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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변이하는
작가 : 교관
작품등록일 : 2019.9.26

주인공은 6일 동안 자신의 변이에 대해서 인지를 한다. 받아들이는 순간 모든 것이 조화와 균형이 된다

 
변이하는15
작성일 : 19-10-11 11:13     조회 : 258     추천 : 0     분량 : 19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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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동이 모르는, 아니 마동이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속 어느 누군가의 그리움.

  장군이의 눈을 통해서 교차하는 자신의 그리움을 마동은 투영하려 했다. 대학교시절에 동거했던 연상의 그녀를 떠올려 보았다. 하지만 그 속에 연정을 가득 담고 있는 그리움은 없었다.

  그녀는 피아노를 계속 하고 있는 걸까.

  야트막하고 얇디얇은 마동의 메마른 그리움은 저 밑, 마음의 구석 어딘가에 눌러 붙어 있다가 장군이의 눈동자를 쳐다보는 순간 순식간에 밑바닥에서 떨어져 가슴위로 올라오려고 했다. 마동은 그 감정이 어떤 것에서 올라오는 감정인지 알 수는 없었다. 마음속에 있는 다른 누군가의 작은 마음, 그 마음이 궁금했다. 작은 마음은 필시 그리움이었다. 마동은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을 왼쪽가슴에 올렸다. 피가 혈관을 타고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낮 동안 메스꺼움이 심했지만 모든 것이 한 번에 뚫리는 기분이었다.

  왜 그럴까. 어째서 피가 솟구친다는 느낌이 들었을까. 저 그레이트데인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나는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마동은 장군이의 눈을 보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 달리기 시작했다. 등대로 올랐다. 어제보다 더 빠르고 더 힘 있게 달렸다. 어딘가에 숨어서 길고양이들만 마동이 빠르게 달리는 것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여름밤의 후텁지근한 바람을 가르며 마동은 등대를 지나 항구 쪽으로 달렸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어제 하루는 잘 견뎌 낸 거야?

  다이렉트메시지: 그래, 동양의 멋진 친구. 어제 하루를 나름대로 견뎠어. 여긴 아직 엄청나게 퍼부은 비 때문에 사후처리로 난리도 아니라구.

  다이렉트메시지: 어제도 제대로 이을 하지 못한 거야?

  다이렉트메시지: 예스. 아침에는 여기근처 공원에 조깅을 하러 다니지만 요 며칠 동안 어림도 없다구. 공원은 마치 쥬만지에서 동물들이 쑥대밭을 만들어 놓은 것처럼 엄청난 모양새를 하고 있어. 보는 순간 오 마이 갓.

  시계를 보니 여긴 밤 열한시쯤이었다. 소피는 아침 열 시에 놓여 있을 것이다. 천재지변이라는 것은 시간을 따지지 않고 장소도 묻지 않는다. 대도시를 기형적으로 변모시키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다이렉트메시지: 세계에서 제일 큰 컴퓨터 같은 도시라지만 하늘에서 무참히 내린 비 때문에 몇 날 며칠을 이곳은 고생이야.

  다이렉트메시지: 눈에 보이는 것에만 잘해놓고 그것에만 신경을 쓰는 건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양이야. 사람들은 세상을 오직 사물로 보는 세계관을 지니고 있어.

  다이렉트메시지: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세상을 마음으로 보는 가치관이 필요한데 말이야.

 

  소피의 말은 언제나 옳다. 편견이란 무섭다. 마동은 소피가 어덜트배우라는 수식어 때문에 생각마저 자신과 옳지 않게 다르다는 편견이 처음에 있었다. 소피와 대화를 하면 마동은 조금씩 작아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소피의 의식은 은하계처럼 거대하고 넓었다. 소피는 마동에게 집에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마동은 조깅을 마치고 집으로 와서 샤워 후 샌드위치를 만들어 책을 보고 있다고 했다. 소피는 무슨 책이냐고 물어왔고 마동은 며칠 전부터 보고 있는 프로이드 뇌 생리학에 관한 서적이라고 했다. 소피는 오우,라고 했고 마동은 저스트 키딩이라고 했다.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만약 뇌생리학이나 집단무의식에 관한 책을 본다면 집중해서 보도록 해봐. 꽤 흥미로운 내용이 많을 거야. 그리고 동양의 멋진 친구에게 일어나는 크고 작은 변화에 대해서 조금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받아들이기 쉬울지도 모르니까. 그나저나 몸살은 좀 어때? 난 오늘 당신의 그 후일담 때문에 궁금해서 아마도 하루가 금방 지나갔는지 몰라.

  다이렉트메시지: 비슷해. 몸살기운은 밤이 되면 아주 말짱해지지. 거짓말처럼 말이야. 낮 동안 병든 닭 같던 몸도 이상하지만 저녁이 되면 잠도 달아나고 몸이 생생해져. 그러니까 나 자신도 믿을 수가 없어. 소피는 아침을 먹었어? 난 지금 샌드위치를 만들었어. 먹어가면서 소피와 대화를 할 거야.

 

  소피는 마동이 만든 샌드위치를 사진으로 보고 싶다고 했다. 마동은 사진 찍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식당을 가면 음식이 나오자마자 너나 할 것 없이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먹은 음식이 이런 것이다, 나는 늘 이런 음식을 먹으며 이만큼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전투적으로 사진을 찍는 것처럼 보였다.

  소피는 샌드위치 사진을 보내보라고 재촉했다. 마동이 어떤 샌드위치를 먹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할 수 없이 마동은 사진을 찍어서 아무런 보정작업 없이 화면을 통해 소피에게 보여주었다. 샌드위치는 그다지 대단하다 할 만큼 맛있게 만들지는 않았다. 호밀식빵을 잘 데워서 그 사이에 토마토를 굵게 썰어 넣고 브리치즈를 넣고 아루굴라를 사이에 끼워 넣은 것이 고작이다. 소피는 아주 맛있게 보이며 신선하다고 했다.

