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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기억합니다.
작가 : 장선
작품등록일 : 2019.9.16

떠오를 듯, 말 듯 한 기억에 가끔은 힘이 들기도 합니다. 지금 당장 떠오르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나도 예상 못한 상황에서 떠올랐던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만 그 기억이 분명 좋은 것이길 바라봅니다.
‘나’는 없는 기억에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이유가 그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나’의 주변은 행복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나’는 그 속에서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 같다고 별 의심 없이, 심각하지 않게 생각 합니다. 분명 ‘나’의 기억과 관계 되지만, 굳이 찾지 않습니다. ‘나’의 의지일까요?

‘은호’는 매순간 떠오른 기억에 매순간 아파합니다. ‘은호’의 모든 기억 속에 ‘선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힘이 듭니다. 그러나 ‘선우’에 대한 기억이 점점 옅어질까봐 두렵습니다.
‘은호’는 ‘선우’와 함께 했던 기억이 아프지만 그 기억의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선우’가 함께 할 거라는 믿음이 사실이 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12.눈이 와요...
작성일 : 19-10-11 00:00     조회 : 279     추천 : 0     분량 : 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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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호는 눈을 떴다. 바닥은 따뜻했지만, 방안 공기는 살짝 싸늘했다. 은호의 주위는 너무도 조용했다. 일요일 아침이라서 그런지 평일 아침처럼 분주한 소리도 집 밖에서 들리지 않았다. 다들 일요일 아침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것이다. 이런 날은 늦게까지 안 깨었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은호의 눈이 떠졌다.

 

 얼마나 누워 있었을까? 조용한 방안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 은호는 손을 뻗어 화면을 확인했다. 정민이었다. 그냥 자는 척을 할까 했지만, 일요일 아침 정민이의 전화가 궁금했다.

 

 “여보세요?”

 은호는 일어 난지 한참이 지났었지만 말 한마디, 소리 한번 내지 않았기에 목소리가 잠긴 상태로 말이 나왔다. 정말 이제 막 깨어난 목소리였다.

 

 “김은호, 아직 자? 지금 밖에 눈 와. 엄청 많이 내렸어.”

 은호는 눈이라는 말에 벌떡 일어나버렸다. 너무도 설레었다. 그런 은호의 마음을 아무도 몰랐지만.

 

 정민이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은호는 다시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신에게는 그런 마음이 생기면 안 되는 것처럼. 그리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래? 그럼 오늘은 집에서 하루 종일 있어야겠다.”

 은호는 마음과 다르게 말하는 자신에 익숙했다.

 

 “김은호, 진짜 눈 구경 안 갈래? 눈사람 만들만큼 왔다니까?”

 

 은호는 정민이의 말에 또 다시 관심 없는 척 말했다.

 “눈사람은... 그런 건 애들이나 만드는 거야.”

 

 정민이는 은호의 반응이 섭섭했다. 그러나 은호의 마음을 알기에 더 말하진 않았다.

 

 예전의 은호는 눈을 너무 좋아해서 하루 종일 밖에서 놀다가 감기에 걸려 매번 고생했던 그런 아이였다는 사실을 정민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은호는 눈 오는 날은 집에만 있었다. 혹시나 쌓인 눈을 보게 되거나 눈이 내리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그곳을 피했다. 눈을 보면 안 되는 아이처럼, 반가워하면 안 되는 아이처럼 은호는 눈을 피했다.

 

 정민이는 알고 있었다. 은호는 떠오르는 기억에서 피하고 싶었다는 것을, 아빠와의 기억에서 힘들어 한다는 것을, 은호가 거부하는 모든 것에서 알 수 있었다.

 

 은호는 정민이와 전화를 끊고 한참을 그렇게 천장을 보고 누워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자리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습관처럼 이불을 몸에 감았다. 살짝 망설이던 은호는 방문을 열었다.

 

 어둑하고 조용한 빈 거실이 은호 앞에 있었다. 아무도 없는 그 빈 공간이 익숙해질 만도 했지만, 매일 아침 은호는 그 공간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은호는 무언가 결심한 듯 창가로 갔다. 커튼을 걷었다. 눈앞에 보이는 것이라곤 하얗게 변한 동네의 모습이었다. 밤새 많은 눈이 내린 것이었다. 아직도 조금씩 날리고 있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바라보았다.

 

 '하얀 눈이 쌓여 있어요. 눈이...와요...'

 라고 정말 진심으로 말하고 싶을만큼. 너무 좋아서, 너무 예뻐서 그리고 예전의 기억들이 떠올라서 은호는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은호는 결정했다. 나가보자고. 오늘은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욕실로 가서 세수하고 밖을 나갈 준비를 완벽히 했다. 따뜻한 외투를 입고, 모자도 목도리도 장갑도 챙겼다. 신기하게도 어디선가 아빠의 잔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김은호. 제대로 잘 챙겨 입고 나가야 되는 거 알지?’

