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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17
작성일 : 19-10-13 11:52     조회 : 261     추천 : 0     분량 : 2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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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는 자세를 바꾸어 앉아서 마동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원장실과 공기도 마동의 이야기를 하다 중간에 멈추면 무거워졌다. 실내의 공기도 마동이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흉가 안에서 플래시 빛이라는 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잘 설명을 못하겠지만, 그러니까 플래시의 빛은 일정하게 빛의 미립자가 산란하며 5미터 정도를 뻗어 나가는 게 맞습니다. 흉가 안으로 들어와서 복도에서 플래시 빛을 비추었을 때 복도 저 먼 곳까지 플래시 빛은 자신의 역할을 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서서히 걸어가면서 어느 특정한 부분(벽면이나 구석진 부분)을 비추면 플래시의 빛이 그곳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 특정한 부분은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2미터나 3미터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 플래시의 빛이 닿지 않는 것이었죠. 플래시의 빛은 마치 건전지가 다 되어 점점 얇아지면서 일 미터도 비추지 못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복도를 비추면 다시 복도의 먼 곳까지 밝게 비치는 거죠. 어둠은 자신에게 비치는 플래시의 빛을 먹어 버렸습니다. 어둠은 우리에게 주의나 경고를 보내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분명하게 경고를 한 것입니다. 조원들은 처음에 플래시를 두드리고 여분으로 들고 간 건전지를 갈아 끼워 봤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우리 조는 일층에서 회수할 수 있는 우리조의 깃발을 모두 회수 한 다음 이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이층에 올라서니 또 한 꺼풀의 축축한 어둠이 몸을 뒤덮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플래시 빛은 더욱 옅어지고 작아졌습니다. 한 직원이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떠는 것이었어요. 긴장이 극도에 달하니 몸이 반응을 한 것입니다. 어둠이 직원의 체온을 심하게 떨어트리며 의식을 갉아 먹었어요. 회사 내에서 체격이 제일 좋고 운동을 잘하기로 소문이 난 직원입니다. 저회 회사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형사가 되려고 했다는 직원이 몸을 떨기 시작했습니다. 이가 서로 부딪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이층복도에 울려 퍼질 정도였습니다. 나는 안 되겠다 싶어서 차장님에게 말해서 그만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하고 말했습니다. 물론 저도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습니다. 산 밑에 있는 본부에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우리가 들고 있는 모든 휴대전화기에 수신이 된다는 표시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몸을 떨던 직원이 복도의 천장을 무심코 플래시로 비쳤는데 음…….” 마동은 한참동안 다음에 올 말을 찾았다. 어떠한 단어를 집어넣어야 말이 이어질까 한참을 생각했다.

  “음…… 공포로 인해서 죽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는 방법은 정해져있지만 죽는 방식에서는 실로 다양한 방법이 있고 만약 여기서 죽게 된다면 우리는 그 어느 곳에서도 죽는 방법이 알려지지 않았던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그런 생각이 들었냐고 한다면 직원이 무심코 플래시를 비쳤던 천장의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어둠이 말이 새끼를 낳듯 부풀어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이내 플래시의 빛을 먹어버렸습니다. 그 모습을 우리는 모두 보았고 몸을 떨던 직원이 그만 어딘가를 향해 막무가내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말릴 겨를도 없었어요. 우리는 그 직원을 불렀습니다.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판단은 엉망진창으로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달려가던 직원은 올라왔던 계단으로 가지 않고 반대쪽으로 뛰어가더니 복도에 붙어있던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문은 전부 잠겨있거나 못질이 되어 있어서 열리지 않았는데 직원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기에 있는 힘을 다해 문을 열려고 했습니다. 그 모습마저 흉물스럽고 무서웠습니다. 우리가 옆에서 말렸지만 이미 그 직원은 본인이 뿜어 낼 수 있는 자신의 힘의 몇 배를 발산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의 문이 열리고 그 직원이 블랙홀을 빠져나가듯 문 안으로 들어갔고 우리들 역시 빨려 들어갔습니다. 방은 요양소에서 식당으로 있던 자리인지 싱크대나 개수대 같은 것들이 죽 일렬로 붙어 있었습니다. 직원은 건물을 빠져나가려고 방의 이곳저곳을 개처럼 돌아 다녔습니다. 저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어둠속에서 떨어져 나온 또 다른 어둠의 무리가 천장을 타고 슥 슥 옮겨 다니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어둠은 끈적끈적하고 징그러운 촉수를 지니고 있었어요. 촉수의 끝을 세우고 우리들에게 달려들어 체내의 수액을 다 빨아먹고 우리들은 미라 같은 형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니 저 역시 공포에 몸이 심하게 떨렸습니다. 밑의 직원들도 말 할 것 없거니와 차장님의 얼굴은 이미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습니다. 혈압이 많이 오른 모양이었죠. 그런데 저의 착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천장에 달라붙어 자글자글 거리던 어둠이 벽을 타고 스믈스믈 내려오는 겁니다. 다른 직원들은 아마도 경황이 없어서 못 본 듯했지만 전 그 모습을 분명히 봤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과 확신이 성립하지 않는 것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어둠은 천장에서 벽을 타고 이동을 했습니다. 흉가의 주방 실내의 어둠이 이미 우리의 온몸을 뒤덮고 있었음에도 기분 나쁘고 축축하고 이질적인 어둠은 서서히 벽을 타고 내려와서 우리에게 다가오려 했습니다. 아니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어둠이 상당히 끈적끈적했고 플래시의 빛이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는데도 이질적인 어둠이 움직이는 모습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시무시한 어둠이 몸을 떨고 있던 직원의 몸을 감쌌고 옆으로 옮겨가서 다른 직원의 몸도 감쌌습니다. 사신처럼 내려오는 모습에서 나는 죽음과 마주한 느낌이 어떤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 짧은 순간 이런 흉가를 이용해서 돈을 벌려고 하는 이곳 지역 사람들이 미웠고 이런 이벤트를 주최한 회사도 미웠고 이런 상황에서 고작 미운 것들밖에 생각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가장 미웠습니다. 죽는 순간 미워하는 것들에 대해서 먼저 떠오르는 내 자신이 정말 미웠습니다.” 마동은 의자의 등받이에서 등을 뗀 후 자세를 잡고 다시 기댔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들이는 얼굴을 한 의사는 침착하게 다음 말을 기다려 주었다.