  정말 맛있게 보이는 것일까.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다이렉트메시지: 소피는 지금 이 시간에 바쁜 거 아닌가?

  다이렉트메시지: 응, 맞아 동양의 멋진 친구. 오늘은 오후에 회사 스튜디오에서 파트너와 섹스신 촬영이 있어.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해. 스토리형식의 촬영이라 시나리오가 있어. 대사 같은 것을 숙지해야하는데 파트너역시 이 바닥에선 아주 거친 사람이라서 약간 걱정이 된다구. 영화는 아니고 웹사이트 업로드용이야.

  당찬 그녀도 걱정하는 말을 마동에게 보냈다. 페니스가 말 같이 거친 남자와 섹스 신을 촬영하는 소피의 모습을 떠올렸다가 이내 머릿속에서 밀어냈다. 소피는 자신과 타협점을 찾으며 지금까지 잘 해왔다. 마동은 자신이 소피를 걱정한다고 해서 소피를 도와줄 요량으로 웹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지는 않았다. 소피도 마동에게 회원가입을 권유한 것이 없다. 어떤 방식이든 소피는 자신과의 싸움을 매일 치열하게 하고 있었고 그런 모습이 마동의 눈에 또렷하게 보였다. 이 세상 어느 부모도 자신의 딸이 포르노배우라는 사실을 믿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 수많은 성인 영화배우가 활동을 하고 있고 그들은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루하루 치러내고 있다. 사람들은 겉으로 그들에게 손가락질을 하지만 숨어서는 그들의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눈요기를 즐긴다. 마동은 어쩌다가 소피라는 여자를 알게 되어서 트워터에서나마 이야기를 하며 친숙하게 지내고 있지만 그녀의 삶에 대해서 간섭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그러기도 싫었다.

  마동은 샌드위치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아루굴라의 쌉사름한 맛을 마동은 좋아했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마동의 입안에 그렇게 오래 머물러있지 못했다. 바로 쓰레기통에 뱉어냈다.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아루굴라의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은 서글펐다.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당신의 말을 들을 때마다 너무너무 궁금해. 마치 영화 속을 걷는 느낌이 들어. 내 삶이 무료하고 허탈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럴까.

  다이렉트메시지: 소피, 그건 아니야. 누구에게나 삶이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그건 아마도 우리는 뭐든 한 번 이상 경험을 하는데 딱 한 번 해보는 게 일생이라 그럴 거야. 쳇바퀴처럼 지겹고 아름답지만은 않을 거야. 반복되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사람들이 모를 뿐이야. 매일 이어지는 일상 속에서 많은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할 뿐이지. 그 단순함이 모여서 결국엔 문명을 만들잖아. 하지만 소피는 반복되는 하루를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보여.

  다이렉트메시지: 오오. 정말 그렇게 생각해?

  다이렉트메시지: 그럼 당연하지. 소피.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나 지금 너무 감동을 받았어.

  다이렉트메시지: 삶이란 맛을 모르는 전어회와 같은 거야.

  화면으로 전어회? 왓?라는 메시지가 들어왔다. 마동은 웃었다. 전어회에 대해서 마동은 소피에게 간략하게 설명했다. 소피는 전어스시에 대해서 한참 생각하는 듯했다. 샌드위치를 두 입 정도 먹을 시간이 흐르고 다이렉트메시지가 들어왔다. 소피는 자신이 스시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다.

  다이렉트메시지: 동양의 멋진 친구. 정말 고마워. 실은 조금 두려웠어. 지금보다 나이가 들면 이제 이 바닥을 떠나야해. 나이가 들어서 이 바닥을 떠난 선배배우들을 많이 봤어. 그들은 여기를 떠남과 동시에 타인보다 늙음도 두 배가 되어버려. 50살인데 60살처럼 보이고 60살이 되면 80살 노인처럼 변해서 흉측해져. 몇 번의 가슴수술을 받은 여자는 노인이 되면 여자의 가슴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한 무엇인가가 있어. 남자는 더 이상 만지려고 하지 않지. 몸은 늙고 피부는 쳐지는데 가슴은 봉긋하고 그대로야. 하지만 살갗은 쭈글쭈글하지. 비참한 모습이야. 피부재생능력은 일반인들에 비해서 월등히 떨어져서 다치지 않으려 더 노력을 해야 해.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게 두려웠어. 난 정말 삶에서 패배당하는 게 두려워. 난 이제 가슴수술을 받아야 해. 마냥 좋지만은 않아. 그럼에도 하루를 견뎌내고 살아가려면 해야 한다구. 사람들의 행복은 얼추 비슷하지만 불행은 전부 제각각의 크기이니 나도 가슴 저 밑에서 두려움이 올라오는 거야. 하지만 이젠 괜찮아. 이렇게 동양의 멋진 친구의 파이팅을 들으니 기운이 나는데(웃음). 이건 진심이야.

  소피는 진심으로 기운을 했다. 휴대전화 바탕화면 안에 올라오는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텍스트지만 소피의 글에서는 힘이 있고 활기차보였다.

  다이렉트메시지: 그래, 이후의 버라이어티한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볼까. 난 동양의 멋진 친구와 이야기를 하면 큰 이야기가 아님에도 늘 빠져들었어. 하지만 이번에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이야기군. 빨리 당신과 함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싶어. 그렇지만 부탁해. 내 생각은 들여다보지 말아줘.

  다이렉트메시지: 물론이지.

  소피가 저쪽에서 웃었다.

  다이렉트메시지: 나도 빨리 소피를 만나고 싶어.

  마동은 물을 한잔 마셨다.

