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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16
작성일 : 19-10-12 11:35     조회 : 243     추천 : 0     분량 : 19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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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개의 의식은 둘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동은 아픈 머리를 손으로 힘껏 누르며 고개를 들어 는개의 눈을 바라보았다. 는개의 눈을 통해서 그녀가 마동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눈 속에는 하나의 강인함이 있었다. 누군가를 이겨야 하는 종류의 강함이 아니었다. 타인을 넘어서는 힘이 아니었다. 자신만의 독특한 강인한 모습으로 누구도 접근할 수 없고 따라 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그런 ‘힘’이 는개에게 있었다.

  그녀는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다. 어째서 일까.

  그 외에 그녀의 세계에 접근이 불가능했다. 그녀의 의식은 머리에서 전혀 빠져 나오지 않았고 들여다 볼 수도 없었다. 는개는 마동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고 아직 그 손을 치우지 않고 있었다. 여름이지만 그녀의 손바닥에서 따뜻한 정감이 느껴졌고 그 온기가 어깨를 통해 마동의 미미한 마음에 와 닿았다. 기이했다. 마동이 는개의 눈을 들여다봤을 때 그녀 역시 마동의 눈을 피하지 않고 받아 들였다. 그녀의 눈빛에 한줄기 일렁임이 보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마동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는개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이다.

  마동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기에 눈만 밖으로 보였지만 보이는 눈마저도 움푹 들어가서 감기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었고 지독한 독감이 옮지나 않을까하며 마동의 곁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도 없었다. 겁도 없이 는개는 마동의 옆으로 와서 왼손으로 자양강장제를 건네주고 어깨에 오른손까지 올려놓은 채 그녀의 따스한 온기를 마동에게 전해주고 있었다.

  체온이 떨어졌다는 것을 아는 것일까.

  색채 짙은 그림의 주인공처럼 매력적인 는개의 얼굴이 마동의 꺼져 들어간 눈으로 다 보였고 그녀의 얼굴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괜찮아 질 거야.라고 말하는 미소. 호의를 가득 담긴 미소였다.

  는개는 어째서 이렇게 망가질 대로 망가진 모습을 하고 있는 나에게 호감어린 미소를 짓고 있는 걸까. 회사에서는 이렇게나 멋진 남자직원들이 많은데 나에게……. 아 그래, 안타깝게 보였기 때문이다.

 사무실에서 는개를 흠모하는 남자직원들의 시선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마동에게 다가와 있었다. 저녁 무렵 서쪽하늘의 노을이 마술처럼 사라지면 밤이 오는 것같이 는개는 아주 자연스럽게 마동의 옆으로 와서 서 있었다. 의도라든가 계산이라든가 복잡함은 그녀에게 없었다. 그렇지만 마동은 그 많은 것을 정리해서 생각하기에는 몸 상태가 너무 삐거덕거렸다.

  는개가 마동의 손에 쥐어준 자양강장제를 다시 받아서 매끈하고 긴 손가락으로 뚜껑을 따주었다. 뚜껑이 돌아가는 소리가 단단하게 박혀있는 못이 빠지는 소리 같았다. 는개가 뚜껑을 딴 자양강장제를 마동의 손에 쥐어 줄 때 그녀의 손끝이 마동의 손에 미묘하게 닿았다.

  그. 순. 간.

  침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동은 눈에 힘이 들어갔다. 정말 설명이 불가능한 기이한 경험이었다. 는개의 손가락이 마동의 손끝과 닿는 순간이었다. 긴 접촉도 아니었다. 머무르지 않고 그저 스치기만 했다. 거대한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땅 밑으로 가라앉아 버린 바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표현할 수 없는 존재가 내면의 세계를 갈기갈기 찢어발기는 교차가 찰나로 지나갔다. 마동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며칠 동안 많은 변이를 느끼고 묘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을 체험이라는 단어를 붙여서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변이를 경험하고 있었지만 는개의 손끝과 마동의 손끝이 스치는 순간, 보이는 이 광경은 그동안 벌어진 변이를 뛰어 넘는 경험이었다. 지정할 수 없는 무의식의 홀이 있다면 그 속을 양팔을 벌리고 통과하는 기분이었다. 는개의 손이 마동의 손을 스쳐 떠나감과 동시에 400년 전의 어두운 세계를 들여다보는 광경도 동시에 사라졌다. 이 상황에서 흥분의 여운이 마동의 손끝에 남아있었다. 마동은 자신의 손끝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는개도 봤을까. 이런 광경이 보이는 현상을 그녀도 느꼈을까.

  마동은 는개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의 의식은 다른 사람들처럼 읽히지 않았다. 마동이 집중을 해도 그녀의 의식에 닿지 않으며 어떤 은유의 희미한 형태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동은 자신이 느낀 이 감정과 본 광경에 대해서 는개에게 질문하고 싶었다. 더불어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도 는개에게 말하고픈 욕망이 올라왔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쥐어짜는 목소리로 는개에게 저녁식사를 하자고 했고 는개의 미소는 조금 더 깊어졌다. 마동은 푸석해진 손으로 는개의 손등을 두드리며 풍선에서 바람이 빠져나가는 목소리로 고맙다고 했다. 는개는 마동의 자리에서 벗어나 그녀의 자리로 돌아갔고 마동은 리모델링 작업 분을 확인하고 오너를 만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휘청거렸다. 아찔했다. 일어나서 한참동안 숨을 가다듬었지만 어지럼증이 심했다. 마동은 다시 의자에 앉았다. 책상에는 는개가 따 주었던 자양강장제가 숨바꼭질을 하는 어린아이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마동은 그것을 집어 들고 마셨다. 검사가 있어서 아무것도 먹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도 마셨다. 자양강장제는 맥주처럼 잘 넘어갔다. 목 넘김이 좋았다. 그동안 맛 본 자양강장제의 맛이 아니었다. 자양강장제를 사람들이 마시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그 한 병 속에 혈당을 올리는 과당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였다.