  “어둠은 차장님의 몸을 감쌌고 직원들의 몸을 하나씩 감쌌습니다. 본래 있던 어둠이 축축하게 몸을 덮쳐왔다면 이번 어둠은 서서히 그리고 완벽하게 감싼다고 하는 게 제가 느낀 바였습니다. 직원들은 어둠이 자신의 몸을 감싼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그들은 몸을 떨며 출구를 찾았지만 이미 출구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질적인 어둠은 나의 몸에 와서 달라붙었습니다. 그 냄새를 아직도 기억합니다. 이 세계에서 맡을 수 없는 압도적인 어둠의 냄새. 곰팡이의 몇 배에 달하는 퀴퀴하고 푸석하고 어두운 냄새. 이질적인 어둠이 우리의 몸을 전부 감싼 후 우리는 몸에서 기가 몽땅 빠져나간 것처럼 전부 자리에 앉아 버렸습니다.” 마동은 숨을 헐떡거렸다. 의사의 눈빛은 천천히 이야기를 하라고 말하고 있었다.

  “회사에서 시간이 많이 흐르면 우리를 찾아오리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직원 중에 한 명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한 명은 몸을 떨었고 다른 한 명은 시선을 이리저리 분산시키며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었습니다. 차장님이 땀을 비 오듯 흘리고 저 역시 무서워서 상황대처 능력은 현저히 저하되어 있었습니다. 한 시간, 또 한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은 우리를 찾으러오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세 시간을 있었습니다. 완벽한 ‘고립’속에 우리들은 갇혀 버리게 된 것입니다. 고립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무게를 더해가고 어둠은 외부와의 단절을 더욱 단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고립되어 죽어가는 것입니다. 차고 있던 손목시계도 모두 멎어버렸습니다. 어둠은 모든 게 싫었던 겁니다. 인공적인 플래시의 빛도 앞으로 나아가는 시간도 시끄럽게 말하는 인간도 자신의 공간에 침투한 외부세력이 싫었던 것이죠. 몇 시간이 흘렀을까요. 허기가 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둠의 냄새처럼 역시 압도적이라 할 수 있는 허기가 몰려왔습니다. 나만 그런가하고 생각했는데 모두 배를 움켜잡고 공복의 상태를 못 견뎌 했습니다. 허기가 마치 천재지변처럼 몰려왔습니다. 고립 속에 허기는 실로 고통스럽습니다. 그 공간 안에서 현실의 바람이라고는 어디에도 찾을 수 없었죠. 이 모든 것이 어둠의 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헌데 주방의 어딘가에서 기적적으로 빵 굽는 냄새가 났습니다. 엄청난 허기가 불러들인 감각의 퇴화가 만들어낸 환각이 아닐까. 하지만 모두가 그 빵 냄새를 맡았고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떤 직원이 빵 굽는 냄새가 나는 쪽으로 갔습니다. 저는 그를 제제했지만 모두가 그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땀을 흘리며, 몸을 떨며 말이죠. 어두운 실내의 남향 쪽 싱크대 선반 안에 거짓말처럼 잘 구워진 빵이 있었습니다. 손보다 조금 더 큰 방이 우리 사람 수대로 접시위에 연기를 피워대며 놓여 있었죠. 전 그들을 말렸습니다. 말려야 했어요. 이건 어둠이 한 짓이다. 안 된다! 왜 그런지 빵을 집어 먹는다면 내부의 무엇인가가 망가져 버릴 것만 같은 두려움이 일었습니다. 이미 우리는 어둠에게 고립된 상태였고 이질적인 어둠은 이 방의 어딘가에서 우리의 모습을 낱낱이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어둠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실내 안에서 빵 냄새라는 것은 허기진 배를 더욱 쥐어짜게 했습니다. 직원이 이미 빵이 담긴 접시를 집어 들었습니다. 빵은 먹어치워야 한다는 관념처럼 빵 냄새를 실내에 가득 풍겼습니다. 빵에서 올라오는 냄새는 나를 먹어라 빨리,라고 말했습니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요. 아마도 다섯 시간은 족히 흐르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직원들은 빵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습니다. 저 역시 너무 허기가 져 빵을 먹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빵 하나 먹는다고 나아지는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먹지 않겠다고 했더니 그들은 나의 빵을 나눠서 모두 먹어치웠습니다. 사실 그들은 빵 하나를 두고 싸워가면서 먹었어요. 똑같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정신이 아니었지만…….” 마동은 그때를 생각했다. 고립된 배고픔과 식량은 사람을 무섭게 만들었다. 마동은 숨을 크게 쉬었다. 의사는 성급하지 않게 마동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환자는 받지 않을 예정일까.

  이상한 병원의 모호한 의사였다.

  “이후에 어떻게 되었을까요. 우리는 회사에서 올라온 사람들에게 발견되었고 세 시간동안 어둠 속에서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회사에서 사람들이 올라와서 건물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우리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상한일입니다. 우리는 건물 속에 있었고 주방에서 빵을 먹고 있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우리 모두는 정신을 잃고 있었습니다. 빵을 먹지 않은 저만 간신히 꺼져가는 정신 속에서 우리를 부르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는 기력을 다해서 그들을 불렸죠. 벽이 허물어지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에게 구조가 되었습니다. 여러 불빛이 교차했는데 눈에 들어오는 실내의 풍경은 아주 생경한 곳이었습니다. 주방 같은 곳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건물 속 어떤 공간에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사방이 막힌 공간에 말입니다. 사람들의 웅성웅성 하는 소리 속에서 아주 이질적인 어둠의 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가락나갈 달데기쓰말로 은쓰고리데’ 같은 음침하고 몹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습니다.” 틈을 두었다. 말을 너무 쏟아냈다. 하지만 이 병원 안에서는 몸이 힘들지 않았다. 아주 기이한 병원이다.