  다이렉트메시지: 그런데 말이야.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다른 의식의 소리가 나에게 온 거야. 사람들 의식의 이명을 뚫고 이질적인 하나의 의식이 나에게 직접 전달되었어. 그 소리는 인간이 하는 말처럼 들리지 않았어. 물론 우리의 언어로 의식을 나에게 보냈지만, 뭐랄까 깊은 동굴에서 이제 갓 말을 배운 아이가 하는 말처럼 들렸어. 중요한 것은 그 의식이 직접 나에게 다가왔다는 거야. 이질적인 문법으로 또렷하게 나에게 말을 걸어왔어. 기이한 그 의식은 자신의 의식을 자의로 나에게 전달한 거야 소피.

  다이렉트메시지: 그렇다는 건, 동양의 멋진 친구 같은 사람이 또 있다는 말이 되겠어. 변이하는 존재가 혼자가 아니라는 말이야 그렇지?

  다른 시간은 동시에 흐르는데 소피와 마동은 다른 공간에 있었고 두 사람은 비슷한 공감을 형성해가고 있었다.

 

  [당일]

  “당신은 내일부터 시간의 묘한 뒤틀림 속에서 연속성을 거슬러 오를 수 있어요. 때로는 상대방의 무의식을 엿들을 수 있고요. 타인의 의식 세계에서 들어갈 수도 있어요. 그것이 원래 당신의 모습이에요. 당신은 이제 당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거예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라고 자신의 이름을 말한 여자가 마동에게 안겨서 속삭였다. 무슨 말을 하는지 무기질의 말처럼 들렸고 육체노동을 많이 한 것처럼 마동은 힘이 들었고 그럴수록 그녀의 닿을 수 없는 깊은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사라, 그게 무슨 말이죠?” 마동은 숨을 참아가며 말했다. 하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온몸으로 마동을 안아주고 있을 뿐이다. 그녀가 지금 하는 말의 단어를 일렬로 죽 늘어트려 놓은 다음 하나씩 되짚어 보려고 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말을 제. 대. 로. 풀어서 해석해야 할 것 같았지만 지금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전해주는 또 다른 세계에서 빠져나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그녀의 깊은 곳은 수많은 세대를 거쳐 만들어진 단단하고 신비스러운 문명의 템플 같았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그곳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일단 그곳에 닿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 닿아보면 된다. 그러면 된 것이다.

  그녀에게서 건너온 흥분이 마동의 몸속에 남아 있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하는 말을 알아 들을 수 없다하여 지금당장 해석을 해야 할 존재양식 같은 건 어디에도 없었다. 그녀는 마동에게 안겨서 그의 등을 정갈한 손톱으로 누르면서 알아듣기 힘든 말을 계속 했다.

  “과거로 가게 돼요.”

  “이봐요, 사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엉덩이를 마동에게 바짝 밀착시켜 시냅스와 시신경, 세포의 움직임과 유전자 그리고 무의식과 에고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렇지만 마동은 모두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뿐이었다. 마동이 일을 하는 부분에 있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말이기는 했지만 시신경과 시냅스 사이에 무의식이 지접하여 변이한다는 말은 생소했다. 무의식은 인간이 만들어낸 허구의 가상공간으로 여기로 있었다. 마동이 해내고 있는, 망가진 꿈의 채취는 무의식의 공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어딘가, 의식 속에 망가진 채로 숨어있는 것이다.

  그녀의 축축한 세계에 마동이 들어간 후로 그녀의 빗소리 같은 신음은 다른 생각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마동은 숨이 찼다. 그런 마동에 비해 사라 발렌 얀시엔은 고요하고 조용하게 신음을 뱉어낼 뿐이었다. 뱉어낸 신음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혼란도 분명히 있었고 두려움도 있었다. 그녀도 마동을 만나서 낯선 곳에서 교접을 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동을 선택했다. 그 생각이 드니 마동은 안심이 되었다. 또 다른 감정을 느끼면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보송한 이불처럼 그녀의 피부는 부드러웠다. 비에 젖지도 않았고 땀도 흘리지 않았다. 땀에 절어 끈적끈적하고 비에 젖어 축축한 마동의 몸과는 비교가 되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면도날이 되어 밤공기를 가르고 대기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마동은 그녀를 안고 있는 상태로 그녀의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 속에는 마동이 전혀 생각지 못한 세계가 있었다. 사람의 눈동자를 들여다본다는 것이 이토록 신비스러운 일인가 할 정도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동자 속에는 마동이 알지 못하는 모습이 스며들어 있었다. 몇 십 배 확대되는 마이크로렌즈를 장착한 고화질카메라로 담은 수십만 개 파리 눈알의 아름다운 색채처럼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동자 속에는 여러 가지 색과 빛의 조합이 보였다. 언뜻 알고 있는 여자의 얼굴이 스치기도 했다. 마동은 그 얼굴이 잠깐 보인 것에 몸을 떨었다.

  그녀가 왜 갑자기 떠오른 것일까.

  동시에 어둠도 보였다. 깊고 단단하고 축축한 어둠이다. 어둠은 한 번 빨려 들어가면 바로 앞의 모습도 보이지 않을 어둠이었다. 어떤 이물질도 가미되어 있지 않는 진정으로 순수한 어둠.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동자는 희미한 녹색을 지니기도 했다가 옅은 회색의 빛을 발하기도 했고 갈색을 띠기도 했다. 색은 어딘가에 존속된 색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색을 나타내는 것은 하나의 세계였다. 마동은 미스터리한 그녀의 눈동자를 보고 있으니 그 속으로, 그 안으로, 한 없이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몸으로 이동해온 흥분이 나른함으로 옮겨가려 했다. 몸의 질량이 사라져 공중으로 부유하여 둥둥 따라다니다가 바람에 날려 가버릴 것 같았다.