  마동은 그동안 자양강장제 같은 음료는 마시지 않았고 는개도 이런 음료를 마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오늘 그녀가 자양강장제를 건넸다. 어제 마신 자양강장제는 일반적인 그런 맛이었다. 아니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마신 음료는 달랐다. 마동은 손에 들고 있는 병을 바라보았다. 어디에나 파는 그런 자양강장제와 다를 바 없는 음료였다. 5분 정도 앉아 있다가 일어났다.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이명도 멀어졌고 어지럼증도 사라졌다. 마동은 고개를 돌려 는개 쪽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몸살이 사라진 것 같았다. 마치 밤처럼. 그녀는 무엇인가 알고 있다.

 

  사장실에서 오너가 컴퓨터 화면을 나에게 잘 볼 수 있도록 돌려놓은 후 서류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장실에 들어오니 사장실 안의 모든 사물이 제자리를 잃고 방황하는 떠돌이 개처럼 느껴졌다. 있어야 할 것과 사라져야 할 것들이 마구 뒤섞여 있었다. “이봐, 고마동 큰일이야.” 비교적 굳건하고 냉정한 오너임에도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마동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지는 못하고 턱을 살짝 들어서 의사를 표시했다. 오너의 눈에도 마동은 형편없이 보였지만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음을 미안해했고 마동도 오너의 마음을 알고 있었다. 대체로 조직과 개인의 관계가 조금 특별한 회사에 마동은 몸을 담고 있는 것이다.

  “클라이언트에게 심경의 변화가 왔네.” 오너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오너가 이렇게 불안해하고 크게 숨을 쉬는 모습은 근래에 들어서 처음인 듯했다. 클라이언트의 단순한 심경의 변화 때문에 이렇게 오너가 불안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마동의 생각이다. 드물었지만 고객들은 리모델링의 수정을 요구해 온 적이 있었다.

  “클라이엔트가 핵변이의 플루토늄을 생활화하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네.” 오너는 물 컵을 입에 갖다 댔다. 마동은 사장실에 들어오니 다시 조금 어지러웠고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사장실의 사물 때문에 눈앞이 약간 흐릿했다. 하지만 오너의 말을 듣고 마동은 큰 걱정할거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클라이언트가 그것을 원하면 해주면 되는 것이다. 초안 레이어 작업을 다시 하는 것이 힘들고 까다롭지만 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답은 반드시 있으니까.

  지금 세계는 핵연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생활을 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에너지를 통해서 전기를 돌려쓰며 난방을 하고 시원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핵에너지를 개발하기 시작한건 꽤 오래전부터 시행되어 왔다. 국내에는 현재 25개가량의 원자력발전소가 돌아가고 있고 이 나라의 총 전력량의 35%나 원자력으로 공급되고 있으니 에너지 차원으로 꽤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렇게 원자력이 에너지원으로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오너가 블랙아웃을 설명하던 술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석탄, 수력, 풍력, 천연가스, 유류, 태양열과 비교하면 단연코 가격이 가장 저렴하게 사람들에게 공급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건 위험요소를 잔뜩 가지고 가야합니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오카 원자력 사고를 보면 위험에 노출이 된다는 겁니다. 사람들은 이 불안을 짊어지고 편리하고 값이 저렴하니까 사용을 합니다. 원자력이라는 에너지원이 인간사에 필요악이라는 것을 알지만 정부에 대한 불신을 뒷전으로 하고서도 감당을 하려고 합니다. 오너가 늘 말했지 않았습니까. 정부의 허가만 있으면 어려울 것은 없습니다.“ 마동은 장황하게(몸 상태가 좋지 못해 힘들게) 오너에게 말했다. 오너의 방 사물은 두 사람의 대화에 자세를 바로잡지 못하고 있었다. 한참 후.

  “클라이언트가 정부 모르게 리모델링 작업을 해결해 달라는 것이네.”

  마동은 오너의 말을 듣고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푹 기댔다. 의자가 아프다는 듯 삐거덕 소리를 내며 뒤로 휘어졌다. 이것은 분명 문제가 된다. 문제가 있는 것은 반드시 그 결과를 가져온다. 문제는 정부사람들과 갈등을 조장하고 정부는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방편을 마련할 것이다. 그 방편에 ‘우호적’은 누락되어 있을 것이다. 특히나 현재는 감시를 당하고 있는 입장이다. 지금의 대화도 감시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이미 거액의 현금을 클라이언트에게 받아 버렸네. 거부할 수 없었어. 지금 회사의 자금사정을 그 고객이 주는 수수료로 모든 것이 풀리네. 여기저기 졸졸 새는 물은 모두 막을 수 있지.”

  오너는 불안하고 초조해 보였다. 겉은 나보다 멀쩡했지만 속은 쓰레기더미를 몇 날 며칠 치우지 않는 소각장 같을 것이다. 혼자서 고민을 하고 결정을 하기까지 무엇보다 태도를 정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마동도 의자에 무거운 몸을 파묻은 채 생각에 잠겼다. 마동과 오너 사이에는 서로 다른 여러 개의 공기가 결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 사람들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마동은 쇠붙이가 갈리는 목소리를 냈다.

  “자네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서 자네를 불렀네.” 오너의 목소리는 평소 같지 않았다.

  “전 지금 정부의 감시를 받고 있는 형편입니다.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모든 것을 알아 낼 수 있고 우리를 파멸로 이끌 수 있어요”라고 마동은 겨우 말을 했다. 1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1분의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드물 정도로 오래 흘렀다.

