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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한낮에 빛이 어둠의 깊이를 어찌 알겠는가.
작성일 : 19-10-13 20:37     조회 : 189     추천 : 0     분량 : 38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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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과거에서 왔다고?”

 

 시간 여행이라 하면 미래에서 과거로 오는 것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과거에서 온 걸 어떻게 알아?”

 

 “몇 년 도에서 왔냐고 물어봤는데 잘 모르겠다고 하고 말투도 좀 사극 말투였어.”

 

 “컨셉 잡는 거겠지.”

 

 많은 경험을 해온 그녀가 이런 안일한 수법에 넘어갔다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저런 건 충분히 거짓말로 둘러댈 수 있잖아.”

 

 “목소리에 울림이 있었어.”

 

 나보다 식견이 깊은 그녀에게 더 이상 반박할 여지는 없었다.

 

 과거에서 온 사람은 난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주위 아파트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아파트라 주위가 뻥 뚫려 보였다.

 

 그녀는 서서히 잠들어가는 노을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가 아스라이 어둠 속으로 잠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내려가서 얘기하죠.”

 

 그녀는 후줄근한 추리닝에도 단아한 모습을 잃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풍경이 낯설고 어색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머리가 어지러웠다.

 

 난생처음 오는 곳에서 사람을 끌고 가려니 여간 막막한 게 아니었다.

 

 쌩하고 지나가는 바람은 우리에게 빨리 어디론가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횡단보도를 건너 우리는 프렌차이즈 커피집을 들어갔다.

 

 “뭐 마실래?”

 

 커피집에 들어와서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대충하나 시키기로 했다.

 

 “핫초코.”

 

 물어보려고 자연스럽게 그녀에게도 시선이 갔지만, 그녀는 졸리다는 듯 눈을 감고 있었다.

 

 “핫초코 두 개 주세요.”

 

 과거에서 왔다면 커피보다는 핫초코가 입맛에 맞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빨리 나온 핫초코 두 개를 그들은 나란히 마시고 있었다.

 

 “맛있네요.”

 

 그녀가 처음 내뱉은 말이었다.

 

 짧은 울림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외모와 어울렸다.

 

 “몇 년도에서 오셨어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가는 집에 돌아갈 시간이 촉박해서 직접 물어봤다.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과거에서 온 사람치고는 차분하고 품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산 비입니다.”

 

 “예쁜 이름이네요. 산비 누나라고 부르면 되나?”

 

 “산비 씨라고 불러. 난 산비 언니라고 부를 테니까.”

 

 “난 왜 누나라고 부르면 안 돼?”

 

 “나만 언니라고 부를 거야.”

 

 그녀는 간혹 이상한 곳에 고집을 부리곤 한다.

 

 “산비 언니는 어쩌다가 여기 오게 됐어?”

 

 “……”

 

 모아의 질문의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침묵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 가버려서 모아가 급히 사과했다.

 

 “언니 혹시 불편하게 했다면 죄송해요.”

 

 “일단 우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주는 게 낫지 않을까?”

 

 그녀는 우리의 정체가 궁금했었는지 고개를 세우고 우리 둘의 눈을 번갈아가며 보았다.

 

 “아~ 이럴 때 명함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불평하지 마. 아, 저희는 시간 관리자 일을 하고 있어요.”

 

 “시간… 관리자?”

 

 “네, 네. 시간 관리자요. 그러니까 산비 씨처럼 시간 여행을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녀는 이해했는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그럼 이제 이해가 되실 거예요. 저희가 왜 산비 씨를 만나게 됐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지.”

 

 그녀는 아까보다 더 확신에 찬 표정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고 핫초코 한 잔을 마시는 그녀를 보니 조금 마음이 놓였다.

 

 “그렇다면 본론으로 들어가서, 여기 어떻게 오셨고 또 오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

 

 “혹시 말 못 할 이유라도 있으시다면 말 안 해도 괜찮아요.”

 

 이번에도 그녀는 대답이 없자 모아가 위로하듯이 말했다.

 

 “그런 게 아니라….”

 

 그녀는 말끝을 한 번 흐리고 말을 이었다.

 

 “어떤 사람이었어요. 전쟁이 끝나고 모든 것을 잃은 저에게 다가와서 새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말했어요.”

 

 “혹시 외관이 어땠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그녀는 핫초코 한 잔을 마저 마시고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어딜 가나 흔히 보이는 평민처럼 보였어요.”

 

 “그랬군요.”

 

 “전쟁으로 아들과 남편을 여의고 저는 혼자 남게 되었어요. 마을 사람들이 과부라고 손짓하고 어디 쓸모없는 게 굴러들어 왔다고 저를 피했어요. 전쟁으로 남편과 아들을 잃은 것도 충격인데 마을 사람들까지 그렇게 대하니 저는 할 말이 없더라고요.”