  현기증이 심하게 났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여러 차례 허공을 갈랐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는 마동의 몸을 이미 다 적셨다. 머리가 비에 젖어 얼굴에 전부 들러붙어서 볼품없었다. 비는 벤치를 적시고 대나무를 적시고 가로등을 적셨다. 조깅코스의 모든 것을 비는 다 적시고 있었다. 그렇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옷과 몸은 전혀 비에 젖지 않았다. 그녀에게 비는 주어진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떠한 과학적 견해와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마동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문제 될 것은 없다고 느꼈다.

  조깅을 하다가 지금 만난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라는 여자와 교접을 한다는 자체가 논리나 명제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오로지 깊이를 알 수 없는 그녀의 축축한 눈 속에 마동은 빠져들어 가고 있을 뿐이었다. 깊이를 알아내려고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눈동자 깊숙이 점점 들어갔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입을 조금 더 크게 벌리고 마동의 몸을 끌어당겼다. 마동은 몸에 안긴 채 허리를 계속 흔들며 신음소리를 대기에 보냈다. 그녀의 축축한 양손은 마동의 딱딱하게 굳은 몸을 더욱 꽉 움켜쥐었다. 마동은 오래된 곳에 묵혀두었던 신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하아하아.

  “사라, 당신은 누구입니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두 손으로 마동의 얼굴을 감쌌다. 손바닥은 너무나 부드러웠고 두 달된 고양이의 털처럼 보드라웠다. 하지만 그녀의 손은 다정하지 않았고 타협을 배제한 냉기가 손바닥에 감돌고 있었다.

  “난 어떤 누구도 아니에요. 동시에 그 누구도 될 수 있어요. 당신일수도 있고 나 일수도 있어요.”

  섹스를 하면서 달콤한 속삭임을 떠난 대화를 한다는 것이 낯선 곳에서 이른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바로 그 시점에 보이는 세상처럼 무엇인가 명확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의 무릎위에서 그의 굳은 몸을 축축한 돌기로 감싸 안고 엉덩이를 움직였다. 마동은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만난 것을 글로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머리에 떠돌아다니는 단어를 늘어트려 놓은 다음 그 단어들을 잘 배치해 보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잘 적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다시 단어를 저쪽 끝에서 재배열해서 문장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섹스를 하면서 글을 쓰는 생각을 하는 것도 낯설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약간의 익숙함도 있었다.

  “사라, 그런데 이렇게 섹스를 하다가는 사라 당신은 임신이 될지도 몰라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다시 한 번 마동의 볼을 감쌌다. 차갑고 부드러운 손바닥으로. 마동은 그녀의 눈과 캐치 아이가 되었다.

  “괜찮아요. 저는 인간의 교접으로는 임신이 불가능해요.”

  여름의 밤은 대중목욕탕의 한증막처럼 더웠지만 세차고 까다롭게 내리다가 가늘어진 비 때문에 시원했다. 비는 심술궂은 패턴의 반복으로 쏟아졌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이 잘 보이게 자신의 상의를 반쯤 내렸다. 가슴이 드러났고 빗줄기가 가늘게 내릴 때면 달빛을 받아 선명하게 가슴이 보였다. 그녀의 가슴과 선홍빛 유륜에 신성한 유물처럼 박혀 있는 유두가 확실하게 마동의 눈에 들어왔다.

  “어쩌면 우리는 자연이 되려는 거예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신음소리를 내며 말했다.

  “자연? 어떤 자연이죠?” 마동역시 신음 소리를 냈다.

  “조화를 이루고 균형이 있는 자연이에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이 말했다.

  “조화와 균형이라고요?”

  “우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이 되는 거예요.”

  “그럼 우리는 고도를 찾아가는 건가요? 결국 아무것도 없는 것을요?” 마동이 다시 질문했다. 마동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대답이 없었다.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장마 뒤 배나무에 붙어있는 불길한 얼굴을 지닌 배 같은 마동의 얼굴을 두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만졌다. 이제 마지막이라는 듯.

  “사라, 그런데 왜 납니까.”

  “당신이 바로 나이니까요.”

  사라 발렌샤 얀시엔은 마동의 입술에 자신의 혀를 밀어 넣었다. 마동은 그녀의 끝에 닿기위해 점점 깊숙이 들어갔고 사라 발렌샤 얀시엔의 가슴과 가슴골에 시선을 두었다. 그녀의 음모에 가려진 날카로운 칼날이 마동의 성기를 갈랐다. 마동의 꿈에 나타나던 희미하고 불합리한 정체모를 풍경이 펼쳐졌다. 서서히 희미함이 걷힌다.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걸어가는 여자애가 누구인지 보이려는 찰나, 어둠이 장막으로 들어와 깔리기 시작했다. 음모 속의 칼날은 가혹했다. 마동이 고개를 뒤로 젖혔다. 성욕의 냄새가 대나무 숲에 풍겼다.

  또 다른 감정, 예기와 여망과 희구가 강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녀의 신음 속에 감추어진 감정을 마동은 느끼면서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 보송한 이불처럼 그녀의 피부는 부드러웠다. 비에 젖지도 않았고 땀도 흘리지 않았다. 땀에 절어 끈적끈적하고 비에 젖어 축축한 마동의 몸과는 비교가 되었다. 그녀의 신음소리는 예리하고 날카로운 면도날이 되어 밤공기를 가르고 대기를 숨죽이게 만들었다.

