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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1950년 그날
작가 : 솔거
작품등록일 : 2019.10.12

1950년 6.25일 그날부터 휴전까지 지금의 고양시 벽제동에서 벌어진 전쟁실화이다.

 
2화. 전쟁 나던 날
작성일 : 19-10-14 08:09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4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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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은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이 햇볕이 쨍쨍 내려 쫴든 날이었다. 김 구장은 보리타작은 이런 날 해야 된다며 보리 단을 주~욱 마당에 널어놓았다.

 

 그리고 쌈지에서 담배를 꺼내 담뱃대에 꼭꼭 꾸겨 넣고 성냥을 켜 불을 붙이고 뻐금뻐금 빨았다가 후 연기를 내 뿜으며 가물어서 보리타작하기는 좋은데 모내기가 늦으니 참 걱정이네 하면서 보리가 바싹 마르기를 기다렸다.

 

 은태는 엄마와 밭에 가서 감자를 캐가지고 와 아버지를 보니 타작은 안 하고 하늘만 멀건이 쳐다보고 계시니 엄마가 “아니 타작은 안 하고 왜 하늘만 쳐다봐요,” 하고 말했다.

 

 김 구장은 보리 짚을 만져보며 “조금 더 말라야 털리지 아직 눅눅해서 털리나?” 그러면서 태연히 담뱃대만 뻐금뻐금 빨고 있었다.

 

 은태는 방금 밭에서 캐온 감자를 까는데 바둑이 두 마리가 같이 놀자며 번갈아 기어올라 얼굴을 핥고 재롱을 부리니 저리가라고 감자 까던 수저로 바둑이 얼굴을 한 대씩 톡톡 때렸다.

 

 바둑이들은 은태에게 한 대씩 얻어맞고 앉아서 왜 안 놀아주느냐는 표정을 짓고 은태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은태는 바둑이를 쳐다보며 “그래 이 감자 까놓고 놀아줄게” 하니 바둑이들은 알았다는 표정으로 꼬리를 홰홰 내 두르며 팔짝팔짝 뛰었다.

 

 은태는 감자를 다 까서 엄마에게 주며 “엄마 이제 찌기만하면 돼요,” 하고 말했다.

 

 “아니 벌써 다 깠어?” 기특한 우리 은태, 그래 내가 빨리 사카린 넣고 쪄 줄게 하며 솥을 닦았다.

 

 솥을 다 닦은 은태 엄마는 감자를 솥에 넣고 은태보고 불을 때라고 하니 은태는 불은 흥태에게 때라고 그래.

 

 흥태가 어디 갔는지 안 보여서 그래, 형 들어올 동안 네가 좀 때, 알았어, 그리고 은태는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불볕더위에 불을 때니 온 몸이 땀범벅이다. 은태는 감자가 익을 만치 불을 때고는 “엄마 이제 다 익은 것 같아,”

 

 뒤꼍에서 김치 거리 다듬던 은태엄마는 그래? 그럼 빨리 와서 여기 차가운 물에 세수해! 하고 두레박으로 우물물을 퍼서 세숫대야에 부으며 더울 텐데 목물해 줄게 엎드려!

 

 은태는 응 하며 엎드리니 등짝에다가 물을 끼얹으며 시원하지! 벌써 첫 장마 질 때가 지났는데 이렇게 덥기만 하고 비가 안 오니 걱정이다.

 

 은태는 목물을 하고 바둑이들과 밖으로 나오니 아버지가 보리타작을 하고 계시다.

 

 은태는 그 타작마당 위 나무그늘에서 바둑이들과 뛰어놀다가 ‘고봉산’ 쪽에서 구르르 쿵 하는 천둥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고봉산봉우리에 검은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고 그 구름이 은태네 동네 쪽으로 오고 있다.

 

 은태는 그 시커먼 구름을 보고 아버지 비 오려나 봐요 하고 악을 썼다.

