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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내 소꿉친구는 시간 관리자
작가 : 허므
작품등록일 : 2019.9.28

 
선글라스를 준비하도록
작성일 : 19-10-11 00:34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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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마음 한쪽에서는 억울하기보다는 화가 났다.

 

 많은 일을 수행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려운 임무를 맡은 것이 아니다.

 

 어느 날 모아가 전해준 달콤한 이야기에 홀렸을 뿐이다.

 

 그녀가 울면서 말했다고는 하지만 내 마음속에서는 관리자를 갈망하고 있었다.

 

 그녀는 운명에 맡긴 듯이 내게 관리자를 물려줬고 나는 그것을 잡았다.

 

 단지 그것뿐이었음에도 화가 났다.

 

 “아니 왜? 나 뭐 잘못 했어?”

 

 “일단 진정해. 내가 다시 가서 알아보고 올게.”

 

 모아는 사실 여부를 알기 위해 다시 안내 데스크로 갔다.

 

 이런 어이없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료하게 시간이 흐르길 기다릴 뿐이었다.

 

 여기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모아가 와서 설명해 줄 거야.

 

 잘 되든 못 되는 난 그저 앉아있으면 될 거야.

 

 안 될 거라고 생각하니 모든 게 허무해졌다.

 

 “신성연! 이리 와봐.”

 

 안내 데스크에 있던 여직원이 멀리 떨어진 나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어떻게 된 거야?”

 

 “인도자님한테 다시 연락해 봤는데, 들어오라고 하시던데.”

 

 “사람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막상 통과했다는 사실을 맞닥뜨리니 고민됐다.

 

 “일단 가서 얘기해보자.”

 

 치밀어 올랐던 마음을 한 번 추스르고 모아를 따라 승강기로 갔다.

 

 승강기의 층 표시기가 25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막 신입사원 될 사람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내가 말했다.

 

 “네가 이해해. 우리는 특이 케이스잖아. 유전으로 전해진 게 아니라 직접 물려준 준 걸 처음 봤을 거야. 믿음이 안 갔을 수도 있지.”

 

 “그래도 그렇지.”

 

 “왔다.”

 

 “되게 빨리 내려오네.”

 

 우리가 올라타자 안내음과 함께 소리 없이 문이 닫혔다.

 

 그녀는 29층을 눌렀다.

 

 “29층이 어디야?”

 

 “20층부터 29층까지는 직원들이 일하는 곳이야. 인도자님이 있는 층은 30층이고.”

 

 “그렇구나. 나는 가서 뭐해?”

 

 “가서 인도자님 뵙고 직원들한테 인사하고.”

 

 “설마 20층부터 29층까지 다 돌아야 해?”

 

 “그건 아니고. 마주치는 사람만 인사하면 돼.”

 

 “그래도 귀찮겠다.”

 

 “웬만하면 마주칠 일 없을 거야.”

 

 승강기 문이 열리자 짙은 어둠이 보였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아 주위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바닥에 깔린 전등이 길을 밝히고 있었다.

 

 벽에는 여러 가지 도형들이 형광으로 빛나고 있었다.

 

 비록 밝게 빛나지는 않았지만 아름답게 보이기에는 충분했다.

 

 “따라와.”

 

 승강기에서 새어 나오던 불빛이 사라지고 나는 그녀의 샴푸 냄새에 의존한 채 따라갔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들을 조심스레 지켜봤다.

 

 “조용하고 분위기 있지?”

 

 그녀는 이런 독특한 풍경의 사무실을 좋아하나 보다.

 

 이런 곳에서 밝게 빛나는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눈이 금방 나빠질 것 같았다.

 

 

 “그렇긴 한데, 너무 어둡다.”

 

 “나도 처음엔 그랬는데 보면 볼수록 매력 있는 곳이야. 저거 봐. 예쁘잖아.”

 

 모아가 어딜 보고 말하는지 몰라서 적당히 호응했다.

 

 철컥.

 

 “무슨 소리야?”

 

 “이 앞이 사무실이야.”

 

 “여기가 사무실 아니었어?”

 

 “여기서 온종일 컴퓨터 만지고 있으면 눈 나빠질걸. 자, 들어와.”

 

 갑자기 많은 양의 빛이 눈으로 집중되어 앞을 보기 버거웠다.

 

 한 번에 빛 때문에 눈이 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눈을 떴다.

 

 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물체를 인식할 수는 있었지만, 전등을 바라볼 수는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자 눈에 피로가 확 몰려왔다.

 

 내가 서 있는 곳은 일반 회사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짧게 본 풍경이었지만 확실했다.

 

 “눈은 좀 어때?”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

 

 “너 언제 그런 걸 준비했어. 나한테는 말도 안 하고.”

 

 “한 번쯤은 경험해 봐야 할 것 같아서.”

 

 “실명하면 어쩌려고.”

 

 “여기서 실명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여긴 왜 이렇게 만든 거야.”