 

  [3일째]

  역시 집전화기였다. 적응되지 않는 소리다. 익숙하지 않는 소리는 사람의 신경을 고통스럽게 건드린다. 신경의 연약한 부분만 집중해서 뾰족한 끝으로 찌른다. 세대를 거듭하며 등에 붙어서 내려오는 불온한 유전자처럼 익숙지 않는 소리는 늘, 언제나 공간의 소리를 제업하고 들려온다. 모종의 모함 같은 전화벨소리는 날카롭게 날아와서 사라 발렌샤 얀시엔과 교접했을 당시 벌레에게 물린 목 부분을 다시 찔렀다.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다. 마동은 벌레에게 물린 자국이 따갑고 거슬려 힘을 실어 손바닥으로 그 부분을 탁 쳤다. 정신이 좀 들었다. 전화벨은 어제 아침보다 더 요란하고 시끄럽게 울어댔다. 오늘 아침에도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가늘게 뜬 실눈으로 들어오는 집안의 모습은 지금 이전에 보아온 여름의 자신의 집과는 달랐다. 방 안은 온통 하얀빛으로 가득 들어차 있었고 빛 때문에 눈이 심하게 부셨다. 딱 붙어버린 종이를 떼어 내는 것처럼 눈을 뜨는 것이 힘들었다. 최초 목 부분을 건드릴 때를 제외하고 팔도 마음처럼 움직여지지 않았다. 하얀 빛은 바늘처럼 뾰족한 가시가 되어 준비하고 있다가 마동이 눈을 뜨는 순간 망막의 얇은 부분을 사정없이 찔렀다. 눈이 따갑고 아팠다. 공기의 흐름도, 파동도 느껴지지 않는 방에서 빛은 살아있는 뱀장어처럼 이리저리 산란하고 있었다. 마구잡이로 산란하던 빛은 마동이 전화벨 소리에 슬며시 눈을 뜨니 이때다 싶어 우르르 눈동자로 몰려와 찔러댔다.

  전화기의 울음소리는 서럽게 바뀌었다. 너 거기 있는 거 아니까, 이제는 그만 좀 받아줄래,라며 서럽게 울어댔다. 전화기가 우는 소리에 법칙은 뚜렷하지 않고 세속적이었지만 그 패턴을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그것은 상대방이 여기에 마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움직여지지 않는 팔을 들어 전화기를 집어 들려고 하니 어제보다 더한 무거움이 팔을 눌렀다. 팔이 실패한 아만타디움으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마동은 등을 돌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몸은 생각처럼 움직여 주지 않았다. 잠자는 동안 권투를 배우는 중학생이 마동의 몸에 마구 연습을 하고 돌아간 것 같았다. 무거운 전차를 밀어 내는 느낌이 몸에 강하게 느껴졌다.

  그레고르 잠자처럼 구원이라고는 없는 것이 아닐까.

  베개에서 머리를 들어 올리니 어지러움이 순식간에 몰려왔고 다시 베개에 머리를 떨구었다. 전화기는 서럽게 울다가 짜증스럽게 바뀌었다. 마동은 입안에서 혀를 움직여 봤지만 입안에 물기라고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짜증스럽게 울어대던 집전화기는 옆집의 사내아기(태어난 지 60일 정도 된)처럼 지치지 않고 튼튼하게도 울어댔다.

  마동은 기운을 짜냈다. 그래야 했다. 가까스로 몸을 움직여 수화기를 들고 “여보세요”라고 말하려 했지만 목소리라는 것이 마동의 몸에서 몽땅 빠져나가버려서 사라질 것 같았다. 목신 포느가 마동의 목소리가 나오는 길목에 빨대를 꽂아놓고 아주 맛있게 쪽쪽거리며 목소리를 남김없이 다 빨아먹은 것 같았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크고 우렁차고 박력 있고 불쾌하게 들렸다.

  “이봐! 고마동! 아직 아픈 거야?”라며 퉁명스럽고 못마땅하게 내뱉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이다. 마동의 입에서는 건초더미를 태우는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최원해가 듣기에도 병약한 사람의 신음소리로 들렸다. 몸 상태가 어제보다 좀 더 심각해지긴 했다. 목소리만 들으면 바로 응급실로 직행해야 할 것 같았다. 마동은 이제 겨우 눈을 떴다고,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비틀어서 최원해에게 말했다. 마동의 목소리는 기름이 말라버린 철제톱니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였다. 듣는 사람도 삐거덕거리며 난청이 생길 것 같은 듣기 싫은 소리에 가까웠다.

  “오너가 자네를 며칠 쉬도록 내버려두자고 했는데 말이네, 지금 잘 알겠지만 클라이언트에게 받은 작업이 보통 작업이 아니야. 아마 자네가 더 잘 알 거네. 자네가 리모델링한 그 꿈의 디테일 작업에서 문제가 생겼어. 오전에 우리끼리 어떻게 해 볼 요량이었지만 도저히 안 되겠네. 자네가 와줘야만 할 것 같아.” 불쾌하게 말하는 최원해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 있었다. 마동은 몸살이 심하다해서 회사를 쉴 의향은 없었다. 하지만 최원해가 회사로 소환을 하니 이상하게 회사라는 곳이 그동안의 내자리가 아닌 것처럼 거부감이 들었다. 마동은 삼사십 분 이내로 도착하겠다고 전화상으로 말했고 전화를 끊은 후 다시 벌렁 누웠다. 천장을 쳐다보았다.

  실내온도 29도. 밤에 에어컨을 그렇게 맞춰 놓았다. 방안의 온도가 더 올라가면 에어컨은 차가운 바람이 나오고 온도가 28도보다 내려가면 그냥 송풍만 된다. 누군가 마동의 집으로 들어온다면 이런 무더위에 덥다고 한마디씩 할 것이다. 하지만 마동은 전혀 덥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천장을 쳐다보는데 에어컨에서 나오는 바람이 방안의 대기를 따라 움직이는 입자선이 보였다. 방안이 지니고 있는 공기와 충돌했고 가구에 충돌하며 허위허위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 인간의 독립된 개별적 의식은 개성이라 불리는 메타포를 지니고 자신을 각각의 모습에 맞게 표출하려하지만 무의식의 바람에 의해서 의식이라는 것은 서로 날려 한곳으로 모이듯 하나로 연결되어 흩날리는 바람입니다’ 분홍간호사의 말이 떠올랐다.

