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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에 버금가는 자.
작가 : Stonehead
작품등록일 : 2019.9.29

저승의 최고신, 염라대왕의 현신, 신아.
그가 머물고 있는 지옥에서 대형사고가 하나 터지는데......

"십이악령이 탈출했네."

저승이 관리하는 최악의 열둘 대죄인들이 저승을 탈옥한다!

"그것 참, 큰일이군요."

신아는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이 즐거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염라대왕은 신아에게 악령의 처리를 맡긴다.
그리고 신아는 기꺼이 이 즐겁게 놀기(?)위해 악령들을 쫓아 이계(異界)로 향한다.

 
Chapter 5 휴식 : 비밀의 저택.
작성일 : 19-10-11 20:28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7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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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흥흥~.”

 

  기분이 좋은 듯 신아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낯선 장면을 바라보는 초란과 노이아의 시선은 신경도 쓰지 않고, 발걸음마저 뛸 듯이 날아가는 신아는 뭔가 음침한 구석이 있는 저택 앞에서 멈췄다.

 

  서양국가의 외교관이 지었던 고(古) 저택을 개조해서 쓰고 있는 이 저택이 바로 해국공저였다. 전체 인구 1200명 정도 되는 마을 두 개를 총괄하는 저택이 바로 해국공 해을이 살고 있는 집이었다.

 

  공(公)은 오등작 중 가장 위에 있는 최고 작위로 그 위세는 왕 바로 아래 있었다. 기본적으로 공의 작위를 가진 자들은 인구 일만 명은 넘어가는 대도시 다섯 개 이상은 다스리고 있다.

 

  인구는 작위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해을이 다스리는 두 개 마을은 도시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했으며 인구도 겨우 1200에 불과했다. 1200명이면 자작이라고 보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전 국왕이라기에는 너무 초라하네요.”

 

  마을을 둘러본 초란이 그렇게 말했다. 겨우 마을 두 개가 1200이나 되는 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놀라운 것이나 그래도 전 국왕이자 현 공에게는 너무 하찮은 수준이었다.

 

  “이것도 좋은 거지. 신 왕국이 남아있었다면 이쪽에서는 정통성을 가지고 신 왕국 내전에 개입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신 왕국은 망했지, 전 국왕은 살아남은 난민들 데리고 왔지, 그런데 가지고 있어봐야 쓸 수 있는 건 없지, 그렇다고 주 왕국에서 먼저 거절했는데, 자기들도 안 받아주면 뭔가 좀 자존심이 상하지. 어쩌겠어, 이런 조그만 한 마을 두 개 주고 생색이라도 내야지.”

 

  귀 왕국은 해양국가로 천 제국의 남방 영토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여기서 남방 영토란 천 제국이 총독부를 설치하거나 속국으로 삼아 지배하는 남쪽 영토, 즉 신 왕국을 비롯한 동남부 국가들을 말한다.

 

  동방과 서방을 잇는 중계지라는 점에서 무역을 국시(國是)로 삼고 있는 귀 왕국이 반드시 차지해야 할 지역이었다.

 

  “귀 왕국은 오랫동안 그곳에 영향력을 투사하고 싶어 했죠.”

 

  “그런데 망한 신 왕국의 영토를 주변국이 나눠먹으면서 이제는 귀 왕국과 한 번 해볼 만한 전력이 준비된 거나 마찬가지지. 뭐, 그걸 제대로 운용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고, 일단 한 번 붙으면 결국은 귀 왕국이 이기겠지만, 그 피해도 만만치 않겠지.”

 

  “귀 왕국의 유일한 전쟁가능병력은 해군이 전부죠. 물론 육군도 있다지만 그건 치안 유지와 수도 방어를 위한 소수니까요.”

 

  “일단 한 번 붙으면 이 나라 해군의 반은 날아갈 거야. 거기에 그쪽 애들이 합심해서 버티면 귀 왕국은 해군만 잃고 추락하겠지.”

 

  “그걸 주나 천이 두고 보지만은 않겠군요.”

 

  “특히 귀의 해상 라이벌인 주라면.”

 

  라이벌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나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초란과 노이아도 알아 들을 수 있었다.

 

  본래 주 왕국은 농업을 국시로 삼은 육군강국이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식량 수출을 위해 상업이 발달하고, 이 상선을 노리고 해적이 나타났다. 이때 대부분의 해적들이 귀 왕국 출신으로 이를 막기 위해 주 왕국은 군사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했다. 초기에 미약했던 해군은 이제 와서 귀 왕국과 맞먹는 전력으로 성장했다. 이때부터 주 왕국과 귀 왕국의 자존심 대결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노이아는 잘 알지 못하는 정치나 군사 애기에 고개를 돌렸다. 저택을 둘러보니 창에는 먼지와 거미줄이 끼었고, 저택의 색도 어두웠고, 분위기 자체가 음침했다. 불은 켜고 사는지는 모르겠다.