 

 김 구장은 은태 말에 ‘고봉산’ 쪽을 쳐다보니 정말 비가 올 것 같다는 생각에 벼란 간 소낙비가 쏟아지면 큰일 나는데 “은태야 빨리 엄마 나오라고 해! 이 보리 비 맞으면 안 돼!” 하고 악을 썼다.

 

 은태는 안으로 들어가 “엄마~ 빨리 나와서 보리 단 치우시래요,” 다급한 은태의 목소리에 엄마도 부리나케 나와 세 식구가 타작하던 보리를 재빨리 한 군데로 모았다.

 

 그리고 털린 보리는 대문 안 헛간에다가 들여놓고 보리 짚은 이엉으로 덮고 나니 굵은 빗방울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점점 세차게 쏟아진다.

 

 김 구장은 우장에 삿갓을 쓰고 천둥바지기 논(장마가 져야 모 내는 논)으로 나가 논두렁을 다시 손질해서 물을 가득 채웠다.

 

 첫 장마가 저서 은태네 천둥 바지기 논에도 물이 출렁이니 우선 써레(논 고르는 기구)질을 하고 그 다음날 모내기를 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일꾼들이 은태네 집으로 와 아침을 먹고 동네에서 북쪽으로 2Km 거리에 있는 ‘설문리’ 천둥바지기 논으로 간다.

 

 들에는 너도 나도 늦은 모내기를 하기 위해 일꾼들로 하얀 물결을 이루었다.

 

 김 구장도 논에 써레질을 하려고 써레를 지고 소를 끌고 간다. 은태는 바둑이 두 마리와 놀며 가다가 아버지가 소 끌고 가는 것이 힘들어 보이니 내가 끌고 갈게요.

 

 김 구장은 아들이 기특해서 “그래 네가 끌고 가라,”

 

 은태는 아버지 손에 있던 소고삐를 받아 쥐고, 이랴 하며 소 궁둥이를 고삐로 살짝 건드리니 황소가 빨리 가라는 신호로 알고 식식대며 다름 박 질을 친다.

 

 바둑이들은 은태가 저희들과 가다가 소를 끌고 가니 심통이 나서 황소 앞으로 가 큰 황소 눈을 보며 캉캉 짖어댄다.

 

 그러니 황소가 큰 눈을 더 크게 뜨고 콧김을 식식 내며 뿔로 받으려고 머리를 양옆으로 휘휘 내 젖는다.

 

 바둑이 들은 무섭지도 않은지 이리 홀짝 저리 홀짝 뛰어 황소를 놀려댄다.

 

 길옆 풀숲에서는 ‘찌르레기’가 알을 낳아놓고 그 옆으로 소와 사람이 지나가니 날개를 살살 떨며 자기 집에서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울어댄다.

 

 은태가 그것을 쳐다보고 있으니 아버지 김 구장이 저것은 자기 알을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들에는 새와 꽃들로 장관을 이루고 논밭에는 일찍 나와 일하는 농부들로 하얀 물결이 일렁인다.

 

 김 구장부자와 일꾼들은 천둥바지기 논에 도착해서 김 구장은 써레질을 하고 일꾼들은 모를 쪘다.

 

 모를 찌면서 ‘규석’(은태 뒷집친구)아버지는 모내기가 너무 늦어 지금 심어도 제대로 먹게 되려나 모르겠네?

 

 규석 아버지는 “오늘이 며칠이야” ‘경태’(은태친척동생) 아버지가 “오늘이 6월25일 공일이에요”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모를 다 찌고 나니 새참이 나온다. 김 구장은 일하다 말고 나가 새참 광주리를 받아 동둑에 내려놓고 일꾼 들을 부른다.

 

 자-어 다들 나와서 새참 먹고 일해! 그러니 일꾼들이 대강 씻고 나와 내장탕 안주에 막걸리를 한잔씩 들이킨다.

 

 그리고 조금 쉬었다가 모내기를 한다. 은태는 일꾼들이 모내기 하는 뒤에서 모쟁이(모를 가지런히 놓는 일)를 했다.

