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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버킷메시아
작가 : 비맞은산타
작품등록일 : 2019.10.6

물이 찰랑이는 양동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청년은, 팔이 빠질 것 같은 아픔에 끙끙대며 자신을 천계로 끌고 온 눈매 사나운 여신에게 질문했다.

-누님. 이 물양동이는 뭐죠?

-그거 지구.

-네?

-그거 떨어트리는 순간 70억이 죽거든? 그 꼴 보기 싫음 버텨라?


10년.

20년.

100년.

어느새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은 양동이를 고쳐들며 이를 부득 갈았다.


-망할 년들. 이쁜 것들은 얼굴값을 한다더니...

 
비키니 아머의 그녀(3)
작성일 : 19-10-13 00:00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6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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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인은 그저 웃기만 하면 다 용서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아니면 지금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 다는 말을 믿고 있는 겁니까. 지금의 저라면 침이 아니라 피라도 토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에이, 화 풀어요. 대신에 저도 이만큼이나 강등된 데다 이런 꼴까지 하고 있잖아요?"

 "됐습니다. 일부러 저 놀리려고 오신 건 아닐 테고, 여기 오신 이유가 따로 있을 것 같은데요. 자기소개는 이만 하고 슬슬 용건이나 말씀해 주시죠?"

 

 "부우~ 화 안 풀면 이야기 안 할래요."

 

 허허허. 이 천사년을 그냥 확...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실 미인은 정말 여러모로 득을 보는 생물이다. 저런 미인이 '나 이런 짓 하고 이런 벌 받았어요.헤헤.'하며 털털하게 웃는 꼴을 보니, 솔직히 그렇게까지 화도 안 나고 말이다. 생각해보면 강등도 강등이지만 무려 300년씩이나 계속 저~런꼴을 하고 다니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게다가 예전 첫 여행을 떠날 때 그녀가 의태한 나무 덕에 무너지던 마음을 다잡은 빚도 있다.

 

 "...24편까지 나왔다고 했죠? 하다못해 25편부턴 없는 걸로 해 주세요."

 

 "음... 선처할게요."

 

 뭐, 어쩔 수 없나. 애초에 천사들 사이에서 얼굴이 팔렸네 어쩌네 해도 내가 천계 같은데 가서 그치들과 얼굴을 맞댈 것도 아니고. 에이, 몰라.

 

 "후... 됐어요. 그걸로 넘어가죠. 그러니 이제 이야기 해 보세요. 왜 오셨어요? 아직 70년이나 남았는데. 설마 시험이 끝났다고 온건 아니죠?"

 

 난 증오스런 물양동이를 올려다보며 아주 살짝 기대감을 갖고 물었다.

 

 "유감. 당연하게도 그건 아니에요. 당신에겐 두 가지 용무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하나는 언니의 전언이에요."

 

 "누니...그분의 전언이요?"

 

 "그냥 누님이라 불러요. 천계사람 다 아는 걸 뭐하려고 숨겨요?"

 

 제, 젠장.

 

 난 반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다시 물었다.

 

 "그래서요? 누님이 제게 무슨 말을?"

 

 그녀는 흠흠,하며 목을 한번 가다듬은 뒤 목소리의 톤을 바꿔 노래하듯 말했다.

 

 "언니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쫄딱 젖어서 궁상떠는 꼴, 더는 못 봐주겠다. 조만간 적당한 천사 하나를 가이드로 붙여줄 테니 호수에 계속 처박혀있지 말고 딴 데 좀 가라.'라고."

 

 여길 떠나라고? 할 수야 있지만, 왜? 그리고 웬 뜬금없는 가이드?

 

 "다른 하나는 뭔가요?"

 

 "당신의 노화를 막는 거에요. 이 이상 늙게 되면 시험의 수행이 불가능할 테니까요. 사실 지금만 해도 처음보다 두 배 이상 버겁죠?"

 "음... 뭐, 힘들어지긴 했죠. 두 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젠 어떤 일이 있어도 담담할거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누군가가 힘든 걸 알아주니 웬걸, 적잖이 기쁘다.

 

 그런 마음을 읽은 것인지 유카는 키득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 머리위에 올렸다.

 

 쓰담쓰담.

 

 "정말 고통스러울 텐데, 용케도 군말 없이 버티시는군요."