  “내가 그동안 개인적으로 들고 다니며 작업하는 노트북이 있네. 기존의 인터넷회선과 전화망의 방식이 아니야. 추적이 불가능한 방식의 회선으로 파일을 공유하고 작업을 할 수 있네. 물론 파고들면 안전하리라고는 생각지 않네. 추적이 시작됐다 싶으면 기존의 고든스티머 회선으로 전환해서 추적을 피하고 파일을 담고 있는 카테고리는 다른 회선을 통해 이동을 하고 기존자리에 있는 파일은 오토딜리트가 된다네. 그대로 다 타버리는 거지. 재도 남지 않아. 그을음도 없이. 내가 그 방면의 전문가들을 알고 있어서 그동안 정부의 눈을 피해가며 몇 건의 작업을 했네.”

  오너는 아직 정부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정부의 감시가 이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면 피해가는 방법은 어느 정도 모색을 해놨다네. 후에 문제가 발생하면 직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거야. 모든 것은 내가 전부 처리할 테니 말이네. 문제는 그 작업을 당장 오늘부터 시작을 해야 한다는 것이네. 그리고 디자이너들의 도움 없이 자네가 독단적으로 작업을 해줬으면 해서 이렇게 전화상으로 말하지 못하고 불렀네. 미안하게 생각하네.”

  마동은 꿈의 레이어를 재배치해야 하고 세밀한 공정 같은 오버래핑의 작업까지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지만 어디 믿기지 않는 일이 하루 이틀 일인가.

  “만에 하나 작업이 순조롭게 완료되어서 클라이언트에게 돌아간 다해도 그 사람이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을 하게 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닙니까. 만에 하나라도.”

  “만일 그렇게 되면 추적을 당하게 되겠지. 그리고 우리는 파멸이라는 구덩이에 빠져 나오지 못하게 될 거야. 그런 식으로 결말이 난다면 우리 회사도 회생이 불가능하고 직원들에게도 면목이 없지. 헌데 말이네. 실은 클라이언트가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이 우리의 생각밖에 있네. 그에게는 서른 살 된 아들이 있네. 정신지체를 앓고 있다고 해. 지능이 4살 미만이라 외모만 서른 살이지. 지적능력이 미취학아동에 머물러 있네. 그는 평생 자신의 아들의 병을 고치려고 병원이란 병원은 모조리 알아보고 다녔다고 하네. 알겠지만 오래전 영화에서 미래에 관한 내용이 나오면 지금쯤이면 자동차가 하늘을 쉽게 날아다니고 아픈 사람들은 알약 하나로 거뜬하게 나아야겠지만 현실의 과학이나 의학이 영화의 속도에 비례하지는 않지. 클라이언트는 심지어 브라질의 개인병원까지 가봤다고 하더군. 헌데 선천적으로 미숙아 상태로 태어난 사람의 뇌를 인간의 힘으로, 현재의 의학으로 아직은 멀쩡하게 돌려놓을 수가 없다고 해. 그렇게 짐을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네. 클라이언트는 평생 군 기관에서 군수물품 과학 분야에서 플루토늄 연구를 해오면서 플루토늄 이외에 전기적 자극을 주어 떨어진 뇌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고 하네. 당연하지만 자신이 먼저 죽게 되면 아내도 없어서 미숙아인 아들혼자 살아가는 세상은 상상 할 수 없다더군. 뇌가 미숙아인 사람은 당분의 유혹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네.”

  “당분이요?”

  “그렇지, 달달한 음식의 유혹을 누군가가 막아줘야 한다고 해. 그렇지 않으면 음직이 달지 않으면 먹지 않게 되니까. 지금도 몸이 많이 거대하다고 하네. 그가 지니고 있는 엄청난 자본은 어딘가로 흘러갈 곳도 없는 미궁 속의 현금이라고 해. 자신의 아들이라도 돈이라는 물질에 눈을 떴다면 다 줘버리고 싶지만 그의 아들은 3살의 지능이지. 고작 과자정도 사먹을 돈이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거야.”

  침묵이 흘렀다. 현실 속에서 보기 드문 묵직한 침묵이었다. 오너와 마동을 제외한 모든 사물이 침묵 속에 침몰 할 것 같았다.

  “정부가 추적을 한다고 해도 목적이 불온하지 않기에 모두에게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을 걸세.” 오너는 덤덤하게 말했다. 하지만 불안해했다. 그 불안이 시작하는 곳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어딘가 일 것이다. 거기서 오는 것이다. 그러기에 불안은 사람을 무섭게 만든다.

  침묵은 제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의 물품위에 고스란히 내려앉았다. 무게가 없는 침묵은 현실에 어울리지 못하고 물품위에 쌓여서 고요하게 오너와 마동을 응시할 뿐이었다. 오너도 말이 없고 마동 역시 미동도 없고 의자에 앉아서 마스크만 만지작거렸다.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은 무력감으로 내려앉은 고요만이 알고 있었다. 사장실에는 에어컨이 나오고 있지 않았음에도 질척한 냉기가 흘렀다. 마동은 몸을 살며시 부르르 한 번 떨고서는 집요한 고요 속으로 다시 몸을 숨겼다.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7번 F단조를 듣고 싶었다. 그 중 ‘열정’ 1악장이 듣고 팠다. 대학시절 연상의 여자가 마동을 데리고 피아노실에서 종종 들려주었던 곡 말이다. 고민이 있거나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일이 있을 때 그녀는 마동을 데리고 피아노실로 가서 그 곡을 연주해주었다. 그 곡을 듣고 있으면 마치 현세에서 벗어나는 느낌을 받곤 했다. 초반부터 휘몰아쳐 가는 것이 연상의 그녀 스타일이었다. 거침없이 처음부터 몰아세운다. 가슴이 뛰고 격정에 차오르기도 했다. 불타는 에너지에 마동은 압도당해 버렸다. 고결한 피아니스트만이 정념 가득히 그 곡을 연주해 낼 수 있는 것이다. 하강과 상승의 곡선이 유하게 이어지며 숨을 토하게 만들었다. 마동은 이 곡을 들을 때마다 막혔던 장벽이 뚫리는 기분이 들었고 덕분에 당시에는 잘 헤쳐 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이제 그 곡이 없어도 세상 속에서 충분히 자유와 함께 결여된 부분을 치유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곡이 미치도록 듣고 싶었다. 바로 옆에서 피아노의 건반이 전달하는 그 엄청난 울림과 떨림을 몸속으로 느끼고 듣고 싶었다. 그래야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인가 생각이 날 것 같았다.