  “그 사고가 있은 후 저를 제외한 그들은 지금까지 복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모두 빵을 먹은 덕분이죠.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이상한 것은 그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고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분명 회사로 와서 사람들에게 무용담처럼 이야기를 하며 지냈는데 일주일이 흐른 후 제가 가서 그때를 돌이키며 이야기하면 모두 간극은 있으나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복통에 시달리다가 세 명은 차츰 차츰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복통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힘든 겁니다. 병원에서는 입원치료가 필요하거나 요양을 해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마동은 조금 생각에 잠겼다. 짧은 순간이지만 깊이 있게 생각을 했다.

  “그들과는 분명 동시적으로 같은 맥락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맥락에 다가가면 맹점이라는 것이 분산되고 모든 것이 뿔뿔이 흩어져 제각각입니다. 동시적인 경험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습니다. 경험은 공유가 되는데 의미를 둔다고 하면 경험마저 실존하지 않습니다. 논리성이 변질되어 버립니다. 만약 그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저 역시 빵을 집어 먹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생각을 가끔 해 봅니다. 그런데 아무도 기억을 하지 못하는 그 일에 대한 나의 기억이 확실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기억하고자 하는 부분을 바탕으로 허구로 지어낸 이야기인지 구분이 가지 않습니다. 아직도 코끝에 그 압도적인 어둠의 냄새가 살아 있는데 말입니다.” 마동은 손바닥을 비볐다. 비빈 손으로 마동은 마른세수를 했다. 의사는 마동의 이야기가 끝났음에도 미동 없이 다음 말을 친절하게 기다렸다.

  “실은 기억의 재생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직원들과는 조금 다른 양상이지만 기억과 기억 사이에 공백이 들어차서 그 어떤 것도 떠올릴 수가 없습니다. 공백은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고등학생 때의 일인데 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왜, 어째서 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전혀 기억이 없습니다. 그 부분만 삽으로 들어낸 구덩이처럼 큰 공백입니다. 잠이 들면 자주 꿈에 나타나는 희뿌연 풍경들에 대해서도 알 수가 없습니다. 늘 같은 꿈의 반복입니다. 패턴이란 무척 중요합니다. 저는 패턴으로 인해서 삶을 완성해가고 있어요. 하지만 그것은 실재로만 가능합니다. 꿈속에서는 뒤죽박죽이며 공상과학처럼 앞뒤의 구분도 없습니다. 현실의 패턴은 꿈에서 무화되어서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꾸는 꿈은 늘 같은 패턴입니다. 현실과 꿈에서 마저 패턴의 반복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새로운 제재가 가해집니다. 제재를 강요하는 존재는 무엇이며 나는 왜 늘 같은 꿈을 꾸는 것일까요. 제가 지금 앓고 있는 감기와 같은 꿈의 반복과 고등학생 때의 일이 전부 연관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동은 자신의 증상을 최대한 자세하게 그리고 진지하고 조리 있게 말하려고 했다. 어젯밤에 달리다가 노인을 구해주고 그 노인에게 들은 이야기도 의사에게 말했다. 의사는 손으로 턱을 괴고 한참 만에 말을 했다.

  “눈이 많이 쌓인 곳에서 선글라스 없이 눈을 오랫동안 뜨고 다니면 시력이 급격히 저하되거나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일반인들처럼 살 수 없죠”라고 의사가 마동의 말에 대답했다.

  의사는 무엇을 말하려는 것일까.

  마동은 순간 ‘소리의 뼈’라는 시가 어떤 형태가 되어 공간에 붕 떠올랐다가 싹 사라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생각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 분홍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는개의 의식은 들여다 볼 수 없었다. 그 속으로 진입이 불가능했다.

  “원장님, 전 감기몸살이 맞나요? 도대체 저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요?” 마동은 의자에 파묻힌 상체를 의사 쪽으로 바짝 다가간 후 대답을 기다렸다.

  “검사결과는 내일은 돼야 알 수 있습니다. 마동 씨는 지금 만약 밖에 나가서 오랫동안 돌아다닌다면 시력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그 외에는 내일 결과가 나오니 내일 이야기하죠.” 의사는 등을 의자에 밀착시켰다. 의자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젖혀졌다. 의사의 얼굴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여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미소를 갖고 있었으며 잘 유지했다.

  “때론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대해서 모르는 편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게 약인 경우가 더러 있어요. 그만큼 신경 쓸 일이 없어진다는 말이죠. 알려고 하면 말려들고 집요해지고 중심으로 들어가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르면 모르는 대로, 그것대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마동은 이 의사가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확신이 들었다. 분홍간호사 역시. 분홍간호사는 왜 옷을 벗었을까. 내가 단순히 그녀의 옷 벗는 모습을 상상한 것일까.

  고등학생 때, 그때 이후 현실인지 아닌지 분간이 어려운 경우가 더러 있었다. 그럴 때마다 마동은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여기에서 사라져 저곳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완벽한 소멸에 가까운 사라짐을 말한다. ‘나’라는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 하나의 ‘부조리’ 같았기 때문이다.

  “고마동 씨, 이제 회사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죠?” 의사는 물었고 마동은 그렇다고 했다. 아무리 집중을 해도 의사의 의식에 도달 할 수는 없었다. 문득 의사의 눈을 쳐다보았다. 의사는 마동이 자신의 의식을 읽으려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마동은 더 이상 의사나 분홍간호사의 의식을 들여다보는 노력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것처럼 무의미한 것은 없다고 느꼈다.

