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13.나는 그림을 그린다.
작성일 : 19-10-14 00:00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2747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나의 세계로 돌아왔다. 이곳은 지금 이 순간도 빛이 났고, 산들거렸고, 따사로웠다. 저쪽 세계처럼 변화무쌍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늘 이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이곳의 날씨는 한마디로 ‘아름다움’이었다. 그것 말고는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곳이었다.

 

 내가 감탄하고 있는 그 순간 눈앞에 흰 무언가가 떨어지고 있었다.

 “여기도 눈인가?”

 

 나는 저쪽 세계에서 하루 종일 본 눈 덕분인지 눈으로 보였다. 여기는 눈이 오지 않는다. 아니 사실 잘 모른다. 올 수도 있겠지. 그러나 나의 기억엔 아직 없다. 나는 내 눈앞에 흩날리는 것을 자세히 보았다. 꽃나무에서 떨어지는 꽃잎이었다.

 

 “눈 대신인가?”

 나는 살짝 기대했었다. 이번에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았는데 역시 섭섭하기는 했다. 나는 내가 이렇게 눈을 좋아할 줄 몰랐다. 나의 의외의 모습을 알게 될 때마다 나 스스로도 놀라웠다.

 

 나는 바람 따라 흩날리는 꽃잎 사이를 걸었다. 이 예쁜 장면을 누려서 좋았고, 아무도 같이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아쉽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면 이 모든 게 더욱 반짝일 것 같았다. 그런데 누구한테 보여주고 싶은지는 확신 할 수 없었다. 그냥 그런 마음이 유난히 들었다.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꽃잎이 떨어지는 그 가운데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열심히 그렸다. 나의 뒤에서 나의 부모님이 물었다.

 “거기는 어디니?”

 

 나는 그때서야 내가 그리고 있는 그림을 자세히 보았다. 내 눈앞에 펼쳐져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이었다. 그러니까 저쪽 세계.

 

 나는 살짝 당황했다. 나도 모르게 그곳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아, 오늘 다녀온 곳 이에요.”

 

 나의 부모님은 내가 그린 그림을 유심히 살펴보셨다.

 “왜 이렇게 하얗지?”

 

 나는 나의 부모님이 눈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지 못했다.

 “눈 이에요.”

 

 나의 말에 나의 부모님은 생각에 잠기셨다. 그러다가 무언가 기억난 듯 활짝 웃으셨다.

 “기억나는구나. 눈으로 참 재미있었던 것 같아. 정말 좋았어.”

 

 눈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했다. 표정에서, 눈빛에서 다 설명이 되었다. 그런데, 왜 나는 그런 기억이 없는지. 부모님과 나는 각자의 생각 속에 한참을 있었다. 그러다가 다시 나의 부모님이 물었다.

 

 “네가 다녀온 곳은 어땠니?”

 나는 나의 그림을 다시 바라보았다. 아까의 모든 게 생생하게 떠올랐다.

 

 “재밌어요. 여기랑 많이 달라서 신기해요. 그러나 여기처럼 매순간이 아름답지는 않아요.”

 나의 말에 부모님은 살짝 미소를 지으셨다. 나는 대답하면서 나도 모르게 즐거워하며 들떠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곳이 재미 있어서 다행이야. 뭐 힘든 건 없니?”

 나는 묻고 싶었다. 왜 다른지, 그리고 내가 왜 가는지. 그러나 하지 않았다. 그냥 그래야 될 것 같았다.

 

 “그냥, 그렇게 힘든 건 없어요. 여기랑 좀 다르니까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나도 내가 무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지 모른다. 다른 세계라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지, 아님 그냥 은호인지 뭐라 정확하게 말할 수 없었다.

 

 나의 부모님은 나의 말에 그냥 듣고만 계셨다. 겪어보지 못한 곳이라 부모님도 내 말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보였다. 괜히 말한 것 같았다.

 

 “그런데, 전 언제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나의 갑작스런 질문에 나의 부모님은 진심으로 고민하셨다. 그렇게 하려고 물은 질문이 아니었다. 그냥, 어색한 분위기를 조금 바꾸고 싶었을 뿐이었다. 나는 정말 그런 능력이 없는 게 확실했다.

 

 “음... 어릴 때는 그림을 잘 그리는지 몰랐어. 그랬다면 그림 그리게 많이 도와줬을 텐데. 네가 큰 후에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잘 그린다는 것을 알았지”

 이상하게 아쉬움이 남는 표정이 부모님의 얼굴에 가득했다. 그러다가 곧 나의 부모님의 얼굴은 다시 환해졌다.

 

 “우리는 너의 그림이 너무 좋단다. 너무 아름다워서 그래서 좋아.”