  방안을 떠돌아다니는 에어컨의 바람도 무의식의 바람일까. 저 무의식은 나의 의식에서 떨어져 나온 바람일까.

  마동은 며칠 동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변이를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생각하고 그만 두기를 수 십 차례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것이 숙명처럼 보였다. 아주 추운 겨울날 눈이 쌓인 산지산 정상에 올라서 땅 밑을 내려다보는데 바람이 심하게 불어 눈발이 휘날리는 장면이 방안에 떠돌고 있었다. 그렇게 방안의 천장에는 대기를 따라 바람이 이리저리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였다. 바람의 입자는 한 마리가 아니고 한 무리로 떼를 지어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부둥켜안고 방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데워진 방안 공기를 밀어내며 구석구석 간섭을 했다. 서로 깔깔거리며 웃기도 했고 친하지 않은 바람끼리 어깨가 부딪쳤을 때는 인상을 찌푸리거나 화를 내기도했다. 무의식과 의식이 서로 치누크를 타고 한 곳으로 나와서 공존했다. 그것을 공존이라 불러야 할지 의문스러웠지만.

  마동은 억지로 일어나 앉아서 자신의 무의식을 향해 손을 뻗어 보았다. 손은 말라서 성인 남자의 손처럼 보이지 않았다. 무의식의 바람은 마동의 손가락 사이를 헤쳐가며 그들끼리의 언어를 주고받으며 계속 깔깔 거렸다. 마동을 얕잡아보는 웃음처럼 보였다. 실내온도가 28도였지만 마동은 몹시 한기를 느꼈다. 몸살 같지 않은 몸살이 극심하게 왔다고 생각이 들었다. 한기는 뼛속까지 들어와서 이빨이 서로 달그락 거릴 정도로 몸을 떨게 만들었다. 회사에 갔다가 빨리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마동은 에어컨을 껐다. 그 순간 깔깔거리거나 소곤대거나 인상을 찌푸리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괴멸되어버렸다.

  밖의 공기는 어제보다 더 무덥고 뜨거웠다. 태양의 뒤편이 있다면 그곳으로 숨고 싶었다. 열기는 사막의 열기보다 심했고(마동이 느끼기엔) 그 열기에 자동차와 건물은 실내를 시원하게 하기위해 배출하는 에어컨의 더운 바람은 한층 실외공기를 뜨겁게 만들어 가마솥 같았다. 뫼르소라면 하늘에서 불의 칼날이 내려왔다고, 태양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을 만큼 태양은 이글거렸다. 길을 다니는 사람들은 죽지 못해 다니는 얼굴을 했다. 햇빛을 피하며 그늘을 쫓아서 걸어 다니거나 시원한 실내를 찾아서 들어갔다.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는지 태양은 음흉하고 비열한 웃음을 짓고 더욱 몸에 힘을 주어 열을 방출해냈다. 미스터코리아 대회장의 선수들이 취하는 자세를 하며 태양은 온 몸의 근육에 힘껏 힘을 주어 열을 뿜어내고 있었다. 세상은 열기로 뜨거운 오늘이지만 마동은 더위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태양의 열기는 느끼지만 더위는 느끼지 못하는 기이한 몸 상태였다. 그저 태양의 빛이 너무 강하게 빛나고 있어서 눈이 아팠다. 오한이 들 정도로 마동은 한기를 느낄 뿐이었다. 서늘한 냉기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 들어서 독감이 무서운지도 모른다고 마동은 생각했다.

  무더운 여름에 이렇게 춥다니.

  집에서 나오면서 얇은 긴팔 티셔츠를 꺼내 입었고 태양빛이 너무 강렬해서 선글라스를 꼈다. 하지만 선글라스는 큰 도움이 못 되었다. 바지는 여름바지라고 하기에는 좀 두꺼운 블루진을 꺼내 입었다. 한여름의 모양새치곤 우스웠지만 태양빛에 팔이 타지 않도록 긴팔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으니 그렇게 이상하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늦여름이나 초가을의 저녁에 즐겨 입던 얇은 브이네크라인 회색긴팔을 입었다. 봄, 가을용 블루진은 타인에 비해서 튀는 복장이기는 했다. 겨울 부츠 컷에 어울리는 블루진이었지만 마동은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고 집을 나섰다. 평소의 출근길이라면 정장을 입어야했지만 여름용 정장은 정장바지와 반팔 와이셔츠뿐이고 몸이 추웠지만 겨울 정장을 꺼내 입기도 이상했다. 자유의지다. 자유스러운 나라에서 선택을 하는 것은 개개인의 권리다. 그렇지만 마동은 누군가 시켜 여름에도 긴 팔의 티셔츠와 두꺼운 블루진을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해보니 진정으로 옷이 몇 벌 없었다. 조깅할 때 입는 트레이닝복은 여러 벌 있었지만 평소에 입고 다닐만한 옷이 초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한두 벌의 정장을 가지고 용케도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마동은 오늘처럼 아픈 날 정장을 입고 출근을 한다면 최부장처럼 보일 것이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숨 쉬는 것이 곤란한 정도로 호흡이 힘겨웠다. 입안의 침샘이 전부 말랐는지 헛기침만 계속 났다.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마동은 마스크를 썼다. 무더위 속에서 긴팔을 입은 이들은 간간이 보였지만 마스크를 한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뭐 어때.