 

  ‘응?’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리니 창 너머로 모습을 숨기는 인영을 볼 수 있었다. 창이 너무 더러워 안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해을인가?’

 

  하지만 문이 열리고 나온 사람을 보고 노이아는 고개를 저었다. 얼굴을 핼쑥해졌고, 두 눈은 퀭해졌고,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거뭇하고, 입술을 바싹 말랐고, 몸은 앙상해져서 뼈가 보일 정도였고, 두 팔은 이따금씩 경련을 일으킬 정도였다. 병색이 완연했지만 그가 해을이라는 것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그는 부축을 받고 지팡이를 써서 겨우 걸을 수 있었다. 노이아는 그를 부축하고 있는 사람을 알아봤다. 전 내금위장 백선현이었다.

 

  초란도 그를 알아봤으나 그보다는 폐인이 되어버린 해을의 모습이 더 충격적이었는지, 표정관리도 실패하고 멍하니 보기만 했다. 그리고 신아는 늘 그렇듯이 웃음만 짓고 있었다.

 

  “어······, 해국공 합하?”

 

  초란이 먼저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반응해 해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이조차도 힘이 드는 듯이 가슴이 가파르게 오르내리는 것이 보였다.

 

  “괜찮은 거······맞습니까? 두문불출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이건······.”

 

  ‘상태가 훨씬 심각하군요.’라는 말은 속으로 삼키고 초란은 신아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줄 수 없냐는 뜻이었다. 그 시선을 눈치챈 신아가 고개를 옆으로 기울며 입을 열었다.

 

  “술, 마약, 그리고 독도 먹나?”

 

  “!”

 

  초란과 노이아는 물론이고 백선현 또한 놀라서 해을을 쳐다봤다. 하지만 해을은 그저 담담하게 신아와 눈을 마주쳤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할 것 같아서 말이오. 그때 그날을 결코.”

 

  “독도 먹고, 해독제도 먹고, 환각초도 먹고, 아편도 먹고, 술도 먹고. 여태 살아있는 게 용하군. 그 몸뚱아리, 한 번 연구해 보고 싶을 정도야.”

 

  “사는 것이 두려우나 죽는 것 또한 두렵소. 살고 싶지 않으나 또 한 편으로는 살고 싶소. 해서 독과 해독제를 함께 복용하게 되었소.”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텐데······.”

 

  말을 흐리는 신아의 눈에 사명이 나타났다. 침대 위에서 앙상한 몰골로 주변을 분간하지도, 의식하지도 못한 채, 아무도 없는 골방에서 괴로워하며 죽어가는 늙은 소년의 미래가.

 

  ‘이미 내가 손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망가졌군. 저걸 고치려면 몸은 원자 단위 수준으로 분해했다가 다시 재구성해야 하는데······. 인과율이 아주 작정을 했군. 이 기회에 나와 관련된 것들은 다 죽이겠다는 심산인가?’

 

  초대장에서 났던 사망향은 해을의 것이었고 그가 보았던 사명 또한 해을의 것이었다.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백선현을 포함해 이 마을 전체에 죽음의 향기가 짙게 그리워져 있었다.

 

  “죽음이 다가오는군.”

 

  신아가 무심코 한 말에 모두의 얼굴에 수심이 드러났다. 그들 또한 해을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다. 물론 신아의 말은 전원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들은 그것을 알 길이 없었다.

 

  ‘이것이었나, 귀 왕국이 그를 내버려두는 이유가.’

 

  초란은 해을의 몰골을 보고 귀 왕국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쓸모가 없다지만 그래도 일국의 군왕이었던 자를 함부로 죽일 수도 내칠 수도 없겠지. 이미 받아들인 이상 해씨 일족이 반역 같은 중죄에 연루되지 않는 이상은. 하지만 해을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면······. 그가 죽고 나면 작위를 환수할 수 있다. 작위 계승문제 따위야 무시하면 그만일 테고.’

 

  “자자, 이러지 말고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예.”

 

  ‘귀 왕국, 그의 상태를 알고 받아들인 것인가? 아님, 귀의 조정이 이런 상태로 만든 것인가?’

 

  초란은 이런 생각을 감추고 대표로 답했다. 절룩거리며 앞장선 해을의 뒤를 따랐다.

 

  ‘응?’

 

  저택에서 들어가자 신아는 거기서 무척이나 비슷하고 친숙하면서도 불쾌한 기운을 느꼈다.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시야가 흐려지고 탁한 무언가 나타났다 사라지는 형상이 보였다.

 

  “이게 무슨······.”

 

  “허······.”

