내며 총구를 강타했고 김광진 요원의 손바닥에 제대로 쥐어지지 못한 권총은 입구 쪽으로 날아갔다. 사토는 김광진 요원의 오른팔 안쪽을 사시미칼로 그은 후 그의 위로 재빨리 올랐다. 김광진 요원은 자신의 눈앞으로 무섭게 날아오는 사토의 칼날을 왼손으로 붙잡았다. 칼을 쥔 손바닥에서 나온 붉은 피가 김광진 요원의 흰색 와이셔츠 위로 흘러내렸다.

 홀에서 가부끼 공연를 구경하던 하정욱 요원은 바에서 일어난 갑작스러운 일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광진 요원이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자 하정욱 요원은 사토를 저격하기 위해 권총을 꺼내 들었다. 가부끼 공연을 하던 노리 역시 긴박한 상황임을 감지했고 가까이 있던 하정욱 요원이 권총을 꺼내들자 테이블에 있던 나무젓가락으로 하정욱 요원의 오른팔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나무젓가락은 하정욱 요원의 오른팔을 관통했고 하정욱 요원은 권총을 놓쳤다. 노리는 빠른 동작으로 다른 나무젓가락을 다시 집어 들고는 하정욱 요원의 목을 찔렀다. 하정욱 요원은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홀 바닥으로 쓰러졌다.

 "퓩! 퓩퓩!"

 화장실에서 나오던 이규진 요원의 총에서 세 방의 총소리가 들렸다. 한발은 노리의 머리를, 다른 두 발은 사토의 가슴과 머리를 정통으로 관통했다. 김광진 요원은 사토를 옆으로 밀친 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규진 요원은 하정욱 요원에게 달려갔다. 박문석 팀장은 다급한 목소리로 식당 내부의 상황을 물었다.

 "무슨 일이야?"

 "2번이 위독합니다. 홀에 있던 적 둘은 제거했습니다. 바로 주방 안쪽으로 진입하겠습니다."

 박문석 팀장은 같이 있던 요원에게 구급차를 부르도록 지시한 후 차에서 내려 신주쿠스시로 달려갔다. 김광진 요원은 주방에 있던 하얀색 수건으로 칼자국이 난 왼손을 감고 권총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이규진 요원과 함께 주방 안쪽 밀실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 * *

 

 숙소에 있던 세 명의 남자는 슈퍼비틀이 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창정을 일으켜 세웠다. 숙소 입구 문을 나온 후 창고까지는 좁은 복도가 있었다. 그 복도를 나온 후 왼쪽으로 가면 주차장으로 가는 뒷문이 있었고, 오른쪽으로 가면 식자재와 냉장고 등이 있는 공간을 지나 주방으로 연결되는 문이 있었다. 남자 한명이 앞장서서 나가고 나머지 두 명의 남자는 창정의 뒤를 따랐다. 복도에서 걸어나오고 있는 창정에게 먼저 나간 남자가 뒷문 쪽으로 가라는 듯 손을 들어 가리켰다.

 창정은 이들이 첨단 기기를 사용하며, 일본말을 잘 하는 한국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들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에 자신이 사슴벌레의 위치를 알려주는 순간 자신을 죽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여기서 달아나다가 잡힌다 해도 사슴벌레의 위치만 말한다면 이들이 굳이 가족을 괴롭히지는 않을 것 같았다.

 창정은 복도를 나와 왼쪽으로 향하는 듯 몸을 살짝 틀었다. 그리고 사래가 걸린 듯 기침을 몇 번하다가 곧바로 뒤로 돌아 반대쪽을 향해 달렸다. 앞에 있던 남자는 당황한 나머지 창정의 옷을 잡아보려 하였지만 창정은 몸을 숙여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좌우로 각종 채소와 조리기구, 냉장고 등이 눈에 보이는 것으로 봐서 창정은 이곳이 식당임을 알아차렸다. 앞에 있는 문만 열면 식당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보게 될 것이고 사람들은 살려달라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들 중 누군가는 뒤따라오는 이들을 막아서고, 누군가는 112에 신고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저들은 달려가는 자신을 절대로 죽일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없으면 사슴벌레도 찾을 수 없을 테니까. 창정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이 제대로 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죽을 힘을 다해 발을 디뎠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 있던 문이 열리더니 두 남자가 창정에게 총을 겨누었다. 창정은 깜짝 놀라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뒤로 돌았다. 자신을 따라오던 세 남자들의 손에도 총이 들려 있었다. 창정은 죽었구나 생각하며 바닥에 쪼그려 앉았다. 순간 양 옆에서 '퓩퓩퓩' 하는 소리가 났고 주위에 있던 조리기구들이 떨어지고 깨지는 소리가 났다. 잠시 후 정적이 흘렀다. 창정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쫓던 세 남자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 부러져 있었다. 뒤를 돌아다보니 역시 피투성이가 된 한 남자가 거의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창정에게 총을 겨누며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창정은 시체를 뛰어 넘어 뒷문을 향해 무작정 달려갔다. 지옥과 같았던 공간을 나서자 자그마한 주차장이 하나 있었다. 창정은 그곳을 가로질러 미친 듯이 뛰어갔다.

 

 * * *

 

 술에 취한 김사장은 뒷 좌석에 앉아 정신없이 코를 골고 있었다. 혼다는 김사장이 잠이 들 때까지 대화를 했고 가게에서 나온 지 한참이 지난 후에야 김사장을 사모님께 인도한 후 식당으로 향했다. 혼다는 이곳에 정착한 후 특수훈련과정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돌발적인 상황들을 많이 겪었지만 그때마다 빠른 판단력과 임기응변으로 잘 처신했다.

 혼다는 마음이 바빴다. 한창정을 잡았지만 정작 슈퍼비틀을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원들의 온갖 회유와 강압에도 한창정은 슈퍼비틀의 존재를 확인해 주지 않고 있고, 자신이 주도한 일련의 사건들로 이미 한국의 특수요원들이 어떤 식으로든 움직였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혼다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밤 안에 작전을 완료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엑셀을 강하게 밟았다.

 신주쿠스시로 향하던 혼다는 식당 앞 사거리에 진입하기 전 갑자기 차를 갓길에 대고 신주쿠스시를 주시했다. 신주쿠스시 맞은편에 정차되어 있던 승합차에서 세 남자가 내리더니 빠른 걸음으로 도로를 가로질러 신주쿠스시로 향했다. 세 사람은 문 앞에서 자세를 숙이고 총을 꺼냈다. 그들이 신주쿠스시로 들어간 직후 신주쿠스시 뒷편 주차장 쪽에서 한 남자가 뛰어나왔다. 한창정이었다. 한창정은 잠시 달려가더니 막 출발하려고 하는 시내버스에 올라탔다. 혼다는 한국의 특수요원들이 이미 자신들의 아지트를 습격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혼다가 한창정을 쫓으려고 차량을 움직이는 순간 사거리에 정지 신호가 들어왔다. 잠시 후 창정이 탄 시내버스가 혼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혼다는 스마트 기기를 꺼낸 후 키패드에 신속하게 '777 333 444 3' 을 입력했다. 잠시 후 화면에 "RFID SEARCHING" 이라는 문자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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