  마동이 마스크를 해서 그런지, 내가 널 죽여주마,라는 식으로 태양은 더욱 열기를 뿜어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마동은 택시를 잡아타려고 손을 뻗어서 택시를 불러 세웠다. 야외에서 보는 자신의 손이 집안에서 보다 터무니없이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보여서 마음이 무거웠다. 앙상한 정도가 어떤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그의 손은 앙상하게, 아주 앙상하게 보인다는 것은 확실했다.

 

  회사에서는 마동을 보고 사람들이 놀라는 눈치가 완연했다. 어제보다 놀람의 폭이 컸고 넓었다. 표정과 눈으로 어떻게 해? 아니면, 어쩌다가 자네가? 같은 표정들이었다. 마동을 둘러싸고 감도는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회사 직원들이 직감적으로 알아 차렸다. 사내에서 마동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던 규칙적인 생활의 철인 28호 같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런 무더위에 긴팔 옷과 두꺼운 블루진을 입고 마스크까지 착용하고 나타났으니 사람들은 놀람을 넘어섰다. 마동은 회사 안에서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벗을 수가 없었다.

  전화를 받고 일어나서 욕실에 비친 얼굴은 일반론의 ‘사람의 얼굴’에서 비켜가 있었다. 눈, 코, 입만 제자리에 붙어 있을 뿐 수척함이 시체와 다름없었고 움푹 꺼져 들어간 눈과 잘 나지 않던 수염의 진함이 얼굴 반을 덮었다. 마동은 오전의 그런 자신의 얼굴을 떠올리니 현기증이 다시 몰려왔다. 얼굴에 핏기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몸속의 피는 전부 어디론가 증발해버린 것처럼 얼굴이 창백했다. 초보자가 와서 어울리지 않게 파운데이션을 덕지덕지 잔뜩 발라 펴 놓은 것 같았다.

  오늘,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심지어는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했다. 마동은 속으로 이런 몰골이 다음 주까지 지속된다면 소피를 만나는 것을 다시 생각해야 했다. 그때 박는개가 마동의 옆으로 왔다. 그리고 어제처럼 자양강장제를 건넸다.

  “당신, 지금 상당한 수준의 감기가 걸린 것 같은데 회사에 나오게 되어서 안타깝네요.”

  그녀는 언제나 마동에게 소설처럼 당신, 이라는 호칭을 붙여서 말했다. 얼핏 들으면 기분이 나쁠 만도한데 그녀가 부르는 호칭의 ‘론’에는 비바람이 걷힌 잔잔함이 서려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기분이 나쁘다거나 하는 감정은 들지 않았다. 넘치지 않고 모자라지도 않았다. 그녀가 이 회사에서 일을 한다는 건 어떤 면에서 보면 그녀에게 손해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 많은 사람들에게 그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단순히 마동의 편견이지만 마동이 보는 박는개는 그러했다.

  박는개는 26살로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법학을 전공하고 이 회사에 들어와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그녀는 이곳에서 상위 1퍼센트에 속할 만큼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고 있다. 오너도 그녀를 입사시키고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오너는 마동에게 얼음공주 같은 박는개에게 회사생활의 고충 같은 것을 물어보라고 넌지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박는개는 회사에서 어려움이 없어 보였다. 그녀는 자신의 나이보다 조금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옷차림을 고수했다. 딱히 몇 살 정도로 옷을 입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본인의 나이보다 원숙하게 스타일을 연출했다. 고작해야 3, 4살 위의 나이처럼 옷을 입고 출근했지만 꿈의 리모델링 의뢰가 들어온 외국고객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그녀의 원숙미는 고조되었다. 품격이 살아났다. 외국인들은 예쁘기만 한 그녀를 처음 봤을 때와 미팅이 끝났을 때는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바뀌어 있었다. 박는개는 그런 능력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금융업계 한 부서의 여성 팀장 같은 분위기도 지니고 있어서 남자들로 하여금 쉽게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녀가 입고 출근하는 정장의 스타일에서 그런 기운이 흘렀다. 그녀의 에너지는 꾸준한 무엇인가를 통해 배어 있는 것이다. 향수처럼 은은하게 조금씩 빠져나오는 것이다. 외모는 깔끔하고 흐트러짐이 없었다. 머리는 단정하게 포니테일로 묶고 일을 했다. 아직 그녀가 머리를 푼 모습을 회사 내에서 본 사람은 없다. 그녀는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몸매를 감출 수는 없었다. 아마도 그녀역시 업무가 끝나고 퇴근을 하면 어딘가에 들어가서 매일매일 관리를 꾸준하게 하는 모양이었다. 회사에서는 마동에게도 는개에게도 사람들이 쉽게 다가오려 하지 않았고 매일매일 하는 체력관리에 대한 부러움과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절대 감기나 아프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었다. 두 사람 중에 마동이 먼저 무너진 것이다.

  자신을 철저하게 내 몰면서 관리를 하는 것은 오래전에 살다가 먼지가 되어 버린 대작가들 역시 그렇게 생활을 했다. 괴테도 나이가 들어서는 젊었을 때처럼 하루 종일 집중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규칙적으로 글을 썼다. 그렇게 정신과 육체의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발튀스 역시 아침 일찍 일어나서 늘 하던 패턴으로 우편물을 읽고 아침을 먹고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다. 그런 패턴으로 80살이 될 때까지 그림에 몰두했다. 그것이 사람의 균형이라고 생각했다. 불행한 카프카 역시 늘 비슷한 시간에 글을 꾸준히 썼다. 몇 번의 파혼과 아버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점점 그레고르 잠자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본인이 파괴되지 않는 방법은 오로지 글을 쓰는 행위이며, 그것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좁은 집에서 같이 생활을 해야 하는 가족들 때문에 다른 작가들에 비해 밤부터 새벽까지 글을 쓴 카프카를 생각하면 안타깝지만.

