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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아스트랄 휴먼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사회부적응자들의 세상, 아스트랄 휴먼

 
열여섯-5
작성일 : 19-10-12 19:36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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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크메이트”

 

 첫 번째 생각은 체크메이트였다.

 나는 나이트 위에 올라탔고 마티아스 와일더로 보이는 남자가 폰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앤디 톰린슨은 비숍 위에 올라타 있었다. 나는 엑스칼리버를 들고 있는 말을 탄 기사였고 앤디 톰린슨은 포도주 잔을 들고 있는 그리고 허영심이 가득 찬 왕이었다.

 그는 싸움이라는 걸 배워본 적이 없다. 왕이 되기 위한 간단한 수련만 했을 뿐 전쟁에 나가 적군에게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비숍을 아주 쉽게 죽일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마티아스 와일더는 죽일 수가 없었다. 여덟 개의 폰을 다 죽기에는 엑스칼리버를 휘두를 힘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그래서 난 마티아스 와일더를 죽이지 못했다.

 

 룩은 폴 아저씨였다.

 

 그래서 나는 룩을 죽이지 못했다. 성은 위드 타코였다. 위드 타코는 나의 또 다른 안식처였는데 그런 안식처를 무너트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폰과 룩을 죽이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퀸은 트리스였고 킹은 로버트 긴즈버그였다. 사실 킹은 잭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고 나는 아주 다행이라고 여겼다. 잭을 죽일 수는 없었다. 잭을 죽이게 된다면 나를 상담해줄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니까. 그래서 난 잭을 죽이지 않았다.

 

 퀸은 킹을 아끼지 않았다. 킹은 비숍이 가진 허영심 보다 더 큰 허영심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 나는 그런 인물에게 침을 뱉었고 엑스칼리버를 휘둘렀다. 하지만 킹은 죽지 않았다.

 폰이 나를 잡고 있었다.

 여덟 개의 마티아스 와일더는 나의 팔 다리 몸통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리고 난 로버트 긴즈버그에 의해 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내가 이겼다. 나는 체크메이트를 했고 로버트 긴즈버그는 나의 킹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게 내 첫 번째 상상이었다.

 

 체크메이트.

 

 그 다음은 정말 이상한 상상이었다. 마치 시계토끼가 가득한 이상한 나라에 온 거 처럼 나의 눈에 이 길들과 이 동네가 이상한 나라처럼 보였다.

 첫 번째 상상의 체크메이트가 끝나지 않은 듯이 이 길은 검정색과 흰색의 네모가 가득한 바둑판 모양의 길이었다. 그리고 구부러졌다. 구불구불한 구불 길이었으며 롤러코스터를 타는 거처럼 오르락내리락 거렸다. 이상한 나라는 내가 걷고 있는 인도만 그런 게 아니었다. 모두 다 이상했다.

 저 멀리 다가오는 사람은 원숭이였다.

 그리고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내가 뒤돌아섰을 때 원숭이는 접시를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은 머리가 두 개 붙어있었다. 하나의 몸에 머리가 두 개 붙은 샴쌍둥이였다.

 나는 한 남자 앞에서 멈춰 섰다. 그 남자의 몸에는 화상 흉터들이 있었다. 그는 몸에 기름을 바르고 불구덩이 위를 건넜다. 하지만 나의 몸은 멀쩡했다. 그리고 그가 빠르게 지나갔다. 이번에는 아주 멀쩡해 보이는 남자가 다가왔다.

 그 남자는 이상하지 않았다. 양복을 입었고 가죽으로 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 가죽으로 된 무언가로 사람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이곳은 이상한 나라가 아니었다. 프릭쇼(freak show)였다. 남자가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왜 그럴까. 도대체 왜 저런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올까. 생각할 때 즈음, 내 손에서 이상한 무언가를 느꼈다.

 난 손을 쳐다봤고 경악했다.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손가락들이 달라붙었다. 그제야 나는 그가 왜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내게 다가오는 지 알 수 있었다.

 

 그 여자가 내게 더 가까워졌을 때 여자의 얼굴을 볼 수가 있었다.

 

 “해밀턴?”

 

 그 남자는, 아니 그 여자는 해밀턴 교장이었다.

 

 내 상상 속 무서운 여자는 해밀턴 교장이었다.

 

 “멈춰!”