  정부는 클라이언트의 목적과 타당성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생각지 않을 것이다. 정부를, 정부에 속해 있는 권력자들, 그 밑에서 개처럼 일하는 정부의 인간들을 속이고 고객과 모종의 계약으로 거대한 작업을 착수하고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불법으로 간주할 것이다. 그들은 일단 불법이라고 판단이 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고 부당한 것으로 간주된 우리는 회부될 것이다. 곧이어 파멸이라는 이름의 종결로 이어질 뿐이다. 입안에 침이 전부 말라버려 아타카미가 되어버렸다.

  마동은 천천히 손을 들어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손금이 기이했다. 또 변했다. 손바닥에 자리 잡고 있어야 할 손금이 사장실의 사물처럼 제자리에서 이탈해 있었다. 발바닥에 변형이 오고 손금이 자리를 이탈했다. 복잡함과 시련은 늘 한꺼번에 몰려온다.

  “그렇다면 클라이언트는 왜 처음부터 말하지 않았죠?”

  오너는 조금 깊게 생각한다. 생각도 자리를 잡아야 한다.

  “정부 때문이지. 정부는 오래전에 미국정부와 협상을 했네. 그 협상의 조건에는 감시가 붙어야 한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지. 우리나라 모든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미국정부에서 감시를 하고 있다네. 핵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은 원자력을 태우고 남은 찌꺼기야. 그것으로 핵의 원료를 만들지. 클라이언트가 젊었던 시절, 그 시절부터 핵을 연구해왔기에 우리도 미국의 간섭만 없다면 핵이라는 무섭지만 누구도 건드리지 못할 방어막의 형성을 이루었겠지. 그 플루토늄이라는 게 군사적으로 사용이 되면 안 되기에 미국정부에서 감시를 할 수 밖에 없었지. 하지만 미국은 어쩐 일인지 애당초 우리나라의 원자력 발전소를 전부 감시하고 있어.”

  클라이언트가 사용하려는 목적으로는 정부는 허가를 내주지 않아. 그렇게 되면 정부는 미국이라는 거대한 빅 브라더의 간섭을 다시 받게 되네. 정부쪽 사람들은 멍청이가 아니네. 그들 역시 지금은 부피가 커버려서 어떠한 간섭에 대해서는 배척하려는 의지가 강하네. 자칫 우리가 생각지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클라이언트는 생각한 거야. 클라이언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부와 재능으로 정부사람을 따돌리며 자신의 아들을 정상인으로 만들어 싶어 한다네. 그에게 받은 현금은 직원들에게 모두 나누어 줄 거야. 능력에 맞게 일한 대가에 따라 배당을 해놨네. 혹시 일어날 일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 놨네. 그렇지만 말이야, 혹시 일어날 일은 일어나지 않아. 나를 믿게.”

  오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안톤 체호프의 1장이 펼쳐졌고 권총이 등장했다. 이제 권총이 발사되어야 할 일만 남았다.

  “자네에게 상의 없이 결정을 해서 미안하네만 자네나 이 곳이나 클라이언트나 모두 감시대상에 들어가 있네. 특히 정부는 자네를 가장 예의주시하고 있어. 아무래도 자네가 일선에서 클라이언트의 뇌파를 채취해서 그럴 거야. 편안하게 전부 모여서 회의를 거쳐 결정을 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었네.”

  단결이란 단체에서 누군가가 희생을 하기 때문에 단결이 이루어지고 조직이 만들어져 나가는 것이다. 나는 이미 안정된 테두리를 뛰어 넘어버렸다. 마동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테두리를 넘어서면 당연하지만 불안하고 골이 깊은 뾰족한 크레바스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오너의 말에 침묵을 지키던 마동은 끝내 동의를 했다. 오너는 사장실을 뛰어나가 이번 프로젝트를 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작업을 중단하고 그 동안의 작업 분을 회수해오려고 했다. 그런 오너를 마동은 다시 불렀다.

  “오너? 디자이너들에겐 그것대로 작업을 꾸준하게 하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부쪽에서 작업량을 체크 할 텐데 말이죠.”

  오너는 마동의 말을 듣고 “객체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분류해서 그들의 눈을 피한다. 그래, 자네 말이 맞는 것 같아.”

  오너는 디자이너들에게 가서 조금 더 디테일하고 레이어의 균형을 잡도록 지시를 내렸다. 그들이 하는 작업은 매시간 정부의 정보망으로 흘러 들어갈 것이다. 이 모든 것을 최원해 역시 어딘가에서 주의 깊게 주시하고 있었다. 오너는 자신의 특별한 용도로 제작된 노트북을 마동에게 건네주었고 마동은 파일과 노트북을 들고 회사를 나섰다.