 

  저택 내부로 들어간 신아와 초란의 반응이었다. 저택 내부는 불 몇 개에 의지하고 있어 어두웠고 곳곳에 먼지와 거미줄이 휘날렸다. 가구들 틈새에서는 바퀴벌레가 기어 다녔다.

 

  신아조차 얼굴을 찡그리고 손을 움찔거렸다. 불꽃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이 싹 다 태워버리고 싶으나 참고 있는 것이 눈에 훤히 보였다.

 

  “여기 위생 상태가 엉망이군.”

 

  “콜록콜록. 변변찮은 게 없어서 죄송할 뿐입니다. 일단 식사부터 하고 나서 천천히 구경하시지요.”

 

 ***

 

  “이게 말이 되나요?”

 

  초란이 신아에게 배정된 방에 찾아와 물었다. 당당하게 신아의 침대를 차지하고 아직 가시지 않는 충격의 여운을 온몸으로 설명했다.

 

  “뭐가?”

 

  신아는 의자에 축 늘어져 대충 답했다.

 

  “아무리 갈 곳 없는 왕이라지만 형편이 너무 어렵잖아요. 오늘 먹은 저녁을 봐요. 노예나 안 먹을 딱딱한 검은 빵에, 진흙탕이나 다름없는 묽은 스프가 말이나 되요! 명색이 귀족인데!”

 

  “재는 잘만 먹던데.”

 

  신아가 말한 ‘재’는 바닥에 앉아 있는 노이아였다.

 

  “저거 잘 먹은 결과로 보여요?”

 

  노이아 주위에는 음침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두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고 아까부터 계속 ‘고기, 고기’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럼 굶지 그랬냐? 주는 대로 잘만 받아먹더니.”

 

  “먹을 게 그거 밖에 없으니까요.”

 

  초란은 고개를 돌려 신아의 시선을 슬쩍 피했다. 초란은 자신이 있는 침대와 신아가 앉은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있는 이 침대나 당신이 있는 의자도 귀족이 쓸 만한 것이 아니잖아요!”

 

  확실히 그랬다. 서방에서 가져온 침대보는 진물이 들어 누레졌고 의자는 벌레가 파먹은 부분도 있어 삐걱거렸다. 귀족은커녕 평민 백성들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 후로도 초란의 불만은 한참동안 이어졌다. 암살자면 이것보다 더한 환경에서 활동했을 텐데도 불만이 많았다. 요새 많이 편해져 환경에 적응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때 눈 깜짝할 속도로 품안에서 비수를 꺼낸 초란이 문을 향해 던졌다. 낡은 목재 문을 뚫고 나갔다. 노이아도 검을 들고 발검 자세를 취했다. 끼이익, 문이 힘없이 열렸으나 그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뭐해?”

 

  졸린 눈으로 신아가 물었다.

 

  “밖에 뭔가 있었습니다! 우리를 탐색하는 시선이었어요! 분명 있었는데······!”

 

  밖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물건이나 동물의 흔적도 없었다. 텅 빈 복도뿐이었다.

 

  “착각 아니야?”

 

  “분명 있었어요!”

 

  “혹시 저녁 먹은 게 탈나서 그런 거 아니야.”

 

  “아니라니까요! 당신도 분명 느꼈을 땐데······!”

 

  변명하듯 말하던 초란은 신아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발견했다. 이제 신아에게 익숙해진 초란은 저 미소가 뭔지 알고 있었다.

 

  ‘알고 있어! 여기서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저 인간, 저거 분명 재밌는 거 찾은 미소야······!’

 

  엮이면 안 돼. 초란은 단검을 집어넣고 살기를 거뒀다. 그리고 노이아의 한쪽 팔을 잡고 나갔다.

 

  “밤이 늦은 것 같네요. 우린 이만 갈게요.”

 

  “잘 자.”

 

  두 사람이 나가자 문은 저절로 닫혔다. 끼이익 하며 녹슨 경첩이 움직이는 소리가 어두운 복도에 스산하게 울려 퍼졌다.

 

 ***

 

  어둠이 깔린 저택의 복도에 달빛에 비친 두 개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그림자는 빠르게 움직여 손님방 앞에 멈춰 섰다.

 

  여기야?

 

  우선 여기 하나. 빠르게 끝내자.

 

  눈으로만 대화한 두 그림자가 방문을 열었다. 녹슨 경첩이 움직이기도 전에 문 앞의 그림자는 사라진 직후였다.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이.

 

  문이 열리고 달빛이 방안을 비췄다. 침대는 텅 비었고 문 뒤에 숨어있는 방의 주인이 들고 있는 검집의 장식만이 달빛에 반사되어 빛났다.

 

  이는 경고였다. 안에 있느니 들어오지 말라는. 그리고 동시에 충고였다. 나는 너희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으니 그냥 돌아가라는.

 

  스릉.