 

 나이 60이나 먹고 젊고 아름다운 외모의, 그것도 눈 둘 곳이 없는 차림의 처자에게 쓰담쓰담을 받자니 적잖이 쑥스러워 얼른 뒷걸음질로 도망갔다. 그러자 장난기가 발동한건지 그녀는 내가 달아나는 만큼 그대로 쫓아와 계속 머리를 토닥였다.

 

 "장해요, 장해."

 

 "그, 그만 좀."

 

 그녀는 다시 한 번 키득거리며 손을 뗐다.

 

 "생각 같아선 육체연령도 되돌려드리고 싶지만, 언니가 워낙 강경하셔서 이이상은 해 드릴수가 없네요."

 

 난 붉어진 얼굴을 서늘한 바람과 빗방울로 식히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거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음, 음. 훌륭해요. 자, 그럼 언니의 말대로 출발해볼까요?"

 

 "네? 지금 당장이요?"

 

 유카가 고개를 갸웃 기울였다.

 

 "여기에 아직 뭔가 할일이 남았나요?"

 

 "아,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난 빗방울이 흩날리는 테바 호수를 둘러봤다.

 

 아름다운, 언제나 꿈꾸던 노스텔지어를 구현해놓은 곳...

 

 30년을 같이 한 장소였다. 그럼에도 단 한 번도 이 풍경을 지겹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련이 많은 남자는 미움 받아요. 자~ 가죠!"

 

 문득 등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정신을 차린다. 그녀가 가슴으로 등을 밀며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미, 밀지 말아요. 거기다 가이드란 분도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요?"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자신을 가리켰다.

 

 "여기 있잖아요?"

 

 "당신은 전령이랬잖아요? 게다가 조만간 이랬는데? 그럼 유카씨 말고 따로 다른 분이 온다는 이야기 아닌가요?"

 

 "그 조만간이란 게 바로 지금이에요."

 

 "...수상쩍기도 하셔라."

 

 "아이 참, 여기선 언니 눈을 오래 못 속인단 말예요. 여기로 오던 전령을 덮쳐서 전언을 가로 챈 뒤에 다른 은하계에다 던져놓고 왔는데, 그걸 지금 들키면 곤란하다니까요?"

 

 "에엑!? 맙소사. 당신, 가이드는 둘째 치고 애초에 전령조차도 아니었어요? 덮쳤다고? 그 피도 눈물도 없는 잔학무쌍악랄한 누님이 보낸 전령을? 뒷감당을 어쩌려고!?"

 

 "아, 몰라요 몰라. 자자 그럼 출발~"

 

 "아, 알았어요. 그러니까 밀지 말아요. 넘어진다니까요! 양동이! 물양동이!!"

 

 그녀의 기세에 어물어물 떠밀려 걸음을 옮긴다. 조금씩 멀어져가는, 비가 흩날리는 테바 호수.

 

 난 그 모습을 눈에 소중히 담았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

 호수를 벗어나 브디도트 수해나 루아흐 계곡 같은 새로운 랜드마크를 찾아 길을 떠난다. 아무것도 없는 예의 하얀 대지가 근 보름간 끝없이 이어진다. 이전이라면 지루해서 학을 뗐을 여정. 다만 이번은 좀 달랐다. 옆에서 끊임없이 떠드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니는 웬만해선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 한 번 안 온다고 한 이상, 앞으로 70년은 정말 여기에 오지 않을 거에요. 적어도 그 기간 동안은 더 농땡이를 칠 수 있단 말이죠. 아~ 강등되고 나선 참 힘들었어요. 풀 뽑기는 둘째 치고 봉인구를 주렁주렁 단 채로 방금 구멍을 파서 나온 흙으로 10분전에 파놨던 구멍을 메우는 작업을 한 1000시간쯤 반복하다보면 그만 콱 죽어버리고 싶어진다니까요?"

 

 오, 누님, 사람 좀 갈굴 줄 아네. 대한민국 육군 병장 출신이냐.

 

 "누님이 직접 오진 않아도 다른 천사를 시켜 유카씨를 데려갈 순 있지 않나요?"

 

 유카가 칫칫 하면서 검지를 흔들었다.

 

 "이 전 지천사 유카리스티아님에게 빈틈은 없단 말씀. 천계 통틀어서 날 무력제압 할 수 있는건 언니를 제외하면 동기 지천들, 그중에서도 근접전투에 특화된 몇몇 애들뿐인데, 그나마도 하려고 들면 별 두세개 쯤은 날릴 각오를 해야 한단 말이죠. 근데 여긴 언니가 제법 아끼는 곳이라 그렇겐 못하니 결국 절 끌고 가는 건 불가능하죠."