  “병원에는 조용하고 아주 부드러운 빛이 흐르는 방이 있어요. 수면실입니다. 불면증으로 호소하는 환자들이 가끔씩 잠을 청하고 가곤 합니다. 지금 고마동 씨는 몹시 피곤한 몸 상태입니다. 신체는 리듬을 타야 하고 리듬 속에는 휴식이 있어요. 당신의 마음과 몸은 휴식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수면실에서 한두 시간쯤 더 잠을 푹 자두는 게 나을 것 같군요. 어차피 오늘 밤에는 불면으로 잠을 청하지 못할 겁니다. 검사실에서 한시간정도 주무셨으니 수면실에서 두 시간 정도 더 잠을 청하고 가세요. 수면실에 가서 누우면 아마 잠이 잘 오실 겁니다.” 마동은 의사의 말에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마동에게는 잠이 필요했다.

  잠, 그것 뿐.

  지금은 단지 잠이 필요했다. 마동은 잠이 절실했다. 잠이 필요한 밤에는 잠이 달아나 조깅을 몇 시간씩하고 밤새도록 꿈의 리모델링 작업을 했다. 거의 먹지도 못했다. 의사는 분홍간호사를 부르고 마동을 수면실로 안내하게 했다.

  병원비는 얼마나 나오는 것일까. 이 병원 안에 수면실이라는 방이 있기나 했을까.

  하지만 이미 병원의 놀라움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다. 마동은 검사실을 따라갈 때처럼 분홍간호사의 뒷모습을 보며 수면실로 따라갔다. 조금 전의 그 복도를 걸었다. 역시 꽤 긴 복도였다. 대기실에서는 이 복도가 완벽하게 보이지 않았다.

  어째서 이 복도는 대기실에서 전혀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역시 그만 두었다. 생각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했다. 병원 안에서 의구심을 가지고 생각을 해봐야 풀지 못하는 수학문제처럼 결론에 도달하지는 못한다. 분홍간호사가 걸어가는 보폭을 줄이고 갑자기 멈춰서는 바람에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등에 부딪혔다. 푹신했다. 부드러웠다. 낯설지 않은 향이 마동에게 전해져왔다. 꽤 한 동안 맡았을 법 한 체취였다. 마동은 분홍간호사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분홍간호사는 변하지 않는 분홍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검사실의 근처에서 또 다른 문을 분홍간호사는 열었다. 기하학문형의 벽지가 붙어있는 방이 있고 내부는 마치 캡슐처럼 보였다. 누에고치의 몸속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병원에 이런 방을 만들어도 괜찮은 겁니까?”

  그러자 분홍간호사는 뭐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는 거죠?라는 눈빛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실로 다양한 바이러스와 병에 시달리고 또 그에 대항하고 있습니다. 불면이 가져오는 생활의 불편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습니다. 병원들은 그간에 다양한 노력으로 불면을 치료하려고 했습니다. 각 가정으로 돌아가고 나면 환자들은 불면을 지니게 됩니다. 자신이 가장 편안하다고 생각하는 공간에서 불면을 맞이하는 것이죠. 그것에서 오는 괴리가 큽니다. 제일 편안하게 쉬어야 할 곳에서 잠들지 못한다면 어디에도 갈 곳이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집안 구석구석 붙어있던 불면의 덩어리가 천장을 타고 벽면을 기어 내려와서 환자의 몸을 덮치는 것이죠.”

  틈을 두었다.

  “많은 사람들이 불면을 겪으면 그 시간에 다른 생산적인 활동이나 책을 읽으면 된다지만 불면은 그 일련의 행동을 싫어합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불면이오면 잠의 세계로 가지 못하고 현실의 세계에서도 불면에 지배당해 어떤 활동도 못하게 되죠. 그러면 사람들은 불면에 대한 공포가 서서히 커져서 괴로워합니다.”

  흠.

  간호사는 내가 의사에게 하는 말을 문 밖에서 전부 들었을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그럼에도 간호사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다.

  “불면이라는 새로운 질환은 나름의 진화를 계속 해왔습니다. 불면은 환자들의 뇌가 불면에 귀속되는 순간을 노려 불면증을 점점 증식시킵니다. 도리가 없어요. 불면증을 호소하는 많은 분들이, 언제나 잠을 제대로 들지 못하는 집과는 다른 곳이지만 이곳에서 편안함의 세계로 들어가게 도와주면 됩니다. 그렇게 하면 불면에 시달리는 분들이 잠을 편안하게 푹 잠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이라는 건 오래 자느냐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질 좋은 잠을 자는 게 중요합니다. 깊게 잠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위가 어두워야해요. 자, 이리로 들어오시죠. 고마동 씨.”

  방안으로 들어서니 천장이 낮았다. 어니 낮아졌다고 해야 하는 표현이 맞다. 마동의 키 정도로 천장이 낮아져서 마동은 약간 허리를 굽혔다.

  “무슨 장치가 숨어있는 것이죠?” 마동의 말에 분홍간호사는 미소만 더욱 진하게 만들고는 마동을 침대로 안내했다.

  “여기 침대에 누우시면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겁니다.”

  “저 그런데, 간호사님?”

  “네?”

  “검사실에서 혹시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마동은 조금 용기를 내어서 물었다.

  “검사에 필요한 행위들이 이루어졌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행위라니, 검사에 필요한 행위가 무엇일까.

  피를 뽑고 심전도를 측정하고 내시경을 하는 행위? 그것은 눈을 뜨고 정신이 있을 때 해도 되는 것이다. 분홍간호사는 다른 행위를 말하고 있다. 마동이 물어보려는데 분홍간호사는 테이블위에 음료가 있으니 잠들기 전에 마시면 몸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질 거라고 했다. 그리고 들어왔던 문으로 풍만한 가슴을 안고 사라졌다. 분홍간호사가 사라지니 방안은 어두워졌다. 조명 탓이 아니었다. 그저 어두워졌다. 분홍간호사도 묘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기이한 능력의 소유자. 어떤 능력인지는 불분명했다.