 

 그녀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듣다 보니 다 맞는 말이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어요. 저에게 죄라고 한다면 숨이 붙어 있는 게 가장 큰 죄었어요. 그마저도 힘들게 쉬고 있었지만. 며칠 동안 방석이 된 것처럼 방안에 처박혀 있었어요. 방석은 사람이 없으면 필요가 없는 존재죠.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녀는 과거를 회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짧게 한숨을 쉬었다.

 

 “여기 하늘은 원래 이렇게 칙칙한가요? 여기 온 뒤로 종일 하늘만 바라봤지만 칙칙하기만 했네요.”

 

 “네, 지금 시기가 그러네요. 만약 가을 정도에 오셨더라면 높고 파란 하늘을 보실 수 있었을 텐데요.”

 

 나도 모르게 그녀에게 스며들고 있는 것 같았다.

 

 카페에서 우리 테이블만 따로 고립된 기분이 들었다.

 

 “다 커서 쥐새끼보다 못한 인생을 살고 있으니 그냥 목숨을 끊어버릴까 생각했어요.”

 

 그녀의 울림 있는 목소리가 전해오는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데 마침 어디서 본 듯한 사람이 나타나서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새 삶을 주겠다고. 약도 하나를 쥐여주면서 말이에요.”

 

 “그래서 그 약도를 보고 갔나요?”

 

 “네, 제가 여기서 사라져도 무엇 하나 바꾸지 않을 거라는 걸 확신이 들어서 약도를 받자마자 갔어요.”

 

 “가서 어땠나요?”

 

 “무슨 끔찍한 일을 당해도 상관없었어요. 거기는 일반 집이랑은 다름이 없었는데 제가 들어가자 아까 본 그 사람이 있더라고요. 잘 오셨습니다 라고 한 뒤에 대뜸 제 눈을 가리더라고요.”

 

 그녀는 그때 일이 생생하게 느껴졌는지 어깨가 갑자기 올라갔다.

 

 “그 상태로 쭉 따라가서 저를 어디 의자에 앉혔어요. 그리고 몇 번 진동이 있고 나서 눈떠보니 여기로 와 있었어요.”

 

 “그 뒤로 쭉 옥상에 계셨던 건가요?”

 

 “그렇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녀는 한 모금 채 되지 않은 핫초코를 마시고 천장에 붙어있는 전등을 바라봤다.

 

 “저 빛은 아름답네요.”

 

 “여기 하늘보다 말인가요?”

 

 “네.”

 

 그녀는 기억을 떠올리느라 지쳤는지 목소리에 힘이 많이 빠져 있었다.

 

 “여기서 더 지내다 보시면 괜찮은 하늘도 많을 거예요. 앞으로 저희가 또 지원해 드릴 거고요.”

 

 “고맙네요.”

 

 “저희 일인걸요.”

 

 그녀와 나는 씁쓸한 발걸음으로 카페에서 나왔다.

 

 해가 진 뒤 달의 모습은 그녀만큼이나 사연이 깊어 보였다.

 

 한낮에 빛이 어둠의 깊이를 알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일단 그녀를 우리가 사는 지역 쪽으로 데리고 가는 게 좋다고 판단이 들어 터미널 쪽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돌렸다.

 

 짧지만 몇 번 봐온 거리가 이제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제 떠나야만 했다.

 

 우리가 탈 버스는 아직 기다려야 했다.

 

 그동안 우리는 터미널 주위를 걷기로 했다.

 

 달빛이 비치는 다리 위를 건너고 있었다.

 

 “여기 다리 진짜 높다. 그치?”

 

 모아와 산비 씨는 달빛 때문인지 둘 다 특유의 분위기가 돋보였다.

 

 산비 씨는 걸음이 느려서 우리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는 중간마다 뒤를 돌아서 말을 걸었다.

 

 뒤를 돌면 그녀는 내 시답지 않은 농담에 웃기도 하고 말없이 걷기도 했다.

 

 “산비 언니 진짜 예쁘지 않아?”

 

 모아가 나한테만 들리게 얘기했다.

 

 “그러게.”

 

 “어째 좀 시큰둥한 느낌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넋이 나간 거야.”

 

 “그럴만하지.”

 

 “야, 이제 돌아갈까?”

 

 “그러자. 지금 안 가면 너무 늦을 거 같기도 하고.”

 

 다리 중간쯤 도착했을 때 그녀에게 말하려고 뒤를 돌아봤다.

 

 “뭐야. 산비 언니 어디 갔어?”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다리 위에 이차선을 따라 움직이는 자동차는 우리를 무시하듯 지나갔다.

 

 “어디 간 거야. 야, 잠깐만. 저기 봐.”

 

 불빛이 닿지 않는 다리 난간 쪽에 어두운 덩어리가 있었다.

 

 그녀는 다리 위에 난간에서 아찔하게 앉아 있었다.

 

 머리가 앞으로 쏠려 있어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 같았다.

 

 그녀의 엉덩이가 난간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녀는 우리를 보고 있었다.

 

 웃고 있던 그녀의 표정에서 구원되지 못한 양 1 마리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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