 

 해밀턴 교장은 얍삽하고 희번덕거리는 눈으로 멈추라며 나를 불러 세우지만 나는 해밀턴 교장의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해밀턴 교장은 내가 보았던 사람들처럼 나를 프릭쇼에 세워 웃음거리로 만들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달렸다. 구불구불한 길을 있는 힘껏 달렸다. 마치 시간이 반복되듯 내가 보았던 모든 것들이 다시 또 내 앞까지 다가와 나를 괴롭혔다. 원숭이와 눈이 마주쳤다. 원숭이의 눈은 아주 붉었고 흉측했다.

 저 붉은 눈은 눈의 실핏줄이 터져 붉게 변했고 그 붉은 눈을 바늘로 찌르면 피가 뿜어져 온 세상을 적실 것만 같았다.

 난 두 눈을 감고 다시 또 달렸다. 아무와도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돌에 걸려 넘어졌다. 하지만 상상 속일뿐 아프지 않았다.

 나는 그 상상 속에서 공포감을 느꼈다. 아주 커다란 무언가와 부딪쳤다. 눈을 뜨니 집이었다. 집 앞에 도착했다. 드디어. 집 앞에 도착하자 프릭쇼의 잔상들이 저 멀리 보이지 않는 곳으로 사라졌다. 나는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엄마는 거실 소파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보자 엄마가 달려 나왔다. 그리고 찰리에게 얻어터진 내 얼굴을 보자 엄마는 경악하며 나를 안아줬다. 그때 시간은 아홉시를 지나고 있었다.

 

 

 

 아침이 밝았다. 햇빛은 살며시 뜬 두 눈 사이로 들어와 나를 아주 괴롭게 만들었다. 내 눈에 모래알을 집어넣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모래알을 다 빼내고 싶어 침대를 뛰쳐나와 화장실로 달려갔다. 물을 틀었다. 손에 물을 담아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어 물로 눈을 닦아냈다.

 그리고 세면대에 물을 받았다. 눈을 감고 물속으로 얼굴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눈을 떴다.

 나는 생각했다. 물속에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이번에 내 생각은 빗나갔다. 아주 평범한 세면대였고 물속에 있는 건 내 머리뿐이었다.

 나는 물속에서 빠져나와 거울을 보았다. 내 눈은 내 얼굴은 모래라는 걸 접하지 않은 듯 아주 멀쩡했다. 세면대 옆에 수건이 있음에도 나는 옷소매로 물기를 닦아냈다. 그리고 나는 거울에 붙은 수납장을 열어 주황색 약 통을 꺼냈다. 약 통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클로자핀.

 

 

 나는 그 약이 뜻하는 걸 알지 못했다. 구글에 검색할 수 있었지만 검색을 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주황색 약 통에서 푸른색의 동그란 알약 하나를 꺼내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수도를 틀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세수를 하고 클로자핀을 먹고 화장실을 나왔다. 시계를 보니 시계는 여덟 시 사십오 분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평소 같았으면 학교에 늦었다고 제대로 씻지도 않은 채로 가방만 들고 집을 뛰어나왔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나는 어제 퇴학을 당했고 아쉬움이나 미련 따위 없다. 그리고 나는 두 시까지 행턴 센터로 가야 되니 별다른 마음이 없었다.

 

 아참,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엄마는 벌써 출근을 했을 테고 두 시까지 혼자서 뭘 하냐는 거다. 아침 일찍 부터 위드 타코에 갈 수는 없었다. 열 시가 다 지나서 위드 타코는 문을 열었고 한 시간 동안 혼자 위드 타코 앞에서 폴 아저씨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이럴 때 제이슨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지루하지 않게 내 옆에서 프릭쇼처럼 날 즐겁게 해주는 제이슨이라도 있었으면…….

 

 1층으로 내려가니 역시나 엄마는 없었다.

 엄마의 그 온기는 없었다. 테이블 위에 엄마가 만들어 놓은 미트파이와 펌킨파이가 있었다. 사실 미트파이는 슈퍼에서 산 파이였고 펌킨파이만 엄마가 만든 음식이었다.

 나는 펌킨파이가 올려 진 접시를 들고 쓰레기통 앞으로 가 펌킨파이를 쓰레기통 안에 넣었다.

