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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샘, 나는.
작가 : LunaH
작품등록일 : 2019.10.9

항상 주변 사람들이 부럽다는 생각 속에서 살던 주인공이 점차 본인의 장점을 찾는 과정.
다른 사람들에게 샘을 내던 주인공이 점차 숲속의 깨끗한 샘처럼 마음을 다스리는 과정.

 
02. 내가 변하지 않으면 다 부질 없는 셈.
작성일 : 19-10-12 09:25     조회 : 200     추천 : 0     분량 : 3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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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새로운 교복을 입고, 새로운 학교로 향하는 등굣길은 설렘이 가득했다. 학교에 도착해 반 배정을 받고, 교실 문 앞에 서자 심장이 두근거렸다. 내 환상 속 전학생들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었다. 나는 선생님께서 자기소개를 시키시면 뭐라고 얘기할지, 주변에 친구들이 모여들면 어떤 이야기를 해줄지 마음 속으로 연습했다. 많이 떨렸지만, 용기를 내어 교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이 열렸고 모르는 얼굴들이 가득한 교실이 보였다. 그 얼굴들은 나를 바라보았고, 선생님께서도 돌아보셨다. 이 친구들이 나와 함께 생활할, 새로운 친구들이구나. 설렘에 잠시 교실 안을 둘러보았다.

 

 "그 앞에 서서 뭐해요? 왔으면 빨리 들어가세요."

 

  선생님께서 차갑게 말씀하셨고, 나는 깜짝 놀랐다.

 

 "아, 저 그게.. 저 전학생인데.."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그래요? 빈 자리 아무데나 앉아요."

 

  그렇게 전학 후 첫 등교는 끝이 났다. 쉬는 시간엔 친구들이 모여들기는커녕 혼자 외롭게 혼자 앉아있었다.

 

  처음에는 혹시 다가오는 친구가 있을까, 기대에 차서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점심시간이 다가올 수록 이러다 밥 먹을 친구도 없겠다는 불길한 예감이 밀려왔다. 그래서 나는 용기내어 앞자리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내 이름은 허지현이야. 너는 이름이 뭐야?”

 

  차분하고 얌전해 보이는 친구가 놀란 듯 하더니, 이내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한아연이야. 너 전학생이지?”

 

 “응, 그래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근데 사실 나도 전학생이야.”

 

  나는 전학생이 나 말고 또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뻤다. 아무도 챙겨주지 않는다면, 전학생 둘이서 살아남아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용기 내어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면 우리 오늘 점심 같이 먹을래?”

 

  아연이는 수줍게 웃으면서도 또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사실 나 오늘 점심 먹을 친구가 없어서 못 먹을까 봐 걱정하던 중 이었어. 정말 잘됐다!”

 

  다행이었다. 적어도 전학 첫날 친구를 사귄 걸로 나는 만족했다. 비록 내가 원한 전학생을 향한 관심은 받지 못했지만, 정말 착하고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그렇게 열흘 가량을 아연이와 학교를 탐방하는 데 시간을 쏟았다. 점차 학교가 익숙해지고, 반 친구들 몇 명 정도와는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눈에도 누가 잘 나가는 아이들이고 누가 모범생인지 구분이 되기 시작했다. 전학오기 전 학교보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의 학교인 것은 분명했다. 입술만 빨갛게 물들인 것이 아니라, 얼굴도 새하얗게 칠하고 눈 화장도 짙게 한 친구들도 있었다. 교복 치마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교복 조끼는 남자사이즈로 크게, 교복 마이는 길이를 줄여서 입는 친구들이 많았다.

 

  조용하게 학교를 다니던 나와 아연이를 보고 다가오는 친구들이 있었다.

 

 “안녕, 이쁜이들. 언니랑 한 번 놀아볼래?”

 

 키는 작지만 당차 보이는 친구와, 키가 크고 피부가 엄청 하얘 보이는 친구가 다가와 익살스럽게 말을 걸었다.

 

 “우리 번호 비싼데 특별히 줄게.”

 

  키가 작은 친구가 내 휴대폰을 가져가며 말했다.

 

 “우리랑 같이 놀자. 우리 학교에 워낙 재수 없는 애들 많아서 괜찮은 애 고르기 힘들어.”

 

  키가 큰 친구는 웃음이 많아서 저 두 문장을 이야기 하면서도 쉴 새 없이 꺄르륵 하고 웃었다. 다정하게 챙겨주는 것을 보니 좋은 친구들 같았다. 그리고, 두 친구들은 얼굴에 진한 화장을 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은근히 기뻤다. 화장도 하고, 교복도 줄인 그런 친구들이 먼저 나에게 다가와줬다는 것이 뿌듯하기도 했다. 아연이도 그 친구들이 나쁘지 않은 친구들인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전학을 오면서 내 위치가 바뀌었다고 확신했고, 다시는 예전의 모범생 허지현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날, 점심시간에 두 친구가 다시 나와 아연이에게 다가왔다.