  수면실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수면실의 어둠은 마동을 편연하게 이끌어 주었다. 신기했고 신비로웠다. 침대에 걸터앉으니 눈으로 볼 때보다 쿠션의 탄력이 느껴졌다. 원장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떠올랐던 세미나 때의 어둠의 냄새 때문에 가슴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운 증상이 사라졌다. 전혀 증상이 느껴지지 않았다. 수면실을 가득 메우고 있는 어둠은 흉가에서 만난 어둠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었다.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은 어둠이었다.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어둠에게 내 몸을 안아달라고 말하고픈 어둠이었다.

  의사는 마동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다. 마동은 종합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 보는 것이 어떨까하며 어제 이야기를 했었지만 의사는 큰 병원에서 많은 돈을 들여 검사를 받아봐야 알 수 있는 사항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검사를 받는 것은 환자의 자유라고 했다.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는 마동에게 제. 대. 로. 된 소견을 말해주지 않았지만 마동은 의사를 신뢰했다. 작정하고 친절한 의사는 신뢰가 가지 않지만 이 의사는 신회가 갔다.

  마동은 신발을 벗고 침대에 누웠다. 침대는 마동이 눕자마자 마동의 몸을 감쌌다. 안온감이 들었다. 어쩐지 천장이 더 낮아지고 벽면도 더 좁아진 듯했다. 이제는 방이 살아서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침대에 누우니 아주 편안했다. 침대는 나의 등을 받아주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느꼈던 편안함은 질이 좋지 않은 편안함이라는 것이 대번에 느껴질 정도였다. 마동은 침대가 자신의 몸을 포옥 감싼다는 느낌에 잠이 까무룩 들려고 했다. 마치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 안겼을 때처럼.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머리에 스치고 지나가니 페니스가 반응을 했고 동통이 왔다. 분홍간호사의 향이 침대에서 났다.

  도대체 이 향은 어디서 맡아본 것일까.

  40시간 동안 일을 하고 수마에 끌려 그대로 잠이 드는 기분이 들었다. 분명 몇 시간 동안 깨지 않고 잠속으로 빠져들어 가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물어도 대답 할 길은 없지만 확신했다. 수면실에는 조그마한 위화감도 엿볼 수 없었으며 여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의 온기와 분홍간호사의 기분 좋은 향이 서로 맞물려 병립해 있었다. 마동이 생각한 바 그동안 편안한 느낌을 느낄 수 있는 낯선 곳은 단 한곳도 없었다. 이 병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병원의 시스템이란 단순하다. 병원 내에 있는 기계가 환자의 상태를 측정하고 의사는 처방을 하면 되는 것이다. 비록 기계는 복합성과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을지언정 지극히 논리성을 보이는 곳이 병원이다. 병원은 사람들에게 늘 낯선 곳이고 편안함을 얻기는 힘든 장소다. 하지만 여기, 이 병원은 달랐다. 의사와 간호사는 꽤 성의를 다해서 수면실을 만들었다는 기운이 느껴졌다. 그렇게 기이한 두 사람의 기운과 의지가 별이 많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잠들 수 있는 여름밤의 세계로 이끌어 주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했다. 마동은 정신이 가물거린다. 잠이 들기 전 이 상태가 가장 황홀할 때이다.

  분홍간호사가 마시라고 올려둔 음료를 집어 들었다. 커피를 담은 텀블러 사이즈 크기의 유리병에 담겨있었다. 마동은 뚜껑을 돌려 연 다음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마시는 순간 갈증이 해소되고 눈이 맑아졌다. 이건 천상의 맛이었다. 쉬는 시간에 받아 든 초코우유를 단숨에 마시는 학생처럼 음료를 한꺼번에 삼분의 이를 죽 마셨다. 요 며칠 동안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는데 마동이 마신 음료는 피부의 탄력을 재생시키고 근육의 이완을 이루게 했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두운 흉가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어둠의 틈을 뚫고 들어오는 빛과 같았으며 세상의 모든 언어를 통째로 삼킬만한 맛이 음료에 들어있었다.

  벽면의 벽지에 그려진 기이한 문형이 서서히 움직이더니 조각나기 시작했고 그 조각난 문형사이로 보랏빛 불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동은 보랏빛의 불빛에 온몸을 내 맡긴 채 나머지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며칠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못한 것에 대해 보상받고도 남을만한 맛이었다. 보랏빛은 점차 마동의 몸을 감돌았다. 포근하고 따뜻한 색으로 마동의 머리를 만져주었고 얼굴을 건드렸고 가슴을 쓰다듬었고 다리를 주물렀고 마지막으로 페니스에 가 닿았다.

  마동은 몸이 침대 속으로 폭 안기는 느낌을 받았다. 빛을 빨아들여 보송해진 캐시미어의 감촉 좋은 이불이 마동의 신체를 더듬었다. 마동은 서서히 잠 속으로 빠져들어 간다. 누군가 마동의 손을 잡았다. 보드랍고 통통한 느낌의 손이었다. 기분이 라면위의 치즈처럼 녹아드는 느낌이었다. 마동이 눈을 뜨니 분홍간호사가 옷을 다 벗은 채로 마동이 누워있는 침대로 올라왔다.