 

  적막한 밤의 세계에서 노이아가 검을 뽑았다. 방에 달린 작은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은 헌원검의 새하얀 검신을 비췄다.

 

  검을 반이나 뽑았는데,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노이아는 방심하지 않았다.

 

  검을 쥔 손에 땀이 났다. 침을 삼키고 목울대가 울렁였다.

 

  노이아는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시각을 포기한 대신 촉각과 청각, 후각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투박한 목재 문과 바닥이 느껴졌고 바람 부는 소리와 풀벌레가 우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려왔고 급하게 청소한 듯한 냄새가 났다.

 

  노이아의 코가 한 번 씰룩였다. 방안과는 다른 냄새. 비슷하지만 어딘가 미묘하게 다른 냄새였다.

 

  서걱!

 

  위치가 파악되자마자 노이아는 바로 검을 뽑아 베었다. 검은 목재 문을 깔끔하게 두동강을 냈다. 하지만 적은 없었다.

 

  ‘분명 여기 있었는데······.’

 

  당황한 노이아는 방심했다. 그리고 방심은 패배의 원인이 된다.

 

  등 뒤에서 나타난 기척에 반응해 허리를 움직여 검을 휘둘렀으나 허공을 갈랐다.

 

  ‘연막!’

 

  진짜 공격은 앞에서 오는 것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그림자가 노이아의 발목을 잡고 위로 잡아 당겼다.

 

  쿠웅!

 

  균형을 잃고 넘어진 노이아의 하늘이 뒤집혔다. 머리는 바닥과 부딪혔고 두 다리는 그림자에게 잡혀 공중에 떠있었다.

 

  머리 위에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는 수도(手刀)로 일어나려는 노이아의 이마를 때려 다시 바닥에 처박았다.

 

  왔다. 피해.

 

  눈으로 대화한 그림자들은 다시 기척을 지웠다. 그들이 사라진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초란이 단검을 들고 주위를 경계했다.

 

  “노이아!”

 

  다가온 초란은 노이아를 안아 들고 상처를 살폈다. 다행히 눈에 보이는 외상은 없었고 내상도 없어 보였다. 심각한 내상이라면 충격으로 인한 뇌진탕이 의심되는 정도였다.

 

  “······완전히 당했습니다.”

 

  “그래, 완전히 당했어.”

 

  긍정한 초란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날카로운 단도의 예기를 감지한 초란이 허리를 180도 가까이 꺾어 방어했다.

 

  “목적이 뭐냐?”

 

  초란이 물었으나 그림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초란의 등 뒤로 또 다른 그림자가 나타나 초란의 등을 발로 찼다.

 

  “컥!”

 

  한순간 폐가 억눌린 것 같은 충격을 받고 앞으로 나뒹굴었다. 그 순간에도 초란은 앞으로 나뒹굴면서도 뒤로 단검을 던져 공격했다. 하지만 초란의 단검은 허공을 가르며 문간에 박혔다.

 

  “어디로······, 흡!”

 

  고개를 돌린 초란은 그 자리에 붙박인 듯 움직일 수 없었다. 목 아래로 길고 폭이 넓은 날을 가진 검이 날카로운 빛을 번쩍였다.

 

  “······이곳을 조용히 떠나라.”

 

  복면 너머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앳된 소녀의 것이었다. 검이 목을 파고 들어 뜨거운 피가 차가운 밤공기를 만나는 것이 느껴졌다.

 

  당장 죽을 것 같으면서도 정작 암살자에게 살의는 없었다. 살의 없는 암살자의 목적이라면 협박, 납치 등이 목적일 터. 그렇다면 협상도 가능하다. 이는 같은 암살자로서 해볼 만한 도박이라는 판단이었다.

 

  “어차피 떠날 것이다만.”

 

  “지금 당장 떠나라.”

 

  “······조금 더 머문다면?”

 

  “수족의 피를 보게 될 것이다.”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마찬가지로 앳된 소년의 것이었다. 소년은 노이아의 목에 발을 올려놓고 힘을 줬다. 노이아의 입에서 고통 어린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 발 치워라.”

 

  초란이 살기를 담아 외쳤다. 발에 온 체중을 실어 담아 힘을 주면 목뼈 하나 부러뜨리는 것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럼 떠나라.”

 

  뒤의 소녀가 그렇게 말하고 초란의 혈(穴)을 눌렀다. 그림자들은 사라졌고 쓰러진 초란은 움직이지 못했다. 아마 움직이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맞은편 복도에서 창문 너머로 신아가 그 모든 상황을 보고 있었다. 신아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3층 복도의 끝에 닿은 시선에는 희미하지만 미세하게 움직이는 바람, 그 바람을 움직이게 하는 두 명의 소년소녀가 있었다.

 

  씨익. 신아의 한쪽 입가에 아주 조금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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