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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국밥
작성일 : 19-10-12 00:04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3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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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앞으로 잘 해보자고.”

 

 “그게 다야? 뭐야, 싱겁기는. 그런 비장한 표정 짓고 얘기하지 말라고.”

 

 그녀는 바람 때문에 넘어간 머리카락을 귓바퀴가 보이게 쓸어 넘겼다.

 

 “가자. 배고프다.”

 

 “그냥 넘어가려고 하지 말고 들어줄 때 말해.”

 

 “별일 아니야. 그냥… 아빠 생각나서 그래. 우리 아빠도 이랬었겠지 하고….”

 

 그녀의 아버지와 관련된 얘기를 들으면 마음속 어딘가가 욱신거린다.

 

 왜냐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할 용기는 없다.

 아마 멀리서 그녀의 눈치나 보고 있을지 모른다.

 우리 둘은 말 못할 공통점을 가지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더 이상 묻지 못했다.

 

 “뭐 먹을래?”

 

 그녀가 침울해 보여 급히 화제를 돌렸다.

 

 “아무거나.”

 

 “국밥?”

 

 “넌 서울까지 와서 국밥이 먹고 싶냐.”

 

 우리는 인터넷에 맛집을 검색하고 제일 위에 있는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그런대로 즐거운 밥 한 끼였다.

 나는 돌아오는 안에서도 잠들었다.

 그녀가 다 도착했을 때쯤 깨워줘서 비교적 나은 상태로 내릴 수 있었다.

 

 기차에서 내렸을 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기차역은 마치 어둠 속 생일 촛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주말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이별하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다.

 저마다의 이유를 가지고 이별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으 아직도 이렇게 춥네.”

 

 “좀 그러네.”

 

 역에서 빠져나와 택시를 잡으려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나 이제 정규직 된 거 맞지?”

 

 “그렇다니까.”

 

 “그럼 나 이제 시간 멈출 수 있냐? 아까 인도자님이 너한테 자세한 얘기 들으라고 했잖아.”

 

 “그랬지. 근데 지금은 아니야. 내일 알려줄게.”

 

 “어? 왜? 나 뭐 잘못 했냐?”

 

 “잘 못 한 건 없는데, 내 마음이야.”

 

 “그런 게 어디 있어. 빨리 알려줘.”

 

 “내일 학교 끝나고.”

 

 “또 기다려? 나 이거 하려고 관리자 된 건데?”

 

 “싫으면 그만두던가. 난 내일 알려 줄 거야.”

 

 “거 참. 고집은. 내가 오늘 밤 알아서 해본다.”

 

 “쉽지 않을걸. 집중력 좋아야 돼.”

 

 “넌 그때 대충 걸으면서 멈췄잖아.”

 

 “많이 해봤으니까 그렇지. 야, 택시 왔어.”

 

 우리는 고등학교에서 내리기로 했다.

 한쪽 집으로 가기에는 불공평하기에 학교 쪽이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택시는 반딧불이처럼 빛나고 있는 주황색 가로등을 지나갔다.

 기사님이 라디오를 들으며 흥얼거리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따로 말을 걸어준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택시에 녹아들 수 있게 해주었다.

 이번에도 역시 잠들 뻔했지만 억지로 졸음을 참았다.

 

 “자, 다 왔습니다.”

 

 그녀는 먼저 택시에서 내리고 내가 계산을 했다.

 

 “여기요. 거스름돈은 괜찮습니다.”

 

 “어이구 고마워요.”

 

 “네, 조심히 가세요.”

 

 먼저 내린 그녀는 나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니 그냥. 돈이 생겨서 그런가.”

 

 “평소에도 가끔 그러거든.”

 

 그녀는 호오 하는 표정으로 살짝 놀란 것처럼 보였다.

 

 “다시 봤어.”

 

 “원래 이랬어.”

 

 각자 집까지 남은 거리를 말없이 걸었다.

 우리 사이에 껴있는 어두운 공백이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일상에 지겨워 눈을 감고 천천히 산책하듯이 밤길을 걸었다.

 

 “나 먼저 가본다.”

 

 걷다 보니 어느덧 세 갈래 길이 나왔다.

 

 “데려다줄게.”

 

 “괜찮아. 너 거울 안 봤지?”

 

 “얼굴에 뭐 묻었어?”

 

 “묻은 건 아니고 엄청 피곤해 보여서.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들어가.”

 

 “알겠어. 빠이.”

 

 나도 어지간히 피곤해서 그녀의 말이 내심 고마웠다.

 

 승강기 버튼이 익숙하게 나열되어 있어 긴장감이 서서히 누그러졌다.

 그러다가 집 현관문을 열었을 때는 다리의 힘이 풀렸다.

 온종일 긴장했었다.