  뒤에서 박는개가 마동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이 느껴졌다. 그녀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다. 그녀는 마동에게 완쾌하기를 바랐다. 는개의 목소리에서 진정성이 묻어났다. 마동이 사무실을 나오다가 고개를 돌려 다시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는개의 눈 속에 깊은 서정성마저 담겨 있었다. 마동은 는개에게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을 느낄 수 있었다. 머릿속에 자신의 품에 안긴 는개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가 이루어졌다. 밖에서 봤을 때는 이런 검사실이 있었나? 할 정도로 낡은 건물처럼 보였지만 검사실이 버젓이 있었고 검사실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일반적인 종합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검사설비와 기기가 갖춰있었다. 분홍간호사는 오늘도 풍만했다. 마동의 눈에 분홍간호사의 풍만함이 먼저 들어왔다. 병원으로 오기까지 많은 사람들을 지나쳤지만 타인에 신경 쓸 겨를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2층으로 힘겹게 올라와 병원의 문을 열고 들어와서 포르말린 냄새를 맡는 순간 병원 밖에서 일어났던 증상은 사라지고 말았다.

  포르말린 냄새 때문인가.

  추위가 단절된 따뜻한 포장마차처럼 마동의 변이가 몰고 온 몸살은 병원으로 들어오는 순간 힘을 잃어버렸다. 분홍간호사와 눈인사를 하고 대기실에 앉아서 병원 실내를 둘러봐도 주사실과 원장실과 화장실정도가 보였을 뿐 마동이 누워있는 묘한 검사실은 어디에도 눈에 띄지 않았다. 여자들이 호감을 가질만한 얼굴을 지닌 원장을 만나서 검사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를 들은 후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뒤를 따라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복도 끝에는 화장실로 이어지는 문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분홍간호사가 마동이 보고 있었음에도 눈치 채지 못한 곳의 문을 열었다. 분홍간호사는 분홍 매니큐어가 반짝이는 손가락으로 화장실 문 옆에 자그마하게 달린 손잡이를 잡아 당겼다. 어이없게도 문이라고 불릴만한 것이 복도의 벽에 나타났고 엉뚱하게 열렸다. 열린 문 안으로 긴 복도가 다시 나타났다. 복도로 들어가니 문밖 병원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들었다.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포근함이 가득했다. 눈이 아프지 않는 조명이 복도의 천장에서 빛나고 있었다. 조명도 처음 보는 조명이었고 색온도가 좋았다. 억지로 빛을 만들어내지 않는 조명이었다. 복도에 발을 들이는 순간 깊은 잠 속으로 빠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동의 정신은 편안한 잠을 원했지만 육체는 잠속으로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 했다. 불면에 빠진 사람들과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메트로놈이 되어 육체와 정신의 세계를 박자에 따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복도의 바닥은 신발이 닿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걷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않았다. 조명이 은은하여 눈에 피로가 덜했다. 아주 좋은 조명 같지는 않았지만 조명의 빛은 마동의 눈을 찌르지 않았다. 복도는 생각보다 길었으며 각종 검사실의 팻말이 붙은 문이 복도에 죽 있었다. 복도에는 포르말린 냄새가 나지 않았다. 대신 좋은 냄새가 났다. 냄새는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지금 복도에 번지고 있는 냄새는 움직이는 것이다. 냄새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 맞아, 냄새는 움직이는 거야.

  새삼 냄새가 움직인다는 것이 놀라웠다. 게다가 복도는 동물원 기린의 몸속처럼 고요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소리와 빛 모든 것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이 좋은 냄새는 어디서 나는 냄새일가.

  분홍간호사가 앞에 걸어가고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 뒤따라가면서 분홍간호사의 엉덩이를 보았다. 앉아 있을 때는 상상하기 힘든 엉덩이를 소유하고 있었다. 간호사의 엉덩이도 어쩐지 걸을수록 자꾸 풍만해져갔다. 영화 속의 여배우처럼 풍만한 것이 아니었다. 분홍간호사의 몸에 비해서 엉덩이는 점점 풍만해져가는 것이다. 모르겠다. 설명은 늘 어렵다. 어쩌면 단지 그런 느낌이 들었을 뿐일지도 모른다. 엉덩이는 걸음을 걸을 때마다 마치 살아있는 고슴도치처럼 움직였다. 육체에서 분리된 새로운 생명체처럼 분홍간호사도 엉덩이도 춤을 추며 복도를 걸었다.

  움직이는 좋은 냄새는 분홍간호사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병원의 대기실에서는 포르말린 냄새 때문에 맡지 못한 냄새였는데 외부와 단절된 복도에 들어오니 분홍간호사의 냄새가 번진 것이다. 향수 같지만 향수냄새라고 단정하기에는 무언가 모자람이 있었다. 인공적인 냄새가 아니었다. 지금 복도에서 움직이고 있는 이 냄새는 분홍간호사의 몸 자체에서 나는 냄새였다. 분홍간호사의 체취가 복도를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좋은 냄새다. 물에 탄 꿀처럼 달달한 냄새였다. 도취될 것만 같았다.

  이 작은 병원 안에 이렇게 오래 걸을 수 있는 복도가 존재한다니.

  “걱정 마세요, 고마동 씨. 이제 다 왔습니다. 검사할 때는 외부의 소리에 방해를 받지 않으려고 특수 제작된 검사실입니다.“ 분홍간호사가 말했다.

  도대체 분홍간호사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순간 분홍간호사가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었다.

  맙소사.