 나의 부모님은 나의 그림 속 세상보다 더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으면서도 나의 그림을 좋다고 하신다. 실제보다 나의 그림이 못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음에도, 기분은 좋았다.

 

 나는 그림 그리는 것을 멈추고 꽃이 흩날리는 곳을 나의 부모님과 걸었다. 부모님은 나의 양쪽으로 서서 나와 함께 나란히 걸었다. 갑자기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모를 감정들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내가 볼 수만 있다면 지금 나와 부모님의 모습은 나에게 최고의 그림이었을 것이다.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에 나는 살짝 목이 메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 나는 목에 힘을 주고 침만 겨우 삼켰다.

 

 ‘이 감정은 뭐지?’

 

 나는 예상치 못한 감정에 살짝 혼란스러웠다. 한참 만에 나는 안정적인 상태가 되었다. 다행히 나의 부모님은 나의 이런 것들을 눈치 채지 못하셨다. 내 옆에서 환한 미소를 짓고 주위의 모든 것에 진심으로 감동하셨다.

 

 걷는 길 위에서 나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부모님과 함께하는 것은 나를 충분히 그렇게 만들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되어 가는 것 같았다.

 

 바닥에 내딛는 발걸음에 눈이 갔다. 나와 부모님은 똑같은 순서로 발을 내밀었다. 서로의 속도를 맞추며 그렇게 여유롭게 걸었다. 이 걸음에 나는 아까의 기억이 떠올랐다. 은호와 걸었던 눈길이 지금 내가 걷고 있는 길 위에 겹쳐지고 있었다. 은호는 아까 내가 있는 지도 모른 채 혼자 그 길을 걸었다. 은호 혼자 걷는 그 길은 어땠을까. 그 생각이 들자 은호가 아까 그 길 위에서 외로웠을 것 같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흰 눈길 위에 은호 혼자만의 발자국이 찍혔다. 누군가가 은호의 발자국 옆에 같이 걸었다면 은호는 덜 외로웠을 건데. 떠오른 은호의 모습에 마음이 살짝 복잡해졌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8 28.안녕(마지막 이야기) 2019 / 11 / 11 294 0 4126   
27 27. ...그리고 은호는 2019 / 11 / 10 270 0 3276   
26 26.선우가 떠나고 세 번째 겨울. 비가 왔던 날 2019 / 11 / 8 301 0 2192   
25 25.선우가 떠나고 두 번째 겨울- 어느 겨울날 2019 / 11 / 8 286 0 3315   
24 24.선우가 떠나고 1년 후, 첫 번째 겨울 2019 / 11 / 8 290 0 4261   
23 23.선우가 떠난 날 2019 / 11 / 6 273 0 6169   
22 22.그날의 기억 2019 / 11 / 4 277 0 6358   
21 21.나는 결국, 이 겨울이 싫다. 2019 / 11 / 1 290 0 3396   
20 20.새겨진 기억 2019 / 10 / 30 269 0 4070   
19 19.나는 이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슬프다. 2019 / 10 / 28 296 0 3064   
18 18.여름에 태어난 은호 2019 / 10 / 25 279 0 4959   
17 17.나는 이 여름이 신경 쓰인다. 2019 / 10 / 23 276 0 3150   
16 16.끊어져 버린, 봄날의 기억 2019 / 10 / 21 314 0 4203   
15 15.나는 이곳의 봄이 마음에 든다. 2019 / 10 / 18 285 0 3159   
14 14.선우의 흔적 2019 / 10 / 16 279 0 4076   
13 13.나는 그림을 그린다. 2019 / 10 / 14 292 0 2747   
12 12.눈이 와요... 2019 / 10 / 11 279 0 3523   
11 11.나는 겨울을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9 / 10 / 9 263 0 3209   
10 10.은호 아빠 선우, 선우 딸 은호 2019 / 10 / 7 280 0 3211   
9 9.나의집, 그곳 향기를 만들다. 2019 / 10 / 4 279 0 3372   
8 8.가족의 존재... 2019 / 10 / 2 290 0 4601   
7 7.나는 궁금하다. 2019 / 9 / 30 290 0 2813   
6 6.눈이 시리도록 파란, 그날의 그들... 2019 / 9 / 27 275 0 3217   
5 5.은호 옆 그들... 2019 / 9 / 25 279 0 3577   
4 4.나는 알지 못하다. 2019 / 9 / 23 295 0 3401   
3 3.나의 임무를 시작하다. 2019 / 9 / 20 298 0 2862   
2 2.은호의 기억 2019 / 9 / 18 300 0 3033   
1 1.나는... 2019 / 9 / 16 496 0 2350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그러니까 우리는
장선
사랑하는 너에게
장선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