  박는개도 절제를 통해서 관리를 하고 있었다. 회사에 감기가 전염병처럼 돌았을 때 박는개와 고마동 두 사람만 감기가 피해갔다. 둘 다 일하는 부분에서 지치는 모습도 없었다. 조퇴를 하거나 결근을 한 적도 물론 없었다. 박는개가 입고 있는 치마는 무릎 위까지 오는 타이트한 치마였다. 그렇지만 그 치마를 입었음에도 치마는 그녀가 활동하는데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았다. 얼굴은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면이 있었지만 표정을 알 수 없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걸음을 걸을 때에도 부자연스러운 동작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리가 벌어지지도 않았고 뒤에서 봤을 때에도 걷는 모습이 올곧았다. 걸음걸이가 아름답기까지 했다. 걸음걸이를 보면 새로운 세계가 시작된다고 느낄 정도였다. 예쁜 사물이나 모습은 질리기 마련이지만 아름다운 것은 질리지 않는다. 걸음이 아름답다고 느껴지게 만든 몇 안 되는 여성일 것이다. 여자는 참 대단한 존재다.

  여름정장 상의 안으로 보이는 흰색 블라우스는 단추 두 개는 풀어져있어서 책상에 앉아 있으면 그녀의 가슴골이 살짝 드러났다. 그런 박는개의 모습이 의도적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으나 남자직원들의 시선은 언제나 박는개에게 향해 있었다. 그녀와 책상이 가까이 있는 남자직원들은 자신의 일을 하면서 박는개의 몸매를 가끔씩 훔쳐보느라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했다. 박는개의 몸은 호리병처럼 호리해서 그런지 가슴은 더 커보였다. 회사 내 박는개의 존재는 사무실의 풍경을 감쪽같이 바꿔 놓았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꾸벅꾸벅 조는 남자직원들의 모습이 없어진 것이다.

  마동은 는개와 평소에 잠깐씩 이야기를 해 본 결과 그녀의 상상력은 어떠한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분명하지만 마동이 속해 있는 회사는 똑똑한 사람보다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을 원하고 있었고 그런 사람이 창의적인 일을 하는 이 회사에 어울렸고 그녀는 그런 사람 중에 단연 돋보였다. 상상력이 떨어지지 않으면 무한한 발전이 있다는 것을 그녀와 이야기를 하면 대번에 알 수 있었고 그녀에 비해 보통 인간의 상상력이 턱없이 미흡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인간은 결혼을 하고 상상하는 능력이 부재가 되는 경우가 허다했고 그렇게 되면 결국 협소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되어 버리기 일쑤다. 그녀가 지적이고 박식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지식을 드러내는 일에는 소극적이었다. 반면에 일에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알고리즘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멋스러움을 가지고 있었고 마동은 그 모습을 찾아냈다. 그리고 은밀한 곳에서만 찾을 수 있는 기쁨에 찬 박는개의 심연을 발견 할 수 있었다.

  “는개와 이야기를 하면 평범한 사람에게서 벗어나는 것 같아.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마동이 평소에 그녀에게 가끔씩 하는 말이었다.

 

  “그래, 감기가 너무 심한 것 같아.” 마동의 목소리는 사람의 목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가 이미 아니었다. 그녀는 마동의 어깨를 만져주고 자양강장제를 마동의 손에 쥐어 주었다. 는개의 묘한 분위기가 정장 밖으로 연기가 흘러나오듯 멈출 수 없이 뿜어져 나왔지만 지금 마동은 는개의 넘치는 매력을 느낄 만큼 일반적인 몸 상태를 지니고 있지 못했다. 매력을 흡수하기에는 마동의 몸은 너무 지치고 고통스러웠다. 마동의 눈에도 그녀는 책속의 주인공처럼 지적이고 아름다웠지만 성적으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지금은 자신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을 했다. 몸이 앙상하게 변할 정도로 아픈데 눈치 없이 발기까지 해버리면 그건 정말 균형이 깨지는 일인 것이다.

  는개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마동에게 자양강장제를 한 병 건네주며 한마디를 던졌다. 마동은 는개의 말에 대답을 했지만 언어라는 것이 마동의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부터 분해되어 버린 비행기 잔해처럼 잔인했다. 웅웅거리며 자신의 귀로 들리는 이명에 더욱 머리가 지끈거리고 조여왔다. 시야가 협착하고 전등의 빛이 강하게 발산했다. 마동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주위에 있는 직원들의 의식이 의도함이 없이 마동의 뇌로 전달되었다. 밤처럼 집중을 할 수 없었고 무차별적으로 이명은 귀 안으로 들어와서 뇌의 여러 곳을 마구 찔렀다. 해가 숨어 버린 어둠이 지배하는 밤과는 다르게 사람들의 의식이 자글자글 거리며 뇌 속, 작은 구간 속으로 징그럽고 아프게 파고들었다.

  자글자글. 웅웅. 자글자글. 웅웅.

  직원들의 의식은 머릿속으로 침투하여 속절없이 쌓였다. 뉴욕의 거리 뒷골목에 쓰레기가 분리되지 않고 쌓이듯 마동의 머리를 둘러싸고 있는 벽을 허물어트리려고 창으로 찌르고 돌을 던져 상처를 내기 시작했다. 마동은 머리가 쪼개지는 아픔 속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직원들의 의식을 넘어 는개의 의식에 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안구에 벌레가 밀려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의 의식은 마동에게 와 닿지 않았다. 는개의 의식은 속이 너무 투명하여 들여다 볼 수 없는 호수밑바닥 이거나 벽이 두껍게 쌓여 전혀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벽면의 저쪽 미지의 세계 같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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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변이하는14 2019 / 10 / 10 253 0 22578   
13 변이하는13 2019 / 10 / 9 238 0 21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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