  특수제작이라는 말은 오늘만 해도 벌써 두 번째다. 오늘은 전부 특수 제작되는 날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복도는 계속 이어졌다. 복도는 생각 밖으로 길었고 아늑했다. 일반적인 복도에서 전해주는 느낌이 아니라 안온하게 느껴져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어딘가로 들어가기 위한 연결방편에 지나지 않는 복도가 이렇게 포근함이 들다니. 복도에도 에어컨 바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복도는 덥지 않았고 마동은 냉기도 느끼지 않았다. 그대로 복도의 바닥에 드러누워 잠이나 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이 들 쯤, 분홍간호사가 자, 여깁니다. 하면서 복도에 붙어있는 많은 방 중에 한곳의 문을 열었다.

  “복도에 붙어있는 많은 문들이 전부 검사실입니까?” 마동의 목소리는 원래의 목소리를 찾았다. 회사에서 겨우 나오던 쇳소리가 아니었다. 병원 내에서는 갈라지거나 쇠붙이의 소리가 나지 않았다. 분홍간호사는 대답하지 않고 또 한 번 웃음을 보였다. 분홍웃음이었다. 웃음을 지었을 뿐인데도 풍만한 가슴은 살아있는 듯 움직였다.

  맙소사.

  검사실 안은 처음 보는 기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부는 보랏빛이 감도는 아담한 공간의 실내였고 한쪽 벽면은 마스모토 레이지의 야마토 내부를 보는 듯했다. 중간에 침대가 있었는데 침대만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동에게 침대 위에 누우라고 한 뒤 분홍간호사는 야마토 내부처럼 보이는 벽면에 서서 여러 가지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침대위에 누우니 방안을 감도는 기분 좋은 보랏빛이 마동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몇 시쯤 되었을까.

  시간을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퇴행하는 것 같았다.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오늘 무슨 검사를 합니까?”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뒷모습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풍만한 제복 입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영화 시작 후 10분만에 사라지는.

  “일반적인 검사를 할 겁니다. 피검사, 심전도검사, 내시경등 말이에요.” 분홍간호사는 뒤를 돌아보며 마동을 향해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으셨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마동은 병원에 오기 전에 는개에게 받은 자양강장제를 한 병 마셨지만 함구했다. 마동의 말을 듣고 분홍간호사는 마동을 향해 또 미소를 지었다. 분홍간호사의 미소를 보는 순간 그간 밀려있던 졸음이 전조도 없이 들이닥쳤다. 분홍간호사가 벽면에서 이것저것 무엇인가 버튼을 누를 때 체내로 수면제가 투여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졸음은 몸과 머리를 지배해 버렸다. 마동은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침대의 베개에서 떨어트려 머리를 흔들었지만 졸음은 그야말로 폭력적이었다. 분홍간호사는 마동의 머리를 아기처럼 베개위에 뉘이고 분홍간호사는 분홍의 간호사 복을 벗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며 마동은 잠이 들어 버렸다.

  분홍 간호사가 옷을 벗는다. 옷을 벗는……. 옷을…….

 

  눈을 뜨니 검사실 안에는 마동 혼자뿐이었다. 일어나서 침대위에 걸터앉았다. 시간을 보니 한 시간이나 잠이 들어 있었다. 아주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심해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인지 몸이 가벼웠다. 오른팔에 약간의 통증이 있는걸 보니 피검사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검사가 이루어졌나 보다. 내시경도 잠이든 사이에 검사가 끝난 모양이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검사실을 감도는 보랏빛도 사라졌고 벽면을 가득 메웠던 컴퓨터장비들도 보이지 않았다.

  바지의 앞섶으로 눈길이 갔다. 페니스에 동통이 있었다. 하지만 바지는 벗겨진 흔적이 없었다. 입고 있는 두꺼운 블루진은 지퍼형식이 아니라 단추가 달린 청바지라 벗겼다가 다시 입혔으면 미묘하지만 알 수 있었다. 벗겼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생각이 나지 않는 섹스는 어디에도 쓸모없는 나사와 같다.

  검사를 위해서 분홍간호사가 옷을 벗은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 본 것인가. 그럴 리도 없다.

  마동은 침대위에 걸터앉은 채 머리가 하얘진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순백색의 머릿속은 어떤 색의 크레파스로 칠을 해도 칠해지지 않았다. 유리에 색칠하는 것처럼 색이 겉돌고 있었다. 질척한 하얀색이 머릿속 세상을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볼펜의 끝으로 그 하얀 색에 선을 그으면 말랑말랑 젤리처럼 다시 하얀색으로 메워졌다. 순백색의 공간은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때, 분홍간호사가 문을 열고 미소를 띠며 들어왔고 의사가 기다린다면서 나오기를 권했다.

  검사실 안은 처음 보는 기계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부는 보랏빛이 감도는 아담한 공간의 실내였고 한쪽 벽면은 마스모토 레이지의 야마토 내부를 보는 듯했다. 중간에 침대가 있었는데 침대만이 병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동에게 침대 위에 누우라고 한 뒤 분홍간호사는 야마토 내부처럼 보이는 벽면에 서서 여러 가지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침대위에 누우니 방안을 감도는 기분 좋은 보랏빛이 마동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몇 시쯤 되었을까.

  시간을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퇴행하는 것 같았다. 시간의 흐름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잠이 쏟아질 것 같았다.

  “오늘 무슨 검사를 합니까?”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뒷모습을 보면서 말했다. 뒷모습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풍만한 제복 입은 여자의 모습이었다. 영화 시작 후 10분만에 사라지는.