  분홍간호사는 풍만한 가슴을 드러내고 마동의 손을 잡아 끌어 자신의 가슴으로 옮겼다. 마동은 분홍간호사에게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소리는 늘 필요할 때 나오지 않는다. 분홍간호사는 옷을 모두 벗고 분홍색 모자는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으로 기이하게 보였다. 분홍간호사의 표정은 병원에 들어오면서 봤던 미소와는 다른 기이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고 마동의 두꺼운 블루진 앞섶의 단추를 하나씩 풀고 있었다. 마동은 저항을 해야 했지만 가만있었다. 그건 그냥 분홍간호사와 섹스를 나누려고 하는 마음에서 벗어난 어떤 끌림의 힘에 의해서였다. 어떤 힘이 분홍간호사가 만들어낸 힘이었는지 병원내부에 있는 무엇의 힘이었는지 마동 자신이 만들어낸 합리화인지 중요하지 않았다. 바지가 내려가고 속옷이 무릎 밑으로 내려가니 버섯대가리의 모양을 하고 서서히 그리고 딱딱하게 변했다. 분홍간호사는 마동의 페니스를 분홍 매니큐어가 칠해진 길쭉한 손가락으로 잘 만져 주었다. 마동은 상황을 받아들이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려 했지만 되지 않았다. 정신은 이리저리 떠돌고 있었고 분홍간호사의 모습만이 눈에 들어왔다. 관념이나 사상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저 시각적인 분홍간호사였다. 분홍간호사는 마동의 페니스가 더 이상 부풀어 오르지 않을 때까지 잘 만져 주었다. 그리고 분홍립스틱이 발린 입술을 벌려 마동의 페니스를 입안에 넣었다. 마동은 고개를 뒤로 젖혔다. 혀끝으로 페니스의 끝 부분을 건드리고 잘 빨아주었다. 마동의 입에서는 신음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입을 벌리고 관대한 애무의 반응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동안 분홍간호사는 입으로 마동의 페니스를 애무했다.

  ‘사랑하는 사람의 육체를 애무하면 육체는 살이 된다’ 사르트르가 말하는 애무에서 벗어난 애무였다. 그렇지만 왜인지 분홍간호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분홍간호사의 입술 끝으로 그 마음이 느껴졌다. 오래도록 지속되었다. 마음이 없이 단순한 시스템으로, 의미 없는 육체의 몸짓으로 하는 애무가 아니었다. 분홍간호사가 마동의 페니스에서 입을 땠다. 마동의 젖혔던 고개가 다시 돌아왔다. 피가 빠르게 흐르고 심장이 북소리처럼 크게 울렸지만 그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마동은 분홍간호사를 쳐다보았다. 마동 위에 올라탄 분홍간호사는 보이지 않았다. 분홍간호사는 없어지고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마동의 페니스를 손으로 만지고 있었다. 마동의 동공은 좀 더 커지고 그녀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나오지 않았다. 가뭄의 수도꼭지처럼 아무리 세게 틀어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수도꼭지 같아서 마동은 울고 싶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검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 사이의 가슴골이 마동의 눈에 또렷하게 들어왔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이 아래에서 위로 움직였다. 마동은 손을 뻗어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을 움켜쥐려했지만 그마저 힘들었다. 마동은 불운한 변기 속의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을 보았었다. 자신이 그 가슴을 만져주면 아름답고 탐스러운 본래의 가슴으로 되돌아올 것만 같았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그때나 지금이나 아무런 표정이 없다. 무표정을 한 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의 페니스를 잡고 자신의 축축하고 깊은 곳이 넣었다. 그 순간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더욱 미스터리한 눈동자의 색으로 바뀌어 마동의 얼굴 가까이 왔다.

  사라, 그동안 어디 있었죠? 당신을 앞으론 못 보는 줄 알았어요.

  마동은 들리지도 않았지만 그렇게 사라 발렌샤 얀시엔에게 말을 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은 그때보다 더 신비로웠다. 전혀 볼 수 없는 먼 세계의 별처럼 처음 보는 색을 지니고 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의 입술을 빨았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마동의 입술을 핥으니 공원에서 벌레에게 물린 목덜미가 다시 따가웠다. 그때의 일이 떠올랐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입술에서 분홍간호사의 향이 나더니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소피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동양의 멋진 친구, 오늘은 내가 상대해주지, 아주 멋진 곳으로 데리고 가지’ 소피는 마동의 몸 위에서 알몸이 된 채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소피의 가슴은 이미 수술을 했는지 육중했고 가슴의 움직임이 없었다.

  아니야, 이건 아니라구.

  마동은 소피를 자신에게서 떼어내려고 팔을 들어보지만 팔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동양의 멋진 친구, 당신이 원하는 게 이런 거 아니야? 사실 나도 당신을 원했어, 거부하지 말아줘’

  하악, 오로지 살아있는 감각은 페니스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그곳으로만 살아있는 모든 감각이 집약되고 응축되어서 마동의 몸 위에 있는 소피의 몸짓을 받아주고 있었다.

  ‘동양의 멋진 친구, 당신의 그것은 아주 귀엽고 아름다운 거 같아. 주머니 속에 넣어 다니고 싶어’ 소피는 마동의 몸 위에서 감각이 없는 듯 마동을 보고 웃음을 날리며 기계적으로 엉덩이를 움직였다. 소피가 엉덩이를 흔들고 몸을 움직여도 소피의 금발 머리는 미동이 없었다. 마동은 무슨 말이라고 해야 했지만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소피는 때 아닌 겨울에 계절을 잘못알고 세상에 나온 나비처럼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더니 이내 몸에서 자주색의 연기를 피어 올렸다. 연기는 인도의 피리 부는 사나이에 맞춰 올라가는 코브라의 머리처럼 흔들리며 천장으로 올라갔다. 자주색의 연기는 방안을 가득 메우더니 이내 소피의 몸은 털로 뒤덮인 너구리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동은 그제야 양팔을 움직여 너구리를 밀치며 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마동은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저리가 버려!”

 

  눈을 뜨니 수면실 침대 위였다. 떨어지는 것은 꿈이었다. 기하학문형의 벽지는 그대로이고 천장도 그대로였다. 침대 옆의 테이블에는 마동이 마신 음료의 병이 비워진 채였고 천장은 제 높이를 찾아갔고 자주색 연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마동은 손목시계를 봤다. 세 시간이 흘렀다. 마동은 세 시간이나 잠들어 있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도입단계라든가 중간단계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마동은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아랫도리의 동통이 싸하게 느껴졌다. 꿈속의 일들이 현실처럼 다가왔다. 소피까지 꿈에 나타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이번에도 분홍간호사가 왔다 간 것일까.

