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용사 팀’에 비해 운이 좋았다. ‘도적용사’는 날렵했고, 마물의 급소만을 찔렀다. 그는 ‘도적’의 정석이었다. ‘마법사용사’는 다소 느릿느릿했지만, 졸린 눈으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우리는 강제로 선별된 자도 없었고 그랬기에 이 먼 길을 오면서 ‘우리 팀’이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곳에 도착한 뒤, ‘마법사용사’는 방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잠을 자지 않았을까? ‘궁수용사’의 눈은 ‘상그라제국’에 처음 왔을 때의 눈이었다. 그녀는 단독으로 ‘잘프제국’을 구경했다. 나와 나머지 용사들은 암시장으로 향했다.

　 그곳은 빈민들이 구걸하거나 처량하게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길이었다. 어린아이가 나에게 와 구걸을 했을 때, 나는 어느 정도의 돈을 주려했다. 그러자 ‘도적용사’가 화를 내며 만류했다. ‘도적용사’는 말했다. “강도당하기 싫으면 돈 있는 척 하지 마”

　신이시여.. 저 어린 양을 살피소서..

　 암시장 깊은 곳에, ‘도적 정식 길드’가 있었다. 그곳에 들어갔을 때, ‘사람’이 있다는 기척을 느끼지 못했지만 그곳엔 정말 많은 도적들이 있었다. ‘도적용사’는 말했다. “짐 단단히 챙겨”, “여기선 당한 자가 나쁜 거야”

　 ‘도적용사’는 그리고는 중개자로 보이는 도적 앞으로 갔다. 서로 친분이 있어보는 듯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도적용사’의 표정이 점점 굳어감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와서 말했다. “돈 얼마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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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오늘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눴다. ‘도적 정식 길드’에서 들은 ‘마왕의 성’에 관한 ‘정보료’는 우리가 상상하는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도적용사’는 계속해서 “그는 옳다”, “그는 옳다”, “나도 옳다”며 혼잣말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그 중개인에게 들은 말 때문이 아닌가 한다.

　 ‘도적용사’는 그 ‘정보료’를 그동안 함께한 시간이 있는데 깎아 달라 말하였고, 돌아오는 답변은 ‘도적용사’를 저런 상태로 만든 것 같다. “이런 희귀한 정보는 많은 사람이 알면 알수록 가치가 떨어진다.”, “그리고 어차피 돈으로 맺어진 관계인데 돈 없으면 당연히 끝나는 거 아니냐?”, “뭘 더 바라고 앉아있어?”

　 어제 거대한 기계들을 보고 왔다는 ‘궁수용사’는 빛나는 눈빛으로 제안했다. 우리가 가진 돈 전부를 내놓은 뒤, 당분간 이 ‘잘프제국’에서 돈 되는 일을 하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그 의견은 받아들여졌다. “신이시여.. 부디 그녀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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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이 ‘잘프제국’에 얼마나 있었을까? 아니나 다를까 ‘궁수용사’의 눈빛은 식어가고 있었다. ‘도적용사’를 제외한 우리는 인부로서 일을 하고 있었고, 그곳에서 기계에 깔려 죽은 사람, 기계에 증기에 타 죽은 사람을 보기도 했다. 그 중 분명히 살릴 수도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작업 중단에 큰 손해가 간다며 일을 진행시키기도 했다.

　이곳은 기계가 사람보다 중요한 ‘잘프제국’임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도적용사’는 악착같이 돈을 벌고 있다. 아무래도 ‘돈이 최고다’라는 신념을 어기려 했던 자신에게 용납이 되지 않나본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벌어다 주는 돈은 꽤나 많다. 물론, 그는 ‘도적 정식 길드’에 출입할 수 있는 ‘바드’ 이상인 ‘로그’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도적은 5가지의 등급으로 나뉘게 된다. ‘잘프제국’에서 정한 도적의 기준이다.

　5. 씨프 – 4. 바드 – 3. 로그 – 2. 알레마나 – 1. 이디오마

　 ‘바드’ 등급부터는 암시장에서 모이는 ‘도적 정식 길드’에 가입할 수 있다고 ‘용사도적’은 말했고, ‘로그’부터는 받을 수 있는 임무와 수당자체가 달랐기에 악착같이 실력을 키웠고 그의 ‘특수능력’도 한몫했으며, 자신이 모은 돈을 투자하면서라도 ‘로그’로 올라왔다고 한다.

　 그런 그의 말에 나는 그가 그만큼 ‘도적 정식 길드’를 방문했고, 얼마나 의지했는지 느꼈고, 그가 받은 충격이 얼마나 심했을지 어느 정도 느끼게 되었다.

　“신이시여,, 부디 그를 굽어 살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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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용사도적’이 어두운 표정으로 우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지하수로의 폐수가 제국의 밖으로 빠지지 않아, ‘잘프제국’의 국민, 아니, 노동자들이 죽어간다고 했다. 이에,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데에 제국은 큰돈을 걸어 ‘도적 정식 길드’에 의뢰를 맡겼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의뢰를 받으려 하지 않았다.

　 ‘지하수로’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곳은 제국의 갖은 기계를 만드는 악성가스 및 오염물질로 가득한 곳이기에, 방독면 없이 들어간다면 몇 분을 못 버티고 죽을 수도 있었고, 그곳에서 그 원인을 찾는 건 물론 제거하기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며 그 원인의 해결이 어렵다면 보수조차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제안에 우리는 별로 고민 하지 않고, 받아드리기로 했다. ‘궁수용사’는 빠르게 제국을 나가고 싶었고, ‘전사용사’는 이곳에서 더 이상 지체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으며, ‘마법사용사’는 어찌되든 상관없는 듯 했다. 나는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기에 적극 찬성했다.

　 우리는 내일 ‘잘프제국’의 ‘지하수로’로 간다. “신이시여.. 부디 우리에게 신의 가호를 내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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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은 방독면을 썼는데도 숨이 메어왔고, 드러난 피부 쪽은 바늘로 찌르는 것 마냥 아팠다. 천만다행인 것은 마물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아니, 이런 곳에 생물이 살 수가 없었으므로 마물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생각된다.

　 어느 정도 깊은 지하수로로 들어가니, 반쯤 썩어가는 방독면을 쓴 ‘모험가’의 시체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무턱대고 의뢰를 받은 ‘신입모험가’가 아닐까한다. 더 깊게 들어가니, 원인 모를 시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들은 방독면을 쓰고 있지도 않은 시체였다. 아마도, 이 ‘잘프제국’의 어두운 뒷면이 아닐까한다. “신이시여.. 이들에게 편안한 영면을..”

　 얼마나 걸었을까? 처음 보는 물체가 우리를 덮쳤다. 그것은 ‘마물’이 아니었다. 인간이 만들어낸 ‘물체’였다. ‘도적용사’는 폐수와 오염물질이 융합된 ‘슬라임’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것들을 제거하며, 더욱 깊게 들어갔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폐수가 빠지지 않는 원인을 찾아냈다.

　 거대 ‘슬라임’이 폐수가 빠져나가는 길을 온몸으로 막고 있었다. 우리는 그것과 고군분투하며 싸웠다. ‘마법사용사’의 얼음마법에 그것은 비명을 지르며 죽었고, 죽은 후에도 그것의 시체는 필사적으로 폐수가 빠져나가는 길을 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 시체를 걸러냈고 그것은 폐수와 함께 떠내려갔다.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큰 보수를 받았고, 더 이상 일을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고 기침이 나온다. 아무래도 그곳에 오래 있었던 탓이겠지.

　“신이시여.. 오늘도 신의 가호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