 

 난 조금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자신이 있다면 그렇게 도망치듯 테바호수를 빠져나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요."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숨는 시늉도 없이 당당하게 미적대고 있으면 너무 뻔뻔스럽잖아요. 거기다 이렇게 들키지 않고 당신의 호감도를 올려두는 건 만의 하나에 대한 보험이 돼요. 당신에게 저란 존재가 제법 큰 비중을 갖게 되면 절 배제하는 행위자체가 당신에게 나쁜 영향을 끼치니까요. 언니는 자신이외의 존재가 이 시험의 부정적 변수가 되는 걸 원치 않죠. 냐하하핫!"

 

 "아니, 당신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변수 아닌가요?"

 

 "가이드 자체는 예정되어 있던 건데요 뭘. 전 그 다만 자리를 꿰찼을 뿐인걸요. 게다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게 줬다 뺏는 거라잖아요. 당신도 모처럼 생긴 글래머 미인 말동무가 사라지는 건 싫죠?"

 

 "음."

 

 "덤으로 비키니 아머."

 

 "음음."

 

 물론 싫다. 매우 싫다. 싫은데, 근데... 너무 의기양양한 꼴이 조금 밉살스럽다. 반격을 좀 해주자.

 

 "그렇긴 한데... 당신이 사라지고 나면 다른 천사가 가이드로 오는 거 아닌가요? 저한테 손해는 크지 않을 것 같은데요?"

 

 "훗. 물론 원래 예정되어 있던 천사가 올 거에요. 근데 그걸로 괜찮으려나... 후회하게 될걸요?"

 

 "뭐가요?"

 

 "당신은 언니의 꼬인 성격을 아직 잘 모르는 군요. 전령 쥐어 패다 들었는데, 그 오기로 예정된 그 천사, '남 천사'에요."

 

 "......"

 

 "거기다 키는 2m 40cm. 체중은 240kg. 근육이 울끈불끈."

 

 "......"

 

 "프론트 바이 셉스 포즈가 인상적인 친구래요. 웃통 까고 환하게 웃을 때 이빨이 반짝하고 빛나는 게 몹시 멋지다던데요."

 

 일단 고개부터 숙였다. 물양동이만 없었다면 절을 했을 거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천사님."

 

 난 눈앞의 이 아리따운 처자와의 인연을 오래오래, 소중히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

 "그런데, 유카씨는 대단한 위치 아닌가요? 지천사면 신이신 누님 바로 아래잖아요."

 

 그녀가 응응,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죠. 주신(창조신과 관리신을 통칭), 그러니까 창조신(세계창조+관리. 치천급만 가능)이나 관리신(이미 창조된 세계를 넘겨받아 관리. 대부분이 지천급)중에서도 언니는 다스리는 지성체와 좀 거리를 두는 타입이라, 그 밑에 있는 저희들은 잘 실감을 못하지만 말이에요. 다만 다른 세계를 예로 들자면... 치천계(치천이 주신)의 경우엔 창조신을 돕는 상급신으로서, 지천계(지천이 주신)에선 그 세계의 주인인 주신으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아요. 즉 전 다른 세계 가면 짱도 먹을 수 있단 말씀. 에헴."

 

 "주신이라..."

 

 아닌 게 아니라 대단하다. 정말 대단하다. 엄청나게 대단하다. 이 이상 대단할 수 있을까.

 

 근데 말이다...

 

 난 가만히 유카의 미리부터 발끝까지를 눈으로 훑었다.

 

 "...비키니 아머의 신?"

 

 그녀가 내 시선을 의식하곤 한숨을 폭 내쉬었다.

 

 "존경심 따윈 쥐뿔도 없는 눈이군요. 뭐 딱히 그런 걸 바라진 않지만, 내 동기들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건 그냥 넘어갈 수는 없겠네요. 제 권능을 조금 보여드리지요."

 

 오오...? 권능?

 

 난 조금 두근두근한 마음이 되어 그녀에게 말했다.

 

 "아, 그럼 뭔가 쾅,이나 쿠쿵,이나 우르르쾅쾅 같은 영화에서나 볼법한 박력 있는 걸 보여줘요. 갑갑한 제 삶에 화끈하게 자극이 될 만한 걸로."