 

 “예쁜이들~ 우리 친구 된 기념으로 셀카 찍자!”

 

 “어? 우리 다 폰 냈잖아. 공기계 있어?”

 

  전 학교에서도 간혹 가다가 공기계를 가져와 사진을 찍는 애들이 있었기에 나는 되물었다. 그리고 사실 공기계를 가지고 있는 것 만으로도 벌점을 받았기에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아이고, 우리 지현이 아직 아가구나? 공기계는 데이터가 안되잖아. 공기계를 내고, 내 사랑스러운 마이폰을 주머니에 넣어두는 거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나와 아연이는 놀랐지만, 주변 애들 다 그렇다는 수인이의 말에 조금은 긴장의 끈을 놓았다.

 

  그렇게 며칠간 우리는 선생님이 안 계실 때 마다 몰래 몰래 휴대폰을 가지고 장난을 치곤 했다. 처음엔 잠시 사진 몇 장 찍고 얼른 집어넣는 게 다였는데, 점점 행동이 대담해져서 두 친구들은 수업시간에도 서로 톡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나와 아연이를 가림막으로 이용했다. 휴대폰이 보이지 않게 가려주고, 선생님께서 가까이 오신다 싶으면 책상 밑을 톡톡 하고 쳐서 신호를 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 같았지만, 결국 일주일 째가 되는 시점에 모든 것이 발각되고 말았다. 그것도 무섭기로 소문난 영어선생님께…

  “지금 뭐 하고 있는거죠?”

 

  더군다나 둘은 톡 보내기에 정신이 팔려 있던 탓에, 분위기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대충 대답을 했다.

 

 “네? 아 쌤, 수업 잘 듣고 있어요~.”

 

 “지금 손에 들고 있는 거 앞으로 가지고 나오세요. 다른 사람들도 휴대폰 안 냈으면 지금이라도 내세요. 지금 안 냈다가 나중에 발각되면, 바로 반성교실 보낼 거니까, 잘 생각하세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자 마자 교실 안의 공기는 얼어붙었다. 전에 친구들이 말했던 대로 휴대폰을 안 낸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았다. 몇몇 친구들은 휴대폰을 깊숙이 숨기려는 듯 했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 몇몇은 휴대폰을 꺼내고 있었다. 나도 사실 내일부터는 친구들을 따라 공기계를 내 볼 생각이었기에, 오늘 그러지 않았음을 천만 다행으로 생각했다. 아연이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내게 몸을 기울여 귓속말을 했다.

 

 “그래도 친구들이 착한 것 같아. 내가 다니던 전 학교에서는 내기 싫다고 선생님께 짜증을 부리던 애도 있었거든. 휴, 어쨌든 한번이라도 휴대폰을 안 내 봐야겠다고 생각한 내 자신을 반성하는 중이야.”

 

  그날 오후, 두 친구는 휴대폰이 없어서인지 굉장히 화가 나 보였다. 쉬는 시간에 나와 아연이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퉁명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잘 가리라고 했잖아. 너희가 가리고 있는데 쌤이 어떻게 보겠어? 설마 너네 일부로 안 가려준거냐? 무서운 영어쌤한테 걸려서 X 돼 보라고? 그거 하나 못하면서 어떻게 우리랑 친구를 하냐. 하 XX 인생 진짜.. 그 미XX은 폰 안 냈다고 그거 하나 가지고 그렇게 XX을 하냐?”

 

  갑자기 쏟아지는 욕설에 우리는 30초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내가 잘못해서 친구들이 걸렸구나, 라는 생각에 미안하다는 말이 먼저 나오려고 했다. 입을 떼려는 순간, 아연이가 먼저 말을 했다.

 

 “있잖아, 그게 우리 잘못이야?”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우리가 괜한 일로 욕을 듣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교칙을 어긴 것이고, 그렇기에 선생님께서는 교칙에 맞게 지도하신 것이다. 그런데 왜 선생님이 미XX이 되어야 하지?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울렸다.

 

 “당연하지, 친구가 가려달라고 좀 부탁했는데 그거 하나 못들어주냐고. 그러면서 너희가 우리랑 놀 자격이 있어?”

 

  나는 더 이상 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에, 아연이의 팔을 잡고 나오며 말했다.

 

 “교칙을 어긴 건 네 잘못 맞고, 널 좋게 생각했던 건 내 잘못이 맞다. 미안해.”

 

  아연이와 나는 교실 앞 복도에서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 잠깐이나마 내가 학교에서 잘 나가는 친구들 무리에 껴 있다는 착각을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사실 잘 나가는 척만 하던 친구였을 뿐 아니라, 우리를 무시하고 막 대하는 친구였기에 더 어이가 없었다. 결국, 내가 변하지 않으면 다 부질 없는 거구나, 하고 허탈하게 웃었다. 지금 내 곁에 아연이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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