 밤을 새워서라도 스스로 시간을 멈추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나는 씻자마자 잠들었다.

  

 “오늘은 어디 가?”

 

 나는 점심시간에 그녀에게 가서 물었다.

  

 “오늘 지도에 뭐 뜬 것도 없고 딱히.”

 

 “뭐야 너도 지도 가지고 있어?”

 

 “그거 우리 집에 많이 있어. 찢어지면 말해.”

 

 “그러셔. 아무튼,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뭔데 그래.”

 

 “시간 멈추는 법 알려준다면서.”

 

 “아 맞다. 그럼 뭐 이따 만나자.”

 

 “어디서?”

 

 “아무래도 카페가 적당하려나. 백화점은 어때? 아니야 백화점은 안 되겠고 카페 가자.”

 

 “나 물건 안 훔칠 거야.”

 

 “사람이라는 게 혹시 모르잖아.”

 

 “맘대로 하셔. 알려준다면 일단 따라갈게.”

 

 “카페가 사람도 적당히 있어서 확인이 더 쉬울 거야.”

 

 “오케이.”

 

 학교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카페로 들어왔다.

 어쨌거나 소꿉친구라도 같이 있는 걸 친구 눈에 띄는 순간 골치가 아파질 테니까.

 

 카페 안에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에 우리는 하나의 실험을 하려 한다.

 내가 시간을 멈춘 뒤 다른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는 사람 맞은편에 앉아 있는다.

 즉,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깜짝 놀라면 성공인 셈이다.

 

 “야 그러면 그 사람 놀라게 하고 나는 어떻게 해.”

 

 “다시 시간 멈추고 자리로 오면 되지. 그럼 그 사람만 놀라고 완전 범죄 성립.”

 

 “성격 참.”

 

 “카페에서 이게 제일 확실한 방법 아닐까 싶은데. 더 좋은 방법 있으면 말해 보던가.”

 

 “예를 들면 갑자기 네 머리 위에서 커피가 쏟아진다거나.”

 

 “때려 쳐. 하지 마, 그냥.”

 

 “이거 완전 내로남불이네.”

 

 “아 그런가. 그럼 사과의 의미로 돈을 두고 오는 건 어때?”

 

 “좋아, 훌륭해. 돈을 이런 데 써먹다니. 근데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안하기는 마찬가지네.”

 

 “백화점 가서 물건 훔치는 것보다는 낫잖아. 해보자.”

 

 그녀는 자기도 다 겪어 봤다는 노장의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여기 돈.”

 

 그녀는 이미 자본주의에 물들었다.

 

 “이럴 땐 확실하네.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거야?”

 

 나는 그녀 쪽으로 의자를 끌어당겼다.

 

 “순간 집중력을 요구하니까 눈을 감는 게 좋아. 감만 익힌다면 눈을 뜨고도 할 수 있어.”

 

 그녀의 말을 듣고 눈을 감았다.

 그녀의 목소리는 카페 음악 소리와 어우러졌다.

 

 “그리고 처음부터 시간을 멈추겠다고는 생각하지 마. 이게 제일 중요한 거야. 시간을 멈추겠다고 먼저 생각하지 마. 시간대신 공간을 움직인다고 생각해.”

 

 “시간을 멈추는데 왜 공간을 생각하라는 거야.”

 

 “잔말 말고 들어. 먼저 공간이 뒤틀린다는 상상을 해. 예를 들면 지금 있는 장소가 지진 같은 게 일어난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시간이 멈춘다고 생각해. 그리고……”

 

 “응? 또 뭐.”

 

 인생에서 재능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게 아닐까.

 한 번에 성공하고 자기 우월함에 빠지는 것.

 이게 재능이 아니라면 무엇을 의미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내 재능은 관리자라는 직업에 한정되어 있다.

 다른 좋은 일에도 쓸 수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페널티가 부과될 것 같아서 무서웠다.

 

 그녀가 시간을 멈췄을 때와 같이 모든 게 멈춰있었다.

 남들이 멈춰있을 지금 나는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고 중력을 느낄 수 있다.

 이거라면 남들보다 더 오래 살 수 있을까.

 아무래도 그건 너무 고독한 것 같았다.

 독재자는 행복할 수 없다.

 

 나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돈을 쥐고 여자 혼자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갔다.

 20대 중반처럼 보이는 그녀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시간을 멈추기 전부터 거울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보는 사람마저도 기운이 빠질 것 같은 한숨이었다.

 

 일단 타겟은 정해졌고 돈은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았다.

 의자에 앉아서 그녀의 이목구비를 살폈다.

 남의 외모를 보고 평가하는 취미는 가지지 않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엄청난 재능을 풀 방법을 듣지 못했다.

 

 ‘아 x 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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