 

 

 미친 짓이었지만 그러고 싶었다. 나는 지금 호박이 먹고 싶지 않았고 더군다나 아침부터 펌킨파이의 달달한 향이 내 입안에 퍼지는 것은 정말 싫었다.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이면 괜찮겠지만 아침부터 펌킨파이는 아주 끔찍했다.

 

 누군가가 나를 본다면 ‘지금 먹기 싫다면 냉장고 안에 넣으면 되잖아!’ 라며 나를 면박을 주겠지만 나는 그 누군가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 나는 내 행동에 후회 따위 없으니까 말이다.

 나는 미트 파이가 올려 진 접시와 포크 하나를 들고 부엌을 나갔다. 텔레비전을 보면서 미트파이를 먹을까. 지금 텔레비전에서는 어떤 유치한 만화가 나올까 아니면 어떤 드라마가 나올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거나 보고 싶은 건 없었다.

 그래서 나는 텔레비전의 전원을 켜기도 전에 2층으로 올라갔다. 방의 문을 잠그고 침대 위로 올라 가 미트 파이를 먹기 시작했다. 정말 맛있었다.

 인스턴트는 몸에 좋지 않지만 정말 맛있다. 펌킨파이도 몸에 좋지 않지만 맛은 있다. 하지만 난 미트 파이가 더 좋았다. 편식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엄마가 만든 음식 보다는 다른 누군가가 만든 음식이 더 좋았을 뿐이었다.

 

  미트 파이가 담긴 접시가 바닥을 보였고 나는 곧바로 누웠다. 배가 부를 때의 느낌이 좋지 않았다. 곧이어 속이 답답하고 토를 할 거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토를 먹어버릴까 생각을 했다. 그러자 내 입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졌고, 나는 그대로 그 비릿한 것들을 뱉어냈다.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히 접시 위에 뱉어냈다. 아주 조금 더러운 토들이 접시 위에 쏟아지며 흘렀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았다.

 

 나는 접시를 닦기 위해 1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 도착한 나는 물을 틀어 더러워진 접시를 닦기 시작했다. 접시를 닦은 나는 더러워진 입 안을 헹궜다. 그런데도 냄새가 계속 났다.

 내 입안에서도 접시에서도 냄새가 계속 풍겨졌다. 물을 틀었다. 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수구를 막고 세제를 뿌렸다. 그리고 나는 화장실로 향했다.

 

 화장실에 들어선 나는 입 안에 치약을 넣고 계속 헹궜다. 이를 닦고 입 안을 헹구고를 반복했다. 수차례 반복하자 입 속의 역한 냄새는 사라졌고 게운 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화장실을 나와 부엌으로 갔다. 다행이었다. 정말 다행히 물이 넘치기 바로 직전이었다.

 나는 물을 껐고 막았던 하수구를 열었다. 물을 빼낸 후 접시를 닦았다. 접시도 내 입 안처럼 역겨운 냄새에서 벗어난 듯 세제 냄새를 제외하곤 그 어떠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시간은 벌써 열시 삼심 분을 달리고 있었다.

 

 나는 거실에 가 텔레비전을 틀었다. 텔레비전에는 바보 같은 연예인이 바보 같은 스탠드 업 코미디를 하고 있었다. 날짜를 보니 재방송이었다. 아침에 보는 스탠드 업 코미디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채널에는 더 바보 같은 만화가 하고 있기에 나는 다른 채널로 바꾸지 않았다.

 

 “그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쥬라기 시대로 갔는데? 그 타임머신이 콘센트로 작동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쥬라기 시대엔 콘센트가 없잖아요? 그래서 원래 살던 시대로 돌아가지 못 하는 그런 거죠.”

 

 해리 슈와일더의 말에 스탠드 업 코미디를 관람하러 온 사람들은 웃기 시작했지만 나는 관람객들처럼 웃지 않았다. 그냥 작은 실소만을 내뱉었다.

 

 해리 슈와일더가 어떤 새로운 코미디로 사람들을 웃게 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해리 슈와일더는 타임머신의 이야기로 바보 같은 스탠드 업 코미디의 막을 내렸고 나는 이상모를 아쉬움만 가득 차 버렸다.

 

 “해리 슈와일더……. 해리 슈와일더……. 해리 슈와일더…… 해리 슈와일더…….”

 

 나는 그 바보 같은 해리 슈와일더의 이름을 읊조렸다. 해리 슈와일더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함이었다. 나는 해리 슈와일더라는 바보 같은 코미디언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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