  어떤 식으로 잠의 세계에 빠져들어 갔는지 구분도 없이 꿈의 세계에서 마동은 사정을 했다. 흔적은 속옷에도 바지에도 없었다. 그대로 꿈속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동통이 느껴졌고 바지가 벗겨졌다는 의심만 있었지만 사정을 한 기억은 확실했다. 이제 마동은 논리에서 점점 벗어나서 생각하는 것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수면실의 어둠은 마동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꿈에서 격렬한 섹스를 했지만 잠에서 깨어나니 몸은 상쾌했다. 편안한 몸의 상태를 수면실의 어둠은 유지시켜 주었다. 수면실을 채우고 있는 검은 어둠은 보통 해가 떨어지고 우리 곁으로 내려앉은 어둠과 비슷한 안온감이 있는 어둠이었다. 질척하고 축축하고 기분 나쁜 어둠은 더더욱 아니었다. 흉가에서 봤던 암흑에 어울리는 어둠, 태고에 탄생된 우주의 블랙홀처럼 잔인한 어둠이 아니었다. 거대한 고래 뱃속에서 맞이하는 어둠이 아니라는 것이다. 방안의 어둠은 공포스럽지 않았고 군대시절 야간 근무에서 달을 하염없이 바라 볼 때 달이 어깨를 두드려주듯 수면실의 어둠은 마동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질퍽한 어둠속에서는 자신의 한 손을 들여다봐도 손이 보이지 않는다. 공포의 어둠은 손을 삼켜 버린다. 수면실에 깔린 어둠은 질이 다른 연약하고 부드러운 어둠이었다. 어찌되었던 수면실 안의 어둠은 흉가에서 만났던 어둠과는 다른 어둠이었다. 비논리적이지만 마동은 그것을 경험한 것이다. 싫었지만 마동은 세미나의 담력시험에서 만난 어둠을 떠올렸다. 그동안 애써 피하려고만 했던 어둠, 그것을 생각했다. 가끔씩 보이는 어떠한 상상 속에서 그 기분 나쁜 어둠은 세상을 먹어 삼켰다. 냄새나고 더럽고 질척거리는 어둠은 마동의 등을, 손을 집어 삼켜서 바늘처럼 손바닥과 몸을 찔렀다.

  바늘의 촉이 어디에서 날아올지 몰라 두려운 어둠에 대해서.

  세상에는 그런 어둠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마동의 몸은 낡아서 뭉툭하고 잘 들지 않는 칼에 몸이 잘리는 기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서운 어둠을 경험했던 기억에 확신이 모호해졌다. 마동을 제외한 네 명의 직원은 그 날의 기억을 점점 잊어갔고 열심히 경청하던 몇몇의 다른 직원들도 앞으로 시간이 나아가면서 그 일에 대해서 시큰둥해졌다. 네 명중 세 명은 복통의 시달림으로 회사를 차례대로 그만두었고 한 명은 아직도 원인 모를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복통은 마동의 눈으로 투사한 어둠이 한 짓이었다.

  어디서 기생하다가 나타난 어둠일까.

  만약 앞으로 질척하고 소름끼치는 어둠을 만난다면 뇌 속에 포비아로 가득차서 점점 부풀어 올라 머릿속의 생각들을 전부 하나씩 야금야금 먹어 치울 것이다. 그 다음 공포로 차곡차곡 속을 채워 놓는다.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지만 질퍽하고 기분 나쁜 어둠의 공포가 서서히 무섭게 마동을 향해 엄습해 온다는 것이 느껴졌다. 마동은 이제 공포를 지닌 어둠이 마동의 앞에 온다면 정녕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야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해야 모든 것이 균형이 잡힐 것만 같았다.

 

  [3일째저녁]

  병원에서는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했지만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지닌 의사는 알고 있었다. 굳이 검사를 거치지 않아도 마동의 신체적인 변이와 무의식적 변이에 대해서 짐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종합병원에서 특수적으로 복잡하게 이뤄지는 어떠한 검사도 마동의 변이에 대해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마동은 알고 있었다. 병원의 기이한 수면실에서 유리병에 든 음료를 마시고 몇 시간 꿈같은 잠을 자고 집으로 왔다. 꿈속에 분홍간호사와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소피가 나왔다. 현실이 장막처럼 내려오고 꿈에서 깨어났지만 동통을 느끼는 페니스는 그녀들을 놓지 않으려 했다. 수면실에서 나오기 전 마동은 옆에 놓인 병을 집어 들었다. 병 밑에 소량의 음료가 침잠되어 있었다. 마동은 그것을 들고 입에 탈탈 털어 넣었다. 지구상에 이런 맛을 내는 음료가 있다는 게 놀랄 따름이었다. 음료가 혀에 닿는 순간 척추에서 찌릿하며 자극이 왔다.

  이 음료는 무엇일까.

  수면실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물은 아니었다. 이온음료 같은 것도 아니었다. 과즙의 맛과도 달랐고 탄산은 더더욱 아니었다. 처음 마셔보는 음료였고 음료는 진한 맛이 났다. 철분이 가득한 약수처럼 진했다.

  아마도 약이었을까.

  음료의 맛은 낯선 그리움 같은 것이었다. 소피의 동그란 얼굴이 생경하게 떠올랐다. 어색했다. 소피는 거짓가슴을 달고 꿈에 나타났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골도 분홍간호사의 길쭉한 손가락의 감촉도 떠올랐지만 모두가 어딘가 일그러져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이 마동의 눈앞에 그림처럼 나타나더니 몇 분전에 본 것처럼 뚜렷하게 보였다. 그리곤 상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내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은 포식의 본능을 지닌 너구리의 얼굴로 변했다. 너구리의 얼굴이었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얼굴을 하고 있었고 잇몸을 드러내니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얼굴이 되었다. 마동은 자신의 뺨을 있는 힘껏 때렸다. 찌릿하며 아파야 하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머리를 흔들었다. 혼란스러웠다. 혼란스러운 것이 정상이다.