  “일반적인 검사를 할 겁니다. 피검사, 심전도검사, 내시경등 말이에요.” 분홍간호사는 뒤를 돌아보며 마동을 향해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다.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으셨죠?”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마동은 병원에 오기 전에 는개에게 받은 자양강장제를 한 병 마셨지만 함구했다. 마동의 말을 듣고 분홍간호사는 마동을 향해 또 미소를 지었다. 분홍간호사의 미소를 보는 순간 그간 밀려있던 졸음이 전조도 없이 들이닥쳤다. 분홍간호사가 벽면에서 이것저것 무엇인가 버튼을 누를 때 체내로 수면제가 투여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졸음은 몸과 머리를 지배해 버렸다. 마동은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침대의 베개에서 떨어트려 머리를 흔들었지만 졸음은 그야말로 폭력적이었다. 분홍간호사는 마동의 머리를 아기처럼 베개위에 뉘이고 분홍간호사는 분홍의 간호사 복을 벗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며 마동은 잠이 들어 버렸다.

  분홍 간호사가 옷을 벗는다. 옷을 벗는……. 옷을…….

 

  눈을 뜨니 검사실 안에는 마동 혼자뿐이었다. 일어나서 침대위에 걸터앉았다. 시간을 보니 한 시간이나 잠이 들어 있었다. 아주 개운한 기분이 들었다. 오랜만에 심해 같은 잠을 자고 일어나서인지 몸이 가벼웠다. 오른팔에 약간의 통증이 있는걸 보니 피검사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검사가 이루어졌나 보다. 내시경도 잠이든 사이에 검사가 끝난 모양이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졌다. 검사실을 감도는 보랏빛도 사라졌고 벽면을 가득 메웠던 컴퓨터장비들도 보이지 않았다.

  바지의 앞섶으로 눈길이 갔다. 페니스에 동통이 있었다. 하지만 바지는 벗겨진 흔적이 없었다. 입고 있는 두꺼운 블루진은 지퍼형식이 아니라 단추가 달린 청바지라 벗겼다가 다시 입혔으면 미묘하지만 알 수 있었다. 벗겼다는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생각이 나지 않는 섹스는 어디에도 쓸모없는 나사와 같다.

  검사를 위해서 분홍간호사가 옷을 벗은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그렇다면 내가 잘못 본 것인가. 그럴 리도 없다.

  마동은 침대위에 걸터앉은 채 머리가 하얘진다는 걸 느끼고 있었고 순백색의 머릿속은 어떤 색의 크레파스로 칠을 해도 칠해지지 않았다. 유리에 색칠하는 것처럼 색이 겉돌고 있었다. 질척한 하얀색이 머릿속 세상을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볼펜의 끝으로 그 하얀 색에 선을 그으면 말랑말랑 젤리처럼 다시 하얀색으로 메워졌다. 순백색의 공간은 여지를 두지 않았다.

  그때, 분홍간호사가 문을 열고 미소를 띠며 들어왔고 의사가 기다린다면서 나오기를 권했다. 마동은 분홍간호사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봤지만 카운터에서 보이던 모습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분홍간호사는 마동이 문밖으로 나올 때까지 문을 열고 손잡이를 잡은 채 미소를 띠고 있었다. 마동은 분홍간호사를 지나치면서 그녀의 냄새를 맡았다.

  내가 입고 있는 옷처럼 친숙한 향이다.

  하지만 복도를 따라 걸어 들어오면서 맡았던 간호사의 체취는 아니었다. 향수의 향도 아니었고 비누에서 나는 그런 향도 아니었다. 샴푸의 향도 아니고 옷에서 나는 섬유제의 냄새도 아니었다.

  무엇일까. 낯익은 향이었다.

  마동은 분홍간호사에게 어찌된 일인지 물어보려고 하다가 그만 두었다. 분홍간호사는 마동을 원장실로 안내하고 문을 닫고 나갔다. 마동은 원장을 마주하고 앉았다. 병원의 원장실에서만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분홍간호사가 미소를 머금고 인사를 하고 원장실을 나가버리니 방안의 공기가 갑자기 냉정하게 돌변했다. 원장은 마동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으로 마동을 한참 쳐다보았다.

  “일단 정확한건 수일 내에 결과가 나와 봐야 알 수 있는 거지만.”

  병원 안에서는 원장의 의식도 분홍간호사의 의식도 들리지 않았다. 원장은 마동의 피가 일반 사람들의 피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 눈치였다. 성분이며 혈류량이며 혈류속도 같은 것이 타인과는 다르군. 하고 의사의 눈은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원장과 마동은 검사에서 벗어난 일반적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주식과 건물의 동향, 유행하는 영화와 슈트에 관한 이야기, 날시, 슈퍼 카의 가격과 크루즈에 승선할 수 있는 인원, 바퀴벌레의 종류와 지하 몇 미터까지 인간의 공간을 건설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마동과 의사 두 사람의 어깨는 한층 풀어졌으며 의자의 등받이에 편하게 기대게 되었다. 냉정한 방안의 공기가 조금은 안온하게 바뀌었다. 마동은 의사에게 분홍간호사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 묻지 않았다.

  “고마동 씨, 혹시 제일 잘하는 게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의사는 마동에게 시선을 고정 한 채 진지하게 물었다. 마동은 자신이 제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고하게 알고 있어서 스스럼없이 대답을 했다.

  “제가 딱히 내세워서 잘 하는 것은 없습니다. 잘하는 것이 하나 있다면 배고픔을 남들보다 잘 견딜 줄 안다는 겁니다. 기억은 흐릿하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배고픈 것을 잘 참았습니다.”

  의사는 마동의 터무니없을 법한 말도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인간이 배고픔을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잘 참고 있는 종족이지만 원초적인 생리적 욕구를 참기란 쉬운 일은 아니죠. 1835년 11월 캐나다의 바다에서 좌초한 배에서 18명이 구조를 기다리다 결국 한 명을 희생시켜 그 고기로 17명이 구조될 때가지 살아남습니다. 죽어서 고기를 내 준 사람은 15살의 수습 선원이었죠. 그리고 3일 후에 지나가던 다른 어선에 의해 구조가 됩니다. 3일만 더 버텼다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15살의 어린 선원의 목숨은 살아남았겠죠.” 의사에 말에 마동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결이 되고 질서가 유지되는 이유가 자신을 희생하기 때문에 조직이라는 단체가 성립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지 그 속에서 조직의 음모가 개임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고작 15살에 희생당한 선원의 실화에도 계략이 있었던 것이죠.”