 

 “이것도 인도자님이 만드신 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기 보여? ‘현실 속 시답지 않은 곳에 아름다움을 느낀 너희에게는 여긴 눈 뜨고 보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선글라스를 준비하도록.”

 

 그녀는 벽에 걸린 문구를 가리켰다.

 

 “무슨 말이 이렇게 어렵고 길어.”

 

 “인도자님이 써 놓은 거야.”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사람이길래.”

 

 “저기로 올라가면 인도자님 방이야.”

 

 그녀는 손가락으로 구석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1층 더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니었어?”

 

 “이 회사 사람들은 인도자님 방 자체를 1층으로 해.”

 

 “…”

 

 “아직 5분 남았어. 뭐 심호흡이라도 하던가.”

 

 “괜찮거든. 그리고 시간 약속 지켜야 하잖아. 빨리 가자.”

 

 나는 그녀보다 앞장서서 걸었다.

 

 자신감에 찬 발걸음은 아니었지만, 소신은 있었다.

 

 “어? 안녕하세요.”

 

 등 뒤에서 모아의 인사 소리가 들렸다.

 

 인사를 받아주는 아저씨 목소리도 들렸다.

 

 뒤를 보자 그녀는 한 아저씨랑 얘기하고 있었다.

 

 “야, 와서 인사해. 우리 아빠 친구셔.”

 

 “안녕하세요.”

 

 “얘가 걔예요. 이번에 관리자 된 애.”

 

 “그렇구나. 모아가 비록 관리자를 그만 뒀지만, 모쪼록 우리 모아 잘 부탁한다.”

 

 아저씨는 험악해 보이는 인상을 줬지만 웃을 때는 푸근해 보였다.

 

 “우리 시간 거의 다 됐어. 빨리 가자.”

 

 “저희 먼저 가볼게요, 아저씨.”

 

 “그래, 또 보자고.”

 

 그녀는 방긋 웃으며 아저씨에게 인사했다.

 

 “되게 친해 보인다.”

 

 “우리 아빠랑도 친했으니까 자연스레 나랑도 친해졌지.”

 

 “그렇구나. 나 혹시 방금 싸가지 없이 보였냐?”

 

 “이미 아저씨한테 찍힌 거 같은데. 지금쯤이면 아저씨 꽤 높은 분이실 텐데.”

 

 “나 어떡해.”

 

 “세상 진지해지기는. 아저씨 성격 좋으신 분이야. 너 처음이라 그렇게 굳어있는 것도 알고 계실걸.”

 

 “와…. 다행이다.”

 

 “그보다 빨리 가자며.”

 

 “어? 1분 남았네.”

 

 사무실 한구석에 자리 잡혀 있는 문 옆에는 초인종이 달려 있었다.

 

 “이거 누르면 되지?”

 

 곧 있으면 만난다고 생각하니 다리에 힘이 풀렸다.

 

 “누르고. 힘차게 들어가서 인사해.”

 

 딩동.

 

 “아,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모아도 따라 인사했다.

 “자네가 신성연 군인가. 만나서 반갑네. 어서 들어오게.”

 

 들어오자마자 머리부터 숙여서 인도자님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숙인 채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따뜻했다.

 

 과연 인도자라는 말에 어울리는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목소리에서 묻어오는 따뜻함은 아마도 그의 인생에서 온 것 같았다.

 

 “거기 앉게.”

 

 “네.”

 

 입구에서 느꼈던 분노는 긴장감에 묻혔다.

 

 “일단 내 무례함부터 사과하겠네. 전례가 없었던 일이라 상당히 고민했지만 막상 입구에 왔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실수를 하게 되었네. 미안하게 됐구먼.”

 

 “아… 전 괜찮습니다!”

 

 “옆에 있는 모아 양은 전 관리자였던 모 현의 딸일세. 듣자하니 소꿉친구라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네. 새로운 관리자가 된 걸 진심으로 축하하네.”

 

 인도자는 내게 악수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해주게.”

 

 “넵.”

 

 “여기 사인도 부탁하네.”

 

 그는 나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얼핏 봤을 때 모아가 줬던 사인 용지랑 비슷해 보여서 금방 사인했다.

 

 이름의 마지막 획을 그을 때 고개를 돌려 모아를 쳐다봤다.

 

 모아는 기쁜 듯 웃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녀를 빤히 바라볼수록 그녀의 귀가 서서히 빨개졌고 이내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자, 수고했네. 자세한 얘기는 모아한테 마저 듣고 나는 볼 일이 있어서 이만 가보겠네. 성연 군 자네한테 따로 메일도 보낼 테니 그것도 확인하게.”

 

 미팅을 마치고 회사를 나왔다.

 

 “긴장했더니 배고프네. 그렇지 않냐?”

 

 “성연아.”

 

 모아는 내 물음에 답하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체념한 듯 빌딩을 바라보고 있었다.

 

 “****”

 

 갑자기 세게 불어온 바람 소리 때문에 그녀의 목소리가 묻혔다.

 

 “뭐라고? 다시 말해줘. 바람 소리 때문에 못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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