  는개가 순간 떠올랐다. 는개의 의식도 분홍간호사와 여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처럼 읽히지가 않았다. 는개와 손가락이 닿았을 때 깊고 거대한 침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의 울음소리 같은 우레가 울부짖는 굉음이 는개와 손끝이 닿을 때 보였다.

  는개도 느꼈을까.

  오래된 어둠이 순간 나타났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찰나는 긴 시간의 영겁이다. 매혹적인 모습에 빠져들어 자신의 몸이 잡혀 먹히는 모습까지 봐야하는 수컷 사마귀처럼 ‘순간’은 주체아로 있었고 마동은 주체가 되었다. 마동은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는개와 손끝이 닿았던 여흥이 아직 남아있었다. 병원의 수면실에서 잠이 들었을 때 는개가 꿈속에 발가벗고 나타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이었을까.

  무더운 공기는 밤에도 지속됐다. 무더위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사람들은 점점 달아오르는 열대야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밖으로 나와서 더위를 식히려고 했다. 마동은 이미 트레이닝복을 입은 상태였다. 마동은 조깅을 하기위해 몸을 풀었다. 다리를 풀고 어깨를 풀었다. 목을 돌리고 발목과 손목도 차례로 돌렸다. 무릎도 풀었고 각 관절을 잘 풀었다. 오늘 밤은 어제보다 그제보다 더욱 최고의 몸 상태였다. 낮에 수면실에서 3시간 동안 잠이 들었다.

  며칠 만에 ‘잠’자운 잠의 세계에 빠졌다. 어떤 인디밴드가 부른 가요에서 ‘잠’이라는 것은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하루가 지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고민과 한숨에서 얕은 잠이 스쳐간다고 했다. 힘든 하루의 끝에서 잠은 그렇게 다가와서 옆에서 스쳐지나가 버린다. 잠은 동반자다. 잠은 어떻든 혼자 드는 것이다. 누군가 대신 해 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같이 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잠이 드는 순간 깨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척추가 깨어나고 혈관이 깨어나고 뇌가 깨어난다. 사물을 생각하고 물질을 보는 세계관의 가치가 깨어난다. 잠이란 그런 것이다. 잠은 길이가 아니라 깊이의 문제였다.

  변이가 시작하기 전에도 마동은 깊이 있는 잠의 세계에 빠져들지는 못했다. 잠이 들었어도 미미한 움직임을 전부 감지했다. 눈을 감고 잠의 세계로 떨어졌지만 공기의 흐름이나 여름밤의 에어컨에서 나오는 연약한 소리와 새벽의 소음이 잠결에도 세세하게 들렸다. 잠이 푹 들었다고 느꼈던 적은 없었다. 잠이라는 것은, 자 이제 잠을 청해볼까 하며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 가지 못한다. 어느 순간 잠에서 이끌려 그 속에서 잠시 있다가 끌려갔을 때처럼 어느 시점에 잠에서 깨어나 버리고 만다.

  매일 비슷한 반복으로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깊은 수면은 느끼지 못했다. 병원의 수면실에서 3시간을 자고 일어났을 때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생활하면서 들었던 잠은 완벽한 잠이 아니라는 사실을 마동은 깨닫게 되었다. 잠들지 않으면 그 시간에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후회가 늘 있었지만 수면실에서 제대로 된, 질 좋은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마동에게 잠이라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심도 있게 받아 들여야만 하는 하나의 세계이자 현상이었다.

  마동은 집을 나서기 전에 소피가 혹시 있나하며 트위터에 접속을 했다. 저녁 7시가 이곳의 시간이니 아마 소피는 지금쯤 깊은 잠에 빠져있을 시간이었다. 역시 타임라인에 소피는 보이지 않았다. 마동은 소피에게 다이렉트메시지를 넣은 다음 조깅을 하려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그레이트데인 장군이를 산책시키는데 같이 달리자는 장군이 주인의 제의를 받았다. 또 반드시 오라는 이질적인 의식의 전달도 있었다. 바닷가의 수많은 사람들의 어지럽고 희미한 이명 속에 또렷하게 마동의 의식에 벌처럼 날아와서 전달된 하나의 의식이었다. 그 소리는 살아있었다. 뱀이 움직여 주위를 아가리에 삼키듯 우아하게 사람들의 의식을 요리조리 피하며 뚫고 와서 마동의 무의식을 콱 깨물었다. 다른 이들처럼 떠돌아다니는 의식이 아니었다. 마동은 자신의 의지력으로 무의식을 움직여 그 파장을 마동에게 보내준 존재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대나무 공원 벤치에서의 교접 이후 분홍간호사와 여자에게 호감을 불러들이는 얼굴을 가진 의사를 만나 것도 그리고 는개와 손끝이 닿으면서 느꼈던 기형적 현상과 의식을 전달하는 존재는 모두가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다. 마동은 확신했다. 그리고 자신의 변이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동의 무의식의 존재에 대해서 모두가 얽혀 있었다.

  또 다른 초자아가 자각을 하고 기존의 자아를 밀어버리고 투신으로 나오는 것이라면 초자아는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변이를 일으켜 초자아는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이 모든 것에 는개가 끼어있는 것일까.

  는개와 저녁 약속을 했으니 질문을 던질 요량이었다. 평소에 마동의 눈에 보이는 는개는 일 잘하고 예쁜 동료였다. 이전에 손끝이 닿는다거나 옷깃이 스치는 일이 있어도 기이한 경험은 느끼지 못했다. 그것은 마동자신 앞에 있는 또 다른 자아의 무의식이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라고 생각했다. 고요한 파동의 수면 밑에 잠들어 있는 고대화석처럼 초자아는 긴긴 겨울잠을 내면의 거울 속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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