 

 점심때가 되니 은태엄마와 동네 아주머니들이 광주리에 점심을 이고 온다. 그것을 보고 규석 아버지가 재 빨리 나가 점심 광주리를 받아 동둑위에 놓았다.

 

 일꾼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논에서 나와 우선 막걸리부터 한잔씩 들이 키고 수염을 쓱 문지르며 된장 넣고 끌인 내장탕을 먹고는 김 구장네 내장탕은 언제 먹어도 맛있단 말이야.

 

 규석 아버지는 그게 김 구장네 된장 맛이 좋아서 그런 거야. 우리 집사람이 그랬어, 김 구장네 된장 맛은 고기 맛이 난다고?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점심을 먹고 났는데 북쪽하늘에 시커먼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쿵쿵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일꾼들은 천둥소리에 비 쏟아지기 전에 빨리 모내기를 끝내고 들어가자며 부산을 떨었다.

 

 북쪽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지는데 왼 사람들이 등에다 보따리를 지고, 이고, 아무 말도 없이 ‘청석골’ (은태네 동네) 쪽으로 간다.

 

 처음에는 나들이 가는 사람들인가 했는데 오후 세시쯤 되니 천둥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남쪽으로 가고 있다.

 

 그것을 본 일꾼 한명이 일하다 말고 논에서 나가 그 중 한 사람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이오?” 남쪽으로 가던 사람들은 일꾼을 멍

 하니 쳐다본다. 그러더니 “당신들은 난리 난 것도 모르시오,”

 

 “난리가 나요?”

 

 “아니 저 폭탄 터지는 소리 안 들려요?”

 

 그제야 일꾼들은 그럼 저 소리가 천둥소리가 아니고 폭탄 터지는 소리란 말이요.

 

 “그래요, 전쟁이 났단 말이에요 그래서 피난 가는 거요,”

 

 은태는 피난이란 소리에 아버지 피난이 뭐에요? 하고 물었다.

 

 “으~응, 피난이란 전쟁이 나면 죽지 않으려고 살던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가는 것을 피난 간다고 한단다.”

 

 그런데 그 천둥소리 같은 폭탄 터지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리니 일꾼들은 모를 더 빨리 내고 논에서 나와 피난민들과 같이 김 구장 집으로 왔다.

 

 동네로 오니 초입부터 피난민들로 만원이다.

 

 김 구장 집에도 몇 가구가 대문 칸에 진을 치고 있다.

 

 그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니 피난민들이 제각각 남쪽을 향해 떠났다.

 

 청석골 사람들도 불안한 마음에 안 절 부절 못하고 서성인다. 피난을 가야 되나 안 가도 되는 건가?

 

 그런데 오후 세시쯤 되니 은태네 앞들 동둑으로 군인들이 끝이 안 보이게 늘어서서 ‘고봉산’ 쪽으로 간다.

 

 은태는 호기심에 그들을 보려고 바둑이 두 마리와 함께 가까이 가서 자세히 본다.

 

 그들은 국방군인 것 같다. 국방군들은 열 명에 한명 꼴로 부상을 당해 동료군인들이 어깨를 한쪽씩 부축해 메고 간다.

 

 팔이 잘린 군인, 다리가 잘려 피를 흘리며 동료들에 의지해 가는 군인, 은태는 그들을 보니 너무 불쌍한 생각에 눈물을 글썽였다.

 

 국방군들은 파란 군복에 철모를 썼는데 철모에는 망을 쳐서 나뭇가지를 꽂고 양쪽 가슴에는 수류탄을 하나씩 달고 군화를 신고 간다.

 

 은태는 그때까지 그런 정규군을 처음 보고 불쌍하다고 느꼈지만 한편 멋지다고 생각했다.

 

 “야 국방군 멋있다.”

 

 그렇게 후퇴하는 국군을 보다가 집으로 오니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빨리 ‘백마’ 이모네로 피난을 가에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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