 

 그녀가 손가락을 턱에 대고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대 악신, 악마용으로 자주 쓰는 제 18번, '자라나라 나무나무'를 보여드리죠. 대신 장소가 장소인 만큼 약식버전으로. 간단히."

 

 무슨 기술이름이 그 모양이람.

 

 "자~ 나와랏!"

 

 유카가 깡총 뛰며 발을 굴렀다.

 

 통.

 출렁출렁.

 

 그리고, 힘차게 흔들리는 가슴에 눈을 뺏긴 그 잠시 사이 바닥에서 뿅 하고 솟아나온 작은 싹 하나.

 

 "...이게 끝은 아니죠?"

 

 "설마요. 본방은 지금부터죠. 자 갑니다. 자라나라~ 나무나무!"

 

 쿠직! 쿠지지직!!!

 

 놀랍게도 이 작은 싹은 앗 쑥쑥 자라 30초 만에 높이가 100미터는 족히 넘을법한 어마무시한 거목으로 자라났다.

 

 "뜨어... 굉장하다! 근데... 이걸로 악마 어쩌고를 어떻게 잡나요?"

 

 그녀는 대답대신 손을 뻗어 나무에 가져다 댔다.

 

 "자, 뭘 봐도 너무 놀라지 마시고, 물양동이도 놓치지 않게 꽉 잡고 있어야 해요~! 그럼 갑니다! 대악마, 악신용 절멸 광역 법술식, 자라나라, 나무나무! 터져라, 불나무!"

 

 "엥? 뭔가 위험한 건가요? 근데 터져라 불나무라니? 그런 말은 없었잖아요? 혹시 이거 폭발하는 겁니까!?"

 

 "네. 당연히 폭발해요. 쿠쾅하는 걸 보고 싶다면서요?"

 

 "어, 어, 어, 어떻게 폭발하는데요!?"

 

 "이렇게요."

 

 그리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 나무가 하얗게 백열한다 싶더니,

 

 쿠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말 그대로 폭발했다.

 

 귀를 찢는 소리와 함께 세계가 뒤집어졌다.

 

 온 세상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끝없이 솟아오르는 짙푸른 불길에 뒤덮여있었다.

 

 숨조차 쉴 수 없게 만드는 온 세상을 가득 채우는 절대적인 힘!

 

 난 그 힘에 격렬히 압도된 채 저도 모르게 전력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그리고 그렇게 한참동안 비명을 지르다 깨달은 사실 하나.

 

 "끄아아, 끄아, 끄... 끄? 어, 어머나... 안 뜨겁네?"

 

 분명 홀로그램 같은 환영은 아니다. 엄청난 폭음과 함께 끔찍한 열풍이 사방을 난도질 하고 있었으니까. 얼마나 엄청난 열이 발생하는 중인지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도 가능했고.

 

 하지만... 뜨겁지 않다.

 

 그렇게 반쯤 패닉에 빠져 어버버버 하고 있자니 갑자기 불길 속에서 손 하나가 쑥 나와 날 끌어당겼다.

 

 "어엇?"

 

 "괜찮아요?"

 

 정신을 차리니 어느새 불길의 바깥이었다. 거기에, 옆에서 방긋 웃고 있는 처자하나가 보인다.

 

 와... 공간이동인가?

 

 "여긴 술식 가장자리로부터 한 10km정도 떨어진 곳이에요. 어때요? 안에서 보는 것도 괜찮지만 밖에서 보는 게 더 볼만하죠? 열기도 한번 느껴봤음 싶었지만 인간은 단 0.1초도 못 버틸 테니 일단 차단해뒀어요. 그냥 눈과 귀로만 즐겨주세요."

 

 "보, 보, 보, 볼만하냐고...?"

 

 이 아가씨가 지금 이걸 볼만하냐고 물은 거냐!? 여의도가 한 100개쯤 들어가고도 남을 크기의 저 무시무시한 불기둥이!?

 

 난 멍하니 저 멀리, 하늘과 땅을 관통한 채 꽈배기처럼 꼬이고 뒤틀리며 타오르는 푸른 불기둥을 바라봤다.

 

 얼마나 화력이 엄청난지 불기둥 주변은 고사하고 한참을 떨어진 여기까지 땅이 찌걱찌걱 녹아내리고 대기가 일그러진다.

 

 .. 그 옛날 소돔과 고모라를 불태웠다는 불기둥이 저러했을까.

 

 "허, 허허허..."

 

 난 힘이 풀리려는 다리를 억지로 다잡으며 허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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