 

 은호는 쌓여있는 흰 눈 속을 걸었다. 오랜만에 눈이 내린 길을 제대로 걸어보는 중이었다. 발자국이 만들어지면서 내는 소리가 좋았다. 쌓인 눈속에 톡톡 빠지는 발의 느낌도 좋았다. 그래도 혹시나 미끄러질까봐 신중하게 걷고 있었다. 한 발 한 발 조심히 걷고 있었다. 기억속에 남아 있는 쌓인 경험들은 녹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예전의 기억들이 슬며시 발자국 위로 따라왔다.

 

 은호는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았다. 자신의 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늘 함께 걷던, 또 다른 발자국은 더 이상 없었다. 그래서 눈물이 또 나오려고 했다. 눈을 보고 슬픈 게 싫어서, 이런 생각이 들까봐 늘 피했던 은호였다. 은호는 장갑 낀 손으로 눈 주위를 닦아냈다. 오늘은 울기 싫었다. 울면 안 되었다. 그리고 다시 뒤돌아 가던 길을 천천히 걸었다.

 

 은호는 무작정 걷다가 누군가 벌써 만들어 놓은 눈사람을 보았다. 살짝 망설였지만, 은호는 오늘은 용기를 더 내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눈사람이 세워져 있는 곳으로 갔다.

 

 눈사람 하나가 잘 만들어져 있었다. 은호는 눈을 뭉치기 시작했다. 뭉치기 좋은 눈이었다. 은호는 금세 꽤 큰 눈뭉치 두 개를 만들었다. 두 개를 쌓기만 하면 되었다. 눈뭉치 하나를 이미 세워져 있던 눈사람 옆에 두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를 들고 섰다. 올려놓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것들을 이용해 적당히 눈코입만 표시해주면 완성될 것이었다.

 

 그러나 은호는 결국 나머지 눈 뭉치도 바닥에 두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은호는 혼자서 눈사람 두 개를 볼 자신이 없었다. 혼자인 은호는 더 이상의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은호는 한참을 걸었다. 조금씩 미끌리기도 하고 점점 걷기 힘들어졌다. 은호는 괜히 나왔나 싶은 생각에 더 조심히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신기하게도 더 이상 미끌리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

 

 “아빠, 우리는 눈사람 두 개를 만들어야 되지 않아?”

 은호는 눈을 뭉치면서 선우에게 말했다.

 

 “하나만 만들자. 이번에는 눈이 그렇게 많이 쌓이지 않아서, 눈 뭉치기가 쉽지 않아.”

 선우의 말에 은호는 고개를 저었다.

 

 “안 돼. 혼자는 못 놔둬. 꼭 두 개를 만들거야. 같이 해야 해.”

 

 은호의 고집에 선우도 더 이상 은호를 말리지 못했다. 은호와 선우는 늘 두 개의 눈사람을 만들었다. 혼자인 눈사람은 외롭고 슬퍼보여서 싫다는 게 은호의 이유였다.

 

 눈사람을 만들고 나면 살짝 더워졌다. 처음엔 덥다고 옷 입기 귀찮아서 대충 입었다가 은호와 선우는 감기로 고생하기도 했다. 조심한다고 해도 은호와 선우는 눈사람을 만들고 난 후, 자주 감기를 달고 집으로 왔다. 그래도 매번 그런 과정은 반복되었다. 그만큼 은호와 선우는 눈을 좋아했다.

 

 눈 온 거리를 걷는 것은 또 다른 신나는 일이었다. 눈을 밟는 발자국 소리가 좋았다. 가끔 중심을 못 잡아 휘청거리면 둘 중 누구라도 그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곤 했다. 별일 아닌 일에도 웃었다.

 

 은호는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쌓인 길에 남는 발자국을 자주 뒤돌아 봤다. 남은 흔적이 좋았다. 선우랑 은호가 지나간 길이었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눈 쌓인 길을 처음 지나간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자국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은호의 발걸음이 지치기 시작하면 선우는 은호의 앞에 가서 마주보고 섰다.

 “아빠가 낸 발자국만 따라와. 아빠가 단단하게 밟아 놓을 테니까 걷기 쉬울 거야. 그리고 덜 미끄러질 거야. 아빠 그런 능력 있는 거 알지?”

 

 선우는 혹시나 있을 빙판길을 먼저 확인했다. 은호가 혹시 미끄러질까봐 꼭 먼저 밟아 봐야했다. 뒤로 조심해서, 천천히 걷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다. 굳이, 힘들게,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선우는 많이 지쳐버렸다. 온몸에 힘을 줘야 했기에 체력은 금세 떨어졌다. 그래도 괜찮았다. 은호가 너무도 좋아했으니까. 그리고 은호가 다치지 않으면, 다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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