  “동물은 눈앞의 음식을 참아내는 능력이 없죠. 그래서 단결하기가 힘이 드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배고픔을 잘 참아 낸다는 것은 절제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마동은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오너 앞에서 했던 생각이었다. 마동이 한 생각을 지금 눈앞의 의사는 입으로 말하고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나 오너나 의사나 분홍간호사나 어딘가 전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대체로 이들이 내뱉는 말이 고리처럼 이어져 있었다. 의사가 말을 끝냈을 때 마동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했다.

  “예전에 회사에서 세미나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꽤 큰 세미나여서 저희 회사에 적을 두고 있던 인도의 기업에서도 참석하고 저희 회사에서도 오너를 비롯해서 많은 사람들이 대거 참석했습니다. 1박2일 코스인데 낮과 저녁에 모든 일정이 끝이 나고 밤이 깊었을 때 단합을 위해 흉가에서 조를 짜서 담력을 키우는 레크리에이션을 했습니다. 미니버스를 타고 약 10분정도 산속의 흉가가 있는 지역까지 가는 겁니다.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 소풍을 가는 어린이처럼 들떠있었죠. 회사에서는 대략 30명이 세미나에 참석했고 한 조당 3명에서 5명 정도의 인원으로 나누어서 흉가에서 담력시험을 했습니다. 회사는 덩치가 커 버려서 이렇게 어딘가로 나와서 크게 단합대회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의사는 진지한 표정이었지만 분홍간호사와는 또 다른 의식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동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의사는 시간은 충분하니 계속 해보라고 했다. 역시 이상한 병원이다.라고 생각했을 때 의사는 대기실에 있는 환자분들은 약만 타면 된다고 했다. 정말 이상한 병원의 이상한 의사다.

  “우리 조는 두 번째로 자정에 투입되었습니다. 저를 비롯해서 5명이 있었습니다. 전부 남자였고 저보다 나이가 위인 차장님이 한 분, 나머지는 저보다 밑의 직원이었죠. 모두 대학교를 졸업하고 면접과 테스트를 거쳐 입사한 인재들이었죠. 회사에서 일을 하려면 판단력이나 상황대처, 인성의 기분이 되어있고 무엇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을 채용합니다. 그들은 체구도 건장하여 저는 그 속에 껴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원들은 타 조에 비해서 여자가 없다며 투덜거렸죠. 아무래도 담력 시험을 가는데 여직원이 같이 있으면 이런저런 해프닝이 일어날지도 모르고 후에 추억으로 이야기가 되기도 하고 말이죠. 자정에 투입된 우리 조는 흉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흉가는 오래전의 요양소건물이라서 높지는 않았지만 넓고 컸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큰 건물이 산속에 방치된 채로 흉물스럽게 변해 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곳 주민들은 이 흉가로 몰려들어 담력시험을 거치는 업체들에게 일종의 입장료 같은 것을 받았으며 그 돈이 꽤 많은 수입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래서 아직 건물의 처리에 관해서는 쉬쉬 하고 있던 모양입니다. 건물이란 사람의 손이 타지 않으면 퀴퀴하고 흉물스럽게 변합니다. 세상의 수많은 물품은 인간의 손이 닿으면 낡고 못쓰게 되는데 건물만은 예외입니다. 사람의 손이 타지 않은 요양소건물은 말 그대로 흉물이었습니다. 흉측한 냄새가 압도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냄새를 맡지 못했어요. 어쨌든 우리들은 자정의 시간에 맞추어 흉가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산속의 밤은 지금처럼 여름이라도 너무 어둡습니다. 그런데 산 속의 어둠보다 요양소건물 속의 어둠이 더 짙고 깜깜했어요. 짙은 어둠이 등을 덮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동은 잠시 틈을 두었다. 여자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을 가진 의사도 흥미롭게 듣고 있었다.

  “건물은 4층까지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는 없었습니다. 복도는 무척 길었죠. 150미터? 300미터?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꽤 길었습니다. 기억자형의 큰 요양소건물인데 입구에 들어가면 우리들은 각각 지정해준 곳에서 우리조 번호가 쓰인 깃발을 찾아서 다시 돌아오면 됩니다. 재미만 생각하고 들어갔던 우리 조는 그 공포스러운 어둠의 침묵에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일층을 따라 복도를 걸어가는데 깨진 창문 밖에서 스산한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분위기에 겁이 났고 바람이 불어오면 그 소리가 귀곡성처럼 들렸죠. 전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나 나올법한 산골에서 자라서 산속의 어둠은 대체로 무서워하지 않는 편입니다. 전혀 무섭지 않다고 느끼는 편인데 그때의 흉가 속에서 본 어둠은 질이 다른 어둠이었습니다. 한 조에 플래시 두 개가 지급이 되었는데 차장님이 하나, 직원 중에 한 명이 하나를 들었습니다. 어쩌면 플래시를 켜지 않고 그냥 어둠에 녹아든 채 이동을 해야 하는 게 맞았는지도 모릅니다. 뭐랄까 흉가 속에 있는 어둠은, 우리의 등을 엎어 버리는 이불 같은 어둠이었고 이불은 한 번 덮이면 다시는 걷히지 않을 종류의 무서움이었습니다. 어둠은 플래시의 빛 같은 불순물이 섞인 빛을 싫어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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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 맞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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